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김준권
Kim Joonkwon

a

산수로 지은 우리 삶의 서사시-김준권의 산수 연작에 깃든 ‘조형 유전자’

● 정민영 미술출판인 ● 이미지 작가 제공

'산의 노래' 2021 채묵목판 84.5×158.5cm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Buy NowRESERVE
상품 옵션
배송
Artist
down up
상품 목록
TOTAL 0
Buy NowRESERVE
<인왕제색도>, 고려청자, 조선백자. 판화가 김준권의 산수 연작을 보면서 불현듯 떠오른 것들이다. 왜 난데없이 이런 작품이 떠올랐을까? 김준권은 1980년대 민중미술과 이후 리얼리즘 풍경을 거쳐 색이 있는 채묵과 먹으로 찍은 산수까지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심화시켜왔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리 전통 목판과 일본 우키요에(浮世絵)의 다색목판 그리고 중국의 수인(水印)목판화를 연구하며, 선 위주의 판각법에서 면에 의한 수성 프린팅 기법으로 선회한 일이다.

남쪽 가파도의 보리밭과 영암의 월출산 같은 사실적인 풍경(유성목판)의 디테일한 형상과 색채를 비우고, 동양화의 선염기법처럼 색의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면 중심의 작품으로 도약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 특유의 수묵·채묵목판화 ‘산수’ 연작을 만나게 된다. 앞의 사실적인 풍경이 조형적 산문(散文)이라면, 산수 연작은 조형적 운문(韻文)이라 하겠다. <인왕제색도>와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이 운문의 맛을 깊게 우려낸다.



<푸른 소나무> 2014
채묵목판 108×181cm



<인왕제색도>의 운무와 산수 연작의 운무


<인왕제색도>(1751)는 조선시대 후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만년에 그린 대작이다. 이 그림은 제작에 얽힌 ‘우정의 서사’와 더불어 사람들의 가슴에 크게 자리 잡았다. 사연인즉 겸재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공부한 ‘소울메이트’ 사천 이병연이 병환으로 사경을 헤맬 때, 벗의 쾌유를 빌며 그렸다고 한다. 오른쪽 하단의 기와집 주인으로 알려진 사천은 그림이 완성되고 4일 후 세상을 떴다. 제목은 비 갠 후의 인왕산을 의미한다. 산 위의 폭포수와 하단의 운무가 비 갠 날씨를 증거한다. ‘밀로의 비너스’ 허리를 두른 천처럼 산의 하단을 휘감은 운무는 시점이 서로 다른 상·하단을 절묘하게 연결하며 작품에 그윽한 아우라를 부여한다. 이 운무 속에 갖가지 풍경이 묻혀 있다.

내가 김준권의 산수 연작에서 <인왕제색도>를 떠올린 것은, 그것이 우리 산의 초상이란 사실 외에도 운무 때문이다. 그의 산수에는 레이어가 중첩된 산들이 아스라이 펼쳐지는데, 앞쪽 산과 뒤쪽 산 들 사이 아래쪽에서 빛이 퍼지듯 희붐하게 여백이 조성되어 있다. 마치 살코기 사이에 박혀 있는 하얀색 마블링 같기도 한 운무는 아련하고도 깊다. 산간(山間)에 조형된, 이 일정한 면적의 운무는 <인왕제색도>에 정박한 ‘출세간(出世間)의 운무’와 달리 ‘세간(世間)의 운무’다.



<아! 지리산_彩墨木版> 2020
채묵목판 40×60cm



일반적으로 마을은 골짜기에 있다.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에 집들이 자리 잡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자식을 키우며 산다. 산간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사람살이의 거처다. 따라서 산간의 운무는 자연의 품에 둥지를 튼 사람들의 숨결을 닮았다. 운무가 기표라면, 기의는 사람살이의 숨결이 된다. 내게 산수 연작의 운무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보금자리로 다가왔다. 1970-1980년대 군사독재시절, 언론검열이 일상이던 시절에 ‘진실을 알려면 신문의 행간(行間)을 읽어라’라고 했다. 기사의 행과 행 사이에, 검열을 피해 기사화하지 못한 진실을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김준권의 산간, 즉 산과 산 사이에 주목한다. 산과 산 사이는 골짜기다. 이는 노장사상의 ‘태곡(太谷)’에 닿아 있다. 태곡은 만물이 탄생하는 여인의 배를 상징한다. 골짜기는 빈 공간이다. 비어 있기에, 그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의 기운이 솟아난다.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고 끊임없이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노자 『도덕경』에서 ‘곡신은 죽지 않는다(谷神不死)’고 했다. ‘골짜기의 신(곡신)’은 생명의 원천으로서 무한한 기운을 세상에 보내는 대지와 곡물의 여신이다.

생생불식(生生不息, 끊임없이 생장하고 번성함)하는 골짜기에 사람들이 모여 산다. 산간은 작가가 오랜 세월 함께하고 관심을 기울여온 민중들의 삶의 무대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은유로서 자연물을 판각해온 작가의 ‘화각인(畵刻印)의 여정’ 또한 산간에, 그 자욱한 운무에 용해되어 있다. 산수 연작의 산간은 태곡이다. 태곡은 산수화의 흰 여백과도 통한다. 운무는 자립적이지 않다. 산에 의해 생성된다.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듯이 운무는 산과 함께 산다. 산이 없으면, 운무로 은유된 사람살이와 마을은 사라진다. 김준권의 산수는 삶의 근거로서의 자연이자 삶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이고, 대자연과 사람살이의 숨결이 일체를 이룬 진경이다.



<달 뜨는 월출산> 2018
유성목판 95×200cm



청자와 백자, 산수의 푸른색과 백색


그렇다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왜 떠올랐을까? 한마디로 청자의 푸른색과 백자의 백색 때문이다. 한민족에게 푸른색은 고려청자의 빛깔이다. 고려인들은 푸른 것이 특징인 청자의 빛깔을 비취(푸른 옥돌)색으로 보거나 소나무의 솔잎 빛깔과 하늘에 비기기도 했다. 한국인에게 푸른색은 청색과 초록색이 공존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곧잘 ‘푸른 바다’라느니, ‘푸른 하늘’, ‘푸른 들판’, ‘푸른 산천’이라고 한다. 이때 바다와 하늘은 청색이지만 들판과 산천은 초록색이다.

‘푸른색=청색=초록색’인데, 평론가 오광수는 푸른색의 의미를 한 차원 더 밀어 올린다. “순수한 블루로서의 청은 보편적으로 우수와 감상(感傷)의 매개로, 구체적이기보다 막연한 것, 실제적이기보다 환상적인 관념을 띤다. (중략) 하늘과 바다의 청이 구체적인 사물의 고유색이 아니듯 그것은 어떤 구체적 매개로보다는 심미적 현상으로 초월적, 이상적 표지로 구사되기에 이른다.” ‘초월적, 이상적 표지’로서 푸른색은 청색이든 초록색이든 모두 훼손되지 않은, 근원적인 자연을 내포하고 있다. 또 먼 하늘의 효과를 연출하는 푸른색은 가없는 동경과 애틋한 향수를 상징한다. 현세를 영원한 삶의 한순간으로 본 고려인들이 동경하는 이상 세계는 청잣빛의 무한한 공간에 있었다. 수화 김환기의 푸른색은 그리운 고향의 바다와 하늘의 표상이었다.



<청보리밭에서…> 2005
유성다색목판 105×199cm



백색은 여백의 색이다. 백색은 우리 민족의 색이자 서민의 색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백의민족이다. 백색은 그러나 순수한 원색이 아니다. 흰옷에는 색상차가 다양하지만 통틀어 백색이라고 한다. 백색은 모든 색을 품은, 숙성된 색이다. 서민들과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청색이 ‘환상적인 관념성’을 띤다면, 백색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서민들의 상징이다.

산수 연작의 백색은 운무다. 운무 속에 사람의 마을이 있다. 운무는 서로 부대끼며 사는 세간의 은유다. 옛 사람들은 <인왕제색도>를 볼 때, 기와집을 중심으로 인왕산 풍경을 보았다고 한다. 인왕산 자태를 먼저 보고 기와집을 확인하는 현재의 시방식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마찬가지로 김준권의 산수 연작도 옛 사람들처럼 산의 체형보다 운무에 주의를 기울여 봐야하지 않을까. 한번쯤 ‘산→운무’에서, ‘운무→산’으로 시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자가 일반적인 시선의 방향이라면, 후자는 마음의 방향이다. 그의 산수가 아름다운 것은 속 깊은 운무 때문이다.

미술사가 고유섭에 따르면, 고려청자는 불교가 배경이요, 조선백자는 유교가 배경이다. 청자의 푸른색과 백자의 백색은 서로 다른 세계관의 결실이다. 푸른색의 내세적인 세계와 백색의 현세적인 세계가 김준권의 산수에서 조화롭게 공존한다. 우리가 산수 연작에서 맛보는 무한한 아름다움과 유정한 느낌은 일정 부분 두 세계에서 이식된 조형 세포에 말미암은 게 아닐까. 미술사적 맥락에서 푸른색과 백색은 그 자체로 문화적 코드를 지닌 사회적 상형문자다.



<이 산~ 저 산~>
2017 채묵목판 188×285cm



조형 유전자와 절창 ‘산의 노래’

김준권이 구현한 푸른색과 백색, 산과 운무는 새삼 미적 에너지원으로서 ‘조형 유전자’의 존재를 반추하게 한다. 모든 조형 형태에는 과거로부터 대물림해온 ‘잠재적 조형요소’가 숨어 있다.(윤익영, 미술사) 이 유전자는 외면한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자연을 직접 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자연이 문화적으로 코드화된 방식의 흔적들에 입각해서 자연을 대하기 때문이다.(키스 먹시(Keith Moxey), 미술사) 그래서 작가와 한 몸이 된 조형 유전자는 작가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타난다.



<자작나무 아래-여름>
2017 유성목판 101×187cm



김준권의 경우도 푸른색과 백색이라는 유전형질이 무의식 깊숙이 도사리고 있다가 만년에 산수 연작으로 몸을 푼 것으로 보인다. 높고 낮은 산들이 조화롭게 합창하는 산수 연작은 한국 현대목판화의 진경산수이자 우리 삶에 바치는 거대한 장편 서사시(敍事詩)다. PA

[참고자료] - 고유섭, 『한국미의 산책』, 현암사, 1982 - 오광수, 「‘청색—또 하나의 정신’을 열면서」, 『청색—또 하나의 정신』(도록), 환기미술관, 1994 - 윤익영, 「김환기의 <공기와 소리(1)>」, 『현대미술학회 논문집』, 문예마당, 1999 - 조규희, 『산수가 만든 세계』, 서해문집, 2022 - 진홍섭, 『청자와 백자』, 교양국사총서편찬위원회, 1974



<山韻-0901>
2009 수묵목판 160×400cm


김준권



작가 김준권은 1956년 전라남도 영암 출생으로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중국 노신미술학원 목판화 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중국 노신미술학원 명예부교수, 한국목판문화원장, 우석대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1984년 첫 개인전 이후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다수의 판화기획 초대전과 국제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