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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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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 2022.3.27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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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적 시간의 도래를 꿈꾸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   <위안부>나 BTS의 <봄날> 뮤직비디오의 모티프를 제공한 작가로 한국에서도 익숙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의 개인전이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의 세 번째 전시로 지난해 7월 14일 작고한 작가의 첫 번째 유작전이기도 하다. 나치 점령으로부터 막 해방된 194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볼탕스키는 흔히 ‘홀로코스트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은 20세기의 집단적 폭력과 애도, 기억과 망각, 생과 죽음 그리고 사후라는 인류사적 주제들을 다룬다. 생전 작가가 직접 선택한 이번 개인전 타이틀 ‘4.4’는 작가가 태어난 해이자, 숫자 4가 한자문화권에서 ‘죽음’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 전면에 흐르는 생과 사의 교접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본관 전시장 입구와 출구에 설치된 한글 디자인 ‘출발’과 ‘도착’, 이우환 공간의 ‘그 이후’를 뜻하는 프랑스어 ‘Après’는 전시의 시작과 끝, 그 이후를 지시하는 것이자 탄생과 죽음 그리고 사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기념비’ 시리즈다. 홀로코스트에서 학살된 아이들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보다 유년 시절의 소멸에 보다 방점이 찍힌다. 그러나 유년 시절의 소멸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필연적 성장을 의미하진 않는다. 작가가 어린 시절 보고 들었던 기억은 수많은 죽음의 이미지였다. 그는 어린 시절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다가 600만 명이 되었을 때 세기를 멈추고 “모두가 죽었다”고 말하며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이들의 수를 이해했다고 한다.1) 그러므로 그에게 유년시절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시절이 아니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간과 맞닿는다.




<잠재의식> 2020 영상 가변 크기 작가 소장



이어지는 전시 역시 <샤즈 고등학교>(1987)와 <저장소: 퓨림 축제>(1989), <커다란 저장소>(1987)와 같은 사진 설치작품이다. ‘기념비’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완성된 이 작품들에도 죽음과 부재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제단 모양으로 쌓아 올린 양철 쿠키 깡통들이다. 쿠키 깡통은 어린 시절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의미하기도 하고, 아이의 은밀한 보물을 숨겨두는 비밀 창고가 되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그 기억들은 이제 빛바래진 채 봉인되어 죽음을 기리는 제단에 봉헌된다. 2019년 일본 도쿄미술관 전시에 처음 출품된 <유령의 복도>는 <그림자 연극>(1986)과 궤를 같이한다. 관람객은 흰색 천이 길게 늘어진 복도를 지나는 동안 바람에 흔들리는 해골, 인간의 얼굴과 같은 여러 형태의 그림자를 마주하게 되는데, 사진 설치작업이 하나의 완전한 인간형상을 제시하지 않듯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이 두 작품 역시 신체로부터 도려져 나온 이면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빛은 계몽주의적 앎, 깨달음, 진리의 약속이 아닌 눈멂, 이면의 어둠과 짝패를 이룬다. <유령의 복도>를 지나 만나게 되는 <황금 바다>(2017)는 금박의 응급 담요 위로 전구를 천장에 매달아 방의 형태로 구현한 작품이다. 전구가 흔들릴 때마다 위태롭게 음영을 드리우는 모습이 성난 파도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난민을 떠올리며 작품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찬란하고 눈부신 황금빛 바다는 누군가에겐 생사의 갈림길이 된다. 같은 공간에 전시된 <코트>(2000)는 파란 전구에 둘러싸인 코트를 십자가처럼 벽면 높이 매달고 그 아래 전선을 연결해 나무 형상으로 재현했다. 종교적 뉘앙스가 강한 작품이지만 작가 자신은 생전 종교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종교적 제의의 영향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가 불신했던 것은 종교적 구원, 유토피아적 시간의 도래였다. 그럼에도 작가는 구원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는 과거 속에서 현재의 구원을 발견하려는 메시아적 시간의 도래2)를 꿈꿨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탈종교적이면서도 신학적이다.


과거의 이미지에서 구원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공동의 이야기, 집단기억의 회복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이러한 그의 주제 의식은 그의 일련의 사진 설치작업에서 잘 나타난다. 2001년 작품 <어린 시절의 기억>은 익명의 사람들의 사진을 조합한 6개의 패널로 이루어져 있다. 나치 점령하, 파리에서 유대인이었던 작가의 아버지는 마룻바닥 밑에서 숨어 지내야 했고, 그의 어머니는 가족사진을 찍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3) 사진의 부재와 그 부재를 채우는 타인의 사진은 ‘증거’로서의 사진의 지표적 효용이 아닌 폭력의 역사가 만들어낸 어린 날 풍경의 다른 판본을 그려낸다.




<황혼> 2015(2021 재제작)
전구 가변 크기 작가 소장



범죄물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로 구성된 <탐정의 제단>(1986)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죽은 자의 목록에 나란히 올린다. 그렇다고 작가가 섣부른 용서나 화해를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량한 얼굴을 한 이웃이 일순간 돌변하여 폭력 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수없이 보고 듣고 자랐다. ‘악의 평범성’4)이야말로 파시즘의 광풍에 휩싸였던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오브제 작업들도 선보인다. 그의 오브제는 인간의 흔적과 체취가 묻어 있는 ‘유품’과 유사하다. <저장소: 카나다>(1988(2021 재제작))는 1988년 토론토에서 처음 선보인 후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세계 각국에서 전시되었다. ‘카나다’는 나치에 의해 억류된 유대인의 개인 소지품 보관 창고를 일컫는 말이다. 그의 사진 작업이 개인들의 죽음과 망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면, 오브제 작업은 집단적 죽음, 학살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이번 전시에는 부산에서 공수한 약 8t 가량의 옷이 전시되었다. 한때, 누군가의 몸을 감싸고, 취향이 되기도 했던 옷은 이제 주인의 부재를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다. 역시 옷을 오브제로 사용한 <탄광>(2015(2021 재제작))은 무덤을 연상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탄광>을 둘러싸고 있는 천들에 인쇄된 사진 작품의 제목은 <인간>(2011(2021 재제작))이다.


‘부재’의 감각은 다른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심장> (2005)은 일본 데시마 섬의 ‘심장소리 아카이브’에서 녹음된 작가의 심장 소리를 들려준다. 소리와 함께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 이미지가 실 커튼 위에 영사되고 있다(<그 동안>(2010)). 작가의 생애 이미지와 함께 들려오는 강렬한 심장 박동 소리는 작가의 사후, 작가 자신의 부재와 소멸을 알린다. 관람객은 작가의 생명 신호음을 듣는 동안 벽면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죽음을 다룬 작가의 소멸처럼 관람객 역시도 자신의 부재를 그려볼 수 있다. <미스터리>(2017)와 <아나미타스>(2014)는 각각 파타고니아 북부의 바이아 부스타만테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한 작품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이다. 원작품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에 설치되어 잊혀질 것이기에, 영상은 역설적으로 원본이 부재한 자리를 지시한다.





<저장소: 카나다> 1988(2021 재제작)

의류, 전구 450×1,400cm 작가 소장




이 외에도 전시에서는 아방가르드 예술가로 작가의 명성을 알렸던 <기침하는 남자>(1969) 같은 초기 영화나 팬데믹 이후의 일상 속 죽음을 형상화한 <설국> (2021)과 같은 최근작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뜻하지 않게 작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오랜 기간 죽음의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다. 특히 작가가 마주한 20세기의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 숙명을 넘어 근대의 도래와 함께 시작된 학살과 망각에 연루된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정확하게 지적하듯 사진과 같은 근대 시각매체는 그러한 죽음의 상흔을 표면에 남긴다.5) 그래서 죽음에 대한 애도는 집단적 망각이라는 최면에서 벗어나기,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가 끊임없이 죽음을 들여다보았던 이유기도 하다.


[각주]
1) 경향신문, “프랑스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2015년 4월 27일, khan.co.kr/feature_story/article/201504272141365
2) Walter Benjamin, Über den Begriff der Geschichte: 최성만 옮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발터벤야민 선집5』, 길, 2008
3) 아날리사 리마우도,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전시도록』, 부산시립미술관, 2021

4)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김선욱 옮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2006

5) Roland Barthes, La chambre claire. Note sur la photographie: 김웅권 옮김, 『밝은 방』, 동문선, 2006



* <아니미타스> 2014 영상, 건초, 말린 꽃 가변 크기 작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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