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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민
Chung H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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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민의 그림 물질을 더듬어 회화를 다듬기

● 김진주 미술 연구·기획 ● 이미지 작가 제공

[V8] 전시 전경 2022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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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은 황금을 모방했다. 15세기 베네치아의 어느 화가는 노란색 안료를 발견한 이후 금을 칠해 황금으로 된 사물 또는 도상을 복제한 과거의 기술에서 벗어났다. 그의 시도는 금을 금으로 칠한다는 등가교환 같은 공식에서 탈피해 그날, 그곳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재료로 모방의 기술을 확장하는 새로운 실험의 발동이었다. 오백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노란색이 있던 자리는 여러 화가에 의해 실험된 무수한 재료들이 거쳐 갔다. 재료의 변천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금을 ‘그리겠다’라는 화가의 의지다. 정희민은 디지털 화면에서 만난 이미지를 현실로 불러오며 마주하는 차이의 감각을 물질로 더듬는다. 그런데 매번 그의 그림이 지니는 함의가 드러나는 순간마다 솟아나는 꾸준한 탐구 과제가 있다. 화가로서 그리기의 문제를 다루어 보겠다는 의지, 이를 ‘겔 미디움(Gel medium)’을 활용해 풀어보겠다는 의식이다.



<속삭이는 바이올렛(Whispering Violet)>
 2021 캔버스에 아크릴릭, 겔 미디움 
194×130cm 뮤지엄헤드



디지털 화면이자 캔버스 표면이었던

정희민은 작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화가에게 회화가 지니는 의미를 탐닉하고자 했다. 이러한 고민은 2016년에 개최한 첫 번째 개인전에서 가장 최근 2022년에 가진 개인전으로 이어진다. “풍경과 정물 등 회화의 관습적 대상”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변화하는 실존 감각을 비유적으로 탐색하며 이미지와 물질의 의미”1)를 질문한다는 전시 소개는 “이차원의 풍경이미지가 취하는 다양한 전략”이 “만들어 내는 허상의 이면을 캔버스의 표면 위에서”2) 파헤친다는 말과 연결된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화가로서 정희민에게 디지털 인터페이스에서 경험하는 이미지는 풍경이나 정물 등 회화의 카테고리처럼 이미 구성되어 자신에게 ‘보여지는’ 상태를 지닌 것들이다. 정희민은 캔버스를 바탕으로 삼은 그림을 통해 오늘, 이곳에서 그 이미지들을 소비하는 방식과 이미지의 의미를 소화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여러 번 겹친 사각형 프레임을 지나 반복되는 꽃의 형상으로 확장하며 던져낸 고민의 중심에는 2019년에 선보인 사과 그림이 있다. “반쪽 짜리 수박같은 전시 공간에 ‘멈춰진 사물’로서의 오늘의 정물화를 놓아보고자 한다”3)는 전시의 말처럼 정희민의 <어쩌면 두 개의 태양이 있을지 몰라> (2019)는 작은 방의 벽 하나를 덮었다. 가상 세계 속 이미지로 존재하는 밝은 색 사과가 전면에 칠해져 있고, 그 위에서 모종의 물체의 그림자가 지닌 음영이 대조된다. 위치를 알 수 없는 물체의 산발적인 그림자는 화면 모든 곳에 빛이 있는, 현실과 달리 태양이 여러 개일지도 모르는 디지털 환경의 특성을 가시화한다.

뿐만 아니라 먼 옛날부터 기초 도형인 구를 탐구하기에 적절한 대상이 되어온 사과는 캔버스에서 명암, 묘사, 채색 등 기본적인 그리기의 기술에 대한 사유를 드러내며 회화의 카테고리로서 정물의 속성을 향한 질문을 남긴다. 나아가 출입구 바로 옆에 가득 채워진 그림은 하나뿐인 현실 속 태양의 빛을 듬뿍 흡수함으로써 스스로 정물화라는 회화의 대상이 됨을 설명하는 사물로 재정의된다. 즉 세 가지 층위를 한번에 소화한 사과 그림은 정희민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탐구한 회화로서의 회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해설서와도 같은 것이었다.



<세이렌 아네모네와 그녀의 반사된 상 3
(Siren-Anemone and Her Reflected Self 3)>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겔 미디움과 UV 프린트 
100×80cm ‘부산비엔날레’



두께에서 입체를 위한 방법론으로

두꺼운 그림도 회화에 속한다는 사실은 20세기 이후에나 발명된 개념이다. 회화가 더 이상 재현을 위한 표면이 아니라, 자신의 평면성을 탐구하는 장으로 활용되면서 말이다. 정희민은 2018년부터 그림 위에 두께와 레이어를 ‘모델링’하기 위해 아크릴 보조제인 겔 미디움을 사용해왔다. 전통적인 회화 재료인 유화를 사용한 작업 초반, 기름을 잔뜩 머금은 물감은 단단한 층을 살리기에 어려웠다. 이러한 기술적 제약을 넘어 효과 면에서 유화를 모방하기 위해 정희민은 빠르게 건조되는 것이 장점인 아크릴을 찾았다. 과장을 보태자면 아크릴은 태생부터 대체재의 속성을 타고났다. 유화가 자신의 모체임을 인정하며 색, 광택, 질감 등 유화의 효과를 모방한다. 그중 안료를 제외하고 바인더만 남긴 겔 미디움은 입체적인 모양을 내는 두터운 질감의 물질로, 두께 표현을 유연하게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정희민의 손에 닿았다.

2018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 정희민은 처음으로 겔 미디움을 얹은 그림을 선보였다. 물웅덩이를 닮은 덩어리는 특정 지점에서 물방울이 퍼지는 듯한 모양으로 멈춰 있었다. 에어브러쉬로 물감을 칠해 디지털 환경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그린 납작한 표면 위에 말 그대로 두꺼운 층 하나를 더 얹은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단순하지만 직접적이었다면 이후 정희민은 겔 미디움을 물감과 섞거나 나이프와 스퀴지로 모양을 만들고 투명도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용법에 변화를 주었다. 이와 함께 점차 겔 미디움은 정희민이 디지털과 현실 세계의 층위를 탐구하는 물질인 동시에 동일한 표면 위에서 조형을 직조하는, 회화의 표면을 전면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역할을 점해 갔다.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 전시 전경
 2021-2022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한편, 어느 순간부터 정희민의 그림에 꽃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9년 전시 <사이키델릭 네이처>에서 선보인 <Infinite Light 2>부터였을까. 2021년 개인전(뮤지엄헤드), 2022년의 개인전(P21)과 그룹전(N/A) 등에서 정희민은 한 송이 또는 여러 송이의 꽃을 표현한 그림을 걸었다. 이 꽃들은 대체로 ‘잘 그린’ 꽃이 아니라, 겔 미디움으로 꽃의 모양을 ‘따라 만든’ 입체의 형태를 취한다. 여기서 정희민은 겔 미디움을 넓게 부어 말린 뒤 사방을 손으로 당겨 중심으로 몰아오고 울렁이는 주름 만들기를 반복하며 꽃잎의 모양으로 다듬거나, 아예 겔 미디움으로 낱장의 꽃잎을 묘사하는 등 조소에 가까운 조형을 도입했다. 그렇게 2018년 전시에서 단순한 기법 대조를 위해 활용된 겔 미디움의 역할은 꽃 그림을 통해 그림의 형태에 직접 관여하는 양태로 더욱 확장해 나갔다.

그의 꽃 그림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그림이 떠오른다. 정희민이 오키프의 그림을 모방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키프가 꽃을 그리며 탐구한 ‘그리기의 문제’를 넘겨짚게 한다는 것이다. 오키프는 동일한 대상을 반복해 그리며 대상과 배경의 관계, 덩어리의 평면화 등을 탐구함으로써 회화를 회화로 만드는 지점에 가진 관심을 풀어냈다. 그가 추구한 건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화가로서 자신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는 일에 가까웠다. 그와 유사하게 정희민의 그림에서 디지털 화면에서 밖으로 튀어나온, 평평한 캔버스 위에서 두께로 대조되었던 이미지들은 겔 미디움에 의해 매만져지고, 울렁거리고, 프레임 밖으로까지 연장된다. 그러면서 그의 그림은 더욱 완연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화가로서 ‘그리기’에 대한 의지를 담아내는 표면으로 활용되어 갔다.



‘2022부산비엔날레’ 전시 전경 
2022 부산항 제1부두



노랑 이후에 가능한 실험들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결론 없는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화가가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지나고 있는 오늘날, 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화가가 취해야 할 전략이 반드시 물감이나 캔버스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정희민은 언젠가부터 라이트 박스나 영상 작업을 시도하며 회화에 대한 확장된 탐구를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그 탐구의 장을 공간으로 옮겨와 겔 미디움으로 조소를 하거나 조각난 겔 미디움을 쌓아 입체물에 가까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작업들 또한 조각이 아닌 회화에 대한 사유로부터 발현되었다는 점에서 화가의 의식 속 회화의 의미를 탐구하는 그의 과제를 연장함은 마찬가지다.

무엇이 무엇을 확장할까. 과거나 현재나 회화 곁에는 화가가 있고 화가는 회화를 만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오늘, 이곳에서 화가가 손을 뻗어 잡은 물질은 전에 없던 실험 정신을 발동시키고 만다. 그의 눈에 닿은 것이 황금으로 된 사물이건, 디지털 화면 속 이미지이건. 앞으로 그의 손에 무엇이 쥐어질지, 그것을 어떤 형태로 변용할지, 정희민이라는 화가에게는 그런 질문들이 가능할 테다.PA



정희민
이미지 제공: 타데우스 로팍 
런던, 파리, 짤츠부르크, 서울 
사진: 아티팩츠(artifacts)



[각주]
1) <How Do We Get Lost in the Forest>(P21, 2022) 전시 서문
2) <어제의 파랑>(사루비아 다방, 2016) 전시 소개, sarubia.org/73
3) <정물화전>(시청각, 2019) 전시 서문, audiovisualpavilion.org/exhibitions/tarte



작가 정희민은 1987년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평면조형전공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금호미술관, P21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인천아트플랫폼, 탈영역우정국 등에서의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촉발되는 추상적 몸의 감각에 접근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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