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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7, Feb 2023

지구 생존 가이드_포스트 휴먼 2022

2022.12.16 - 2023.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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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 존재와 연합된 창제작 그룹의  
포스트 휴먼의 몸 짓기


공멸 또는 공생에 대한 지구 생존 가이드

최초의 인류로 인정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지구별에 등장한 것은 250만 년 전이고, 이것보다도 한참이나 전인 6,600만 년 전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공룡은 멸종했다. 공룡 멸종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형 화산 폭발설이 가장 유력하다. 공룡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 75%가 이 시기에 사라졌는데 그 원인은 소행성 충돌로 인하여 지각 내부의 황이 대기 중에 퍼져 태양빛이 차단되었고 이에 지구가 냉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프랑스 과학기술자이자 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이라는 기이한 제목의 저서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 저서는 지금을 기후위기 시대를 넘어 기후재난 시대라 명명하며, “신기후체제 시대를 맞이한 현재 정치의 가장 큰 과제는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공룡시대의 종말이 소행성 충돌에 의한 것이라면, 인류세로 언급되는 인간의 시대에 대한 종말을 피하기 위해 지구 위에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지구와 충돌하지 않는 방법을 탐구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한 탐구의 연장에서인지 한국의 남도에서 <지구 생존 가이드: 포스트 휴먼  2022>라는 전시가 개최되었다. 팬데믹과 인류세의 위기 속에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디지털 시대로의 대전환 속에서 새로운 윤리를 묻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양상을 조망하는 포스트휴머니즘 논의는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J.H.R <물처럼 살기> 2022 원형 리어스크린, 프로젝터, 
터치스크린모니터, 스피커, 우퍼 가변설치



바이오필리아와 그 너머를 잇는
포스트 휴먼에 대한 공동의 예술 실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20년도부터 바이오필리아와 그 너머를 탐구하였으며, 2022년도에는 아트&테크놀로지, 비주얼아트, 디자인, 다이얼로그 다양한 주체의 창제작자들이 포스트 휴먼이라는 공동의 주제로 레지던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가 가져온 폭력성에 대한 반성적 태도로서 생명사랑이라는 바이오필리아와 그 너머에 대해 2년간 예술적으로 탐구해온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이번에 근대 이성적 주체로서 휴머니즘의 ‘이후’로서 포스트휴머니즘을 예술적 방식으로 논의한다. 2022년 인간에게 주어진 미션에 관한 영화 제목처럼 보이는 <지구 생존 가이드: 포스트 휴먼2022>는 인간이 아닌 비인간 생명체와 기술과의 공생과 연대의 방식을 ‘감각과 신체의 변형’, ‘인간과 기술의 연결’, ‘미래 예측과 공생’으로 제안한다.

다이얼로그로 참여한 시각예술 연구자인 유승아는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의 전개를 차분히 설명하면서 전시 전체를 이끌 듯 예술에서 제기된 포스트 휴먼의 신체의 의미를 한국의 퍼포먼스 아트에서 찾아낸다. 특히 기계-몸 또는 이질적인 것들의 뒤섞임, 새로운 가족형태로서 경계를 넘어 관계를 맺는 역량으로 ‘포스트 휴먼의 몸짓기’를 제시하는 최근의 예술가들의 실천을 설명한다. “사이보그가 적대적 대립, 기능적 통제, 또는 신비한 융합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분적 연결에 의해서 차이를 관계시키는 것”이라는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말을 빌어 유승아는 사이보그 존재로서 포스트 휴먼의 몸 짓기는 “우리의 희망”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은 메아리치듯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복합전시관 전체의 작품 하나하나에 공명하며 다다른다.

중앙 회로처럼 전시장의 중앙부에 위치하는 유승아의 연구와 연구의 시각적 도식화는 확장하여 각각의 실험실인 갤러리로 연결된다. 그 연결은 바닥에서 2-30cm 띄어진 비계에 의해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마치 우주 정류장에 링크된 각각의 우주선 같기도 하고 게임 속 스테이지를 연결하는 통로 같기도 하다. 비계 위를 자유롭게 선회하다가 원하는 갤러리로 링크하고 접속하듯 하나의 작품에 빠져들었다가 그 옆의 작품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다시 궤도로 빠져나오기도 하면서 전시의 동선은 관람객의 행위방식에 따라 무궁무진해진다. 따라서 전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구 생존 가이드를 구성하게 되는데, 다양한 방법 속에서 필자는 근대 이성에 대한 반성, 포스트 휴먼의 조건과 태도, 비인간 주체의 행위와 예술로 이어지는 지도를 발견하였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

근대 이성으로 대표되는 계몽과 과학 및 산업혁명의 폭력성은 전쟁으로 가시화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은 간적접으로는 빈곤, 난민, 소수자의 문제로 직접적으로는 내전과 전쟁으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인 올리버 그림과 러시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다한으로 구성된 오덧아(().(:))는 <고스프 유토피아>(2022)라는 제목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사람들, 베트남 참전군인, 북한이탈주민 그리고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의 인터뷰에 기반한 디스토피아의 기억 공간과, 독재와 전쟁, 국가의 통제에서 해방된 가상의 유토피아적 공간을 실제 영상 설치작품과 VR로 이중으로 구현한다. VR 속 세계에 접속 링크되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는 전시 공간 속에서 난민들과 북한이탈주민의 실제 목소리와 혼합되면서 가상같은 현실의 기괴함과 난폭함을 폭로한다.

비계를 통해 전시 벽 넘어로 링크되면 필리핀 예술가 듀오 룸베라-씽(Lumbera-Singh)의 추모의 공간으로 연결된다. <부유하는 기억>(2022)은 1990년대 초 필리핀의 일부 군도에서 발생한 콜레라와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20만 명의 사망자들을 집단으로 매장했던 지역의 호수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광주 전시장으로 전송하고 있다. 인류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으로서 뗏목 위에 나무를 세워 필리핀과 한국의 남도를 연결하고, 1990년대와 21세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경험을 잇고 있다. 이러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질문과 반성은 이샘의 <인류원, 고유모션과 대기모션>(2022)에서 무한히 반복된다. 인공지능에 의해 운영되는 인간동물원이라는 가상세계를 구현한 작품은 관리되고 통제되는 안전한 인간동물원과 여기서 이탈한 야생 인간의 위험에 노출된 삶을 보여주면서, 대상화되는 인간 존재를 통해 동물권과 환경권을 주장하는 우리 삶의 모순적 태도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포스트 휴먼의 조건과 태도:
기술과의 연대와 비인간 존재의 행위에 대한 예술적 주목

예술가들, 과학기술과 연합된 창제작자들은 과학기술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 운동으로서 커먼즈의 실현의 장으로 마련한다. 이인강의 <퍼포밍 수트 01>(2022)는 뇌전도 센서와 착용형 외골격 기술을 이용해 안무가와 참여자로 하여금 과학기술을 통해 춤-안무를 공동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타자(관람자), 과학기술, 안무가로 연합된 다중의 신체는 ‘예술 동작 생성’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안하면서 기계의 협력으로 가능해진 다중지능. 다중예술의 연합된 세계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미디어아티스트 김제민과 인공지능 연구자 김근형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그룹인 슬릿스코프(Slitscope)의 <시간(詩間)여행>(2022)은 보다 확장된 방식으로 시작(詩作)과 시작의 그 사이(間)를 드러낸다. 슬릿스코프와 카카오브레인이 공동개발한 인공지능 시아(SIA)는 1만 3,000편의 시를 학습하였으며 플랫폼에 접속한 광주의 시민과 함께 시민의 위치정보를 통한 역사, 지리, 문화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하여 시를 써내려간다. 인공지능과 광주시민, 광주 지역의 데이터가 시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이 ‘시간여행’은 인공지능을 도구가 아닌 예술적 행위의 주체로 인정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의심하게 한다.



로드리고 마린 바리쎄뇨(Rodrigo Marín Briceño) 
<한계의 전환: 상상의 집 시리즈> 2022  
영상, 혼합재료(강철봉, 나무, 찰흙, 스테인리스 철, 
3D 프린트된 플라스틱, 전력배선) 가변설치



예술로 관계 짓고, 주체의 자리를 내어주는
포스트 휴먼의 몸짓기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예술이 인공지능의 마지막 보류라 여기며 그나마 안도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예술가들은 기계와의 연합 또는 기계를 통한 다중 신체와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예술적 실천을 제안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계와 비인간 존재들의 행위를 예술이라고 예술가 스스로가 인정하고 제시하고 있다. 지금 여기 광주에서 포스트 휴먼을 논의하는 연구자(기술자)와 예술가로 연합된 창제작자들은 자신의 지위와 영역에 대한 자리를 내어주고 관람객과 함께 비인간 존재들과 살아가는 방식으로 예술하기를 실천적으로 탐구하고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4개월간, 아닌 지난 몇 년간 이어온 실제 연합된 인간-비인간 신체들이 실험하고 탐구한 “지구 생존 가이드” 그 자체이지 않을까? 이렇게 혁신적인 태도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연합된 신체인 예술가는 반성하는 것조차 멈추질 않는다.

소보람은 24억 년 전 지구의 대폭발 사건으로 멸절한 ‘최초의 박테리아’를 배양하면서 이를 시청각화하는 작품 <다공성 물질 전환: C-Flex 인큐베이터>(2022)를 전시하였다. 그 탐구 과정 중 광주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몸살을 앓았는데, 그러한 사태 속에서 배양수조에 매일 물을 채워 넣는 행위 자체를 멈추지 않은 것에 대하여 작가는 많은 자책을 한다. ‘포스트 휴머니즘’과 ‘인류세’, ‘공동의’ 가치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작 예술가와 예술기관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공동체가 직면한 긴박한 문제들을 소외시키는 모순을 지적하면서 예술의 역할과 정신을 배반하고 있음을 작가는 작품 옆에 흰 종이를 통해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전체가 지금 우리가 함께 나눠야할 지구 생존 가이드로서 ‘포스트 휴먼의 몸 짓기’가 아닐지 작가의 고백과 여러 비인간 존재들과 연합된 신체들의 작품을 통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슬릿스코프 <시간(詩間)여행> 2022 AI, 관객참여형 프로젝트, 데이터 시각화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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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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