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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박미나와 Sasa[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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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 2024.3.31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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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기록될 권리,  느슨하게 쌓인 아카이브 속에서 마주한 사실들


2023년 4월 개관한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첫 번째 주제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이력서: 박미나와 Sasa [44]>를 선택한 이에겐 예상과 다소 다른 장면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아트 아카이브(Art Archives)나 기록 간의 관계를 읽어 내려는 시도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로처럼 얽힌 공간을 작품으로 채운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를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20여 년 전에 촬영한 사진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을 재제작하고, 작가의 취향을 한껏 드러낸 일상의 파편을 수집 행위로 설명하며 미술과 아카이브의 교차점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비가시적인 아카이브로 작품을 보여주고, 동시에 가시적인 작품으로 아카이브에 맞닿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전시 <이력서: 박미나와 Sasa[44]>는 우리가 흔히 작성하거나 접하는 ‘이력서’를 제목으로 내세우며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주지하듯, 이력서는 개인이 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을 적은 것이다.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이력은 남기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생략하는 개인의 ‘선별’ 행위가 수반된다. 그렇게 이력서에는 기관명과 기간, 간략한 과거의 흔적만 덩그러니 남겨지게 된다. 그 정보들은 명료하지만, 다분히 건조하다. 그런 점에서 이력서가 개인을 설명하는 형식은 박미나와 Sasa[44]가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과 일정 부분 유사하다.


일반적인 아카이브 전시의 특징인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는 소거해 버리고, 또 다른 이력을 남기려 애쓴 시간과 태도만이 절제된 채 함축되어 있다. 다만, 이를 접하는 타인의 시선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두 작가가 쓰거나 그린 혹은 수집한 대상들은 누군가의 이력서를 훑는 것처럼, 신속히 판단하기 어렵다. 기록을 생산하고 수집하고 분류하는 일이 그러하듯, 작가들은 쉴 새 없이 소비되는 이미지 너머에 찬찬히 읽어내야 할 의미와 행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관람객 각자의 시간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때, 이 전시는 비로소 풍부해진다.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



이미지로 시작한 전시는 영상에 시선이 머물게 했다가, 이내 오브제로 눈길을 돌리고, 결국엔 기록으로 작품을 읽게 한다. 전시는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작품영역에는 박미나와 Sasa[44]의 초기작과 대표작, 미발표작 등 그동안의 작업을 선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일상을 담은 작품들은 그것의 특성이 그러하듯 우리 모두에게 벌어지는 소소한 삶의 흔적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박미나는 수많은 초록색 펜과 파란색 펜을 수집하고, 1밀리미터 간격으로 가로로 선을 그어 수많은 초록색과 파란색의 집합을 만든 후 여기에 각각 <초록 펜>과 <파란 펜>이라고 이름 붙였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름에 빨강(Red)이 포함된 아크릴 물감을 전부 모아 빨강의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는 <2004-빨강색-TV유닛> 그리고 화장품 회사인 코리아나의 립스틱 제품들을 재료로 삼은 작품(<2005-코리아나-립스틱>)에서도 ‘색’을 중요하게 다루는 작가적 취향이 발현된다.

반면, Sasa[44]가 일상을 보여주는 방법은 조금 더 독특하다. 예를 들어, 작품에 기록된 내용으로 우리는 작가가 2009년에 구매한 책이 모두 455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달 많게는 44권, 적게는 27권의 책을 샀고, 평균을 내면 하루에 적어도 1.24권 이상 소비한 셈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흔적이다. 이처럼 작가는 자신의 한 해를 여덟 개의 주제, 1) 설렁탕 소비량, 2) 자장면 소비량, 3) 교통카드 사용량, 4) 영화 관람 횟수, 5) 도서 구매량, 6) 휴대 전화 통화량, 7) 용무를 보기 위해 기다린 시간, 8) 출퇴근 기록을 지표로 작성하고, 이를 <연차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이 작업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일관되게 지속되었다. Sasa[44]가 선택한 주제들은 아마도 작가의 일상을 오랜 시간 채워 온 행위들일 것이다.

단발적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닌, 십여 년이 훌쩍 넘게 반복한 것이기에 결국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남긴 개인 기록은 이내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가령, Sasa[44]가 구매한 책들은 무엇이고, 이를 고르는 기준이 있는지,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지 등 작품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형식의 ‘갱생’ 연작은 정보의 측면에서 훨씬 친절해졌다. 작가는 2015년 1월 16일부터 건강 회복을 위해 365일 동안의 식단을 기록했다. 메뉴는 물론, 식당 정보와 심지어 함께 한 인물의 실명도 나열한다.



전시 전경 사진: 김상태



‘연차보고서’ 연작과 ‘갱생’ 연작은 각각 2006년과 2015년에 시작되었는데, 그 사이에 작가의 심정에는 어떤 변화가 있던 것일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가 완성한 작품과 그 안에서 더욱 말랑해진 기록은 잘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역사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전시의 키워드는 ‘아카이브’, ‘수집’, ‘일상’, ‘취향’이라 할 수 있다. 두 작가가 그간 쌓아 온 서사를 풀어낸 만큼, 일상에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여러 대상을 수집하고 분석해 기록하는 방법론이 투영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과거에 두 작가가 협업한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 안>(2002/2023)은 2002년 달링아트파운데이션에서 열린 전시 <Coming to Our House>에 <In My House>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것을 재제작한 것이다. 박미나와 Sasa[44]의 첫 공동 작업으로, 이번에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전시장 한 곳의 벽 전체를 ‘집’ 드로잉으로 가득 채웠다. 20여 년이 더 지난 작품을 다시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작가들의 회상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당시의 분위기까지를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은 작업실과 전시 전경을 촬영해둔 아카이브 덕분이랄 수 있다.


기록의 생산과 관리의 중요성은 작품영역에 이은 또 다른 접근점인 참고문헌 영역에서도 계속된다. 사물과 정보를 조사-수집-분석하는 방법론을 발전시켜 온 만큼, 두 작가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외에서 발행된 연속 간행물 중 본인들이 언급된 기사를 발췌해 책의 형태로 제작했다. 이뿐 아니라 작품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참고 서적을 전시장 공간에 배치한 것도 작가들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어떤 정보를 알게 되면, 이를 포괄하는 자세한 맥락을 찾고, 더 큰 의미로 확장하는 것, 기록은 바로 그런 것이다. 작가가 책을 구매하고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은 이를 느슨하게 알려주는 정보와 어우러져 어떤 대상을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매개가 된다.


이런 지점이야말로 작가가 작업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여러 대상을 포함해 주변인과 사물, 사건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유용한 ‘아트 아카이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와 기록, 기록과 기록 사이의 관계는 마치 생동하는 대상처럼 끊임없이 해석되고, 부단하게 미적 담론을 양산해 나간다. 이번 전시가 박미나와 Sasa[44]의 다양성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다가오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도록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20여 년 전의 원본 기록을 실제 작품과 대조해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시 <이력서: 박미나와 Sasa[44]>는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작가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렇게 목도한 그들의 오래된 취향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뜻밖의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기록과 수집 행위를 보여준 이번 전시가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서 얼마나 유대를 맺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 다양한 이력들을 채우며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전시 자체를 ‘이력서’라고 명명한 것을 보면, 두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될 이력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작가들의 다음 이력서에는 무엇이 기록될 것인가. 그것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아직 묘연하지만, 분명한 것은 평범한 일상을 대하는 작가들의 관심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하여 변모할 것이란 사실이다.  


* 박미나와 Sasa[44] <집 안> 2002(2023) 벽에 마커 가변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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