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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준
Jo Hae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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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의 서사, 혈연에서 역사로

●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이미지 작가 제공

'곰과 아버지' 2021 흑백, 4K, DCP 파일 76분 40초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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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환×조해준


조해준은 아버지와의 공동작업과 구술 드로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출판 혹은 전시 등의 프로젝트 형태로 작업을 해온 그는 2002년 이후 줄곧 아들인 자신과 아버지의 공동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들 부자(父子)의 그간 공동작업은, 아버지 조동환이 자신과 가족의 살아온 내력과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겪은 일,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연필로 그리고 여기에 이야기체 글을 곁들인 이른바 그림-이야기, 이야기-그림 형식의 드로잉들, 구술 드로잉이 주된 것들이었다. 일제 강점기 만화의 한 형태였던 ‘만문만화’ 형식의 이 드로잉들은 일반적인 만화와 같이 말풍선을 이용해 등장인물이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조동환이 ‘기억’하는 그림 내의 상황을 ‘구술’하듯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최근 라이카시네마에서 공개한 조해준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 <곰과 아버지-북해도>(2021) 역시 아버지와의 공동작업이다. <곰과 아버지-북해도>는 조해준의 아버지 조동환이 기억하는 특정한 자신의 유년 시기와 조해준의 할아버지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조판석의 징용과 죽음 일부가 남아있는 북해도 유바리(北海道 夕張市)가 무대다. 조동환은 1941년 일본 유바리로 징용 간 아버지를 따라 1944년 가족 전체가 이주하여 9세부터 11세까지 일본 북해도의 조선인 탄광 마을에서 살았다고 한다. 시기로 치면 1944년부터 1946년 해방 전후 삼 년 남짓한 기간이다. 아버지와의 이산(離散) 그리고 고향에서 식민본토로의 이산은 조동환에게 가장 큰 실존적 상실을 안겨준 사건이었던 것 같다. 아들 조해준과의 첫 프로젝트 <1937-1974>에서 가장 먼저 그린 구술 드로잉도 징용 가기 전날 밤 가족과의 이산을 앞둔 아버지의 가슴 아픈 독백이 모티프였다는 사실이 그 예이다.




<북조선: 북한 밖에서 비추어 본 풍경> 2011 

종이에 연필 드로잉, 30점의 구술 드로잉, 나무, 아크릴, 의자 

120×290×40cm





영화와 역할놀이

아래 대화 내용은 1943년 일본 북해도에서 조해준의 할아버지 조판석과 아버지 조동환이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의 한 부분이다.

‘내가 어린 시절 북해도 유바리에서 살던 어느 겨울,
눈이 지붕까지 닿아 형들은 눈 굴을 뚫으러 나가 작업하고
동생은 자고 있을 때였다.
대뜸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길’

(조동환의 아버지-이하 아버지) “동환아, 잘 들어보아라!”
(아들) “네.”
(아버지) “내가 지금은 누워있지만 여기 북해도에 와서 보니 추운 곳에서도 살아남았던 아이누족 같은 원시인을 생각해 보았다. 원시인도 늙으면 사냥을 할 수 없으니 젊어서 곰 새끼를 잡아다가 길들이게 되면 개처럼 말을 잘 들을 것이다. 곰은 주인이 주는 먹이를 먹고 자랄 것이고 그 보답으로 사냥도 시키는 대로 잘할 것이다.”
(아들) “아버지! 여기서 곰을 몇 번이나 보셨어요?”
(아버지) “멀리서 한 번 보았다. 그러니 너도 곰에 관해 관심을 가져 보렴.”
(아들) “네, 새끼 한 마리 키워 보고 싶어요! 아버지.”
(아버지) “처음에는 개부터 길러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동환아.”


위의 대화는 사실상 비디오 영상 속 영화 <곰과 원시인>(2016)의 시발이 되었으며 북해도 등지에 살던 선주민 아이누족(アイヌ族)의 곰 숭배 풍습과 연관이 있다. 기록에 의하면 아이누족은 곰을 신(神, 가미사마)처럼 생각했지만 일정한 시기가 되면 어린 곰을 죽여 그 살점을 취했다. 조동환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알려주는 ‘생존 방법’의 한 사례였지만 어린 조동환은 아버지의 곰 이야기를 마치 동화처럼 여긴 것 같다. <곰과 아버지-북해도>는 부자간에 나눴던 곰 이야기를 기초로 완성한 영화 <곰과 원시인>을 액자 형식으로 가운데에 끼워 놓았다. 그 앞뒤에 재일교포 마쓰야마 도오깡(조동환)과 그의 아들 가이중(조해준)이 영화 제작자이자 배우로서 시나리오, 분장, 촬영에 대한 8일간의 코멘터리와 동시에 이제는 그 번영/실존이 모조리 부정된 도시 유바리에서의 유년 시절과 그 신체/죽음을 찾아 헤매는 조동환-조해준의 절실한 8일간의 다큐멘터리가 교착되고 있다. 영상 작업 <곰과 아버지-북해도>는 픽션과 논픽션의 이상하고도 환상적인 월경(越境)이 5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결합과 병치, 혼성을 반복하며 시도되고 있다. 더불어 조해준은 때로 자신의 아버지 조동환으로, 조동환은 때로 조판석으로, 조동환은 때로 조해준으로 자리하며 아들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들로 역할극을 수행하였다.




<사이의 풍경> 2013 

싱글채널 비디오, Full HD 컬러 비디오 

28분 29초 스틸 이미지




구술, 기억연대의 가능성

<곰과 아버지-북해도>는 기억과 구술에 기반한 드로잉과 그림(유화), 내레이션, 코멘트가 뒤섞인 비선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식민과 제국, 과거와 현재가 공명하는 특정한 도시, 장소를 통해 겹겹의 시간과 그 지층, 그것들 사이를 홀로 서성이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기억을 연대하는 아들의 복잡한 정서가 개입, 공유, 충돌, 미끄러짐으로써 이전의 구술 드로잉 작업이 지닌 서사적  평면성은 다른 형태의 서사로 변모하였다. 여기서 가미시바이 도오슌이라는 내레이터의 역할과 정체는 주목할 만하다. <곰과 아버지-북해도> 속 화자인 도오슌은 시나리오에선 재일교포 3세로서 마쓰야마 가이중의 동료로 설정되었지만 의미로는 조해준-조동환-조판석의 마스크, 혹은 대리인(persona)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도오슌은 가이중의 동료이자 내레이터, 혹은 조해준, 혹은 조동환, 혹은 조판석의 신체를 바꿔가며 구술 드로잉이 집중했던 혈연관계에 대한 일상적 서사를 역사적 서사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도오슌의 성씨인 ‘가미시바이(紙芝居)’가 실제로 일본의 이야기 그림 공연 혹은 놀이의 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몇장의 그림으로 만들어 설명해주는 그림연극이었음을 상기해 보면, 평면적인 구술 드로잉이 보여주지 못한 청각적 공감각적 호소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오슌의 미학적 역할은 주목할 만하다. 조해준에 따르면, 도오슌의 이름은 ‘가미시바이’이지만 실상은 ‘라쿠고(落語,らくご)’에서 따왔단다. 조해준은, 무대 위에 앉아서 청중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라쿠고와 가미시바이의 결합을 통해 전통과 세계, 아시아와 현재, 미술적 서사형식과 영화적 서사형식의 신체적, 미학적 화해를 재촉한다. 도오슌이 수행하는 복수(複數)의 역할은 아버지가 구술한 그 ‘기억’을 아들이 연대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 과거와 현재, 식민과 제국, 민족적 순혈주의와 타자 존중 등 지금도 지속되는 모든 경계와 차이를 무화시키는 데 있는 것 같다.




<곰과 아버지> 2021 

흑백, 4K, DCP 파일 76분 40초 스틸 이미지




운칠기삼, 아버지가 택한 휴머니즘의 의미

<곰과 아버지-북해도>의 장소인 북해도 ‘유바리시’는 메이지(明治) 시기 이후 석탄생산 제일 도시로서의 영화를 누리던 전형적인 근대 도시였다. 해방 이후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Yubari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ゆうばり国際ファンタスティック映画祭)’가 열리는 관광도시로 변모했다가, 조해준의 아버지 조동환이 71년 만에 다시 찾았던 유바리는 사람들이 떠나 가미사마(神)만 사는 폐가(廢家)가 눈에 띄었다. 조해준의 아버지 조동환의 유바리 관련 30여 장의 구술 드로잉에는 마을 윗 산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북해도 원주민 ‘아이누족(アイヌ族)’ 노부부에 대한 그림 한 장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가 석탄 산업으로 번영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아이누족에 대한 폭력적 탄압과 차별도 시작됐다. 생김과 언어 등에서 본토인과 달랐던 이들은 피식민지 조선인들처럼 민족적 실존을 부정당했다.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이 수많은 실존을 억압했던 일본 영토 유바리의 하얀 눈이 쌓인 영상 속 2016년 겨울 풍경은 그저 눈부시고, 아름답고, 초월적이다. 작가 조해준이 월경을 꿈꾸며 아버지 조동환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기억하고 연대했던 상흔과 차이의 벽, 그 실체는 하얗고 포근한 이미지의 눈에 의해 환상적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도오깡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을 자주 말했다. 운명이 7할이고 정의가 3할이라는 말이란다. <곰과 아버지-북해도> 속 도오깡이기도 했던 원시인(아버지/조판석-조동환)은 7할의 운명을 3할의 정의로 역전시키고자 했다. 영화 속 원시인은 곰(아들/조해준-조동환)을 숭배했지만 곰사냥을 즐겼던 역사 속 원시인과는 달리 추운 겨울 굶주린 곰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먹이로 내주었다. 휴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실존을 막아서는 모든 벽을 넘기 위해.  (아버지) ‘사람이 나쁜 것이여, 절대 동물은 안나뻐.’ ‘그러니까 내가 말한 것은 휴머니즘이 있어.’ (아들) ‘아니 그쵸.’ (아버지) ‘휴머니즘보다 그런 극단적인 나쁜 생각을 더 앞세우는 것은 그건 좋은 것은 아니야.’ ‘내 생각이야.’  여기 이분은 도오깡입니다. PA




<곰과 아버지> 2021 

흑백, 4K, DCP 파일 76분 40초 스틸 이미지




조해준



작가 조해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문사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독일 뉘른베르크 쿤스트 아카데미 아트&퍼블릭 스페이스 석사,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 프라이어 그래픽 연구과정을 마쳤다. 2002년 <믿음 사랑 소망>부터 2021년 <곰과 아버지>까지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프랑스 파리, 독일 하이델베르크, 오스트리아 린츠, 인도 뉴델리, 대만 타이베이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오른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광주비엔날레 기념 전시관, 경기도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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