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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 욕망: 라키비움과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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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chiveum & Museum

2010년도 초반부터 ‘라키비움(Larchiveum)’이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단어는 아주 명확하게 세 가지 의미를 품는다.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 박물관(museum). 미국 텍사스 대학의 메건 윈젯(Megan Winget) 교수가 처음 제안한 이 합성어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정보를 찾아야 하는 수고 앞에서 정보 제공의 통합을 요구한다. 다소 구체적인 의미를 가리키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라키비움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복합문화공간’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도서관과 기록, 박물관을 합쳐놓은 이 공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글은 흩어지는 자료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놓으려는 욕망과 당대 미술 생태계에서 라키비움의 의미 그리고 미술관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 기획 · 진행 김미혜 기자 ● 글 이민주 미술비평가

Museum aan de Stroom's Antwerpen, Belgium Kijkdepot +2 Photo: Filip Dujar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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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박물의 허브, 라키비움

국내에서 새로운 수집기관의 조성방안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라키비움은 문화유산 및 원본자료의 체계적 수집·복원, 보존·아카이브 기능, 연구·전시 및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이해되고 있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독립된 문화유산 수집, 보존, 전시 기능을 하나의 기관에 집약적으로 수용하여 정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달리 말해 분산된 파편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종합적인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인 공간이다.

라키비움과 관련된 논의는 정보 종합에 대한 이용자의 필요성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가속화되었다. 기록뿐만 아니라 예술까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되는 시대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문화를 반영하는 온라인 게임과 영화 등을 수집, 관리하는 종합 기관을 제안한다.1) 도서, 기록물, 예술작품 등 각 자료가 가진 독특한 특성이 디지털화를 통해 관리나 서비스 방법에 구분이 없어지게 되고, 미래에 어떤 유형의 매체가 생겨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기관의 유형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라키비움은 기존의 문화기관이 개별적으로 유지, 운영해 온 기능을 하나의 기관으로 집약한 통합형 수집기관이자 복합문화시설로 커뮤니티 공간, 공연 공간, 전시 공간, 자료 공간, 휴식 공간 등이 한 건물 내에 공존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2)

이전까지 기록과 박물의 경계가 확연하고 각각의 대상이 까다로운 조건에 맞게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었다면, 디지털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두 조건에 대한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 가지 다른 유형의 기관이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더욱 입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라키비움은 이용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한다는 점, 역사적 사료나 기록들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데이터와 함께 다양한 층위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꽤 유용하며, 오늘날 필요한 기관이라 말할 수 있다.3)



Bitossi Museum Archive 
at the Bitossi Vittoriano Foundation 
© Agnese Bedini 
Photo: Delfino Sisto Legnani Sep. 2021



하지만 이 기관이 디지털 환경을 배경으로 출범했다고 할 때, 디지털 아카이브, 더욱이 팬데믹 이후 온라인 뮤지엄 등 모든 것이 웹에서 경험 가능한 시기에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이라는 세 유형의 기관을 물리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효율성의 측면에서 이용자의 물리적 이동 거리를 좁히고 그에 수반되는 시간 자원을 줄이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욕망의 실현이 아닌가? 한 곳으로 수렴되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기록 정보들은 더 이상 해석되거나 분석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체험과 경험의 차원으로 소급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상술한 바, 지식정보를 보존하고 서비스하는 것과 더불어 예술작품이나 다양한 형식을 제공하는 것은 하나의 유형이 제시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감각 경험을 마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당대 미술관이 라키비움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소장품을 토대로 과거에 완료된 기록을 다시 읽고 쓰는 작업을 하는 일은 오늘날 미술관이 ‘동시대’라는 이름으로 실천하고 있다. 역사적 사료와 기록을 시각과 감각적 차원에서 연구하며 그 연구 값을 전시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의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일구는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나, 라키비움이 지향하는 물리적 통합의 목적이 이용자의 편리성 이상으로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이미 동시대 미술관(또는 박물관)이 실천하고자 하는 일이다. 개념적인 차원에서 당대 미술관은 라키비움을 이미 내재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s archives



통합의 조건으로서 분리

디지털 네트워크가 보편화되고, 특히 팬데믹 이후 인쇄 자료, 예술작품, 다양한 공공재를 관리·보존하는 일에 관한 논의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문화·공공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사는 전쟁과 자연재난 등 외부의 요소로부터 ‘내 것’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했다. 물질의 유한성 앞에 무한성과 영구성을 좇으며 스스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이를 위해 개별 유형의 자료마다 그것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투입한 덕에 오늘날 우리는 박제된 과거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각 까다로운 조건으로 관리되어야 했던 자료들이 경계 없이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게 된다면, 개별 대상에 관한 관리와 보존의 방식 자체도 동질화될 위험이 있다.

가령, 팬데믹 이후 온라인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작품들을 웹에서 ‘전시’하는 시도가 이어지지만, 작가들 웹페이지의 이미지를 고화질 버전으로 업로드 한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개별 형식과 공간의 조건을 고려하지 못한 채 웹이라는 장소(site)에 모아두는 일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의미와 위상을 엄밀하게 살피지 못한 채 편의의 도모를 위해 집합시키려는 라키비움의 지배 욕망과 같다. 통합은 두 개 이상의 개별 대상을 전체로서 묶어내는 의미로, 대상과 대상과의 경계 혹은 선이 명확하게 이미 그어져 있음을 전제로 한다.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이 없는 상태는 통합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기록관은, 미술관은 각 기관의 대상이 되는 책, 공문서, 작품을 정교하게 분류하고 정립해두었는가?

이중 사진, 회화, 오브제, 영상, 퍼포먼스 등 가장 다양한 형식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을 살펴보자. 각 기관의 소장 자료와 분류 체계는 그 기관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는지를 대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경우 한국화, 회화, 조각, 서예, 건축, 뉴미디어, 사진, 디자인 등 분화된 카테고리를 가졌다. 퍼포먼스나 설치와 같은 구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형식은 누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퍼포먼스 작품을 소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김홍석의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2012)을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면 ‘조각’ 부문으로 분류되어 있다. 위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설치 작품 중 하나로 총 8개의 오브제로 구성되었다. 이 오브제들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노동과 자본에 관한 것으로, 작품과 전시의 생산 구조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다뤘다.4) 작품은 제작비가 미술관의 예산으로 충당되고, 전문가에게 오브제 제작을 외주하면서 생기는 작가와 노동 주체 간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라키비움 사진: 장준호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전시장에 설치된 오브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오브제를 설명하고 해설하는 방식, 즉 김홍석이 기획한 도슨트 프로그램에 있다. 작업에 관한 해설은 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별개로 진행되며 작품의 감상적 차원까지 외주의 형태로 맡기는 구조를 보여준다. 요컨대 <사람 객관적-나쁜 해석>은 전시장에 설치된 개별 오브제와 이를 설명하는 도슨트의 발화행위가 합쳐진 퍼포먼스 작업인 것이다. 하지만 “발화행위와 오브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작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의 분류 체계는 이 작업을 조각으로 지시하며 퍼포먼스에서 재료로 사용된 도슨트 프로그램을 위한 작품 해설서와 여타 오브제를 소장의 대상으로 삼았다.

과연 미술관은 김홍석의 작업을 소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 하나의 형식으로 국한할 수 없는 당대 미술의 특징상 작품에 맞는 특정 카테고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수집·보존·연구하는 기관으로서 시스템 자체를 계속 쇄신하고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한 기관 분류 체계의 경계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라키비움이라는 이름으로 기관 간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효율성에 대한 맹신을 따를 뿐이다.

각기 다른 유형의 자료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통해 기록과 정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라키비움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각 유형의 특징, 수집 및 보존의 방식 그리고 분류된 조건 자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라키비움을 물리적인 기관이 아닌 개념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하나의 장소에서 다양한 유형의 성질이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한다. 통합을 위한 조건들, 말하자면 분류의 조건들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PA



Ydessa Hendeles
 <Partners (The Teddy Bear Project)> 
2002 Photo: Robert Keziere



[각주]
1) 이미경, 「라비키움의 도입과 실현」, 제51권 제5호 통권415호, 국회도서관, 2014, p. 16
2) 위의 논문, p. 16
3) 이미경은 라키비움의 최대 장점을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에 산재해 있는 여러 유형의 자료를 한 곳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위의 논문, p. 19
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검색 김홍석 작품 정보 참고, mmca.go.kr/collections/collectionsDetailPage.do


글쓴이 이민주는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이미지의 기록적/물질적 성질에 관한 궁금증을 글과 전시로 엮는다. 퍼포먼스와 퍼포먼스 도큐멘테이션의 관계를 짚은 <동물성 루프>(공-원, 2019)를 공동 기획,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미학성과 정치성을 조명한 <논캡션 인터뷰>(의외의조합, 2021)를 기획했다. 이미지연구공동체 반짝의 멤버이며, 이미지의 형식과 형식이 드러내는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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