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황용엽
Hwang YongYop

a

생의 가치를 직시하는 황용엽의 ‘인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여기 생존하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중략) 태양이 뜨면 가늠하기 어려운 희망과 절망과 혼돈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같은 낯선 사회에서도 생존을 위한 절규 그리고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일들, 이런 것들이 나의 삶의 밑거름이 된 거지요.”1)
● 최윤정 미술비평가·문화비축기지 전시기획 담당 주무관 ● 이미지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황용엽: 인간의 길' 전시 전경 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Buy NowRESERVE
상품 옵션
배송
Artist
down up
상품 목록
TOTAL 0
Buy NowRESERVE
작가 황용엽에게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트라우마들이 결부되어 있다. 남북분단, 전쟁, 이산가족 등 우리는 역사의 비극이자 기억 감정으로 이 비극적 상황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상황들을 함의하는 수많은 겹의 파장들이 얼마나 개인과 공동체를 굴곡진 삶으로 이끄는지, 그 파장들을 무차별적으로 살갗 가까이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심정일지, 실존조차 불안하게 만드는 그 심리적 요소들을 우리는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존에 대한 불안, 그것은 우리가 직면한 생존에 대한 개별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되며 그로부터 공감이 태동할 수 있다. 끝도 모호하고 이유도 모른 채 저항할 수조차 없는 문명의 속도 위에 놓인 우리는 생계와 생존을 위해 보다 우위에 있어야 유리한 구조에의 편입에 대한 욕망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생산하고 머금고 살아간다. 여기에 시간에 대한 감각, 사유의 지평, 삶에 대한 성찰은 평범하게 유지되기도 힘들다. 무릇 인간됨뿐만 아니라 공감의 상황까지도 악화시키는 대립의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그 와중에 우리는 유례없던 팬데믹도 겪었다. 저 먼발치에서는 언제 우리에게 불똥이 떨어질지 모르는 전쟁마저 목도하고 있다. 더 이상 자본주의나 기술 문명이 구조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의 답변 또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실존의 기로에서 현재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삶> 2018 캔버스에 유채 
91×73cm 사진: 임장활



우리에게 개별 실존이 처한 상황으로서 고통의 깊이는 다를지라도 황용엽의 작품은 그 공통된 불안을 떠올리고 직시하게끔 하는 힘이 있다. 그의 작품이 현재에 주목한다는 것은 우리 모습 속에 그가 담고자 했던 인간의 본성과 본질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고, 각자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스스로의 상황을 마주하게 이끄는 형국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유의 색과 형으로 표현한 인간 형상 안에서 바로 실마리를 구할 수 있다. 그는 절망과 혼돈의 상황이 자신의 삶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산(又山), “산을 넘으니 산, 다시 산을 넘으니 또 다시 산.” 작가가 인지한 자기 실존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으로, 그는 이를 자신의 아호(雅號)로 삼았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전쟁과 이념대립이라는 폭력적 상황을 고스란히 겪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이별과 어떤 상실감을 동시에 겪어야만 했을 것이며, 의미 없이 죽어간 수없이 많은 주검에 대하여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현실이 되는 한계상황에 처했던 그 모든 상황을 함의하는 말이다. 수많은 산(山, 고(苦))을 넘어야 하는 그 지난한 과정, 이를 통해 황용엽이 천착한 주제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어 바라보게 된 ‘인간’이었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고유한 형상을 찾아가기 위한 모색기(1950- 1960년대)에선 ‘여인’ 연작이 주를 이으며 외국 사조의 영향은 물론, 자신만의 흥미로운 색과 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서 그의 독자적인 인물 형상에 대한 확고한 양식이 생성될 수 있었다.



<삶 이야기> 2020 캔버스에 유채 
162.5×130.5cm 사진: 임장활



1970년대 ‘인간’ 연작에서는 유신체제와 함께 억압적 사회 상황을 마주하며 과거 그가 월남했던 시기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경험의 부산물로 남은 트라우마들, 즉 강박적이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밀실에 가둬지고, 속박된 인간의 실존적 불안을 강렬한 색상 대비와 거친 선 긋기 등으로 보여준 이 연작들은 처연하고 처절한 울림을 전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1980년대 초반 군사진압으로 희생된 광주를 그린 ‘저항’ 연작으로 이어진다. 거대권력에 집단으로 유린당하고 폭행당하는 모습, 그 잔혹성을 역동적이고 긁는 듯한 징후적 표현으로 화면은 강렬한 파찰음이 가득하다. 그것은 어떤 안타까움과 처절함을 극대화한다.

황용엽의 인간 형상과 선묘에 대해 오광수는 “차라리 산산이 찢겨진 앙상한 형해(形骸)만이 겨우 확인되는, 지워져 가는 인간상”이라 표현하면서 “스스로 짜내는 무수한 줄들에 의해 자신들을 가두고 얽매고 있는” 것이거나 “오늘의 인간들이 처한 상황, 그것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결박당해 있는 처절한 생존”의 표현인 것으로 평했다.2) 김인환은 “거미줄처럼 늘어뜨린 선획의 사슬에 포박되어 몸부림치는 자신을, 그 선획들의 잠재적인 의미는 그를 얽어매고 있는 사회 현실의 상충적인 여러 요소일 수도 있고, 혼돈된 이 세계의 상징”으로 보았다. 또한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이지(理智)와 감성마저 매몰된 듯한 인간이 파충류처럼 웅크리고”있는3) 처절함을 읽어낸 것이다.



<어느 날> 2020 캔버스에 유채 
162.5×130.5cm 사진: 임장활



1980년대 후반으로 가면 그의 작업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기인한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극복하기 위해 복잡하고 어두웠던 심연을 치유하면서 밝은 표면으로 시선을 향하고 동시에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반세기 넘게 나를 사로잡았던 정신의 굴레가 벗겨지는 것”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분단으로 인한 이북 가족들과의 생이별은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이자 우울한 기조로 ‘인간’ 연작에 꾸준히 반영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1989년 ‘제1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이후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그간의 강박적인 선들은 잎의 순이 맺혀있는 자연의 나뭇가지로 변했다. 균질화되고 날카로운 선에 의해서만 공간감이 강조되었던 차단된 밀실과도 같던 배경에 나무가 그려지고, 멀리 산이 있는 자연적 풍경으로 점차 바뀌어 작품에는 행복과 환희가 스며 나온다. 마치 설화의 세계를 품은 듯 말이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을 차치하고라도 스스로 화풍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장식적인 효과를 자아내는 색채를 탐색하였고 이 시기에 토속적인 민화, 도자기, 기와, 무속적인 요소 등 한국적 원형에 기인한 새로운 조형적 실험을 감행하게 된다. 특히 화풍이 변모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이순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한 바 있다. 일례로 그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고구려 고분벽화(강서고분군)를 연상하게 하는 조형 기법이 작품에 등장하는데, 과거 한국 현대 미술가들이 한국미술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시도하였던 ‘전통’ 수용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의 조형 요소를 작품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 양상이 황용엽의 경우 “한국미술의 정체성 탐구라는 시대적 요구보다도 고향과 가족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었을 것이라 설명한다.4) 실제 1990년대로 이어지면서 작품은 고통에서 행복으로 전유될 수 있었던 그의 정신세계의 향방을 고향의 이미지가 담긴 풍경들 속에서 가늠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의 비극을 담지하면서도 행복이 있는 삶을 향하는 작품들이 그렇게 근작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어느 날> 2018 캔버스에 유채
 145.5×112cm 사진: 임장활

     

그의 ‘인간’은 형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표현적이고 추상적으로 주조한, 정신성이 발현된 결과다. 단순화된 역삼각형의 얼굴이며 마른 가지처럼 앙상한 신체, 신체의 방향을 달리해도 항상 정면성을 띠는 눈은 극도의 좌절을 표현하는 선에서도,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는 선에서도, 황용엽의 인간 형상 묘사에서 특징적이다. 그 모습은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 어법으로 자리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인간 실존에 대한 보편적 물음을 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이라는 시대 상황을 마주해야 했고, 이에 전쟁을 경험하고 상흔을 입어야 했으며, 개인사에 얽힌 분열적 상황들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인간의 잔혹한 본성과 나약함을 꾸준히 바라보았을 것이다. 한편 처절함은 좌절과 고뇌로만 이어지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 시대적 상황을 마주하면서 인간 실존의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으로서 그는 창작과 삶의 국면에서 의지적 면모를 증명해왔다.



<황용엽: 인간의 길> 전시 전경 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황용엽은 실질적인 내러티브보다도 조형 어법으로서 ‘인간’ 형상을 강조하며 그 형상 안에 이야기를 함축한다. 그 형과 색만으로도 전달되는 강렬한 정서는 그로부터 우리가 현재에 처해있는 상황에 직시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장면은 작가의 기억과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나로 공감된다. 고난과 좌절의 심리를 표현하고 이윽고 치유와 환희의 상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황용엽의 ‘인간’은 그 앙상하고 부러질 듯한 가녀린 손으로 말을 건네는 듯하다. “당신의 상황을 마주하고, 그 생의 가치를 놓지 않고 의지하기를.” PA  



황용엽



작가 황용엽은 1931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48년 평양미술학교 2기로 입학했으나 1950년 6.25 전쟁 발발로 중퇴했고, 1950년 12월 3일 대동강을 건너 월남해 국군으로 자원입대했다. 1952년 상이군인으로 제대한 후 195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로 편입해 1957년 졸업했다. 윤효중 교수의 도예연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인천고등학교, 서울 보성여자고등학교, 숙명여자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했으며, 1970년대 이후 인간 군상을 그리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한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에 소장돼있다.


[각주]
1) 남북분단 이후 월남과 전쟁시기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정중현, 『황용엽의 인간풍경』, 나무와 숲, 2015, p. 28  
2) 오광수, 「선묘의 주술」, 『제9회 황용엽 인간전 도록』, 1979 오광수, 「열린 인간의 이야기-황용엽의 근작」, 『제14회 황용엽 개인전 도록』, 1989
3) 김인환, 「가열한 체험, 극한 속의 인간」, 『황용엽』, 미술공론사, 1990
4) 김이순, 「고통에서 환희로 : 황용엽 화백의 삶 이야기」, 『제18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작가전, 황용엽』, 2021



게시물이 없습니다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