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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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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3 - 2021.12.26 전남도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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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의 수수께끼


고대 중국 베이징에 ‘투란도트’라는 이름의 공주가 있었다. 그는 구혼하러 온 왕자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는데, 정답을 모두 맞춘다면 기꺼이 청혼에 응하겠지만 단 하나라도 맞추지 못하면 참수시키겠다고 포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투란도트에게 매혹된 왕자들의 목숨을 건 도전이 이어진다. 공주의 세 가지 수수께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날아다니는 유령, 모두 그것을 찾아 헤맨다. 그것은 밤마다 되살아나고 낮이면 죽는다.” 두 번째,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불꽃은 아니며, 심장이 멎으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른다.” 마지막, “그대에게 불을 주며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한다면 그대는 노예가 되고, 이것이 노예로 인정되면 그대는 왕이 된다.”1)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각각 ‘희망’, ‘피’, ‘투란도트’로, 피와 투란도트는 ‘열정’과 ‘사랑’으로 대변된다. 요컨대, 희망, 열정, 사랑. 이것은 생산과 효용이 우선시 되는 지금의 사회에서 길 잃은 심상들로서 전시의 구성을 느슨하게 통과한다.


전시는 개별 공간에서 ‘뒤집힌 세상(Inverso Mundus)’, ‘천사-악마(Angels-Demons)’, ‘신성한 우화(Allegoria Sacra)’ 그리고 ‘투란도트 2070’, 네 가지 작품 시리즈로 구성된다. 모든 작업의 주제를 관통하는 AES+F의 방법론은 작품 중 한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알레고리’다. ‘뒤집힌 세상’에서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9세기에 출판된 책의 삽화인 <거꾸로 세상>을, ‘천사-악마’ 시리즈에서는 고딕 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괴물 가고일(Gargoyle)과 르네상스 시기 예술의 아기천사 형상을, ‘신성한 우화’에서는 르네상스 화가 조반니 벨리니(Giovanni Bellini)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그리고 전시의 주축이 되는 ‘투란도트 2070’ 역시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가져왔다. 이 작업들은 현실에서 포착한 명확한 이야기를 지시하지만 그것의 서사를 헤아릴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말하자면, AES+F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들에 기대어 확고하게 질서 잡힌 문법을 교란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투란도트 2070’ 스틸 이미지 2019

8채널 프로젝션 스크린

Courtesy of the artists




알레고리적인 미적 형식은 안정적이고 필연적인 지시성이 더 이상 불가능함을 시사하는 것으로서 늘 낭만주의적 상징과의 비교로 그 의미를 얻는다.2) 상징과 달리 알레고리는 지시대상과 지시체의 관계에서 작동하지 않고 그 관계의 구조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상징의 지시성이 대상과 의미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면, 알레고리는 자연스러운 의미의 작동방식 자체가 이데올로기라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알레고리는 어떤 것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다른 것을 가리키는 수사학의 기법이라기보다, 꽉 짜인 서사 틈에 놓인 의미의 공백을 확인하고 보편적 인식의 바로 그 ‘보편성’과 거리를 두는 실천적 형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가 비집는 틈이 무엇인지, AES+F가 실천하는 알레고리의 미적 형식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살펴보자. 서두에 기술한 것처럼, 이들은 폭력, 범죄, 불안, 공포가 증식하는 상품시장 사회에서 ‘희망, 열정, 사랑’과 같이 보편적 단어지만 사실상 가장 찾기 힘든 개념을 다룬다.


전시는 디지털로 조작된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사진 작업 중 하나인 ‘뒤집힌 세상’은 인간과 짐승의 역할이 뒤집힌 삽화 책 『거꾸로 세상』의 모델을 차용했다. 이케아식 가구 모듈에 위에 배치된 인물은 마치 조립된 피규어처럼 보인다. 규격화된 가구와 폭력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캐릭터는 상품시장의 치밀한 단위와 획일성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며, 동시에 상품화된 이미지의 표상을 보여준다. ‘신성한 우화’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 벨리니의 작품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공항, 환승센터, 면세점, 사막 등 정지하지 않는 경유의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장소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권태로운 표정과 자세로 포즈를 잡고 있거나(<신성한 우화, 쌍둥이>), 반인반수, 무슬림, 어린 소녀,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뒤섞여 있다(<신성한 우화, 전쟁>). 이질적인 캐릭터들의 갈래 없는 조합은 모두 디지털로 가공된 이미지로서, 너무 매끄러운 표면은 되려 깔끄러운 감각을 공유한다.





<신성한 우화, 쌍둥이> 2012

종이에 라이트젯 프린트, 디아섹

160×224cm 에디션 2의 4+2AP




전시의 마지막 공간을 차지한 ‘투란도트 2070’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재해석해 2070년 상상적 베이징을 그리는 영상 작품이다. 이 작품 속 투란도트는 강인한 여성으로서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성을 모두 처형하고자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는 인물로 나온다. 처형은 복수심에 기인하며, 그 복수의 동기는 외국인 왕자에게 강간살해 당한 선조 공주가 자기 안에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사를 따라가자면 이 작품은 남성혐오증을 가진 한 여성의 복수심에 관한 작품으로 페미니즘적 태도를 견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알레고리화하는 것은 서사의 흐름보다 서사가 가시화하는 이미지의 양태에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8개의 멀티채널 스크린이 스펙터클하게 공간을 둘러싸고 있고, 한눈에 담기지 않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관람객의 몸과 시선을 움직이게 만든다. ‘미래(Future)’, ‘공주(Princess)’, ‘고문(Torture)’, ‘아바타(Avatar)’, ‘처형(Excution)’, ‘피(Blood)’, ‘천국(Paradise)’ 등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 영상은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재생된다.


개별 챕터마다 알 수 없는 생명체와 벌거벗은 인간의 조화가 기묘한 기시감을 선사하고, 그 기묘함은 영상 속 이미지로부터 온다. 영상의 구성 챕터 중 ‘처형’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한 형벌로 참수를 당한다. 고통과 비명의 소리 없이 잘린 목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얹히고 모종의 ‘공정’을 거쳐 새로운 육신으로 생산된다. 그리고 새로운 존재로서 ‘천국’을 향한다. 바로크 회화 속에 등장할 법한 역동적 몸짓을 보여주던 모델들은 천국 챕터에서 마네킹처럼 휘도는 정제된 신체로 제시되며, 장면들은 과거의 도상처럼 보이다가 당대 패션필름 같은 상품 광고 이미지가 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주는 부조화는 회화의 오래된 시간과 스펙터클의 미끄러운 시간 사이의 괴리를 감각하게 만든다. 이때 이들의 작업에서 이미지의 구성과 더불어 특징적인 것은 이미지의 성질에서 드러나는 알레고리적 태도이다.




<신성한 우화, 춤> 2012

종이에 라이트젯 프린트, 디아섹

160×224cm 에디션 2의 4+2AP




AES+F는 프린트, 조각, 회화,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을 아우르는데, 이번 전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투란도트는 렌더링 기술을 통해 실제 모델과 결합되어 선명한 사실감으로 등장한다. 렌더링 기술을 통해 현실로 구현된 사진 혹은 영상들은 엄밀하게 따진다면 재현이라 볼 수 없다. ‘다시 현전’한다는 의미를 복기해볼 때 재현의 이미지는 현실에 한순간이라도 존재한 적 있는 실체에 대한 반복이기 때문이다. 반면 렌더링된 이미지는 말 그대로 2차원의 화상에 사실감을 불어넣은 ‘만들어진’ 최초의 형상이다. 말하자면, 렌더링 작업을 거쳐 구현된 작업은 현실의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애초에 실재하지 않는 이미지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AES+F 작업 이미지의 존재론적 특징이 겨냥하는 것은 미디어 상품시장의 허구성과 인간에게 보편적인 관념의 형편처럼 보인다.


요컨대 3D 이미지의 존재론적 차원에서 패션, 광고, 상품 등의 피상적이고 허구적인 성질을 포착하고 희망, 열정, 사랑과 같이 오늘날 방황하는 관념들의 좌표를 찾고 있다. 우리가 믿고 있는 현실에서 상품의 물질성과 이미지의 허구적 성질 사이의 공백을 알레고리적으로 가시화하면서 오늘날 가장 소홀하게 여겨지는 관념들의 추상성을 붙잡는 것이다.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끼에 대한 정답으로 주어진 위 관념들은 AES+F의 영상 속 고정된 포즈, 획일화된 표정, 생산된 캐릭터 사이에서 다시금 수수께끼로 남는다. 그 복잡한 내막은 단번에 드러나지 않은 채 미래의 심판을 향해 유예된다.  


[각주]
1) 정경, “[오페라와 춤추다] 공주의 세 가지 수수께끼”, 『뉴스인』, 2017년  6월 20일, news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381
2) 정의진, 「발터 벤야민의 알레고리론의 역사 시학적 함의」, 한국비평문학회, 2011, p. 394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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