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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0, Mar 2014

웨일 쇼키
WAEL SHAWKY

가공된 논픽션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지낸 때를 제외하고는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권, 특히 이집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내 온 작가 웨일 쇼키(Wael Shawky)는 이집트 토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서구 중심의 국제 아트 씬에서 주목받는 여타 비서구 출신 작가들의 대부분이 다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거나, 오랜 해외 경험을 거친 것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에서는 문화적, 종교적 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편.
● 김아영 영국통신원 ● 사진 Lisson Gallery, Serpentine Gallery 제공

Wael Shawky Installation view Serpentine Gallery London (29 November 2013-9 February 2014) ⓒ 2013 Hugo Glend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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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단순한 차별성으로 그의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문화에서 야기되는 낯섦과 새로움은 작품성을 인정받는데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화적 특수성을 예술이라는 보편적 맥락에서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조율하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쇼키의 작업은 중동이라는 지역색을 담고 있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세계 전역에 걸쳐 나타나는 사회적 쟁점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작가는 지역색과 보편적 맥락의 균형을 맞춤으로써 다양한 지역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 가을 런던의 서펀타인(Serpentine) 갤러리에서 오픈한 개인전이채 끝나기도 전에 런던에 위치한 또 다른 유명 갤러리 중 하나인 리쓴(Lisson) 갤러리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던 그는 그야말로 핫한 작가다.


‘딕텀(Dictums)’시리즈의 첫 번째 작업이었던 <10:120>는 퍼포먼스 작업으로, 2013년 ‘샤르자(Sharjah) 비엔날레’에서 행사인력이었던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아랍 에미리트(UAE)의 샤르자라는 지역에서 열리는 이 큰 미술 행사에서, 실상 해당 지역 사회 대부분을 구성하는 파키스탄, 인도 출신 주민들은 그 행사에서는 소외당하는 입장에 놓인다. 행사의 내용적 부분에 있어서 전혀 무관한 그들은 행사를 위한 노동력만을 제공할 뿐이다. 쇼키는 비엔날레의 보도 자료라는 텍스트를 가지고 행사 노동자들과 함께 워크샵을 진행해 작업을 발전시켰고, 이로써 제도 비판적 뉘앙스를 가진 음악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노동자들은 직접 텍스트 안에서 원하는 부분을 선택하고 그 내용을 어두(Urdu)로 번역하여 그들이 선택한 음악 ‘카왈리(Qawwali: 파키스탄, 인도 등지에서 전해지는 전통음악)’의 형태로 연주하고 노래했다. 노동자들에게 권위/주체성(authority)을 부여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노동력의 수출, 수입이 가져 온 사회 구성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해당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스스로가 소외되는 행사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위) Wael Shawky Installation view Serpentine Gallery London 

(29 November 2013-9 February 2014) ⓒ 2013 Hugo Glendinning  

(아래) Wael Shawky <Cabaret Crusades: The Horror Show File> 

2010 Video still, single channel HD-video, Antioc 4, color, sound, 

31:49min Courtesy Galerie Sfeir-Semler ⓒ 2013 Wael Shawky




최근 완성한 딕텀 시리즈 두 번째 작업 ‘만키아’에서는 고가에 거래되는 특이 품종인 검은 낙타 무리가 ‘마자이나(Mazaynas)’라 불리는 일종의 예쁜 낙타 선발대회를 위해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필름 작업은 작가가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베두인(Bedouin)’족의 삶의 변화를 조명한다. 그는 도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베두인족이 유목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농경생활에서 다시 도시생활로 삶의 모습을 바꾸는 것에 주목하고, 도시 혹은 국가의 문화·종교적 특성이 자본의 흐름에 의해 흐려지고 있는 사회 양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다. 한편, 마리오네트를 이용해 극을 이끌어 나가는 필름 카바레 ‘크루세이드’시리즈에서 작가는 역사의 해석과 조작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200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던 십자군 전쟁은 현재까지도 아랍권과 서구권의 관계에서 빼놓고 생각되어질 수 없을 만큼 역사에 큰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전쟁을 발생시키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던 교황 우르바노 2세(Pope Urban II) 연설은 그 당시가 아니라 몇 년이 지나서야 몇몇 학자들에 의해 각기 기록되었다. 여기에서 작가는 역사의 객관성에 의문을 던진다. 기록으로 남게 되는 역사에는 역사가의 관점이 투영되어 절대적 사실이란 있을 수 없으며, 경제·정치적 상황 속에서 역사는 충분히 이용되어 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침략’은 때로 ‘용기’로 둔갑하기도 한다는 역사의 조작성을 이야기하며, 그는 서구의 시선이 아닌 아랍의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 해보자는 태도를 내비친다. 서펀타인갤러리에서의 전시에서 벽에 쓰인 설명문들도, 관련 출판물도 영문·아랍어의 혼용으로 쓰여 있었는데, 이는 서구 사회의 맥락 속에 아랍의 시선을 통한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한 사건에 대한 두 입장을 나란히 놓아보려 한 작가의 의도를 보여준다. 쇼키는 매체(medium)에 대한 고민도 멈추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던 리쓴 갤러리에는 쇼키가 작업 중인 드로잉이 펼쳐져 있었고, 서펀타인갤러리에서도 필름만을 전시하지 않고 마리오네트들과 인형극에 쓰인 소품, 드로잉 등을 함께 전시 한 바 있다. 




Wael Shawky Installation view

 Serpentine Gallery London

 (29 November 2013-9 February 2014) 

ⓒ 2013 Hugo Glendinning




처음에 그것들을 전시하는 것이 극의 몰입을 깰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결국 각각의 매체가 지니는 한계와 그 로인한 특수성을 걱정해 한 작업을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필름이어서인지, 유리관 안에 줄서서 전시 된 마리오네트라든지, 필름 안에 등장하는 십자군 깃발과 같은 소품은 마치 역사적 사료가 전시된 듯 한 느낌이면서도 작가에 의해 재창조 된 새로운 내러티브 속에서 생동감을 잃지 않는다. 드로잉을 이용한 애니메이션도,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필름도 아닌 마리오네트를 이용하는 것은 카바레 크루세이드 시리즈의 큰 특징인데, 마리오네트가 움직이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역사의 조작성이라는 측면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형은 스스로 표정을 만들거나 몸짓하지 못하고, 무대 혹은 필름의 화면 밖에서 인형을 다루는 사람에 의해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보여주고자 하는 태도가 배제된 채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덕에 보는 이가 그들의 관점을 투영하여 보게 된다는 점도 그가 마리오네트를 이용하는 이유이다. 




Wael Shawky <Dictums> Installation view 

Lisson Gallery London 2014 

ⓒ the artist; courtesy Lisson Gallery London




연기(acting)라는 요소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장치는 아이들을 배우로 삼는 것이다. 쇼키는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아이들이 아닌 동네 꼬마들을 섭외하여 필름 작업을 한다. 꼬마들은 자신의 말, 행동, 표정이 어떻게 보일지를 의식하고 연출하지 않고, 가식(fakeness)없이 지시된 상황에 진지하게 몰두하여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렇게 극을 이끌어가는 주체에게 주체성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이야기의 어조는 중성화되지만, 그의 필름 안에서 마리오네트나 아이들은 중립성을 유지하지 않는다. 작가는 사실 객관적 입장에서 역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인형은 스스로 표현하는 능력이 없고, 아이들 역시 순진해서 들은 대로 말하고 하라는 대로 하기 때문에, 작가는 그들의 중립성에 자신의 목소리를 덧붙인다. 결국, 이야기는 그들을 조종하는 또 다른 배후, 즉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 그는 이렇게 기존에 서술된 역사적 관점을 제거하는 동시에 다시 자신의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조작과 재해석으로 작업을 해 나간다. 과거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현재 사회의 흐름과 변화에 귀 기울이며 동시대성을 유지하고, 문화적 뿌리에 충실하면서도 보편적 이슈를 끌어내 공감대를 형성한다. 




Wael Shawky <Dictums> 

Installation view Lisson Gallery London 2014 

ⓒ the artist; courtesy Lisson Gallery London





쇼키는 작가로서만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매스 알렉산드리아(Mass Alexandria)’라는 교육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중-후반 이집트의 미술기관은 정부의 지배하에 있었단다. 당시에는 미술계의 기반이 약했을 수밖에 없었는데, 1998년 즈음, 카이로에 타운하우스 갤러리(Townhouse gallery)가 오픈하면서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기관이나 대안적 공간들이 속속들이 생겼단다. 쇼키는 이집트미술계의 기반이 약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학위를 따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는 풍토 속에서 정말로 작업에 뜻이 있는 학생들을 도와주고자 사비를 들여 알렉산드리아에 교육기관이자 레지던시인 기관을 열게 됐다. 매년 24-30명의 학생을 모집하여 본인 작업실의 빈 공간을 내어주고 7달을 무료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단다. 더불어, 이곳의 학생들 중 11명은 지난 2013년 열린 카셀 도쿠멘타에 쇼키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여 국제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자신의 작업 활동을 활발히 할 뿐 아니라, 고향에서 자신의 뒤를 밟고 있는 후배들을 도와주기 위해 돈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열정이 그와의 대화 속에서 전달되고 있었다.   




<Wael Shawky> Courtesy the artist 

and Lisson Gallery London




작가 웨일 쇼키는 1971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현재까지도 알렉산드리아에서 지내며 작업하고 있다. 1994년 알렉산드리아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한 뒤 이집트에서 활동하다 200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미술 석사를 졸업했다. 이집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2011년 런던 서펀타인갤러리에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2013년 샤르자 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 등에 참여했다. 뉴욕 모마(MoMA PS1)에서 ‘카바레 크루세이드(Cabaret Crusades)’ 3번째 연작의 오프닝을 앞두고 있으며, 뒤셀도르프의 케이20(K20), 카타르의 만타프(Mathaf), 시카고 뮤지엄 등지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홈그라운드인 중동에서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계획 중이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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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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