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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세상을 움직이는 그 힘에 대하여

a

France

Gaëlle Choisne, TEMPLE OF LOVE
2018.9.15-2018.12.15 파리, 베통살롱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는 [세상의 근원(L’origine du monde)]이란 파격적 작품 한 점을 세상에 남겼다. 이름 모를 한 여성의 음부. 프랑스 사실주의의 거장이란 화려한 명성에 걸맞게 화가는 여성의 성기를 극사실적으로 재현해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모델의 팔다리를 모두 잘라내고, 캔버스 전체에 주요 부위만 담아내는 과감한 화면구성을 선보였다. 이만하면, 작정하고 내놓은 희대의 문제작이다. 쿠르베가 타계한 지 한 세기가 훨씬 더 지났지만, 가로・세로 50cm 남짓한 이 작은 캔버스 앞에 선 사람들은 여전히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실제인지, 허구인지 알 길이 없으나, 지금까지도 작품 탄생에 얽힌 비화부터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를 두고 온갖 추측들이 무성하다. 소설 작가, 크리스틴 오르방(Christine Orban)은 쿠르베가 이토록 낯 뜨거운 작품을 남기게 된 연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짐작한다. “지금껏 남자들이 절대 그리지 않았던 그것, 자신들이 잉태되고 태어난 곳, 보물과도 같은 그곳을 인류에게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라고. 외설과 예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꽤 그럴듯한 이야기다. 애당초 작가가 흥미로워했던 것은 세상의 근원지(place)가 아니라, 근원(source)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르방 소설의 원제는 ‘나는 세상의 근원이었다(J’etais l’origine du monde)’이다.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사진 Bétonsalon 제공

Gaelle Choisne 'TEMPLE OF LOVE'(détail) 2018 Courtesy Bétonsalon - Centre d’rt et de recherche, Paris Image ⓒ Aurélien M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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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신과 인간, 인류애,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연인, 친구 사이, 또 어떤 그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며 보편적인 교감이다. 감정의 층위도 넓다. 우리는 사랑해서 즐겁고 기쁘다. 또한, 사랑하기에 밉고, 화가 나며, 때로는 두렵고, 슬프기도 하다. 이처럼, 사랑이란 감정 속에는 단순한 호감을 넘어,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일곱 가지 감정,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 모두 뒤엉켜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사랑에 대해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있는 최대치는. 그 누가 사랑에 대해 이 이상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겠는가. 사랑은 이성과 논리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경험으로 습득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각자 사랑의 경험과 기억, 그 속에서 소모한 감정의 종류와 크기가 다른 까닭에 무척이나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이기도 하다. 가장 흔하지만, 동시에 사랑이 어렵고 난해한 이유이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가?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인가? 현재, 파리시에서 빌라 바실리프(Villa Vassilieff)와 연계해 운영하는 현대미술연구센터, 베통 살롱에서 진행 중인 <사랑의 사원(TEMPLE OF LOVE)>전은 프랑스 작가, 가엘 소안(Gaëlle Choisne)이 사랑에 상처받은 자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사랑이란 해답 없는 물음 속에 갇힌 자들을 위해 지은 특별한 사원을 공개한다. 사랑의, 사랑에 의한, 사랑을 위한 모든 것이 담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 개인과 개인이 만나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물론, 역사, 종교, 식민제국주의, 인종과 젠더문제 등으로 사랑의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정치 사회적 담론을 제시한다. 





Gaëlle Choisne <TEMPLE OF LOVE>(vue d’nsemble) 2018

 Courtesy Bétonsalon -Centre d’rt et de recherche, 

Paris Image ⓒ Aurélien Mole

 




특히, 그는 콘크리트를 의미하는 베통(béton)’살롱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 시튜(in situ)’ 설치작업들을 통해, 작품과 공간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시각화하는 한편, 장소의 무한한 변형 가능성을 시험한다. 과연, 소안은 어떻게 사원이란 공간을 재해석했을까. 우리에게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까벽돌로 쌓은 벽면, 조금씩 끝이 벗겨진 페인트칠, 콘크리트 기둥과 물관들. 그 사이로 곳곳에 깔린 조개껍데기들과 굳어버린 새하얀 촛농들이 바닥을 메운다. 우리가 상상하던 고풍스럽고 웅장한 신전, 혹은 산세에 걸쳐진 고요한 사원과는 모양새가 사뭇 다르다. 어바니즘(urbanism)의 산물들, 유리, 콘크리트, 철근, 플라스틱이 난무하는 이 공간이 바로 소안이 지은 사랑의 사원이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작품에 사용된 다양한 종류의 오브제들과 마티에르(matière),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시노그래피(scénographie)이다. 누빈 이불보, 검은 비닐봉지, 갈기갈기 찢어진 천 조각, 녹슨 쇠창살, 소금 더미, 피사체를 투영하지 못하는 불투명한 거울 등 전혀 상관없는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다. 정해진 규칙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내러티브 구조에 따라 완벽히 연출된 것이다. 이는 대화체로 붙어진 작품들의 제목을 통해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데, 예컨대 <당신을 사랑하오, 나의 진주(I love you my pearl)>, <당신을 증오하오, 나의 진주(I hate you ma pearl)>, <당신의 가슴으로부터 나를 몰아내지 마오(Ne me bannis pas de ton coeur)>와 같은 것들이다. 





<TEMPLE OF LOVE>(détail) 2018 Courtesy Bétonsalon -

 Centre d’rt et de recherche, Paris Image ⓒ Mathilde Assier  



 


마치 한 쌍의 연인이 대화를 나누듯, 대칭 구도로 배치된 작품들은 복잡 미묘한 사랑의 언어와 감정, 온도를 활유적으로 표현한 결과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 그러나 그 속에는 다름이라는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이처럼, 작가에게 사랑은 다름을 전제로 시작될 수 있는 자신과 타인 혹은 사회 사이의 합의다. 만약, 다름이 용인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결코 잉태되지 못한다. 그는 이 사랑의 조건을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하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들에 개입한다. 그중 작가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 중 하나는 아이티공화국의 과거사이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아이티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에게 이 곳은 본인의 뿌리이자, 그가 잉태된 근원의 땅이다. 


굴곡진 아이티의 역사는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연 위대한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그가 1492년 히스파니올라섬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15세기 이후 불어 닥친 제국주의 물결 속에서, 섬의 원주민들은 몰살되었고, 이후 아이티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섬으로 전락했다. 유럽 열강들의 계속되는 지배 속에서 1804년 독립한 아이티는 그들이 자행했던 폭력, 그 잔혹했던 야만의 시대를 증언하는 땅이다. 이 비극적 역사는 작가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이고, 지켜내야 하는 미래이다. 아이티 토속신앙과 기독교와 결합하여 발전된 부두교의 소도 축제(Saut d’eau Vodou Festival)’의 모습이 스크린 위로 펼쳐진다. 축제 현장이 생생히 담긴 다큐멘터리 비디오 <사랑과 행운의 묘약(Philtre d’amour et de chance)> 속에서 사람들은 소도의 낙하하는 폭포를 맞으며 참혹했던 역사의 슬픔을 씻어내고, 그 속에서 피와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자들을 애도한다. 작가는 과거사와 같이 정치 역사적 쟁점 이외에도 여성의 인권과 성 소수자 차별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TEMPLE OF LOVE>(détail) 2018 Courtesy Bétonsalon - 

Centre d’rt et de recherche, Paris Image ⓒ Aurélien Mole  





쇠창살 속에 목걸이, 조개껍데기, 진주와 함께 혼합 설치된 비디오작품 <그리고 언제나 말하지 않는 바다(Et la mer qui ne dit toujours rien)>은 우리 사회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젠더차별과 폭력, 이성 간의 사랑만 허락되는 사회적 제도의 편향성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침묵하는 사회 속에서, 제도권 밖으로 몰린 약자와 소수자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창살 속, 거친 파도 앞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진주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포비넬리(Elizabeth A. Povinelli)는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사랑은 새로운 자유의 신비, 그리고 세속적 종교의 표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언어적 치환이 불가능하다지만, 포비넬리가 내린 사랑의 정의는 유효할 수 있다. 적어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으므로. 전시장에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희곡, 『놀이의 끝(Fin de partie)』 속, 네그(Negg)와 넬(Nell)의 반복적인 대화가 흐른다. 뜨거웠던 모든 것들은 식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냉골에서도 타오르는 것이 사랑이다. 놀이의 끝처럼 사랑은 계속된다. 처음과 끝이 없는 무한의 과정, 그 알 수 없는 힘은 세상을 잉태하고 변화시킨다. 쿠르베는 여성의 음부를 그리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미술과 뉴미디어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 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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