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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6, Sep 2014

의미의 패턴

2014.8.1 – 2014.10.12 아트센터 화이트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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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인 듯, 패턴 아닌 패턴 같은? 



무한대로 퍼지는 힘과 리듬감, 특유의 장식성이 주는 시각적 화려함 때문에 패턴은 그동안 미술계에서 종종 다뤄졌던 주제다. 다소 식상해 보일 수도 있는 주제를 새롭게 해석하는 특별함이 없다면 상투적인 전시로 끝났을텐데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이번 전시는, 패턴의 유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식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참여작가들의 상이한 의도를 대별하여 묶어봄으로써, 패턴이 가지는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성공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유명 인물의 초상 속에 또 다른 유명 인물 초상을 배치시키는 김동유의<이중그림> 연작은 패턴의 전형이자 이번 전시에도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통 풍경과 정물을 주제로 하는 값싼 이발소그림 위에 전혀 다른 맥락의 캐릭터나 대상을 그린 연작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풍경과 정물의 패턴 위에 작가의 터치를 통한 그 전형성을 우회하는 실험이자 미술시장에서 주로 가격으로 주목되어 묻혀버린 감이 있는 작가의 가장 대표적인 <이중그림> 초상시리즈가 가진 본질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패턴에 대해 그가 오랫동안 가져온 다양한 실험의 결과물임을 입증하고 있다.

                                                                   



김동유 <박정희(마릴린 먼로)> 2008

 캔버스에 유채 227.3×181.8cm





가치 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김인의 패턴 작품은 언뜻 보면 여느 극사실풍의 작업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그려진 사물들이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묘한 구석이 있다. 집안에서 굴러다니던 팔 빠진 아톰인형과 아들의 방학숙제인 로봇 장난감 등 뻔한 소재들을 함께 보여줘, 얼마나 힘 있는 그림으로 바뀔 수 있는지, 그래서 사람과 사물간의 관계, 사물이 전하는 메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해를 돕는 디스플레이는 적절해 보였다. 색점을 끝없이 반복해 마치 옵티컬 아트처럼 보이는 문형민의 <by numbers> 연작은 유명 잡지에서 자주 사용된 단어를 특정 색채로 변환해 그리는 통계학적인 회화다. 자신의 의도 밖에 있는 타인의 취향과 사회적 이슈를 개인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면서도, 대립적이지 않고 세련된 심미적 형식으로 표현해 내는 그의 내공이 느껴졌다. 정밀한 패턴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세상의 이야기에 대한 엄청난 축적과 계산이 필요하다. 그는 이것들을 관객들에게 강요하는 대신 힘을 뺀채 가장 절제되고 건조한 형식으로 드러낸다. 또한 격자패턴 특유의 시각적 언어는 현대 사회, 문화적 주제를 관객들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와 무한한 자유를 전달하고 있다.




이중근 <카르페 디엠(Carpe Diem)> 2013 

사진, 컴퓨터그래픽, 디지털프린트 150×150cm




서은애는 키 큰 대나무 숲의 패턴을 프레임에 가득 담고,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숲 아래서 유유자적 노니는 인물들의 모습을 위트 있게 그려 넣었다. 프레임 밖에도 전시장 가득 동일한 대나무 패턴을 마치 벽지와 같이 둘러싼 설치의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대량생산과 상업적 목적에나 주로 허용되던 패턴이 자연의 운치를 이물감 없이 현대적으로 변용해내는 작가의 이미지 전략에 활용되어 기능한다. 이번 전시 주제에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작업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화롭게 녹아 드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중근은 작업초기부터 일관되게 패턴의 화면을 만들어 내는 작가다. 전체를 보면 화려하지만 막상 구성하고 있는 형상을 보면 각종 포즈의 사람이나 잘려진 코, 혀 같은 인간의 신체부분 등 그로테스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와 부분의 이율배반과 공백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미술의 고전적인 속성을 가장 화려하고 기계적인 속성으로 표현해 낸다. 최근 유행한 가요의 가사처럼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가진 패턴의 기존 맥락 외에도 숨겨진 또는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서로 다른 의미와 개성을 조합해 봄으로써 오늘의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현 주소를 확인해낸 전시였다.   




문형민 <by numbers series Sports Illustrated 2008> 

             2011 캔버스에 페인팅 150×150cm               

                                                                       



* 김인 <29> 2013 캔버스에 아크릴 80×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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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전동휘 예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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