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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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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22 - 2022.5.8 대전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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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변신술


“옛날에 큰 은행나무가 있어 은행동이라는 지명을 얻게 되었다는 대전광역시 은행동 어귀에 등록문화재 제100호로 지정된 건물이 하나 있었다. 이 건물은 1958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복구하며 지어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를 소개하는 대전창작센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2022년 2월 22일 이곳에서 <페이지 너머>라는 전시가 개최되었는데, 이 전시에 참여했던 5명의 작가와 전시를 관람했던 사람들, 이 건물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였고, 결국 이야기들이 넘치다 못해 하나의 형체가 되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사람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론 바위가 되기도 하는 등 언제든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었고,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이야기의 욕망이 넘치는 곳이라 여겨 외롭거나 심심할 때 찾아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야기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

우리는 이야기를 듣고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함으로써 어딘가로 이야기를 보낼 수도 있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을 거쳐 서사(敍事)가 된다. 생각보다 우리는 직접 보고 겪은 것을 말하기보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익숙한 문장처럼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소문이 되어 발 빠르게, 멀리 퍼져나간다. 이야기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며 살을 붙이거나 덜어내는 등 그 모양새를 바꿔간다. 종이에 기록된 역사, 문서화 된 이야기와는 달리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쳐 다른 모양으로 공유된다. 듣고 말하는 사람의 기억과 연상의 과정을 거쳐 이것이 허구인지 경험적 사실에서 비롯된 것인지 점점 모호해진다. 게다가 아주 먼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들은 그 시간성, 역사성이 더해져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들은 실제와 환상의 경계 사이에서 신비함과 두려움, 유쾌함과 통쾌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재물을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 욕심에 뒤따르는 저주와 원귀의 복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효심 깊은 딸의 희생 등 다양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결국 인간의 삶이 있다. 선과 악을 대비시켜 나쁜 짓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교훈은 인간의 욕심과 그 행위에 따른 결과를 상기시킨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슬프고 화가 나며, 때론 두렵기까지 한 이야기들은 상상력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미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의 기획전 <페이지 너머>는 지역 설화와 예술이 어우러져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보이는 세계 혹은 보는 세계로 확장시킨 전시라 할 수 있다. 전시는 설화를 재해석한 시각 예술가들의 작품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작가들이 신화, 전설, 민담 등 과거의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하는지 살펴본다. 박찬경, 오제성, 이덕영, 최수련, 최정은 5명의 작가들은 다양한 조형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시각화했고, 신화, 민담, 전설 등 이야기들은 작품을 통해 하나의 형체가 되었다. 그러나 전시는 단지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삶과 고민, 믿음, 욕망 등 다채로운 현실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며 과거의 것이 현재 그리고 나아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대전 지역의 설화를 원천으로 한 신작들이 전시 전반에 배치되어 일상 속 가까이에 존재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보게 한다.



박찬경 <신도안> 2008 6채널 비디오



설화는 일반적으로 신화, 전설, 민담을 포괄적으로 이르며, 이들 설화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주로 산, 땅같이 실제 존재하는 지형적 측면과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다. 유구한 시간을 존재해 온 대자연에 얽힌 이야기들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을 반영하며, 특히 풍수지리설에 따른 땅의 기운과 형세는 길흉화복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믿음이다.

박찬경은 계룡산 신도안의 신흥·유사종교에 주목해 풍수지리설의 이상적 지형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믿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품 속 배경인 계룡산 신도안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 나오는 10대 피난지 중 하나로 전해진다. 비록 중단되긴 했지만 조선 건국 초기 새로운 도읍으로 정해질 만큼 ‘명당’이었던 이곳에는 수많은 종교단체와 시설이 존재했고 이에 관한 이야기는 작품 <신도안>(2008)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감록』과 신도안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그 원전이 명확하지 않으며 여러 이본(異本)을 통해 전해져 내려온다. 이야기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신도안을 영적 믿음의 대상지로 선택한 사람들을 통해 영험한 힘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 인간의 이상과 욕망, 맹목적인 믿음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이덕영은 대전의 여러 산 중에서 특히 보문산에 얽힌 설화를 작품으로 제작했다. 보물 주머니가 묻혀 있어 ‘보문산’이 된 이야기는 이미지로 전환되어 상징적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마치 동화책 속 삽화처럼 치밀하고 섬세한 선으로 묘사된 드로잉들은 매우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환상적인 느낌을 반영하고 있다. 설화의 극적인 특징을 이미지로 포착하고 이를 절묘하게 짜인 드로잉으로 완성한 작품들은 보물 주머니를 둘러싼 마을 전체의 비극적 상황을 상상하며 보문산 전설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흙으로 파묻히고 만 보문산 전설 속에서 주인공은 형과 동생만이 아니다. 나무에 달려 있는 사람의 귀와 얼굴, 아낙들의 항아리 속에서 자라난 나무들, 문지방을 뚫고 훔쳐보는 매서운 눈초리는 소문과 이야기에 관여한 마을 사람들을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상정한다.

도시의 지형, 대자연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지역마다 그 지역과 상징물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다. 특정 장소의 이름이 된 은행나무에서부터 길목에 자리 잡은 바위, 장승 등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의 그 사물에도 이야기가 있다. 길고 긴 세월의 이야기를 품은 사물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 혹은 과거로 이어지는 통로다. 오제성, 최정은은 일상적으로 스쳐 지나가거나 크게 관심받지 못했던 작은 것들에 주목해 다른 시각으로 이것을 바라본다.



최정은 <기쁜 소식>
2021 천, 방울, 센서, 모터, 2m 롤



오제성은 특히 대전 지역 곳곳에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했을 다양한 형상의 비지정 문화재들에 주목한다. 비지정 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 등록되어 있지 않아 보호되지 않는 ‘문화재’다. 제도적인 장치 안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신들의 형상, 기원의 대상을 세라믹으로 재탄생시켜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 안에 위치시킴으로써 ‘해학과 풍자’라는 태도를 자아낸다. 익살스러움과 진지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작품의 외형적 특징과 작가의 작업 태도는 실제 존재함에도 보이지 않았던 대상들을 다시 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최정은은 설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부정적인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왜곡된 시선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은 ‘나는, 내가’라는 주체적인 목소리를 회복하여 설화를 자신의 언어로 발언한다. 전통 무늬 천 위에 수놓는 방식으로 새겨진 변형된 설화는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강조한다. 작품 전반에 상징적으로 사용된 붉은색은 여성성의 상징임과 동시에 샤먼, 주술, 신당, 피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반영한다. 작가는 ‘혈액을 만드는 멍게의 유전자와 인간 사이 많은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멍게신이라는 새로운 신을 만들어내는데, 멍게신은 팝아트 속 귀여운 캐릭터처럼 등장하여 관람객의 운세를 점치고 새로운 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많은 이야기가 ‘옛날’이라는 시기로 시작하듯이 전설, 신화, 민담은 과거의 시점을 기반으로 한다. 이야기의 이런 특성을 반영하듯 최수련은 오래되어 낡고 바랜 책의 한 페이지를 확대한 듯한 이미지 위에 의도적 기록을 남긴다. 대전과 관련한 귀신 설화가 필사된 작품은 이미지와 문자의 결합으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치 덧씌워진 기억을 보여주는 듯한 표현 방식은 켜켜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변형되어 가는 이야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한글 외에도 한자와 영어로 쓰인 문장들은 각기 다른 언어문화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공유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점친다.

“이로써 신(神)이나 미신(迷信)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최수련의 작품에 쓰인 설화의 한 구절처럼 참여 작가 5명은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변신의 귀재인 이야기를 시각화해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피어올라 하나의 형상이 되었던 이야기들은 물질화되어 상상을 현실로, 과거를 현재로 치환시킨다. <페이지 너머>는 이야기들이 흐르고 연결되어가는 과정 중에 책갈피처럼 끼워져 이야기의 변신에 한층 힘을 보태고, 모습을 바꾼 이야기들은 끝없이 생을 이어갈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전시는 언제든 모습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욕망을 채워주는 전시가 아닐까.


* 오제성 <인덱스> 2020-2022 세라믹, 나무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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