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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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 Made in Korea |
멜리사 맥길(Melissa McGill) <Red Regatta> 베니스, 이탈리아
Presented in collaboration with Associazione Vela al Terzo, curated by Chiara Spangaro,
with project manager Marcella Ferrari, Co-organized by Magazzino Italian Art
맥길의 작품 외에도 비엔날레 동안 도시는 공공미술로 쉴 틈이 없을 듯하다. 오는 11월 24일까지는 다양한 예술가의 릴레이 공공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호주의 종합대학 디킨 대학교(Deakin University)의 연구 이니셔티브인 공공미술 위원회가 커미션하고, 데이비드 크로스(David Cross) 교수와 카메론 비숍(Cameron Bishop) 박사가 기획한 ‘베네시안 블라인드(Venetian Blind)’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연구원, 박사 지원자로 구성된 6팀이 이어 만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 앞서 비숍 박사는 “베니스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양 중심지로서, 16세기에서 18세기 상업 강국으로서, 고딕과 로코코의 미적 양식을 지닌 ‘떠다니는 도시’로서 특별한 역사를 지닌다”라며 베니스의 역사를 찬양했다. 또한, 크로스 교수는 “다양한 장소와 이야기, 역사를 퍼포먼스 등 다양한 시각예술 형태로 선보인다. 계급, 성, 식민주의, 인종, 세계화, 정치 구조에 대한 내러티브를 통해 도시 전체에 걸쳐 이야기, 인물, 장소를 묘사할 것”이라고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유럽문화센터(European Cultural Centre)에서 열리는 전시 <Personal Structures>와 연계된 이번 프로젝트는 패트릭 파운드(Patrick Pound), 존디 킨(Jondi Keane), 샌디 깁스(Sandy Gibbs)의 첫 번째 작품을 시작으로, 리도, 산 미슐레, 무라노, 산 에라스모 등 베니스 곳곳에서 이뤄진다. 한편, 해마다 이맘때면 영국을 주목해야 한다. 관광객과 런던 시민의 사랑을 두루 받는 켄싱턴 가든에 특별한 건축물이 생긴다. 초여름, 가든에 있는 서펀타인 갤러리와 서펀타인 새클러 갤러리를 찾는 방문객은 탁 트인 하늘 아래 현대 건축가의 독특한 조형물을 맞닥뜨릴 수 있다. 서펀타인 갤러리의 주관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 마련되는 공공건축 프로젝트 ‘서펀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은 1년에 한 번씩 각기 다른 건축가나 아티스트를 선정해 디자인한다.
‘베네시안 블라인드(Venetian Blind)’ 프로젝트(May - Nov 2019) 베니스, 이탈리아
올해 6월 21일부터 10월 6일까지는 일본인 건축가 준야 이시가미(Junya Ishigami)의 실험적 구조물이 19번째 ‘서펀타인 파빌리온’을 장식한다. 2010년 ‘제12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12th Venice International Architecture Exhibition)’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이시가미는 건축 스튜디오 ‘준야 이시가미 + 어소시에이츠(Junya Ishigami + Associates)’를 설립, 전통적 건축물의 방법론을 도전하고 대안적 방안을 제안하면서 건축의 가능성을 확장해왔다. 무려 61톤에 달하는 잿빛 슬레이트를 쌓아 올려 만든 구조물은 설치미술, 현대건축, 쉼터 등 다양한 역할을 자처한다.
그는 이 작품을 “바위로 만든 언덕”이라고 묘사했다. 자연의 형태를 찬양하고 자연을 닮은 건축을 추구하는 이시가미는 가장 평범한 건축 재료 중 하나인 슬레이트 지붕으로, 야생에 가까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그가 만든 조형물 아래로 들어가면, 천장에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시가미는 런던 외에도 현재 모스크바의 러시아 폴리테크닉 뮤지엄(Russian Polytechnic Museum), 네덜란드의 ‘파크 그로트 비베르스부르크 프로젝트(Park Groot Vijversburg Project)’ 등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펀타인 파빌리온’이 단기간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런던 중심부에는 1년 내내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트라팔가 스퀘어(Trafalgar Square)가 그 주인공이다. 트라팔가 스퀘어는 유럽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세기,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을 제패한 후 마지막으로 영국을 침공했고, 영국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승리하며 이를 막아냈다. 광장은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역사적 공간일 뿐 아니라 내셔널 갤러리와 내셔널 초상화 갤러리 등 런던의 주요 뮤지엄이 모여 런던의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대표적 장소다.
준야 이시가미(Junya Ishigami) ‘서펀타인 파빌리온(Serpentine Pavilion)’ 2019
서펀타인 갤러리, 런던(Serpentine Gallery, London, 6.21 - 10.6)
ⓒ 준야 이시가미 + 어소시에이츠(Junya Ishigami + Associates) Photo ⓒ 2019 Taran Wilkhu
광장에는 1843년에 완공된 넬슨(Admiral Horatio Nelson) 동상을 가운데 두고, 사방을 영웅 동상이 둘러싸고 있다. 조지 4세(George IV), 찰스 제임스 네이피어(Charles James Napier) 장군, 헨리 해블록(Henry Havelock) 장군의 동상이 좌대를 하나씩 차지하며, 나머지 한 개는 독특하게도 전쟁 영웅이 아닌 현대미술가의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된다. 현재 영국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트라팔가 스퀘어를 굳건히 지키는 동상은 인간의 얼굴과 새의 날개, 황소의 몸이 섞인 기묘한 형태의 조각상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좌대 위에서 수많은 인파를 맞이하는 작품은 마이클 라코위츠(Michael Rakowitz)의 <The Invisible Enemy Should Not Exist>로, 이라크 대추야자 캔으로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수호신 ‘라마수(Lamassu)’의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다. 과거 아시리아인은 도시와 왕궁 입구에 세운 라마수 조각상이 자신들을 지키도록 기원했지만, 고의적으로 파괴되고 만다. 라코위츠는 소실된 문화재 7,000여 점을 재생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좌대에 이 동상을 세웠다. 그동안 광장의 근엄하고 웅장한 동상 옆은 밝은 청색 고등어, 말 뼈, 푸른 수탉, 배 등 온갖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이 거쳐 갔다.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미술이다”라고 자부하는 ‘네 번째 좌대(The Fourth Plinth in Trafalgar Square)’를 통해서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왕립미술협회(Royal Society of Arts)의 회장 프루 레이스(Prue Leith)는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에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텅 빈 좌대에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으로 서신을 보냈다. 대중의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5년 후인 1999년, 마크 월링거(Mark Wallinger)의 작품 <Ecce Homo>가 설치됐다. 처음엔 비어 있는 좌대를 채우려는 임시방편으로 예술가에게 공간을 내줬으나, 월링거를 시작으로, 2000년 빌 우드로(Bill Woodrow)의 <Regardless of History>, 2001년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의 <Monument>가 연달아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공공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2005년 마크 퀸(Marc Quinn)의 <Alison Lapper Pregnant>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유럽 공공미술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헤더 필립슨(Heather Phillipson) <THE END> ‘네 번째 좌대 2020’ 설치 예정
Photo: Uyen Luu/Bolton & Quinn/EPA
‘네 번째 좌대’는 작품을 선정하면서 대중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심사에 반영한다는 데도 공공미술로서 의의가 있다. 심사위원단이 선정한 작품 모형 6점을 전시하고, 관람객 평가와 심사위원 평점을 종합해 최종 선정작을 결정한다. 다양한 형태로 관람자와 접촉하며, 런던의 초·중학교 학생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팝업 공간을 운영하거나 연계 강연을 열기도 한다. 라마수가 떠나고 나면, 다음 해는 영국인 예술가 헤더 필립슨(Heather Phillipson)의 <THE END>가 빈 좌대를 채울 예정이다. 필립슨의 동상은 더욱 주면과 이질적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선다. 크림 위 체리, 체리 위엔 벌레가 올라선다.
이렇게 유럽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 기관과 이벤트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마련한다. 덕분에 예술 작품이 막혀 있는 전시 공간을 벗어나 노출된 공간에서 많은 이의 삶에 직접 다가가 상호작용하며, 평범한 일상과 주변 환경을 새롭게 탈바꿈한다. 그동안 대규모 공공미술이 대중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만큼, 앞으로도 ‘빅 네임’이 공신력과 명성, 자본을 들여 만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고 예술을 삶으로 가까이 가져오길 바란다.
글쓴이 백아영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Sotheby's Institute of Art)에서 현대미술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