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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비디오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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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 2023.2.19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 5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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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이 기억하는 그때 그 영화들


딱 비디오테이프와 연관된 에피소드만 말하래도 아마 내 또래들은 앉은 자리에서 하루 종일, 아니 며칠이라도 할 얘기가 있을 것이다. 나만 해도, 봉선화 봉우리처럼 감수성 터지던 때 아버지가 들여 놓은 비디오플레이어 덕분에 홍콩 느와르를 온몸으로 느끼고 유럽 얼굴천재들의 존재를 안방에서 확인하며 울고 웃은 일화가 많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모범적으로 평일을 지내면 주말에 비디오 대여점에 가 영화를 빌리는 것은 충분히 용인 받는 혜택이었다. 그때 선택한 영화는 대게 주윤발, 왕조현 그리고 소피 마르소(Sophie Marceau)가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청소년기를 지나자 방음이 된 방에서 비디오를 볼 수 있도록 장치해놓은 비디오방이 여기저기 만들어졌다. 그땐 또 조별 과제를 마치거나 중간고사를 끝낸 여타 대학생 무리처럼 친구들과 삼삼오오 뭉쳐 그곳을 드나들었다. 여전히 오우삼(John Woo)이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만든 권선징악 영화를 주로 플레이했지만, 가끔 새빨간 글씨로 된 ‘19금’ 코너 앞에서 호기롭게 ‘부인’ 시리즈를 선택하기도 했다. 순전히 그건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란 사실을 증명하는 차원이었다.  

비디오테이프 대신 칭하는 VHS는 일본 빅터(JVC, 현 JVC켄우드)사에서 1976년 처음 내놓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규격을 일컫는 것이다. 초기 다양한 형태의 비디오테이프들이 경쟁을 펼쳤지만 VHS만이 약 30여 년간 표준 위치를 누렸고 그 덕분에 이 낱말은 비디오테이프를 대표하는 명칭이 됐다. VHS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30여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대중적으로 사용되었고 그중 1980년대부터 2003년까지가 최전성기로 꼽힌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VHS는 나름 DVD와 공존하며 대중적으로 쓰였지만 블루레이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몰락하며 2010년대 정식으로 막을 내렸다.  



전시 전경



VHS, 비디오테이프를 소재로 한 복고풍 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2만 5,000개의 비디오테이프로 구성돼있다. 짐작하다시피 전시 제목은 비디오 대여점 전성기에 가장 인기 높았던 영화 <원초적 본능>(1992)과 <영웅본색>(1986)을 합쳐 완성된 것이다. 장르별, 연령별, 감독별로 영화를 구분해 전시한 공간에 들어서면 본능적으로 내가 좋아했던, 그 시절 말초신경들을 자극했던 작품을 찾느라 눈과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옛날 대여점과 똑 닮은 철재앵글에 줄줄이 세워진 테이프들을 보고 있자니 시간을 자유자재로 거슬러 가는 ‘타임리프(Timeleap)’ 능력을 획득한 거 같았다.

어느새 나는 <첩혈쌍웅>(1989)을 찾고 있었다. 주인공 아쏭과 제니의 애절한 스토리에 그 얼마나 울었었나. 그들의 손끝이 제발 닿기를 브라운관 코앞에서 염원했던 그때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물리적으로 30년도 넘은 일이 꼭 몇 해 전 사건 같았다. 자타공인 씨네필(cinéphile)인 김지하 학예연구관의 기획 의도가 딱 이런 것이었다. 눈으로 1980년과 1990년대를 받아들이며 몸으론 자기 경험을 좇는, 현대인의 능동성을 일깨우는 것 말이다. 각 비디오테이프는 단순히 특정 영화를 담은 디바이스가 아니라 시간과 경험을 자극하는 매개가 되며 원하는 콘텐츠를 초성 혹은 음성으로 쉬이 찾는 OTT(Over-the-top)와는 차원이 다르게 몸과 뇌를 가동시켜 콘텐츠를 득하는 프로세스를 회귀시키는 것이다. 한 영화가 만들어질 때 흘린 피 땀 눈물만큼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리모컨으로 휙휙 검색어를 넣어 영화를 시작했다 끝내는 작금의 행태를 이 전시에선 근절시켜버렸다.      

압도적 수량의 철재앵글을 가로지르면 중간 중간 앙증맞은 플레이룸이 있는데 이곳에는 제시된(허락된) 몇 개의 테이프가 쌓여있어 관람객이 영화를 직접 넣어 재생시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앙엔 실제 비디오테이프 외에 비디오 시대의 명작 4편으로 구성한 실감콘텐츠를 만끽하는 비디오룸이 설계됐다. 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선택된 영화는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 감독 곽재용), <러브 레터>(1999, 감독 이와이 순지(lwai Shunji)), <영웅본색>(1987, 감독 오우삼), <라붐Ⅰ>(1980, 감독 클로드 피노토(Claude Pinoteau)).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청년들의 뜨거운 심장을 더 펄펄 끓게 만들었던 마스터피스들이다.



전시 전경



독립된 상영박스에 흐르는 이머시브 콘텐츠 감독을 맡은 토니 림(Tony Lim)은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이 부른 <Reality>가 흐르는 동안 헤드셋을 쓴 소피 마르소가 등장하거나, 눈밭에 선 여주의 모습과 애절한 피아노 선율이 싱크되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관람객은 빈백에 몸을 누이고 그 모든 걸 감각할 수 있는데, 이 명작들을 모두 본 이에겐 추억을, 직접 보지 못한 세대에겐 전혀 낯선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토록 향긋한 감성에 잠겼다 나오면 바로 옆에 빨간 방이 있다. 커튼까지 야시시한 이 방의 주인은 에로 비디오들. 나라별, 연대별로 구분됐지만 마치 한 회사, 하나의 디렉터가 만든 듯 비슷한 톤과 매너를 지닌 이미지의 테이프 케이스가 시선을 잡아끈다. 메가 히트 영화 제목을 최대한 상스럽게 변형하거나 단세포적 키워드를 따다 쓴 타이틀은 물론 도대체 옷을 입고 있는 중인지 벗는 중인지 알 수 없는 여주인공들 모습까지 볼거리가 넘친다. 그러고 보면 에로 콘텐츠는 20세기에 멈춘 채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는 듯하다.    

비디오의 역사 안에서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VHS, 그 안에서도 대중적으로 소구되어 왔던 ‘영화’에 집중하는 전시는 비디오 제작자 중심이 아닌 수용자들의 문화를 다루는데 집중한다. VHS를 날 것 그대로 전시 소재에 사용함으로써 자칫 지금 시대에 올드하게 치부되는 ‘물성’을 자신만만하게 드러낸다. 한편 전시된 VHS 대부분은 광주영화인 ‘조대영’ 씨의 소장품들로 그의 약 5만개에 이르는 소장품 중 중복 및 파손, 오염이 심한 VHS를 제외한 2만 5,000개가 전시에 나왔다.



전시 전경



대한민국 청년들의 정서적 성장을 좌지우지했던 비디오테이프는 한순간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를 논할 때 비디오테이프 관련 유산은 무시할 수 없다. 비디오 산업의 호황기가 영화 전문잡지와 씨네필의 등장, 대기업 자본에 의한 초대형(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영화의 학문제도 편입 등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전시에는 “일생동안 꼭 봐야 할, BUT 일일 1편씩 77년이 걸리는 비디오 컬렉션 #일비일비”란 부제가 달렸다. X세대와 그 형님 세대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고 MZ에게는 영문도 모른 채 압도당하게 만드는 스펙타큘러 전시다.    

전시장을 빠져나오며 삐뚤빼뚤 쌓여있는 비디오테이프들을 휘 돌아봤다. 그러자 일찍이 영화 속 인물 홍산오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들에게, 내 귀와 눈과 모든 신경을 곤두서게 했던 그 오래된 친구들에게 그 말을 고스란히 토스해주고 싶었다. 웅장하게 피어오르는 옛기억을 억누르며 말이다.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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