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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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 Made in Korea |
규정되지 않은 과거에서 무언가를 ‘발굴’하는 행위에 관심을 두고 작품세계를 펼치는 박관택의 작품을 만날 시간이다. 이번 전시 <여백_Spinoff from the facts>는 과거에 발생한 사건에서 출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투명 잉크로 그린 공간 드로잉 프로젝트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카데미에 참여한 시각예술가들의 연구 결과를 선보이는 ‘성과보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평소 역사와 과거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온 박관택은 다른 사람이 기술한 역사가 아닌, 과거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스스로 발굴하고 파헤친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에 발생한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 007편 격추 사건을 주목, 당시 주요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벗어나 주변부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관람객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세계로 초대된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이 처음 맞닥뜨리는 광경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벽과 텅 빈 공간이다.
전시 전경
하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한쪽 벽면에 쓰여 있는 “손전등을 사용하여 벽에 있는 드로잉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글귀와 손전등이 자리해 있다. 작가는 UV(Ultra-violet) 라이트 손전등을 통해서만 감상할 수 있는 드로잉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워, 관람객을 새로운 경험으로 이끈다. “시각예술 결과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꽤 많은 경우 더 큰 상상의 동력을 차단한다”는 박관택의 말처럼, 전시장은 ‘여백’으로 가득하다. 관람객은 빈 화면과 손전등 불빛을 따라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 사이 긴장 상태를 마주할 수 있다. 작가가 의도한 전시장의 여백이 관람자 개인의 경험이나 심리상태와 만나 다양한 이미지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