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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코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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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3 - 2021.11.21 대전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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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존재로서의 인간 탐구


첫눈이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두 달 전 어느 날, 서울 지역 첫눈을 기록하는 이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글은 서울기상관측소 업무 전반에 관한 것이었는데, 눈에 띄었던 점은 기온이나 기압, 강수량 등 기상관측의 대부분이 기계화·자동화되었음에도 첫눈이나 첫서리, 첫얼음, 벚꽃 개화 시기 등은 여전히 사람의 눈을 통해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황사의 경우 눈으로 관측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때는 흙냄새가 나는지로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꽃이 여러 송이 피는 나무의 경우에는 한 가지에 꽃이 3송이 이상 활짝 피면 개화로 봐요. 단풍나무가 조금 조심스러운데, 단풍 시작은 나무 전체의 20%가 단풍이 들었을 때를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옥상에 올라가서 나무를 보고, 이 정도면 20%가 맞을지 관측자들과 상의하고, 사진도 찍어 공유하며 신중하게 결정해요. 무인 관측소에서는 기온, 기압, 풍향, 풍속 등 자동화된 것들을 계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눈으로 관측해야 하는 것들은 하나도 관측할 수 없죠. 세계기상기구(WMO)로 공유되는 자료도 관측자 목측(눈으로 관찰하는) 요소가 상당히 많아요. 유인 관측소가 꼭 필요한 이유죠.”1)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냄새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읽고 나자 새삼 인간 노동의 가치와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한 달 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본 전시 <넥스트코드 2021>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을 발굴 및 지원하는 ‘넥스트코드’는 지역 미술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작가 양성을 목표로 2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에는 대중의 미적 감수성과 개인의 취향을 모두 포괄하는 ‘캠프(Camp)’의 개념을 기조로 김영진과 박지원, 스텔라 수진, 이상균, 임승균이 새로운 시각코드를 조명했다. 가장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신체를 매개로 이종·혼성 결합된 이미지를 드로잉한 스텔라 수진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짙은 초록색과 흰색이 병치된 전시장 벽은 마치 숲속에 들어선 듯하고, 그림의 투명하고 맑은 색채는 한편의 동화 같은 분위기를 더한다. 하지만 깊은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위험이 도사리고 있듯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고어하고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령 보태니컬 사전을 참고해 그린 연작 ‘카란틴 드로잉’(2021-)은 실제 그 식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하고 극사실적인 필치를 드러내고, <마녀>(2021)는 피부 안팎이 뒤집혀 성별을 알 수 없는 박제 이미지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에코르셰>(2021)는 근육도를 보기 위해 피부가 제거된 해부학 그림으로 전시장 벽에 내걸려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작 대부분에 산양 염소, 산토끼, 맹금류, 표범 등 주술사들이 쓰는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이는 주술적 신앙이 두드러지는 지중해 코르시카섬에서 락다운을 겪은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이렇게 인간중심이 아닌 확장된 자연을 다루는 스텔라 수진의 작업은 대안적인 생태적 세계관을 강조하며 전시의 포문을 열었다.




스텔라 수진 <넥스트코드 2021> 설치 전경



이어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 속 기억이나 그 흔적을 작업의 소재로 삼는 김영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나 감정 등을 포토그램(photogram)으로 시각화한다. 포토그램은 카메라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인화지와 빛, 사물만으로 표현하는 기법인데, 한 번에 단 한 장의 사진만 인화할 수 있어 복제나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섬’(2016-2017) 연작은 작가 자신이 아이슬란드에서 체류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 감정의 흔적을 포토그램으로 인화한 작업이다. 그리고 그 옆쪽으로 사회적으로 의미를 확장한 ‘나비’(2021) 시리즈가 전시장 한쪽 벽면 전체를 크게 메우고 있다. ‘나비’는 매일 인터넷에서 마주하게 되는 익명의 사람들 사망 기사를 A4용지 혹은 반투명한 트레팔지에 프린트하고 종이접기해 포토그램으로 인화한 작업이다. 자연재해나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죽음은 미완성으로, 아동학대로 희생된 아이들의 죽음은 나비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빛이 투과되는 정도에 따라 인쇄된 부분이 숨겨지거나 혹은 드러나면서 익명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물리적 실체로 시각화하고, 작가 자신만의 추모 방식을 반영한다.


미디어 등의 간접 체험을 통해 전통을 경험한 세대인 박지원은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기록한다. 그는 기복적 성격의 기도터나 무속 신앙 등 전통문화 변두리에 스며든 근대화와 산업화의 흔적에서 나타난 단절된 풍경을 그리는데, <송운사 약수터>(2020), <탑사 약수터>(2020), <고등리 석조보살입상>(2021), <천태사 반야용선>(2021) 등이 그 예다. 그런가 하면 <믿음, 소망, 사랑>(2021)은 효제문자 ‘치(恥)’에 나타난 여러 달토끼 도상을 수집해 사찰의 대웅전 출입문의 형식과 결합하고 이를 프로파일, 아크릴 등의 산업재를 이용해 출처를 알 수 없는 변형된 현대의 탑을 제작한 작업이다. 달토끼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는 각종 설화와 의미가 적층된 대표적 도상인데,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일례로 부산의 <송정마을 당산>(2021)은 1650년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수호신에게 지낸 마을 제사를 그린 것이지만 현재는 그 맥이 끊긴 상태다. 그렇게 박지원의 작품은 여전히 기능하고 있거나 제도에서 누락된 실재 장소에 기반을 두면서 단절과 부조화의 지점을 탐구한다.


이상균은 리서치를 통해 토목 건축물 이미지 등을 수집하고 3차원의 건축이나 공간을 2차원의 평면 회화로 전환한다. 작가의 건축적 관심은 토목건축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영향에서 비롯하지만 이러한 서사성이 작업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토목산업의 건축적 수치나 계량의 정확도보다 어긋나있는 지점을 선호하고 수집한 이미지에서 발견한 구도, 색면, 물성의 요소들을 해체하고 회화로 재구성하는 그는 대상의 재현이라는 오래된 의무감에서 벗어나 회화의 존재 요건이나 형식 그 자체가 드러나도록 의도한다. <여수토방수로 언체부>(2021), <고압 인입 전주>(2021), <교량 슬래브 교각부>(2021), <취수탑>(2020) 등 작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토목건축 이미지는 해체를 거쳐 다양한 재료 표현으로 회화적으로 변형된다. 그리면 그릴수록 원본의 건축물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성이 표현된 비구상적인 화면이 자리하고 작가는 그림이 되게 하는 요건, 물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간다.




김영진 <미완의 형태들>
2021 포토그램, 피그먼트 프린트



마지막으로 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임승균의 작업이 있다. 작업 대부분이 작업실이 아닌 현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미술가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수집하고 지역적 리서치를 과학적 실험의 도구로 활용한다. 현무암 틈새를 조개껍데기로 메우는 집요한 과정이 포함된 작업 <하얀 점>(2021)은 자연에서 취득한 오브제에 작가의 손길을 거치는 인간적 개입을 선보이며 생태미술이나 자연미술과는 다른 결을 제시한다. 특히 <잉여기와샘플>(2021)은 산성(山城)이 많은 대전의 지리적 특색을 리서치한 결과물로 삼국시대로 추정되는 월평산성에서 수집한 기와, 토기 조각들을 수집해 3D 스캐닝을 통해 구현했다. 그저 추정뿐인 시대를 작가는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서기 465(±59)년이라는 정확한 연대기를 발굴해냈는데, 유사 과학자와 같은 독특한 연구방식은 과학적 방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특유의 몽상적이고 의식적인 흐름을 반영하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물질이나 상태에서 하나의 사건을 도출하는 대안적 시각을 드러낸다.


육체와 정신을 이중으로 전복시키며 탈자연화된 젠더의식을 연구하는 스텔라 수진, 비물리적이고 비시각적인 것들을 빛이 쏘여진 순간에 함께 포착해 시각화하는 김영진, 종교적 도상과 속세의 도상이 충돌되는 화면을 포착하는 박지원, 인공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건축적 풍경의 면면을 찾는 이상균, 이미 존재하나 지나치기 쉬웠던 잠자는 것들을 발굴하는 임승균, 이상의 다섯 명의 작가들이 완성한 코드는 저마다의 노동 집약의 산물로서 인간이 노동을 통해 대상 안에 실현하고 확인할 수 있는, 인간만의 존재 방식을 표상한다.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경제학 철학 수고(Okonomisch philosophische Manuskripte aus dem Jahre)』(1844)에서 인간의 보편적 존재 방식을 ‘유적 존재(Gattungswesen)’로 규정하며, 노동과 노동의 생산물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실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2) <넥스트코드>는 그렇게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탐구하며 인간 현존재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각주]

1)  경항신문, “서울의 ‘이곳’에 눈이 와야 ‘첫눈’…기후위기 시대, 서울의 기상을 기록하다”, 2021년 11월 28일,

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111281430001

2)  강성화, 「마르크스 『경제학 철학 수고』」,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5



* 박지원 <넥스트코드 2021> 설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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