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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10, Mar 2024

조아나 바스콘셀로스
Joana Vasconcelos

현실과 초현실을 잇는 보드라운 맨살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작가, 탕 컨템포러리 아트 제공

'Gateway' 2019 Courtesy Jupiter Artland © Owen Humphre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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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일렁이는 베니스 바다 위 수상한 배 한 척이 출몰했다. 비엔날레의 메인 스폿을 비롯해 도시 이곳저곳을 정박하거나 떠다닌 배는 다름 아닌 조아나 바스콘셀로스를 작가로 내세운 포르투갈 파빌리온. ‘현대미술의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획기적 기획이 실행되는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조차 물 위를 점령한 플로팅 파빌리온은 파격 그 자체였다.  

바스콘셀로스는 페리보트 ‘Trafaria Praia’를 베니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무대로 선택했다. 2011년까지 승객을 실어 날랐던 배는 전시에 등장하기 전 6개월 동안 리스본 외곽의 조선소에서 큰 변화를 겪었으며 자못 평범한 외형과 전혀 그렇지 못한 내부로 완성된 채 지아르디니(Giardini)의 바포레토 정류장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영토를 탈영토화하는 작가의 시도였으며 국제 관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권력 투쟁에 관한 우회적 은유이기도 했다.



<Árvore da Vida(Tree of Life)> 2023 
Courtesy Atelier Joana Vasconcelos 
© Lionel Balteiro



포르투갈의 애정과 신뢰를 받는 바스콘셀로스에게 평단은 ‘현실의 해설자’라는 수식을 붙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적 영역과 공적 입장, 로컬과 글로벌, 전통과 현대 사이의 긴장과 성찰을 통해 바스콘셀로스는 우리의 삶을 직시하게 하고 동시대 불합리한 문제를 작품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 노동을 말하기 위해 직물을 가져오기도 하고 장인 기술을 부각시키기 위해 유약 세라믹 타일을 사용하기도 함으로써 성별과 계급 그리고 국적과 집단의 정체성에 관한 자신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베니스 파도 위에 올려놓은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낡고 어쩐지 쓰임을 다한 것 같은 선박엔 아이러니할 정도로 웅장하게 국기가 펄럭였는데, 기능을 제거하지 않고 대상을 변경한 작품에 대해 언론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메이드’를 빗대 기사를 쏟아냈다. 작가는 뱃머리부터 선미까지 아술레호스(azulejos, 파란색과 흰색을 손으로 칠한 뒤 유약을 입힌 세라믹 타일) 패널을 적용해 리스본 스카이라인의 현대적 모습을 재현했다. 이는 유명한 <리스본의 대 파노라마(Great Panorama of Lisbon)>에서 영감 받아 제작된 것인데, <리스본의 대 파노라마>는 1755년 지진 이전 아술레호스 생산 황금기의 풍요롭고 윤택한 포르투갈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Valkyrie Miss Dior> 2023 Courtesy 
Atelier Joana Vasconcelos 
© Lionel Balteiro



이렇듯 작가는 이 배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낸 후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집결시켰다. 배의 갑판은 직물과 빛으로 구성됐으며 천장 또한 같은 뉘앙스로 완성됐다. 파란색과 흰색 직물을 복잡하게 뒤섞으며 LED를 끼워 넣은 바스콘셀로스의 유기적 조형은 강렬한 효과를 선사했다. 이 초현실적 설치는 마치 자궁 같은 분위기 혹은 깊은 바다를 암시하며 관람객을 감싸 지적, 감각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전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유니크한 형태로 주변 건축 요소와 상호 작용하는 바스콘셀로스의 대표 연작 ‘Contamination’(2008-2010)이나 ‘Valkyries’(2004-)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그는 포르투갈의 시각적 세계뿐 아니라 문화 전반을 연결하며 나름의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를 어둡게 표현하는 작품도 있다. 그러나 바스콘셀로스는 아름답고 가벼운 어법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세공품 ‘비아나의 심장(Heart of Viana)’을 모티프로 한 ‘Independent Heart’ 시리즈는 오랜 시간 걸쳐 그가 다양하게 시도하는 작품으로 검정과 빨강 그리고 금색으로 완성된 바 있다. 예로부터 인간의 본질과 초자연적 삶의 진리가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고 믿으며 심장을 영혼과 지성의 모든 것이라 여겼던 사상은 국가를 초월해 예술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Lilicoptere> 2012 Courtesy Atelier
Joana Vasconcelos © Luís Vasconcelos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여서 북부 도시 비아나두카스텔루현(Viana do Castelo) 상징으로 전통적 심장 모양 조각이 만들어졌다. 이는 마리아 1세 여왕의 통치 기간 동안 그리스도의 신성한 마음을 숭배하는 것을 의미했고, 종교적 의미를 넘어 삶과 사랑, 우애, 우정을 뜻하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착용하는 비아나의 심장을 바탕으로 바스콘셀로스는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을 선보이는 방식은 가령 이렇다. 작가는 노란색 플라스틱 칼을 연결해 길이 4m에 달하는 <Golden Independent Heart>를 만들어 천장에 매달고 20세기 후반 포르투갈을 점령했던 음악을 플레이한다.

공기순환과 노래의 파동 덕분에 작품은 원형 회전하는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순환과 영원한 회귀를 인식케 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관점에선, 싸구려 오브제를 이용해 귀중한 선조 조각에서 영감 받은 예술 작품으로 전환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치와 저속함을 구분하는 경계의 인위성과 사회적, 예술적 관념의 변형을 시도하는 것이다. 소리와 움직임으로 강력한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은 여러 기획전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Valkyrie Marina Rinaldi> 2014 
Handmade woollen crochet, fabrics, 
ornaments, in¬atable, power supply unit,
 steel cables 405×480×1,244cm
 © Tang Contemporary Art



모직과 면 뜨개질, 의복에 다는 금몰 혹은 은몰 장식인 파스망트리(passementerie), 좁은 폭의 기다란 천을 접고 끈을 넣은 가두리 장식, 반짝거리도록 옷에 장식으로 붙이는 작고 동그란 금속편, 구슬, 깃털, LED 조명까지 바스콘셀로스의 재료는 다양하다.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 <Valkyrie Mumbet>에는 이 모든 요소가 종합돼있다. 북유럽 신화에서 주신인 오딘을 섬기는 싸움의 처녀들을 뜻하는 ‘발키리’를 제목에 내건 작품은 서로 전혀 다른 질감과 요소들을 결합해 한꺼번에 어울리게 함으로써 여성성의 결합과 화합을 상징한다. 반신녀로서 평소엔 발할라궁에 머물다가 인간계 전쟁에서 용감한 전사자가 생기면 오딘의 명에 따라 전장에 나가 그들을 데리고 오는 존재들로 작가는 여성을 치환한다.

바스콘셀로스가 구현한 ‘발키리’는 파리 패션 위크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2023 가을/겨울 쇼’에서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작가는 6개월에 걸쳐 반짝거리며 떠다니는 꽃 설치물로 쇼 공간을 가득 채우고 ‘Valkyrie Miss Dior’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는 기존 작업과 달리 이 행사를 위해 특별 건립된 공간 설치를 위해 ‘the box’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정확한 유닛에 맞춰 패브릭 조형을 만든 후 현장에서 조립되기 전 별도의 부품으로 짜고, 뜨개질하고, 꿰매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I’m Your Mirror> 2019 
Courtesy Atelier Joana Vasconcelos 
© Joaquim Norte de Sousa



“이것은 상자 속의 보석과 같다”고 새로 고안한 프로세스를 설명한 작가는 작품 중심을 꽃으로 정한 것에 대해 크리스찬 디올의 여동생이자 브랜드 초창기에 참여했던 카트린 디올(Catherine Dior)을 언급하며 전후 프랑스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꽃을 재배하고 판매한 이 특별한 여성의 독립 정신을 치하했다. 꽃의 세계, 자연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기술적 세계라는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 작가는 패브릭에 짜인 수천 개의 LED 조명을 통해 쇼의 빛을 통제했다. 커다란 꽃 아래 역시 꽃으로 둘러싸인 벤치를 놓음으로써 공간 안의 모든 것이 다른 차원에서 온 마법의 꽃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동시대 이슈 중 여성에 유독 집중하지만 작가는 바다동물의 촉수나 나무뿌리를 연상시키는 작품 역시 자주 선보인다. 도자기로 형태를 빚고 코바늘 뜨개질로 표면을 감싼 작품은 마치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바스콘셀로스는 동물의 신화적이며 환상적인 면모를 증명할 뿐 아니라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행복이 자연의 다른 형태 혹은 생명체와 얼마나 상호연결 되는지에 관한 인식을 환기시킨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통 방식으로 까다롭고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가볍게 접근하는 조아나 바스콘셀로스. 사물의 탈맥락화와 배열을 통한 정체성의 변형은 사회적 역할 및 관념의 패러다임을 해체하려는 욕구를 반영하며, 풍성한 이야기와 섬세한 표현은 그의 필드를 무한히 확장시키고 있다. PA



Portrait of Joana Vasconcelos Courtesy 
Atelier Joana Vasconcelos
 © Lionel Balteiro



작가 조아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는 1971년생으로 기념비적 조각으로 포르투갈 현대미술을 대표한다. 일상생활, 대중음악, 포르투갈 전통, 바로크의 화려함을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그는 비디오에서 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와 자료를 활용하는데 예술과 공예의 개념을 21세기에 맞게 업데이트해 오래된 기술을 현대적 관행에 접목한 작품들은 주요 전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의 수상 파빌리온인 <Trafaria Praia>를 선보였으며 베르사유 궁전(Palace of Versailles)에서 전시한 유일한 여성이자 최연소 작가라는 타이틀도 지닌다. 2012년 개최된 이 전시는 50년 만에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전시로 기록됐다. 그런가 하면 2018년에는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에서 주요 회고전을 개최한 최초의 포르투갈 예술가이기도 하다. 티아 컬렉션(Tia Collection),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및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Louis Vuitton Foundations)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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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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