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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5, Aug 2014

Cloud Shadow Spirit─금혜원

2014.6.14 – 2014.7.13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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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둘러싼 풍경들, 밝고 예쁘고 화사한



금혜원은 여전하다. 여전히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한다. 어깨에 짊어진 카메라를 꽤 독특한 곳들에 데려간다. 아마 카메라에게도 낯선 경험이었을 것이다. 금혜원과 카메라는 도시의 갈라진 거죽 사이로 보이는 이상한 풍경들 사이로 꽤 열심히 돌아다니며 사진 이미지를 생산한다. 러닝머신이 인간을 달리게 만들듯이, 도시의 삶이란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좀처럼 알지 못하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가. 지하철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목숨을 다한 집은 어떻게 죽고 또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가. 우리가 밟는 아파트 단지의 잔디밭 아래에는 어떤 파이프와 전선이 지나며, 또 어떤 어두운 공간이 존재하는가. 금혜원은 바로 그런 것들을 찍어 왔다.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들의 생경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금혜원이 죽음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죽음은 삶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언제나 죽음이 지닌 강렬하고 압도적인 중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노래하고, 그리고, 쓰고, 두려워하고, 매혹당하며, 맞선다. 이러한 저항과 매혹이 삶을 뒤틀고 일그러뜨리면서 그 형상을 만든다. 특히 사진은 원래부터 죽음과 친화력이 높은 매체였다. 같은 강물에 손을 두 번 담글 수 없듯이, 같은 사진을 두 번 찍을 수는 없다. 동결되어 있는 사진과는 달리 우리는 계속 늙어가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의 세포들은 더 이상 분열을 거부하고 조직은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밝은 햇빛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는 이들의 사진이 슬픈 것은 우리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간은 비가역적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사진을 보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죽음에 더 가까워졌는지를 떠올리게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C04> 2013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80×120cm




이번 전시에서 금혜원이 찍은 것은 애완동물의 죽음이다. 아니, 그 죽음이 지닌 중력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것이다. 사진의 노출은 꽤 밝고 화사하다. 좋은 선택이다. 죽음이야말로 밝고 화사하게 찍어야 하는 것이다. 원래 어둡고 슬프게 찍고 싶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택에 우리는 밝고 부드러운 빛 아래서 죽음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동물의 죽음을 둘러싼 슬픔의 풍경은 꽤나 낯설고 묵직하다. 금혜원이 ‘Still Life’라는 제목을 붙인 박제된 개의 털은 부드럽고 눈매는 차분하다. 플라스틱 눈알이겠지만 말이다. 뼈와 살을 발라낸 박제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하는 사랑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납골당에 빼곡하게 놓인 생수병과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를 볼 때, 우리는 왠지 조금 견디기 어려운 기분이 된다.


금혜원은 매체를 새롭게 재해석한다는 식의 핑계로 영상이나 설치, 퍼포먼스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저 계속 사진을 찍는다. 예전 사진들보다 덜 장식적이고, 프레이밍은 밋밋하고 차분해졌다. 일반적으로 이런 것은 작가의 작업이 어떤 궤도에 진입한다는 것을 알리는 징후이기도 하다. 어쩌면 올해 서른여섯이 된 금혜원은 네 번째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전성기에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작가상의 열두 번째 수상자로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상이란 대개 그렇다. 괜찮은 작가가 받을 만한 작업으로 받는다. 어쩌면 이런 것이야말로 상의 미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함이기도 하다. 게다가 새로운 작가가 혜성처럼 등장하는 일이 어째 뜨문뜨문해서, 상 줄 사람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작가상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괜찮은 작가들을 잘 골라서 제대로 지원하는 좋은 상이다. 이 상이 지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Still Life _ Diamond> 2014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83×100cm




* <J16> 2013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80×1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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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현호 사진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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