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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진
Kim Wo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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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ART NEW HERO 2022
애도를 위한 절멸의 기예

● 남웅 미술비평가 ● 이미지 작가 제공

'Melting Strata Project – Day1' 2020 잉크, 밀랍, 파라핀, 발열전구, 철 75×150×73cm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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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책을 모으고 동료와 시민들에게 텍스트를 요청해 수집한다. 하지만 수집은 지우기 위한 작업의 준비과정이다. 문장은 지워지고 지지체는 재와 반죽이 된다. 김원진은 책을 태우고 남은 자리에 파라핀을 부어 훼손 이전의 모양으로 캐스팅하거나(<Swings-drawing project>(2017), <Librarian-TIME MITE>(2015)) 전소시켜 남은 재에 석고와 밀랍을 섞어 오브제를 만든다(<Squre for you>(2018), <the depth of distance>(2017-2019)). 책에 구멍을 내고 석고를 부어 원통형 오브제를 만들기도 했다(<The Chronicles of Today>(2016-2018)). 태우고 녹여 캐스팅한 결과물은 공동(空洞)의 지층이 된다. 더러 작가는 기껏 만든 오브제마저 녹여버린다.

평면작업은 그의 오브제처럼 기록에 대한 해체와 분절을 극대화하지만 색상과 패턴 등 작가의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을 개입한다. 문장이 쓰인 종이를 태워 지워진 물성만을 남겨 빚어낸 오브제와 달리, 평면작업은 기록을 구태여 소멸시키지 않더라도 색을 입혀 패턴을 만들고 이를 얇게 저며 재조합함으로써 원전과 다른 풍경을 펼쳐낸다. 기존의 선은 분절된 점들의 집적으로 변형되며 흡사 신인상주의 회화처럼 아스라한 연기로, 입자들의 화면으로 떠올라 산개한다. 분쇄된 글자들이 흩어지듯 색점들이 형성하는 굴절된 선율은 뭉개진 지층을, 또는 파동을 기록한 그래프를 연상시킨다.



<순간의 연대기(A Chronicle of the Moment in the Wind)> 
2021  종이에 색연필, 콜라주 
227×170cm, 91×41cm, 53×46cm, 45×45cm



작가는 자신의 메모와 문장을 취해 그 심상을 화면에 옮기기도 했다. 문장을 따라 그린 드로잉 역시 지층처럼 보였는데, 이마저 1mm 두께로 채 썰 듯 잘라내고 다시 붙여냄으로써 내용을 온전히 지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작업은 더러 문화인류학적 환경을 시각이미지로 번역한다. ‘A Chronicle of the Moment Letter(書信)’(2018) 시리즈는 대만 소수민족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언어가 갖는 억양과 의미를 시각적으로 변환한 형태로 변주한다. <시민참여프로젝트 감정선 憾情線>(2021)에서는 200명의 시민에게 서신으로 받은 기록에 색을 입혀 같은 공정의 작업을 확장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번역 또한 삭제는 피할 수 없다.

내용이 사라진 자리엔 물성이 남아 텍스트의 공백을 환기한다. 저자의 손을 떠나 기능을 잃어 폐기된 글들은 작가에 의해 다시 한번 의식적으로 소멸됨으로써 재차 빈 자리의 의미를 획득한다. 내용의 자리에는 무용한 물성이 부서진 단어처럼 집적하며 원전은 이러했다는 빈자리만 남긴다. 하여 작가는 스스로를 ‘망각의 사서’로 부른다. 망각된 기록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망각을 남기는 양식 자체를 창안하고 전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셈이다. 재로 만든 반죽으로 빚은 무채색의 오브제, 텍스트 위에 색을 칠하고 잘게 저며 다시 이어붙인 화면은 기억을 위한 표지이자 태피스트리가 된다. 이들은 버려진 텍스트를 애도하지만 비어있는 애도의 자리는 앞서 폐기된 텍스트를 작가가 다시 한 번 절멸시키는 의식을 따른다. 망각된 기억을 모으는 작업은 망각의 대상을 폐기함으로써 망각 자체를 기억하도록 추동하는 것이다.



<너와 나의 연대기(The Chronicle between You and Me)> 
(부분) 2021  주변인들에게 서신으로 받은 일기 태운 재, 
밀랍, 파라핀, 석고, 철, 발열전구 가변설치



작가는 폐기된 백과사전과 고전소설을 수집했다. 도서관이 디지털 체제로 전환하고, 번역이 갱신되는 맥락 위에 우선순위 폐기물로 선정되었던 점에 착안한 선택이다. 통속적인 서사는 식상한 레퍼토리로 치부되지만 작가는 고전소설에서 절정부에 해당하는 이별의 강도로부터 동질감을 느낄 만큼 보편적인 가치를 갖고 있음을 언급한다. 하여 작가는 소설의 이별장면이 인쇄된 종이를 태우고 남은 재를 다시금 밀랍과 파라핀으로 뭉갠다. 작가는 반죽을 질료삼아 고전소설 문장과 자신의 비슷한 감정을 기록한 텍스트를 조합해 한 글자씩 캐스팅하고 철판 위에 녹여 없앤다(<Melting Strata project>(2020)). 전시 기간 동안 작가는 매일같이 글자가 녹은 자리에 문장 오브제를 계속해서 올리고 계속해서 녹였다고 한다. 알을 깨기 위한 온도조절장치는 죽은 글자들의 화장터와 용광로로 역전된다.

텍스트를 불태우고 남은 재를 반죽처럼 만들어 오브제를 빚어내거나, 색을 뒤집어쓰고 채 썰 듯 잘라낸 종이를 다시 이어붙인 기록들은 파괴를 통해 형상을 얻는 역설적 번역의 공정을 거친다. 이중의 폐기로부터 이야기는 시적 가치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혹여 작업을 위해 타인의 기록을 강제로 동원하고 물화한다는 혐의를 받지는 않을까. 폐기되고 손을 떠난 이야기를 소재 삼아 흔적만 남기는 작업은 시적 구제와 번역의 작업으로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극한 애도의 행위는 폐기를 위해 이야기를 동원하는 이른바 기록에 대한 식민화의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설령 저자에게 당신의 문장을 없애버리는 데 합의를 구할지라도, 구제를 위해 개념적 반달리즘을 행하는 작업은 (저자가 아닌) 텍스트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묻게 한다. 특히 최근 작가는 개인 기록으로 시선을 옮긴다.



<Blank on Timing> 2021 
타이밍 벨트, 모터, 철 가변설치



2021년 ‘시민참여 프로젝트 감정선 憾情線, 공간고백 空間告白’에서 시민들이 남긴 감정의 기록을 받았다면, 같은 해 진행한 <The Chronicle between You and Me>에서는 동료들에게 서신으로 일기를 요청하고 어김없이 받은 텍스트를 태워 밀랍과 석고에 섞어 층층의 오브제를 만들었다. 같은 공정이라 할지라도 버려진 출판물과 타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와 무게는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훼손을 불편해하는 것은 버려지는 텍스트에 대한 당신의 무관심과 무력함이 초래하는 부채감의 무게이기도 하다. 텍스트를 삭제하고 그 지지체를 관통하며 저미는 구멍과 상처의 자리, 강렬한 삭제의 흔적은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푼크툼(punctum)’을 음화한 자리, 잔해의 아우라처럼 부각된다.

김원진은 폐기된 텍스트를 없애는 작업을 통해 애도로서 절멸을, 반대로 절멸을 통과하는 애도의 역설적 양식을 세공한다. 폐기된 기록을 재차 소멸시키는 작업에서 기존 텍스트가 배경의 그림자로 물러난다면, 그의 최근작 <Blank on Timing>(2021)은 이중의 소멸을 다른 차원으로 접근하여 시각화한다. 분절된 문장들은 자동차 타이밍벨트에 실려 모터의 힘으로 공회전하는데, 회전하는 벨트 위에 글자들이 점멸하듯 지나가는 방식은 태워 없애고 물감을 덧씌우는 폐기의 방법론을 피한다. 말하자면 폐기된 텍스트를 삭제하기보다 폐기의 운동을 시각화함으로써 소생 ‘불가능성’ 자체를 소생시키는 것이다. 반죽과 색점의 흔적마저 털어낼 듯 보이는 타이밍벨트의 박동은 달리는 텍스트와 폐기의 운동성을 한데 포갠다. 질료를 폐기당한 글자가 보조 장구를 빌어 유령의 얼굴을 갖는 순간이다.PA



김원진 작가


작가 김원진은 고려대학교 조형예술학과와 동 대학원 조형문화예술전공을 졸업했다. 국내는 물론 대만, 일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단원미술관, 스페이스K, 성북예술창작터 등의 그룹전에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 6기, 대만 Pier-2 Artist In Residence, 금호미술관 금호창작스튜디오 16기를 거쳤고, ‘서울은 미술관-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 ‘시민참여 프로젝트 감정선 憾情線, 공간고백 空間告白’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달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개인전 <공백, 고백(A Blank Confession)>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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