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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6, Mar 2022

모던 라이프

2021.10.19 - 2022.3.27 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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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프’ 전시의 교훈


대구/한국×생-폴 드 방스/프랑스

작은 머리와 거대한 발을 가진 모호하고 냉정한 인상의 깡마르고 긴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청동 인물상 <Woman of Venice III>(1956), <The Forest>(1950)와 고전 조각의 두툼한 양감 대신 기하학적인 모양과 선을 극대화한 반추상 형태의 용접조각 훌리오 곤잘레스(Julio González)의 <Daphné>(ca. 1937)가 서있다. 모던 시대에 이른바 ‘역사적 아방가르드’로 지칭되는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구축주의 등의 조형적 태도로 실존이 처한 현실에 맞서 미래를 꿈꿨던 이들의 작업은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 매그재단(Marguerite et Aimé Fondation)의 소장품으로, 현재 대구미술관의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인 <모던 라이프>에 소개되고 있다. 이들의 입체 작업 뒤 벽면엔 곤잘레스의 1930-1940년대 드로잉 세 점과 대구미술관 소장품인 최영림의 1950-1960년대 ‘얼굴’ 시리즈 세 점이 걸려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폭력적 상황에 대한 실존적 위기감을 깊게 풍긴다. 죽음과 원시 등을 연상시키는 곤잘레스의 ‘마스크’ 드로잉은 입체주의적 접근이 농후한 반면, 최영림의 회화작품은 ‘검은색(黑色)’을 주조로 한 1950년대 작가 특유의 추상과 반추상의 형식실험이 돋보인다.

2011년 개관한 대구미술관은 1980-1990년대에 개관한 서울, 부산, 대전, 광주시립미술관 등에 비해 다소 늦게 지역공립미술관 시대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가 서울, 평양과 함께 1910-1920년대 본격화된 서양식 미술 전개의 중심지이자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등을 통해 모더니즘 미술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시도하며 탄탄한 예술적 토양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대구미술관의 행보는 괄목할만하다. 2022년 현재 1,840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대구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며, 프랑스 코트 다쥐르의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매그재단과 ‘소장품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1964년 설립된 매그재단은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호안 미로(Joan Miro),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의 거장들 작품 1만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시몬 한타이(Simon Hantaï) <M.C.6.> 
1962 캔버스에 유채 223×212cm HANTAI Simon, 
Collection of Maeght Foundation



‘소장품 공동연구’ 프로젝트와 세계 유명작가 라인업

양 기관이 수집한 소장품은 설립 시기와 범위, 양적인 면에서 선명한 차이를 보인다. 설립 시기의 편차와 공/사립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소장품을 통해 전혀 다른 공동체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인 두 기관의 협업 프로젝트는 각각의 수집정책과 비전,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교훈적이다. 전시에 소개되는 매그재단의 대표 소장품은 칼더와 샤갈, 미로 등의 20세기 초반의 거장들은 물론 장 뒤뷔페(Jean Dubuffet),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 앙리 미쇼(Henri Michaux), 한스 아르퉁(Hans Hartung) 등 1945년 이후 세계 현대미술계를 이끌었던 작가들의 작품이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댄 플래빈(Dan Flavin), 리처드 롱(Richard Long),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토니 크랙(Tony Cragg) 등의 서구권 거장들은 물론 장샤오강(Zhang Xiaogang), 카와마타 타다시(Tadashi Kawamata) 등의 스타급 아시아권 작가들 그리고 유영국, 이우환, 박서보, 곽인식, 이강소, 이건용 등 한국 현대미술의 전위에 섰던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들은 각 기관이 수집한 대표 소장품이다. 특히 전시에 소개된 대구미술관 소장품은 10년의 역사를 지닌 지역 공립미술관임을 감안할 때 세계 유명작가들 작품들로 꾸려졌다. 8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매그재단의 소장품이 보수적인 차원의 검증단계를 거친 유럽 기반의 작가 작품들로 한정되어 있는 반면, 대구미술관의 경우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물론 국내외 유명작가들을 포함한 그야말로 현대미술지형 전체의 면면들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국경이 봉쇄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두 기관이 소장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직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아마도 이 전시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또한 대구미술관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응노, 이우환, 박서보 등 한국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과 직간접적으로 공명했던 샘 프랜시스(Sam Francis), 엘즈워스 켈리(Ellsworth Kelly), 브라이스 마든(Brice Marden) 등의 추상표현주의적 경향의 작가 그리고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장 피에르 팡스망(Jean-Pierre Pincemin), 시몬 한타이(Simon Hantaï) 등 회화성을 질문하는 매그재단의 작품들이 한자리에서 소개되고 있다. 작가와 작가 간의 공명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각각의 실존이 어떻게 역사화 되는가를 드러낸다. 섹션의 구성과 배치에서 이들의 공명이 반영되었다면 ‘소장품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지닌 긍정적인 의미는 배가 될 수 있다.



발레리오 아다미(Valerio Adami) <Bedroom Scene> 
1969 캔버스에 유채 243×365cm ADAMI Valerio, 
Collection of Maeght Foundation



각 도시의 ‘모던 라이프’는 어떠했을까

대구미술관이 대구시가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이라면, 매그재단은 갤러리스트이자 판화가였던 에매 매그(Aime Maeght) 부부에 의해 설립된 사립기관이다. 대부분의 미술관 설립자들이 거대한 기업을 소유하거나 막대한 부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았던 데 비해 매그는 난민 생활을 하며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자수성가형 인물이었다.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해 채색기술을 배운 매그는 인쇄업체 석판공을 지냈으며 이후 파리에서 매그 화랑(Galerie Maeght)을 운영하는 등 갤러리스트로 활동했다. 매그 부부가 작가들과 이어간 깊은 교분은 잘 알려져 있으며, 브라크의 권유로 현재의 재단을 설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근 2년간 진행된 양 기관의 ‘소장품 공동연구’ 프로젝트는, 서구의 근대적 개념의 미술관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미술과 미술관 지형을 고려할 때 꽤 매력적이며 모범적인 사례다. ‘모더니티(Modernity)’를 주목하는 전시 제목과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은 이들 두 기관과 밀착된 시대와 장소의 차이가 배태하는 ‘모던 라이프’의 수많은 얼굴 중 특정한 두 얼굴을 질문하게 한다. 다시 말해 모더니티의 대구/한국 버전과 생-폴 드 방스/프랑스 버전이라는 특정한 두 얼굴 말이다.

전시 주제는 8개로 나뉘어 구성됐고, 섹션별 주제는 ‘탈-형상화’, ‘풍경-기억’, ‘추상’, ‘글’, ‘초현대적 고독’, ‘평면으로의 귀환’, ‘재신비화된 세상’, ‘기원’으로 설정됐다. 기대와 달리 두 기관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성질이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대구미술관)이며, “양 기관의 소장품을 한 자리에 선보이며 하나의 개념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결코 어떠한 이론이나 담론 속에 갇혀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올리비에 들라발라드(Olivier Delavallade)라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행복을 나누고,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감정에 대해 대화하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8개의 섹션은 시대와 장소에 밀착하여 두 도시, 두 기관의 <모던 라이프>를 상정하기보다 애초 두 기관이 설정했던 기관 간의 대화, 작품과 관람자와의 직관적, 조형적, 감성적 대화를 유도한 듯하다. 섹션별로 두 기관의 소장품을 선명하게 구분해 놓거나, 혹은 작품별로 대칭시키는 등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시도했다.


전시의 출구에서 <모던 라이프>는 몇 가지 질문을 내게 던진다.

대구(대구미술관)와 생-폴 드 방스(매그재단)이 주목했던 그들 각자의 <모던 라이프>의 형태는 어떻게 다른지, 모더니즘의 골든에이지를 주도한 프랑스 모더니티와 식민과 해방의 역사를 지닌 비서구권 한국의 포스트-식민지 모더니티는 무엇이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 마지막으로 전시 혹은 미술관 소장품, 전시와 명작 컬렉션의 상관관계는 어떤 것인지 말이다. 미술관의 주요 활동이자 시스템으로서의 소장품 수집과 전시가 공동체 안에서 일으킬 파장을 기대하면서….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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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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