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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2, Nov 2021

KIAF SEOUL 2021

2021.10.15 - 2021.10.17 코엑스 A&B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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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

한국 미술시장의 샴페인 터뜨리다


한국 미술시장이 샴페인을 터뜨렸다. 지난 10월 13일 VVIP오픈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키아프 서울(KIAF SEOUL, 이하 키아프)’에서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는 20회를 맞은 올해 처음으로 VVIP제도를 신설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해야 했던 페어가 2년 만에 열리던 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 앞에는 ‘샤넬백 오픈런’을 방불케 하는 긴 줄이 이어졌다. 발열 체크부터 문진표 작성 등 복잡한 입장 절차 탓도 있었지만, 먼저 들어가 마음에 둔 작품을 선점하려는 구매욕이 경쟁을 부추겼다.


“문도 열기 전에 그림이 팔렸대.” 행사에 참여한 전 세계 10개국 170개 갤러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객들을 상대로 사전 세일즈를 진행했고, 지난해 마련된 온라인 뷰잉룸(OVR)이 닷새 앞선 8일부터 공개된 터였다. 독일 최대 화랑인 스프루스 마거스(Sprüth Magers) 갤러리가 처음 참여하는 ‘키아프’에 대표작으로 들고나온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대형 회화는 일찌감치 새 주인이 차지했다. 베를린 갤러리 페레스 프로젝트(Peres Projects)는 도나 후앙카(Donna Huanca)를 비롯해 헤르만 니치(Hermann Nitsch), 라파 실바레즈(Rafa Silvares) 등 국내 전시에서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작가들의 작품임에도 개막 전에 절반 이상 판매했다. 조은혜 페레스 프로젝트 아시아 디렉터는 “SNS를 통해 꾸준히 작품과 작가를 홍보했기에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골수팬을 확보했다”면서 “신규 고객들 중에는 20-30대 젊은 컬렉터들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은 손에 든 부스 배치도를 빠르게 훑으며 점지해 둔 그림을 찾아 해당 갤러리 부스로 ‘달려갔다’. B홀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쾨닉 갤러리(König Galerie)에서는 독일 출신의 추상화가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의 작품이 삽시간에 완판됐고 “간발의 차로 못 샀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최근 급부상한 <도도새>의 작가 김선우 작품을 사러 가나아트갤러리 부스로 뛰어온 한 컬렉터는 솔드아웃 소식에 “30만 원짜리 VVIP티켓을 사서 맨 먼저 들어왔는데도 그림을 사지 못한다니 말도 안 된다. 그림 안 주면 못 간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의 개인전 형식으로 화사하게 꾸민 프랑스계 글로벌 화랑 페로탕(Perrotin)은 100억 원어치를 웃도는 출품작 전체를 개막일에 ‘완판’했다. 치열한 구매 경쟁 속에 이번 ‘키아프’는 첫날 6시간 동안 3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KIAF SEOUL 2021’ 행사 전경 © KIAF SEOUL



행사장 입구에 자리 잡아 행사의 첫인상을 만든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십자구도 작품과 그의 뉴욕행을 자극한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의 30억 원대 추상화를 나란히 걸어 세계 미술사에서 한국미술의 위치와 상호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을 비롯한 셀럽들도 페이스 부스에 한참을 머물렀다. 이번 행사의 최고가 출품작은 국제갤러리 부스에 걸린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1985년작 풍경화였는데, 가격은 140억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경매에서 31억 원에 팔려 이우환의 작가 최고가 기록인 동시에 국내 생존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운 <동풍>이 한 갤러리를 통해 다시 나왔다. 워낙 수작인지라 첫날 거래가 성사됐고, 시장 전문가들은 “갤러리가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 받은 후 2개월 만에 되파는 것은 과열된 시장에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단색화’의 박서보와 정상화, ‘한국 아방가르드’의 대표주자 김구림·이건용·이강소, 해외 활동이 왕성한 김순기·서도호·노은님 등도 일찌감치 ‘팔렸음’을 뜻하는 빨간딱지가 붙었다. 뉴욕에서 온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와 투팜스(Two Palms) 관계자들은 작품 걸기가 무섭게 판매로 이어지자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조만간 강남구 청담동에 서울 분관을 열 계획”임을 귀띔했다.


폐막 직후 한국화랑협회는 5일간 총 8만 8,0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역대 최대치인 65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시중 유동자금이 대체 투자처로 미술시장을 주목한 가운데 호황세가 뚜렷하고,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Frieze)’가 2022년부터 서울에서 ‘키아프’와 같은 기간에 열린다는 사실이 기대감을 드높인 결과다. 향긋하면서도 달콤 짜릿한 샴페인이 타는 목을 적셔줄 것인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품으로 흘러넘칠 것인가. 샴페인 뚜껑을 연 이번 ‘키아프’는 달아오른 미술시장이 투자로 흐를지 투기로 쏠릴지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기록될 듯하다.  


* ‘KIAF SEOUL 2021’ 행사 전경 © KIAF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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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조상인 『서울경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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