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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2, Jul 2023

고고학: Today was Today

2023.6.8 - 2023.6.25 스페이스 중학, 아트하우스 연청, 갤러리 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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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되고 꿰어진 과거 혹은 현재


현재는 과거의 연속이다. 한때 오늘이었던 수많은 어제의 연속은 우리의 삶과, 시간, 역사를 형성한다. 조주리가 기획하고, 기억과 역사 등에 관심을 둔 4명의 작가 김슬기, 김현석, 정재연, 희박이 참여한 기획전 <고고학: Today was Today>는 ‘오늘은 오늘이었다’는 명제와 함께 고고학적 관점으로 오늘, 혹은 오늘이었던 과거들을 탐구한다. 고고학(考古學)은 물질과 동식물, 인류가 지난 시대에 남긴 흔적을 찾아내고 이들의 말 없는 역사를 밝히는 학문으로 정의된다. 다만 이 전시는 고고학의 학문적 개념이나 방법론적 수용보다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탐구의 출발점으로서 고고학의 개념을 택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 전시는 특이하게도 서울 내 3곳의 흩어진 전시장소에서 진행되었다. ‘굳이 왜 서로 다른 세 장소여야 했을까?’ 전시를 방문하기 전, 약간의 불만 섞인 마음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의 의도를 발견해 보고 싶은 마음에 작은 전시 투어를 시작했다. 필자의 전시 관람 동선은 효창공원 근처에 위치한 갤러리 더씨에서 경복궁 근처의 작은 전시공간 아트하우스 연청 그리고 광화문 의정부 유적 발굴 현장 옆 스페이스 중학으로 이어졌다.

갤러리 더씨에 전시된 정재연의 ‘로스트 코너’ 연작은 갤러리의 가장 넓은 벽면에 그려진 골프코스, 바닥에 놓인 골프공들, 한쪽 벽면에서는 원형의 화면으로 조선인 캐디의 이야기를 담은 싱글채널 비디오 <백스윙(Backswing)>과 조각 등으로 구성된다. 효창공원 일대가 100여 년 전, 일제 식민지 시기 최초의 골프장이었던 코쇼엔 골프장이었다는 기록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발굴, 소환해내어 현재와 묘하게 병치시키고 있었다. 이 사실은 필자 또한 작가의 작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역사적 기록으로부터 시작해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고 구성된 과거를 마주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었다.



아트하우스 연청 전시 전경



한편 아트하우스 연청의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에는 작가 희박이 구성한 ‘옥순의 방’이 관람객을 초청하고 있었다. 자신의 작업을 ‘안위(安危)’를 찾는 과정으로 정의하는 희박은 작가의 외조모인 ‘옥순’이 남긴 반짇고리 도구, 재봉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유물)들을 벽면의 싱글채널 비디오 <옥순의 방>(2021)과 함께 병치하여 ‘옥순’을 기리는 추념의 공간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던 스페이스 중학에서는 네 작가의 작품이 서로 잘 어우러져 배치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오늘날 도시 풍경 속 출처 없는 도상들을 탐구해 온 김슬기와 디지털 이미지의 궤적과 역사성을 추적하는 작업을 선보여온 김현석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FRP와 황동 봉으로 만들어진 김슬기의 <도시 분수>(2022), <빌딩 가니쉬>(2022) 조각들은 2층 전시장 통창으로 보이는 경복궁의 풍경과 함께 생경한 감각을 자아낸다. 그 옆으로는 리클라이닝 의자와 연결된 이북(E-book) 리더기를 통해 총 8편의 옴니버스 소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작가가 GPT-3 기반의 인공지능과 공동작업한 것이다. 그와 함께 벽면에는 프린트된 인쇄물들이, 1층 윈도우 갤러리에 있던 플로피 디스크가 함께 전시되며 동시대의 기술로부터 멀어지고 낡아진 과거가 뒤엉키는 것을 보여준다.

다양한 관점과 접근방식으로 펼쳐져 있던 각각의 작품을 감상하며 세 전시장소의 내외부, 각 장소를 이동하는 동선 안에서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예컨대 한 번도 의식해보지 못했던 의정부 발굴 현장과 그 현장의 가림막에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고, 경복궁과 광화문, 효창공원 등 도심 속 풍경들이 나의 인식 안에서 자연스럽게 꿰어지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전시 작품 중 하나였던 희박의 <무명한 그릇>이 전시를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깨어진 녹청자 도자기의 파편이 정성스럽게 명주실로 꿰어져 연결되어 있었지만, 액체의 무언가를 담는다면 파편 사이사이의 틈으로 새 나갈 만한 불완전한 그릇의 형태. 어쩌면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미지가 아니었을까. 세 장소에 펼쳐진 전시는 마치 명주실로 꿰어진 깨진 그릇처럼, “어긋난 것들의 층위를 이리저리 맞춰보며” 기획자와 작가 4명의 연구와 실천을 시각화하고 있다.  


* 갤러리 더씨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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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 코리아나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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