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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_메아리와 서리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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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10 - 2023.4.29 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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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자의 도서관


얼음과 밤하늘과 비교적 탁 트인 공간에서 온다.
변칙적인 사건이며 틈을 만들어낸 폭발.1)

따뜻한 커피가 담긴 유리컵을 들고 비교적 탁 트인 전시장에 입장한다. 알싸하게 차디찬 공기로 둘러싸인 어두운 공간 한가운데 넓고 환한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는 비정형의 얼음덩어리와 함께 선이 그려진 유리판들 그리고 이전 관람자들이 남긴 빈 컵이 놓여있다. 녹아 흘러내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테이블 아래 냉각장치는 끊임없이 작동 중이고, 얼음덩어리는 위로 솟아 얼어붙은 고드름 같기도, 작가의 <버섯의 건축> 작업에 등장하는 제주 곶자왈 숲속 버섯 같기도 하다.

투명 유리판에는, 텍스트는 사라지고 책을 읽으면서 밑줄로 중요함을 표시했던 행위의 흔적만 남아 있다. 천천히 테이블 주변을 배회하다 테이블보 아래로 매트와 관람자의 삐죽이 나온 발을 발견한다. 어느 때부턴가 작업을 머리로만 감각하는 일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면서, 귀찮은 몸뚱이를 구부려 테이블 아래 비어 있는 매트 위에 몸을 누인 후 헤드셋을 착용한다. 유아기적 행동으로 상황을 몰아붙이려 할 때, 바로 ‘타는 소리, 책 위에 밑줄 치고 책장 넘기는 소리’와 같은 엠비언트 사운드와 비선율 음악이 슬그머니 귀를 타고 들어온다.

계수정 피아니스트와의 협업으로 창조된 다소 불편한 현대음악인데도 불구하고 귀의 감각은 뇌 회로를 자극하여 ‘멍때리기’를 위한 시각이미지로 전환되면서 한껏 웅크린 근육을 편안하게 이완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음악 작업은 ‘얼음을 키우는 사람’, ‘책장을 넘기는 여자’라는 두 가지 트랙으로 구분된다. 즉흥적인 선율은 직관적으로 읽히면서 낮은 뇌활용만으로 바쁜 나의 일상에 틈을 내어 비집고 들어와 폭발하는 감각으로 확장한다.

박선민 개인전 <메아리와 서리의 도서관>은 마치 작가의 오픈 스튜디오 같다. 커피로 아침을 깨우고 책과 함께 시적인 습관을 일상으로 두면서, 사유자처럼 개념(생각)에 적합한 시각언어를 찾기(이해하기) 위해 애씀을 일상화하는 박선민을 떠올린다. 이렇게 일상을 의식(ritual)처럼 살아내는 그를 떠올리면 이번 전시는 잘 차려진 ‘시와 같은 풍경’처럼 느껴진다.



전시전경



이러한 풍경은 비시적인 것과 시적인 것의 경계에서 치열함으로 고양된 일상과 날 선 감각의 체화를 선취해야 함을 전제로 할지 모른다. 이면에는 책을 읽는 행위처럼 과거에 변수와 우연이 난무한 변칙적인 사건 현장이 존재했고, 얼음과 음악으로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내재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언어와 물질의 경계와 그 이면을 탐색해왔던 다소 난해한 그의 이전 작업과는 다르게, 이번 작업은 문학을 매개로 하면서도 얼음보다 어쩌면 더욱 변칙적인 타자-관람자를 마주하고 있음을,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충돌의 병목구간 - 상상의 도서관이 필요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얼음을 키운다는 것은 쓸모없고 쓸데없이 예민함을 유지하는 작업일지 모른다. 물리적 한계에 반항하면서 언어와 비언어의 경계에서 휘발의 순간을 붙잡아 메아리와 서리를 기억하는 일 또한 무용해 보인다.
비판이나 냉소보다는 반항과 언어적 해법을 선택한 작가는 무용의 공(功)으로 언어가 갖는 구조의 속박과 사변의 허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불태운다. 자신을 끊임없이 예민함의 끝으로 몰아붙이며 자신을 의심한다. 그가 우연과 변수 같은 변증의 잔여물을 기꺼이 포용하거나 건축가와 피아니스트와 협업하는 것은 - 이전에는 듀오로 활동했듯이 - 동어반복의 충동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또한 전시장 입구와 작업 테이블 아래에서 건네는 커피와 사운드는 결코 편안함과 나른함을 허용치 않는, 일상적 삶에 내재한 균열 속 파편을 만들어내는 각성제다.

텍스트 없이 밑줄 그은 선으로 언어의 구조를 얘기하듯, 버섯이 없이도 얼음으로 생명에 관계하며 잃어버린 생성과 소멸의 생태적 순환을 이야기한다. ‘고독’은 있으나 허무는 없고, ‘방황’은 있으나 멈춤은 없는 인간의 삶은 메아리나 서리의 휘발하는 존재성과 맞닿아있을지 모른다.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에서 ‘좀 다른 어떤 것’을 찾아 모험하는 작가여! 당신은 항상 무언가 유의미함을 창조해왔어! 필요 외의 ‘신경과민과 피로’는 날려버려~.2)

[각주]
1) Peter Høeg, Frøken Smillas Fornemmelse for Sne: 박현주 옮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마음산책, 2005, p. 74 <메아리와 서리의 도서관> 전시 도록에 인용
2) Peter Høeg, 위의 책, p. 77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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