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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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 Made in Korea |
강예린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 2017 스틸프레임, 스테인리스 스틸
수퍼미러, LED조명, 투수성 콘크리트 석판 25×25m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계동 서울로 7017 만리동 광장
이미지 제공: 서울특별시
공모에서 작품을 판단할 때, ‘제안서’는 가장 실질적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작품을 그 장소에 설치한 도안이나 도판을 만들어 작가들이 제출하는데, 현재는 3D로 모형을 만들고 이를 2D로 다시 변환, 출력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 제안서를 잘 만들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작품의 당락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해 좀 더 실제에 가까운 작품 제안서를 만든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가 나란히 놓이면 전문적으로 표현된 작품이 우위에 놓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작품의 예술성에 앞서 제안서 표현의 완성도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까닭이다.
그래서 많은 공모가 3D 작품 제안서와 더불어 아이디어 스케치를 필수제출서류로 지정하기도 한다. 스케치가 미술 작가로서의 역량을 판단하는 데 도 도움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응모자의 전시 경력과 이전에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살피며 좀 더 합리적 결과물을 도출하고자 힘쓴다. 공모를 통해 엄선되더라도 작품의 퀼리티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역량’에 따른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공공미술 공모의 요강을 살펴보면 최근 3년 간 작가로 활동한 경험을 증명하는 약력, 비슷한 규모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2회 이상 진행 경험, 과거 작품에 대한 디지털 이미지 첨부, 다른 사람의 전시 혹은 작품 리뷰 및 뉴스 기사 등 작가 활동의 근거가 될 자료를 매우 다양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신일 <우리의 빛> 2018 4.5m
제2회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 사진 제공: 서울특별시
공모전에 제출하는 ‘작품 제안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작가의 예술성을 이같은 서류들을 통해 다방면으로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걸맞은 작품을 뽑는 것이다. 구체적 자료들을 요구해 심의를 거쳐도 반드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수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좋은 작품을 좀 더 훌륭한 작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예술성이 공공미술의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공공미술이 지녀야 할 주요 덕목들 즉 건축 공간이나 ‘공공’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특징을 참여 작가들은 숙지해야 한다.
보통은 작품으로서 예술성을 증명하는 예술 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개인적인’ 예술을 어떻게 ‘공공’의 예술로 전환 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주로 야외에 설치된다는 점, 사람들이 만지고, 올라타는 등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진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영구성과 보존성 그리고 안전성의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예술성은 안정성과 영구성이라는 기반 위에 세워지는 셈이다. 현재 이 특수한 작업에 대한 전문적 연구가 결여된 상태에서 지원하는 작가들이 공모 참여의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고척돔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시설공단
작가들이 공모에 참여할 때 명확한 정보를 얻는 일차적인 매체는 바로 공모 요강이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의 공모 요강처럼 작품의 방향성과 더불어, 공모 절차, 작품 형태 및 크기와 무게, 생애주기, 저작권 및 아티스트 피, 제안서 구성 및 제출 방법, 심사 절차 등을 꼼꼼히 알려준다면 비교적 효율적이지만 카테고리마다 한 줄 내지 두 줄 정도의 짧은 설명만 덧붙인 공모 요강도 대단히 많다. 현장 설명회를 통해 부족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없는 공모전은 “그야말로 ‘난센스’”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건축물 미술작품을 공모로 진행하는 경우는 어떠한가. 작가도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가장 적합한 미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건축가와 미술 작가가 처음 설계 단계부터 ‘코워크’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축과 공공미술을 연계해 함께 진행하긴 어렵다. 서울시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에 속한 한 위원은 “지자체에서 위탁받아 진행하는 사유재산 내 공공미술 작품 공모의 경우 건물주가 예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이와 무관한 사람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입김을 불어 넣기도 하며 공공미술 전문 에이전시와의 갈등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경쟁으로 합리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공모의 목적인데, 이런 장애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발전시켜보면 공공미술 공모를 완성하는데 심사위원 구성도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중심을 잡고 확고한 기준에 따라야 제도적 결여 외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타파하고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작품이 환경, 조경, 건축, 미술 등 장소성에 있어 여러 전문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위원단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김승영 <시민의 목소리> 2017 스피커 200개 5.2m
제1회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 사운드 디자인: 오윤석 이미지 제공: 서울특별시
많은 예산을 들인 결과물이 ‘예술이냐 흉물이냐’는 논란에 휩싸이는 사례와 우리는 더러 마주한다. 따라서 시민의 의견과 작품 사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공모 작품 선정을 완료하면 퍼블릭 샤렛(Public Charrette)을 시행한다. 이는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 즉 공공미술작품이 설치되면 이를 향유할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작가와 이들은 충분한 소통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공공미술이란 작가의 개인적 예술성이 100%가 아닌 작품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이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는 공모전은 이 퍼블릭 샤렛이 필수적인 절차 중 하나로 진행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공모 형태와 완성됐지만 여전히 공감을 얻지 못한 작품들이 세워지고 있다. 공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줄지 않는다. 우리는 공공미술 공모가 무엇인지, 현황이 어떤지, 어떤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을 취재하며 더 나은 발전을 심도 있게 확인하고자 라운드 테이블도 계획하게 됐다. 각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떠한 의견을 나눌지 향후 기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