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 작가들의 다층적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로컬 프로젝트 2021’의 세 번째 주인공은 작가 장백순이다. 1968년 청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한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중국 등에서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그의 작업은 중국우한미술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중국이리예술관, 중국송좡당대문헌관, 중국하얼빈조선민족예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장백순은 돌, 금속, 나무, 마 등 다양한 소재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소재는 ‘마’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들에 ‘탄생과 소멸’, ‘공수래공수거’의 의미를 담아낸다. 공수래공수거는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삶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러한 통찰은 ‘공(空)으로 압축되어 작가의 철학을 드러내며 작품에 구현된다.
<空> 2021 마 가변설치
이번 전시에는 마로 제작한 108개의 불상과 불두를 선보여 이목을 끈다. 대표작 <空>은 10.9m의 천고를 가진 전시실 공중에 매달아 설치됐는데, 그 크기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또한 커다란 구 형상을 이루고 있는 작품 양옆에 자리한 조명은 바닥에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조성된 분위기는 관람객이 마의 특성과 불상 각각을 더욱 잘 관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편 작가는 “생명의 짧음과 시간의 영원함, 개체의 한계와 우주 만물의 조화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소회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