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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5, Aug 2014

두 번 반 매어진─이윤희

2014.6.20 – 2014.7.1 인사미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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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유, 환영의 무대  



전시는 다소 낯설어진 인사미술공간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회전문이 된 입구에는 하모니움이 붙어있다. 다시 말하면, 하모니움은 인사미술공간의 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 너머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암시하는 낡은 하모니움이 걸린 그 문을 관객은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가야 한다. 전시장 바닥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있고 작은 독수리 머리, 그리고 관객의 뒤에는 여전히 하모니움이 보인다.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전시장 전체는 악기가 존재하는 무대로 확장된다. 오브제, 영상, 사운드 등을 마주한 이 전시의 첫 느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대’ 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인 <Meet me at the eagle>은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을 소유하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백화점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작가 자신의 음악 교육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다소 자전적인 스토리에는 춤, 노래, 파이프 오르간 소리, 흑백의 화면들이 교차된다.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코스튬을 입은 배우들은 백화점 곳곳을 누비며 어색하게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한다. 노래의 가사 중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서 즐겁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윤이의 전시는 이 노래 가사의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는 이야기를 펼쳐놓음으로써 대화를 유도한다. 그는 과거에 대한 고백과 허구를 넘나드는 모호한 경계를 각 작품에 설정하며 거기에 동반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시장에 펼쳐놓고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그 대화를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작가는 정확한 출처와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배우의 내레이션, 노래, 오브제 등을 통해 전시장에 배치하고, 관객은 이 이야기 사이사이를 움직이며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이야기의 공유를 위해 만들어놓은 이 무대에는 이미지와 내러티브에 대한 관객의 끊임없는 의심이 동반된다. 그것은 각 스토리텔링의 장소를 대상에 대한 궁금증, 진위의 범위, 이야기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지하의 <세속적인 삼위일체>에서는 1층에서 만났던 배우들이 두 개의 화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남자는 회전문을 통과하며 북을 치고 여자는 배를 배경으로 북을 친다. 




인사미술공간 설치 전경사진




특정한 설명 없이 등장인물들은 영상의 제목이자 유행가의 제목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상기하듯 계속해서 이 행위를 반복한다. 화면 너머 벽 뒤에는 규칙적으로 불빛이 켜질 때 마다 실제 북의 반사된 그림자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되며 작은 화면, 반복되는 북 소리 그리고 빛에 의해 반사된 북의 환영만을 마주하게 된다. 2층에서는 <습지, 영주권, 트리오>, <마야(Not that)>, 수잔 손택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나이프, 스푼, 포크> 세 개의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이 세 작품 중 <마야>는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여성의 이름에 얽힌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춘수의 시를 배치한다. 마지막에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넣어 부르는 노래는 전시장에 기이하게 울리는데, 여기서 각 방은 하나의 영상을 위한 독립적인 공간의 역할을 일부러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영상을 보기 위해 각 방에 앉아있으면 다른 방에 있는 영상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공공의 사실을 다양한 층위로 담은 세 개의 영상은 사운드를 통해 서로 중첩되면서 발화 주체의 모호함과 허구를 재구성한다. 2층 전시장 중앙의 자살한 연예인들과 매듭을 교차로 보여주는 책 <날개 없이 나는 빨간 새를 보았다. 다가갔을 때 그것은 총알이었다>까지 보았을 때 순간 입구에 놓인 하모니움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낡은 하모니움은 반복해서 전시 입구를 회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문을 밀고 들어갈 때 마다 관객이 공유하는 기억들은 매번 달라질 것이다. 이윤이의 전시에서 관객, 작가, 그리고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언어는 모호하게 뒤섞여 하모니움 너머의 공간을 환영이 존재하는 무대로 만들어내고 있다.     



* 인사미술공간 설치 전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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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미정 고양창작스튜디오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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