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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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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verse and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라. 당신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무엇이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지 궁금해하라. 호기심을 가져라.”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말처럼 우리는 더 이상 우주의 세계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비대면의 생활화는 가상과 초월의 세계로 확장되어 갔고,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같은 세상이 삶의 전반에 공존하고 있다. 편집부는 궁금해졌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그래서 이에 대한 특집을 마련했다.먼저 미래 삶의 화두로 거론되는 메타버스, 멀티버스의 개념이 무엇인지,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 알아본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이 예술계에서는 어떻게 확장되고 비전을 형성하는지 살피며 인식의 폭을 확장해나간다. 끝으론 미술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의 강점과 효과가 무엇인지, 과연 NFT가 미술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톺아본다. 그저 막연하고 어렴풋하게만 느껴졌던 다중우주의 세계, 지금 함께 떠나볼 시간이다.
● 기획 · 진행 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기자

잔 왕(Zhan Wang) 'My Personal Universe' Installation view at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Beijing 2011 Photo: Yang Yugu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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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No. 1 

메타버스는 오늘 인류에게 어떤 초월 욕망을 선사하는가?_이광석


Special Feature No. 2 

참여, 개방, 공유의 신세계_홍이지  


Special Feature No. 3

대체 불가능한 시도들_김나희





Views of the permanent exhibition 

<Universe of Particles> 

in the Globe of science and innovation 

© 2010-2021 CERN Photo: Michael Jungblut





Special Feature No. 1

메타버스는 오늘 인류에게 어떤 초월 욕망을 선사하는가?

●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메타버스 이전의 초월 욕망, 사이버공간


물리적 세계의 한계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것, 즉 물질 초월(physical transcendence)의 인간 욕망은 꽤 오래됐다. 아니 유사 이래 계속되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가령 인간 의식과 논리의 심연인 무의식과 꿈에 대한 탐험, 시공간 제약을 초월하는 타임머신 시간여행, 지구 밖 미지의 우주 행성과 또 다른 평행 우주의 관찰 등 따져보면 끝이 없다. 이들 ‘초월’의 차원들은 인간에게 그저 주어진 물리적 현실의 제약을 넘어서는 또 다른 미지로의 상상과 초월의 입구와 같았다. 무엇보다 물질 초월은 육체의 감옥으로부터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욕망의 발현이기도 했다. 현실 세계가 짓누르는 물질적 고통과 무질서에 대한 불만은 인간에게 새로운 초월 욕망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특히 ‘기술’을 창의적으로 다뤄 문명 세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인간만의 종적 능력은 이와 같은 초월 욕망을 현실로 투사하는 실행력이라 볼 수 있다.


인간 역사에서 기술로 매개된 물질 초월의 이상은, 디지털 인터넷이 발명되면서 좀 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인터넷은 현실의 존재론적 조건이 주는 한계와 부족함을 초월하는 최적의 기술적 실제 같았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인터넷의 태동을 마주하며 오랫동안 인간을 괴롭혔던 현실 물질세계의 땀, 고통, 가난, 빈곤, 전쟁 등이 사라지고 ‘마찰 없는(friction-free)’ 자본주의가 열릴 것이라고 예언할 정도였다. ‘사이버공간(cyberspace)’은 1990년대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했던 은유적 용어가 됐다. 인터넷이 당대의 기술 현실이었다면, 사이버공간은 인간의 초월 욕망이 투사된 문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사이버공간은 물질 초월의 비유적 데이터 공간개념으로 쓰였다. 알려진 것처럼, 사이버공간이란 말은 1984년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뉴로맨서(Neuromancer)』란 소설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래 소설에서 사이버공간은 컴퓨터 네트워크들의 광범위한 전자 접속망인 ‘매트릭스’로 매개되는 인간과 기계 변형의 미래 세상을 묘사한다.




헤일린(Haiiileen) <Haiii-liiight> 2019

Mixed-media, Acrylic, LED lighting © the artist




메타버스의 탄생


이번에는 ‘메타버스(metaverse)’가 그 시절 사이버공간을 대신해 인터넷 기술을 상징하는 새롭고 강력한 용어로 등장했다. 메타버스는 ‘초월(메타)’과 ‘세계(유니버스)’가 합쳐진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사이버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은유적 개념처럼 느껴진다. 물론 기술적으로만 보자면, 물질 초월의 가상 시지각 실제감이 과거 그때보다 더 깊어진 신기술 현실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동안 ‘거울세계’, ‘혼합현실’, ‘세컨드라이프’ 등 유사 개념들이 출현하기도 했으나 유독 메타버스가 이를 흡수하는 가장 강력한 주류 용어가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충격이 인간의 온라인 비대면 현실을 강요하면서 메타버스의 논의 강도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개념은 최초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란 사이버 펑크 작가가 1992년에 쓴 공상과학(SF)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소개되고 있다. 이는 고글과 이어폰 등 시청각 출력장치에 연결된 마치 실재하는 것 같은 디지털 시뮬레이션 세계로 묘사된다. 여기까진 명칭만 달리할 뿐 사이버공간의 유래나 특징과 흡사해 보인다. 따져보면 둘 사이에 내적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시지각의 질적 변화다. 가령, 가상/증강(VR/AR) 기술의 발전은 ‘집’이라는 단어와 같이 빈약한 상징을 주고받는 대신에 우리에게 3차원 환경의 주택을 거닐며 ‘집’을 음미할 수 있게 했다. 가상현실을 처음 고안하고 상용화한 재런 러니어(Jaron Lanier)는, 우리가 ‘탈상징적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이버공간 속에서 집은 언어적 상징 대신 인공 사물 그 자체 안에서 거주를 체험하는 의미로 신체 감각된다.


메타버스에 이르면, 사이버공간 속 가상의 집 개념을 한 단계 더 밀고 들어간다. 이는 단순 가상 체험을 넘어선다. 누군가 원하면 메타버스에 직접 집을 설계해 짓고 살면서 친구를 초대해 파티를 열 수 있다. 집을 가상 자산화해 지적 재산으로 경매 거래 가능한 무형의 부를 창출할 수도 있다. 단순 초월 욕망과 달리 메타버스는 가상에서 다시 현실 논리로 회귀하는 기술 감각을 강조한다. 사이버공간은 물질계 논리를 인터넷 기술을 통해 디지털계로 확장하려는 욕망에 가까웠다. 어찌 됐건 중심축은 현실이었다. 메타버스로 오면, 물질과 디지털 논리가 서로 혼합되고 때론 뒤집힌다. 자주 디지털과 가상의 권력 논리가 현실보다 우세하고 압도한다. 


이를테면, 메타버스의 입장을 위해 누군가 아바타(avatar, 가상 캐릭터)를 만든다. 이 아바타는 나 대신 가상의 사무실에 출근한다. 그곳에서 출근을 알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른 아바타들과 회의한다. 일과 후 파티에도 참석한다. 물론 인간 아바타들이 이와 같은 신체 접촉 활동을 대리한다. 보통 사이버공간에서는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 그곳에 머물고 그것의 현실 구속력이 적었던 반면, 메타버스의 가상 인간 활동은 헛되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물질적 조건, 즉 경제 수익, 인간관계, 사회 영향력으로 직접 연결되고 되먹임된다. 가상이 실제가 되는 것이다.




Website overview of <Anthology of Metaverses 1.0>

© MYTXT and Anthology of 

Metaverses anthologyofmetaverses.com




상업적 욕망의 확장태, 메타버스


오늘날 메타버스를 주도하는 주체가 주로 빅테크와 문화산업임을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메타버스는 가상의 증강 현실 속에서 오락, 쇼핑, 사회, 경제 활동을 생생하게 연결하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묘사된다. 이들 흐름의 한 축에는 전통 게임업계가 있다. 닌텐도의 ‘동물의 숲’ 게임에는 바이든 대통령 대선 시기 선거 캠프가 차려지고 온라인에서 이는 아바타들을 향한 유세 창구가 된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기 어려워진 대학생들은 가상의 블록 건축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자신들의 대학 캠퍼스 건축물을 재현했다. 그곳에서 수업을 하고 가상졸업식을 개최했다. ‘로블록스(Roblox)’란 오픈 게임 플랫폼에는 현재 이용자 중 200만 명 정도가 게임 개발을 위해 온라인으로 출근하고 그 안에서 ‘로복스’란 가상화폐를 거래한다. 일상 정치, 대학, 직장이 게임과 만나 혼합되고, 게임 속 활동이 일상이 되고 현실 생존을 위한 벌이와 연결된다. 


문화산업의 변화 또한 눈에 띈다.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액션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 만든 ’파티 로얄’이란 콘서트 무대를 활용해 뮤지션을 끌어들였다.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이곳에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총 5회 공연으로 수천만의 관객을 모으고 수백억 원의 관람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2억 명 유저를 지닌 제페토(Zepeto)에는 ‘블랙핑크’ 아바타들이 가상 팬 사인회를 열어 수천만 명이 넘는 케이팝 팬들을 모으기도 했다. 메타버스를 통한 비즈니스의 정점은, 가상의 디지털 사물을 모두 실물 자산처럼 사고파는 움직임에 있다. 이미 자본주의의 지적 재산권은 새롭게 지식과 데이터를 사유화하는 강제 법체계로 작동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추종자들은 디지털 사물에 화폐 가치를 매겨 분양하거나, 특정의 암호화폐 기술을 가미해 가상의 아이템에 현물 자산의 지위를 부여하려고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물론이고, 이른바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은 메타버스를 떠받치는 무형 자원의 실물 자산화 기제로 자리 잡고 있다. 비트코인이 일반 돈처럼 교환 가능한 화폐 역할을 한다면, NFT는 자산 가치는 있으나 각 아이템의 가치가 다른 고유값이 다른 등기부 등본이나 집문서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써서 원소유자와 거래 이력이 정확히 명시돼 배타적 소유가 분명한 무형 자산이 된다. 그래서 NFT는 메타버스에서 만든 그 어떤 무형의 게임 혹은 소셜 아이템이나 디지털 아트 작품들을 거래하는데 최적화된 기술이자 화폐로 부상하고 있다.




나타샤 파이지(Natasha Faizi) 

<Free Falling into Reality> 2020 © the artist




디지털 세속주의의 전망을 넘어


메타버스와 함께, 우리 주위에 ‘멀티버스(Multiverse)’란 물리학 용어가 유사 개념으로 심심찮게 쓰인다. 우리가 아는 관찰 가능한 우주는 지구 행성을 포함한 유일한 ‘단일(유니)’버스 개념이다. 단일 우주를 초월한 ‘다중(멀티)’우주는 이 세계의 모습이 전부가 아닌, 또 다른 더 큰 우주의 일부이거나 중첩되고 어긋나있는 수많은 우주 혹은 여러 겹겹의 평행 우주를 가정한다. 특히 신기술의 발전과 관련해 보자면 멀티버스는 기술로 축조된 또 다른 시뮬레이션 된 디지털 우주의 생성 가능성을 뜻한다. 현실 물질 초월(메타)의 맥락보단 여러 세계의 다층(멀티)적 공존을 강조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는 주어진 세계 밖 또 다른 무수한 세계들의 공존에 대한 믿음과 이를 신기술에 의지해 또 다른 상상의 시뮬레이션 세계들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긍정이 깔려있다.


따지고 보면 사이버공간, 메타·멀티버스 개념 모두에는 인간 기술에 대한 무한한 낙관이 깔려있다. 기술을 통해 현실의 구질구질한 물질세계의 질곡과 신체의 한계를 초월해 인간 영생과 부 축적의 신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열광이 그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메타버스 문화는 인간이 아바타에 의지해 또 다른 정체성을 구성해 새로운 주체 감각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대면 관계 속에서 사회적 소통의 감각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 활동이 이곳에서 이뤄지면서 메타버스 관련 직업이 늘어날 가능성 또한 높아 보인다. 하지만 오늘날 메타버스의 징후들은, ‘메타’와 ‘멀티’ 우주라는 단어들이 주는 상상력의 층위나 감각만큼 그리 신선해 보이질 않는다. 오래전 사이버공간의 구상에 비해서도 그 내용이 초라하다. 메타버스는 소비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업화된 시뮬레이션 공간으로 축소되고, 주로 개미 투자자들의 ‘수혜주’로만 각광받는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맥락에서 보면, 메타버스의 비전을 축조하는 지배적 주체들은 게임, 문화, IT업계 플랫폼 장치를 지닌 닷컴기업이 지배적이다. 이미 플랫폼 알고리즘 논리가 우리의 현실 속 문화 취향을 조정하고, 배달노동자의 실시간 동선을 통제하며며, 우리 의식의 편견을 강화하는 맥락 속에서 메타버스의 특징적 징후를 읽어야 한다. 이는 가상과 현실이 역전된 또 다른 진혼곡 같은 우울한 미래를 우리에게 미리 보여주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과 자유의 감각보단 외려 다중 정체성의 혼란, 과잉 시장화, 가상 자산과 부의 논리 확대, 아바타들의 데이터 권리 오남용 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사이버공간이 기술 이상주의에 경도됐다면, 안타깝게도 오늘 메타·멀티버스는 디지털 세속주의의 결정판이다. 메타버스로부터 본말이 전도된 기술 과잉의 왜곡을 깊게 읽을 필요가 있다. 빅테크의 기술 전망에 비해 메타버스에는 자유로운 시민들 사이 기술과 인간 호혜의 공동체적 전망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라도 예술의 기술미학적 감수성이 요구된다. 이는 메타버스의 세속화 논리를 그 중심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기술비판 정서와 공통감각을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PA



글쓴이 이광석은 테크놀로지, 사회, 문화가 상호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와 비평, 저술과 현장 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 비판적 문화연구 저널 『문화/과학』 공동 편집주간이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일한다. 주요 연구는 기술문화연구, 예술 행동주의, 플랫폼과 커먼즈, 인류세, 포스트휴먼 등에 걸쳐 있다. 지은 책으로는 『디지털의 배신』, 『데이터 사회미학』, 『데이터 사회 비판』, 『옥상의 미학노트』, 『뉴아트행동주의』, 『디지털 야만』, 『사이방가르드』 등이 있고, 기획하고 엮은 책으로는 『사물에 수작부리기』,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불순한 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세바스티안 디아즈 모랄레스

(Sebastián Díaz Morales) <3# Multiverse> 

Exhibition view at Stuk, Leuven, Belgium 

2019 Photo: Kristof Vrancke




Special Feature No. 2

참여, 개방, 공유의 신세계

● 홍이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메타버스(Metaverse)’는 갑자기 세상의 판도를 흔들며 등장한 새로운 무언가가 아닌 가상세계가 확장되고 진화하며 구축된 개념으로, 1992년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가상현실로 구현한 인터넷’으로 묘사하는 단어로 등장시켰다. 메타버스는 2000년대 초반 ‘혼합현실’과 ‘사이버 비즈니스’ 등의 개념과 함께 다시금 대두되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이원론에서 벗어나 가상공간을 현실 세계로 옮겨 실제 생활과 동일한 활동, 즉 재화 가치 창출, 공동의 경험 구축을 가능케 하며 실시간으로 현실 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확장된 의미로 사용된다. 흔히 가장 유명한 초기 메타버스의 예로 세컨드라이프를 언급한다. ‘린든 랩(Linden Lab)’의 CEO 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이 앞서 언급한 『스노 크래시』에서 영감을 받아 구상한 세컨드라이프는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참여형 커뮤니티 서비스로, 사용자는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린든 달러’라고 하는 가상 화폐를 통해 가상 부동산은 물론 디지털 오브젝트를 제작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2006년 당시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늘어났지만, 이듬해 아이폰 3G의 등장과 함께 트위터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잊혀졌다. 그러나 세컨드라이프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메타버스가 구축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99년 국내에 소개된 ‘다다월드(Dadaworlds)’는 광운대 건축공학과 신유진 교수가 구축한 가상공간 플랫폼으로, 현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메타버스처럼 다다월드 내에서 상거래가 가능했으며 평당 10만 원에 400개의 점포도 분양했었다. 당시 삼성증권, 외환카드(현재 하나카드), 한양대 병원 등이 다다월드 내에 분원을 운영하여 진료, 증권거래가 가능했고 서울경찰청은 사이버 파출소 설치를 추진한 바 있다. 다다월드는 현실의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꿈꿨던 가상공간이었던 만큼 사이버 시민들이 사는 다다월드 연방국에는 자유마을, 행복마을 등이 있었다. 대통령은 물론 중앙정부청사와 교회, 심지어 지하철도 있었다.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스노 크래시(Snow Crash)』 표지




그러나 다다월드는 가상 거래에 대한 불신과 함께 ‘IT 버블’이 꺼지면서 자금난을 겪게 되었고, 그 당시 인터넷 인프라 여건에 비해 너무 앞서간 서비스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채 2000년 빠르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다월드가 등장했던 1999년은 웹 1.0 시대였으며 ‘싸이월드’ 같은 정보를 모아서 축적하는 것 외에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던 웹 2.0 이전에 구축된 메타버스였던 만큼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간 서비스였다. 신유진 교수팀은 이후 2007년 ‘터23’을 선보이며 가상 화폐가 아닌 휴대폰 결제, 신용카드 결제, 계좌이체 등 실제 화폐 통용과 주택 청약 및 분양도 가능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2000년대 초기 메타버스 모델들을 살펴보면 현재의 모습과 비슷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당시에도 메타버스는 확장 현실로 인식되며 현실에서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케 했다. 차이점이라면 당시에는 가상에서도 가능한 현실의 간접 체험으로서 플랫폼이 어필되었다면 2019년 코로나 이후의 메타버스는 대안이 아닌 유일하고 안전한 공간으로의 인식의 변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빠르게 익숙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터23’에서도 서울광장에서 시위를 하고 쇼핑이 가능했지만 2020년 닌텐도사의 게임 ‘동물의 숲’을 통한 선거 운동과 집회 시위, 패션 회사들이 개발한 게임을 통한 패션쇼 등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모일 수 없고, 이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메타버스와 체험은 기존에 부정적이었던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냈다.




로블록스(Roblox) 스크린샷 roblox.com




나, 너, 우리가 함께한다는 경험


메타버스는 ‘온라인 게임’과 개념상 많은 특징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포트나이트(Fortnite)’ 게임 내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며 동시 접속 1,200만 명을 이끌어낸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경우나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맵과 콘텐츠,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판매도 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 등이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최근의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구분 짓지 않는 융합된 세계 내에서 문화체험, 네트워킹, 디지털 연대, 경제적 활동 등의 높은 자유도를 부여함으로써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들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메타버스를 점차 게임의 형식 차용에서 분리시켜 본격적으로 현실로 진입시키기 위한 보다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여진다.


세컨드라이프나 초기 가상세계의 모델보다 현재 메타버스가 새로운 세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도 두 개의 삶을 살거나 대체 현실을 사는 것이 아닌 동시에 양립하는 세계관이 자유롭게 현실과 호환되는 점 때문일 것이다. 즉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대안적인 세계가 아닌 ‘이것도 나, 저것도 나’인 동시에 스크린 안의 나와 현실의 내가 물리적인 제한이나 시차 없이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은 ‘확장된 시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5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하면서 눈부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던 디지털 이원론(Digital Dualism)은 이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의 이행을 앞두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와 미래학자들은 미래의 소비자가 메타버스에 있다고 말한다.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개최된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콘서트 영상 스크린샷 




그들은 메타버스에서 친구와 만나 쇼핑을 즐기고 가상세계 인플루언서를 통해 팁을 얻고 메타버스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현실에서 배송받는다. 과거에 ‘또 하나의 세상’을 표방한 디지털 공간은 이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의 주인공 웨이드의 말처럼 사용자의 정의에 따라 의미를 가지는 유일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확장현실(XR), 전자 상거래의 활성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코로나라는 상황 또한 메타버스에 대한 진입을 가속화시켰다. 비대면 공연과 쇼핑, 각종 문화 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유도가 높은 오픈 월드에서 만나 일상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제약 없이 만날 수 있으며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10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제페토(Zepeto)’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IT 산업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패션 산업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생활공간으로의 연결을 유도한다. 


졸업식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미국의 한 대학은 마인크래프트에 캠퍼스를 그대로 구현하여 졸업식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최근 건국대학교는 대학 축제를 메타버스로 구현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과 똑같이 구현된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관람하고,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메타버스는 타인과 연결되는 일상의 공간이자 현실보다 흥미로운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술계 역시 코로나로 인해 VR 갤러리, VR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통해 대화와 네트워크가 가능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전염병으로 인해 비엔날레, 아트페어, 해외 인적 교류가 차단되었던 2020년을 지나 디지털을 활용하는 공급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며 디지털 공간에서 전시를 관람하거나 작품을 거래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작품 제작, 운송 혹은 전송, 홍보, 판매, 프레젠테이션, 구매)이 디지털 내에서 가능한 메타버스의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건국유니버스 스크린샷




초기 다다월드나 세컨드라이프에서 시도했던 물물교환, 재화 가치 생산이 가상에서의 행위가 현실과 연결되는 개념에 집중했다면 최근 메타버스와 디지털 공간은 ‘대체 불가능 토큰(NFT)’이라는 가상 자산화 기술과 더불어 디지털로 예술작품을 사고파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상업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경우, 보다 빠르게 기술을 접목하여 NFT 거래를 통해 시장 활성화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NFT의 불안정한 가치 변동과 예술작품이 가지는 원본성과 아우라에 대한 반감 때문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같은 NFT 거래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이러한 디지털 예술작품에 대한 예술적 가치 평가와 비평보다는 화제성과 투자 목적이 부각되면서 예술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견해와 예술작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시각 차이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과 변화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시공간 인지 조건을 변화시켰고 우리 자신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를 독려하고 있다. 앞으로도 메타버스, 멀티버스, NFT 등 마케팅과 최첨단을 앞세운 생경한 단어는 계속 등장할 것이고 이를 둘러싼 기술과 환경은 촘촘하게 이어져 연쇄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과거와 연결해 비판하고 분석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완전하게 새로운 것은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도, 분석도 구체적인 방안과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 거품일 뿐이다 등과 같은 단편적인 판단은 경계하고 과거에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간, 가상공간, 디지털 공간, 메타버스를 거치며 어떤 유의미한 것들이 발전했고 새로운 세대와 환경은 무엇이 가능해질 것인가에 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관심과 비판은 우리가 소속되어 함께 살아가는 경험과 연결 그 자체를 단단하게 인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는다. PA



글쓴이 홍이지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시 기획자이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현재 온라인 큐레토리얼 리서치 플랫폼 ‘미팅룸(meeting-room)’의 큐레이팅 디렉터 및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디지털 매체와 창작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지 조건과 문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제페토(Zepeto) 스크린샷





Special Feature No. 3

대체 불가능한 시도들

● 김나희 작가·미국통신원



2021년 초반, 미술계와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모두 뒤흔들었던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1). 요즘 ‘NFT 한다’고 하면 ‘디지털 기반의 작업을 암호화폐로 파는구나’하는 정도의 의미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지지만, NFT 자체의 개념은 추상적인 데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반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며 예술 시장에 전례 없는 금액으로 디지털 에셋(Digital Asset)의 NFT가 판매된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 복잡한 배경 기술을 충분히 탐구하기도 전에 일단 작품부터 올려봐야겠다는 조바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FT 거래 시장의 주된 참여자가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작동 원리 측면에서 생소한 플랫폼으로부터 일종의 소외 현상을 겪게 된다. 


이에 더해, 이더리움(Ethereum) 기반의 NFT 거래가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적 영향력 역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본 고에서는 NFT 거래가 좀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중심으로 보다 비판적인 방식으로 NFT를 디지털 작업의 생태계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NFT 판매 플랫폼 개발 자체가 기존 미술 시장에 대한 코멘터리, 전복적인 대안으로서 하나의 작업이 될 수 있는 시도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응원하고자 한다. NFT는 이미지, 영상, 사운드 등의 디지털 에셋에 대한 메타 데이터(미디어 자체, 제작자 이름, 제작일 등)와 연결된 고유한 토큰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웹의 분산화된 버전으로 볼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한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사실상 작품의 NFT 거래가 일어나는 것은 작품 자체가 오가는 행위라기보다는 이 토큰을 주고받는 과정에 가깝다. 이 과정이 블록체인 중에서도 대중화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주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일종의 네트워크 사용 비용으로서 가스비(Gas Fee)가 발생한다. 가스비는 모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비용이지만, 특히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경우 분산 컴퓨팅에 드는 자원이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많은 편이라 가스비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NFT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하는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가스비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비용이 작품 한 점당 대략 60달러(한화 약 6만 8,000원)에서 300달러(한화 약 34만원) 사이로, 적지 않기 때문에2) 초기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작가가 NFT를 시작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스비가 많이 드는 만큼, 비효율적인 분산 컴퓨팅 시스템이 소모하는 엄청난 에너지와 이로 인해 증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역시 존재한다. 이제 소개하고자 하는 두 개의 NFT 플랫폼에서는 이더리움 대신 테조스(Tezos)와 비트마크(Bitmark)라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사용해, 사용자들의 가스비 부담을 줄여주고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NFT 플랫폼은 히크엣넝크(Hic et Nunc)3)로, 라파엘 리마(Rafael Lima)라는 브라질 출신의 개발자가 테조스 블록체인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테조스는 이더리움 운영에 수반되는 과도한 연산 처리량의 원인인 작업증명방식(Proof of Work)이라는 합의 메커니즘(Consensus Mechanism)4)을 지분증명방식(Proof of Stake)으로 바꿔 연산 효율성을 개선한 블록체인이다. 그래서 테조스로 제작된 NFT 시장인 히크엣넝크는 거래 참여자들에게 이더리움 기반 시장보다 굉장히 낮은 가스비5)를 청구하여, 초기 자본금이 부족하지만 NFT에 입문해보고 싶은 작가들에게 금전적인 문턱을 낮췄다. 또한 테조스를 통해 간단해진 연산 과정 덕분에 거래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이더리움을 사용했을 때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6) 


이더리움 역시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2.0 버전부터는 테조스처럼 보다 효율적인 합의 메커니즘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히크엣넝크는 이름의 뜻7)처럼 ‘지금, 바로, 여기서’ 테조스 블록체인을 통해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좀 더 디지털 기반의 작가들에게 특화되어, 3D 모델이나 자바스크립트 기반의 게임을 업로드 할 수 있고 이를 생동감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실시간 렌더화면도 제공하고 있다. NFT에 관심 있는 누구나 ‘지금, 여기’서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 선택에서부터 인터페이스 디자인까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플랫폼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플랫폼은 페럴 파일(Feral File)8)이다. 페럴 파일은 제너러티브 아티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코딩 라이브러리인 프로세싱(Processing)을 개발한 케이시 리스(Casey Reas)에 의해 기획, 제작된 NFT 판매 플랫폼이다. 


아트페어에서 큐레이션과 판매가 함께 이루어지듯, 페럴 파일 웹사이트에서 한정된 기간의 기획 그룹전을 통해 선보여지는 작업이 같은 페이지에서 NFT로 판매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히크엣넝크가 테조스 블록체인을 선택한 것처럼 이더리움 대신 ‘비트마크’라는 좀 더 효율적인, 그래서 보다 환경친화적인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NFT 거래에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페럴 파일이 다른 NFT 플랫폼보다 독특한 점은 소프트웨어 아트를 그 자체로 보여주고 판매하는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페럴 파일의 첫 번째 전시로 진행된 <소셜 코드(Social Codes)>에 포함된 작업이 모두 브라우저 기반의 제너러티브 아트라는 점에서 플랫폼의 기획 특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전시에 입장하면 10명의 작가가 자바스크립트로 작성한 10점의 작품이 하나씩 브라우저에 등장한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댄서인 마야 맨(Maya Man)의 <네가 향하는 곳으로 따라가도 될까?(Can I go where you go?)>처럼 마우스 커서를 활용해서 적극적인 인터랙션을 유도하는 작업에서부터, 새로 고침 할 때마다 랜덤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며 시선을 사로잡는 방사형 오브젝트가 등장하는 마놀로 감볼라 나온(Manolo Gambola Naon)의 <불편한 꿈(Uneasy Dream)>까지를 집중해 감상하다 보면 꼭 작품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페럴 파일 웹사이트를 통해 각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수집하기’ 버튼을 눌러 컬렉터로서 소유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권리를 살펴보면, 각 작업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여느 웹페이지가 아니라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서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의해 보호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페럴 파일의 NFT 거래에는 이미지, 영상, 사운드 등 다른 디지털 매체 작품에 비해도 특히 소유권 개념이 쉽게 자리 잡기 어려운 웹 기반 작업을 안전하게 판매하기 위해 이에 최적화된 비트마크 블록체인9)이 사용되었다. 


페럴 파일이 작품의 NFT화를 전제로 두고 전시 형태의 마켓플레이스를 선보였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피시스 오브 미(Pieces of Me)10)에서는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큐레이팅 된 작품들을 선보이되, 그것들을 NFT로 소장할지 여부는 컬렉터가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트랜스퍼(Transfer) 갤러리의 켈라니 니콜(Kelani Nichole)과 웨이드 왈러스타인(Wade Wallerstein)는 작가들이 생소한 NFT 거래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을 갖게 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피시스 오브 미를 기획했다. NFT 거래 플랫폼 레프트갤러리(left.gallery)11)의 운영자 함 반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협업하여 완성된 플랫폼, 피시스 오브 미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작품을 직접 민트화12)시킬 필요가 없다. 대신 컬렉터들에게 구매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여, 컬렉터가 NFT로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레프트갤러리에서 제공하는 민트화 인터페이스를 거쳐 작품을 소유할 수 있고, 이 방법을 원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갤러리에서의 구매 방식처럼 돈을 지불하고 작품을 받을 수도 있도록 했다. 


또한 작가에게는 높은 가스비를 지불하고도 판매가 불확실한 NFT 시장에 작품을 내놓지 않아도 작품을 팔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현재 피시스 오브 미에는 올해 4월부터 5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있다. 모든 작가가 같은 방식으로 판매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그중에는 NFT 시장으로의 진입을 더 무한한 경쟁이 펼쳐질 자본주의로의 편입이라고 생각해 전시에는 참여하되 작품을 판매하지 않는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적극적으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NFT로 작품을 판매하던 작가들도 참여하고 있어, 피시스 오브 미 자체로도 NFT 붐 초반의 혼란스러운 미술계 모습을 작게 재현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사례 모두 별도의 기획자, 개발자가 플랫폼을 제작하고 그곳에 작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솔번시(Solvency)13)는 작가 개인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플랫폼 기획, 제작을 모두 총괄한 사례다.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에즈라 밀러(Ezra Miller)에 의해 만들어진 솔번시는 웹 제너러티브 아트에 특화된 NFT 판매 모델을 새롭게 정의한 시도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NFT는 디지털 에셋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가상의 오브젝트이기 때문에 그것과 연결될 디지털 에셋, 즉 작품의 형태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을 이용해 밀러는 작품의 판매가 이뤄질 때 부여된 NFT의 해시값(hash value)14)으로부터 랜덤한 숫자를 도출해서 자신의 웹GL(WebGL)15) 제너러티브 작품을 렌더링할 때 쓰이는 변수로 사용했다. 


즉 컬렉터 모두 같은 작업을 구매했지만, 그들 각자 제너러티브 아트의 특성상 다시 반복되지 않을 고유한 에디션을 수집하게 된 것이다. 밀러는 기존 NFT 시장에서는 적절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 않아 제너러티브 아트 작품을 녹화하거나 캡처한 이미지 형태로밖에 팔 수 없는 상황의 아쉬움으로부터 이 기획을 시작했다. 이렇게 개인의 작업에 특화된 솔번시의 마켓플레이스 기획은 작업 자체의 미적 가치와 더불어 수많은 NFT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4월 22일 오픈한 500개의 에디션은 하나당 0.4ETH16)에 오픈 12시간 만에 완판되었다. 판매된 모든 에디션은 솔번시 홈페이지에 전시되어 있다. 히크엣넝크, 페럴 파일, 피시스 오브 미, 솔번시 모두 결과적으로 도출해낸 플랫폼 인터페이스와 NFT 판매 방식은 다르지만, 기존 NFT 시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시도로써 세상에 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민트화된 작품이 처음 거래된 것은 약 7년 전17)으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세상의 관심을 받고 활발한 거래가 펼쳐지게 된 것은 올해 초부터로,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관련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에 없던 과도한 자본과 관심이 NFT 기반의 디지털 아트 시장에 몰리고 있는 지금, 달뜬 기대감과 조급함을 드러내는 ‘NFT 한다’, ‘NFT 할 거다’라는 선언보다는 NFT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봐야 할 시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앞서 제시한 네 가지 사례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존 NFT 플랫폼으로는 ‘대체 불가능한(Non-Fungible)’ 독특한 시도(Trial)를 해 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번 NFT 시장의 유행이 기믹(gimmick)한 투자처를 찾는 암호화폐 자산가들의 변덕스러운 관심사로 끝날지, 디지털 아티스트의 작품 소유권과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계기로 자리 잡을지는 그런 ‘시도’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질지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PA


[각주]

1) 어떤 디지털 에셋의 고유함을 교환할 수 없는 토큰의 형태로 블록체인에 기록한 것이다.

2) 이더리움 값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스비가 변하지만, 한 점의 작품을 NFT화 할 때 대략 6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를 지불해야 한다.

3) www.hicetnunc.xyz

4) 블록체인에서는 데이터가 하나의 중앙 서버가 아닌 여러 개로 분산된 노드에 나누어 저장되기 때문에, 새롭게 기록될 데이터가 안전하고 고유한 데이터인지 공동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데이터의 보안을 다수의 노드가 함께 확인하고 기록을 허가하는 과정을 합의 메커니즘이라고 부른다.

5) 히크엣넝크에서는 보통 한 점의 작품을 민트화하는 데 1달러 미만의 가스비가 소요된다. 

6)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는 약 26 테라와트시(TWh)인 반면 테조스 네트워크는 60 메가와트시(MWh)를 소비하여 약 43만 배 정도 에너지 소비량이 차이가 난다. 더 자세한 데이터는 테조스의 블로그(https://bit.ly/3uXNdSa)에서 찾아볼 수 있다.

7) Here and Now. 여기 그리고 지금.

8) https://feralfile.com/exhibitions

9) 비트마크는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 계약이 네트워크의 메커니즘을 통해 소유권을 명시하는데 집중하다 보니 실제 세계에서 디지털 에셋 소유권에 대한 법적 효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다.

10) https://piecesofme.online

11) http://left.gallery

12)민트화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고 그것에 대한 블록을 생성하여 네트워크에 등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13) https://www.solvency.art

14) 데이터에 고유하게 부여되는 고정된 길이의 숫자 값.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숫자 값을 통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디지털 오브젝트에 대한 서명으로 사용된다.

15) Web Graphics Library. 플러그인 설치 없이도 브라우저 내에서 2D 및 3D 인터랙티브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한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

16)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 이더(Ether)를 나타내는 심볼. 2021년 4월 22일 기준으로 0.4ETH는 한화 약 110만 원에 해당한다.

17) 라이좀(Rhizome)이 2014년 뉴욕 뉴뮤지엄에서 개최한 Seven on Seven 컨퍼런스에서 케빈 맥코이(Kevin McCoy)와 아닐 대시(Anil Dash)가 네임코인(Namecoin) 블록체인을 사용해서 처음으로 예술작품을 토큰화시켰다. 출처 : History of Crypto Art by Martin Lukas Ostachowski, https://bit.ly/3eSldcK



글쓴이 김나희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시적연산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를 수료하였으며, 헌터 대학(Hunter College)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며 현재는 웹을 기반으로 가상의 인격체를 연기하는 퍼포먼스 ‘나희앱(nahee.app)’을 진행 중이다. 아티스트 콜렉티브 업체eobchae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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