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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8, Jul 2021

김민정
Kim, Minjung

PUBLIC ART NEW HERO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
시공의 콜라주를 통한 다양체 형성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는 저서 『천개의 고원(A Thousand Plateaus)』(1980)에서 우리 세계는 수목 모델이라는 사고 안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비판한다. 수목 모델은 하나에서 둘에 도달하기 위해서 통일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항적(binary) 논리가 그 근본이 된다. 그들은 이 이항 논리가 모든 사고와 사상, 인문, 과학까지도 지배하고 있다고 보았다.
●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 이미지 작가 제공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 2020 HD 비디오, 컬러+흑백, 스테레오 11분 3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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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와 가타리는 수목의 대안으로 ‘리좀(Rhizome)’을 이야기한다. 리좀은 줄기가 수평으로 덩굴을 이루며 시작점인 중심에서 비정형으로 뻗어 나아가는 식물이다. 여기에 잎, 줄기, 뿌리는 서로의 구분이나 위계 없이 모두가 주체이자 객체로 구성된다. 즉 우리 사회가 수목 모델에서 리좀 모델로 전환한다는 것은 전체를 주관하는 위계적 주체가 수평적 다양체란 유연한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리좀은 하나하나가 생성, 배치, 소멸되는 과정과 결과를 무한 순환하면서 전체의 의미를 다면적으로 확장하는 다양체를 의미한다. 또한 리좀의 다양성은 동질이 아닌 이질적인 것의 집합이고 이 다양체에는 주체도 객체도 없다. 조합과 융합에 따라 새로운 다양체들이 탄생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 나간다. 자! 이제 나는 리좀을 연상하며, 김민정의 작업을 지극히 주관적 관점에서 설명해본다.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 2019 

HD 비디오, LEE 필터, 스테레오 9분 10초




하나, 매체와 시공간 콜라주를 통한 다양체 형성


김민정은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이 매체들은 그의 작업 안에서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유동적인 다양체로 융합된다. 여기서 각각의 오브제들은 전체 작품의 부(部)가 아닌 주(主)로서 각각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유지·발현하며 거대한 화학적 결합을 이룬다. 예를 들면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2019)에서는 영상 스크린, 색면 아크릴, 관람객 의자가 한 공간에 설치 작업으로 놓인다. 각각의 오브제들은 상상의 영역 안에서 개념적 관계를 맺고 현실에서는 물리적 기능으로 조합된다. 즉 우리는 관람의 시점에 따라 시지각을 통한 직접 혹은 붉은색 필터를 통한 간접 관찰로 영상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단순화된 기하학적 조형의 의자와 색면 아크릴은 정적 시점의 다양성을 제공하지만 스크린의 영상은 동적인 시점의 연속성도 부여한다. 이 모든 시공간의 다면적 지각은 그의 작품을 무한 다양체로 확장시킨다. 작품 <Missing the boat - 셔터로부터> (2021) 또한 이러한 시공간적 콜라주의 문맥이 매우 잘 반영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영상 스크린은 단지 빛의 발원처를 벗어나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하나의 기하학적 조형물로 설치·구성·융합된다. 




<(100ft)> 2017 

16mm 컬러 필름, 소리 없음 3분




둘째, 원인과 결과, 시작과 완성 간의 융합


일반적으로 작품이 창작되는 과정, 즉 처음과 끝은 3차원적 시공 안에서 서로가 이항적 논리로 구별된다. 하지만 김민정의 작품을 바라볼 때 그러한 논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동시대 현대미술에서 창작의 과정이 아카이빙 형식으로써 완성된 결과물에 포섭되거나, 일본의 비평가 미도리 마츠이(Midori Matsui)가 지칭했던 ‘마이크로 팝’ 작가들의 작품 완성의 미추구(未追求)와는 다분히 그 의도가 다를 것이다. 그의 설치 작업에 놓이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그 성향과 기능에서 서로가 상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유동적으로 조합을 이루는 동시에 각 오브제가 놓인 주변 빈 공간들도 포용해버린다. 


즉 그들이 놓인 장(場)인 빈 공(空)의 영역도 작품과 함께 융합되며 다양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작가는 단지 오브제의 조합이 아닌 오브제로 나뉜 그 주변 공간들도 분리, 조합 등의 구성을 통해 차원의 콜라주를 시도한다. 예를 들면 작품 <Missing the boat - 셔터로부터>, <Missing the boat - 거울 뒤>(2021)에서 작가는 설치된 모니터, 스크린, 선반, 계단 등 각각의 오브제들만을 활용하여 미적 성취를 시도하지 않고 각 오브제가 놓인 공간에서 창출되는 무형의 형상에도 미적 조형성 부여한다. 이러한 작품과 공간의 얽힘은 창작의 시작과 끝의 이항적 선형성을 해체시켜버린다. 또한 내러티브와 플롯 구조를 무시한 그의 영상작업은 동적인 영상의 시간성을 정적인 시간성으로 전환시키며 원인과 결과의 이원론적 관계를 더욱더 희석시킨다.




<FOOTAGE> 2016 

16mm 흑백 필름, 모노 사운드 2분 47초




셋째, 과거와 미래의 융합


<My warmest regards, Minjung Kim>(2020), <“레드필터가 철회됩니다.”>, <FOOTAGE>(2016), <Australian Paper>(2015) 등 대부분 그의 영상작업들은 디지털 분위기의 미래적 이미지가 아닌 다분히 과거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의 영상미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그의 시각적 성향일 뿐이다. 그의 영상작업은 과거가 아닌 매우 동시대적인 주제와 내용을 다룬다. 단지 인간과 사회의 중첩이라는 시간의 역사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스탤지어적 영상미를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다른 세대, 다른 계층, 다른 사회와의 소통, 교류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자신과 타자의 관계에서 현재와 미래의 감성은 서로가 공유하기 어렵지만 같이한 과거의 경험은 공유하고 있기에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보다 더 쉬울 것이다. 


“나이 많은 스승과 대화하고 싶고, 제주의 아픈 역사를 공감하고 싶고, 신체의 형상미를 수리적으로 나타내고 싶고, 세월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싶고.” 그의 영상 작업은 자신과 타인을 연결시키기 위한 가장 수월한 매개체일 것이다.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과거와 아직은 공유하지 못한 미래의 융합은 아날로그 영상의 디지털적 변환으로 성취된다. 하나의 개체가 또 다른 개체와 융합되면 새로운 개체가 탄생한다. 다양한 개체의 이질성이 합쳐지고 새롭게 배치되면 새로운 시공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리좀의 확장적 다양체다. 김민정은 그의 작업에서 매체와 시공의 콜라주, 과정과 결과의 결합, 과거와 미래의 시간성 해체를 통해 무한히 확장 가능한 다양체를 형성하려 한다. 이는 자신과 타자의 관계를 회복시키며 예술가로의 삶과 사회인으로의 삶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김민정의 소소한 욕망이자 희망일 것이다. PA




<Missing the boat - 거울 뒤> 

2021 16mm 흑백필름 디지털화 7분 4초




작가 김민정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 필름 앤 비디오를 전공했다. 시간 기반 매체인 ‘필름’의 물질성과 기술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담을 수 있는 감각을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올해 ‘베를린 영화제(Berlinale)’ 포럼 익스팬디드(forum expanded) 부문에 선정됐다. 주요 참여 전시로 올해 초 송은아트큐브에서의 개인전 <Missing the boat>를 비롯 <무브 온 아시아_스크린 라이프 관찰기>(아마도예술공간, 2020), <따뜻한 안부를 전하며, 김민정>(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 2020), <다중세계를 향해 작동하는 안테나>(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9), <상영중>(인사미술공간, 2017) 등이 있다.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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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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