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La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이 공동 기획한 <하이라이트>전이 지난달 15일 막내렸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전시는 1984년 설립된 까르띠에 미술재단이 소장한 1,500여 점 중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다룬 100여점을 엄선해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극사실적인 표현과 거대한 크기로 관람객을 사로잡은 론 뮤익(Ron Mueck)의 조각을 비롯해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서 내려오는 별자리처럼 보이는 사라 지(Sarah Sze)의 <Everything that Rises Must Converge> (1999), 레이몽 드파르동(Raymon Depardon)이 탐험해 온 지리적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설치미술가 차이 구어 치앙(Cai Guo-Qiang)의 전매특허인 화약 드로잉 작품 <White Tone>(2016)으로 완성된 압도적인 공간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그 외에도 건축가 그룹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 음악가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등 규정짓기 어려운 전방위 예술가들의 작품도 전시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전시 전경
이처럼 전시작들은 경제, 생태, 이주 등 동시대의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국 참여 작가 4인(팀)이 다룬 ‘한국적 문제의식’이다. 전 세계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룬 듀오 파킹찬스(영화감독 박찬욱, 작가 박찬경)는 <격세지감>(2017)을 통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남양주 세트장을 3D로 촬영하고, 음향과 편집을 통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일깨웠다. 2007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전시를 치른 바 있는 이불의 <천지>도 다시 한번 국내에 소개되며 다른 시공간에 놓인 동일한 작품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회화,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패션, 디자인 등 현대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과 작품이 만나는 장이 된 <하이라이트>전은 “시각예술의 형태와 언어를 빌어 보다 높고 찬란하게 빛나는 예술의 존재 가치를 되새겨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약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8월 9일에는 연계프로그램으로 ‘뮤지엄 나이트 여름 DJ 콘서트’를 열어 FRNK, 250, 글렌체크의 JUNE ONE을 초청, <하이라이트>전을 주제로 작품과 어울리는 곡을 고른 3명의 뮤지션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