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에세이 『저자의 죽음(The Death of the Author)』에서 “한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모티브와 영향을 미친 요소들이 결부되기 때문에 ‘작품의 창조’라는 개념은 포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예술가간의 교류, 미술사조, 개념 등의 요소를 ‘전조’로 정의하고, 이 요소들의 속성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복’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로드니 그레이엄(Rodney Graham), 데이비드 디아오(David Diao), 쿤 반 덴 브룩(Koen van den Broek), 제여란, 오유경 다섯 작가는 모방과 창조의 중간에서 그들만의 색을 입힌 세계를 보여준다.
로드니 그레이엄(Rodney Graham)
<Cylindro-chromatic Abstraction Construction #30>
2016 나무에 아크릴 폴리머 78×60×14.5cm
개념적, 기술적, 형태적으로 전조를 차용하고 전복한 결과물을 통해, 현대미술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창조와 차용의 의미와 관계를 강조하는 동시에 작가 고유의 조형언어를 제시하는 것. 심리학자나 음악가 등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하고 유머를 더하는 작업을 펼치는 로드니 그레이엄은 강렬한 색채의 패턴을 무질서하게 배치한 작품을 선보인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데이비드 디아오 역시 단순한 패턴과 색면을 다루지만 그의 작품에는 신비로움과 호소력이 존재한다. 쿤 반 덴 브룩은 폐품에 영감 받은 잔잔하지만 힘 있는 회화작품을, 제여란은 묵직하지만 호쾌한 화면을, 오유경은 은도금한 금속 탑을 만들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재해석될 수 있는 작품들은 아티스트의 흔적을 읽고 생각지 못했던 연결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전시는 지난달 18일부터 11월 19일까지.
· 문의 갤러리바톤 02-597-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