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Special Feature

전시가 끝나고 난 뒤

a

After Exhibition

「퍼블릭아트」 편집부로부터 전시가 끝난 뒤 펼쳐지는 일에 관한 주제를 받은 후 나는 전시를 마친 후에 어떤 생각과 행동들, 계획들을 펼치고 닫는지 여러 방식으로 떠올려보았다. 그러던 중 2012년 10월에 읽었던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과 소설가』를 다시 읽으며 ‘소박한 작가’와 ‘성찰적인 작가’라는 논점을 통해 자신의 소설 세계를 강연하는 흥미로운 대목을 보았다. 마치 새로 읽은 책 같았다.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부분마저 처음 읽은 듯 다가왔는데 모든 것이 ‘전시를 마친 후에 일어나는 일’을 둘러싼 지금 이 원고를 쓰기 위해 존재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작가 중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소박한 습성’과 계속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성찰하는 습성’을 대조하고 있다는 파묵의 문장에서, 전시에 함께 했던 여러 작가들의 모습을 떠올렸고 한편 기획했던 전시의 습성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어떤 전시는 아카이브를 꼼꼼하게 남기고, 어떤 전시는 마치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인 양 가벼운 제스처로 흠뻑 빠져서 이 전시를 수영했던 마냥 소수의 기록만을 남긴다. 어떤 전시는 작가와 내가 무엇을 따로 또 함께했는지 잊어버린 채로 ‘발이 그리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느낌들을 남긴다. 어떤 전시는 깨닫게 된 지점과 미흡했던 부분,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새로운 주제와 내가 풀고 싶은 질문을 어떻게 이동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몇 권의 책을 새로 사거나 작가와의 대화를 추동하게끔 한다. 한편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은 그림 속 나무와 강아지 등과 같이 사물들이 화자가 되어 장마다 자신이 보는 세계를 말한다. 『내 이름의 빨강』의 형식을 잠시 빌려, 아래와 같이 ‘전시가 끝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에 대한 단서들을 살펴본다.
● 기획 편집부 ● 글 현시원 큐레이터

미하엘 보이틀러(Michael Beutler) 'Zustand mit Loops und Kringeln' 루체른 미술관(Kunstmuseum Luzern, Lucerne) 설치전경 2012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Buy NowRESERVE
상품 옵션
배송
Special Feature
down up
상품 목록
TOTAL 0
Buy NowRESERVE

투명 파일 



나는 투명 파일 P. 나를 다루는 주인은 무척 바쁜 듯이 여기저기 움직이며 전시라는 기획한다고 한다. 요즘은 전시를 기획하며 만나는 9명의 작가가 있는데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하얀 A4 용지를 꺼내놓고는 용지 위에 작품의 운송 과정이니 작품 캡션이니 보도자료 이미지니 하는 것들을 말하며 샤프로 메모한다. 메모한 것들은 낱장으로 개별 파일 안에 담아두는데 아무래도 언제 열어 볼지는 없을 같다. 주인이 기획한 2010년도의 <지휘부여 각성하라>(2010, 공간 해밀톤) 꽤나 흥미로운 전시였다고 주인은 아직까지 믿고 있는데 아쉽게도 전시했던 공간 해밀톤이 문을 닫으면서 공간에 다시 가볼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투명 파일 Q에는 2010년도 여름 전시를 준비하며 주인이 적었던 여러 메모들이 있고, 프린트한 워드 문서가 있고, 전시 준비를 하며 미래 시제로 적었던 여러 문장이 있다. 여러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고 주인은 전시를 하며 남화연, 주재환, 잭슨홍 오래 대화를 나누게 작가들을 만나 기뻤던 모양인데 웬일인지 투명 파일 Q 6 동안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 주인은 기억력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투명 파일 Q 열어야만 있는 운송업체 전화번호, 철수 스케줄, 비디오 대여 업체 등의 정보가 있는데 주인은 파일을 선반 가장 높은 곳에 올려두고 만지지도 않는다. 전시를 만드는 필요한 정보야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다시 찾고 업데이트할 있기 때문에 과거 정보를 찾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 있겠다






<Dora García: I SEE WORDS, I HEAR VOICES>

(2015.9.26-2016.1.3, 파워플랜트

(The Power Plant, Toronto)) 설치전경 2015 

사진: 토니 하프켄슈이드(Toni Hafkenscheid)






하지만 더욱 의아한 것은 주인이 투명 파일 C 열어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투명 파일 C에는 <천수마트 2>(2011, 2012, 국립극장, 페스티벌 )이라는 극장에서 했던 짧은 전시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주인은 가끔씩 1년에 정도 큐레이팅에 대한 특강을 하는 모양인데 그때마다 천수마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어지고 제가 써놓은 글들이 많은데 책으로 출간할 계획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파일이 없어지면 어쩌려고 저런 호언장담을 하지? 파일이 없어지면 주인이 기록하거나 기억할 있는 재생 파일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인은 잊은 같지만 파일 안에는 온갖 걱정과 과대망상으로 얼룩져있던 노트 하나가 끼어있다. 전시를 기획할 때마다 노트 하나쯤은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의 노트인데, 주인은 노트의 존재마저 잊어버렸고, 전시 후에 주인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이런 방식과 다른 전시를 기획하겠다 짧은 선언이었다


투명 파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주인은 여전히 알파벳을 즉흥적으로, 기분에 따라 붙이는 것만 같다. 알파벳이 넘치면 주인은 도레미파솔라시도로 파일 분류를 하겠다고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주인이 얼마 전에 개정판을 1900 이후의 미술사』는 연도별로 미술사를 이야기하고 있던데 주인은 시간보다 공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므로, 전시가 일어났던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에 매달려 있다. 파일의 주인은 여전히 대책 없다. 파일 안에 전시 사진, 기획 서문, 전시장에 놓인 도면, 언론 보도자료, 트위터(tweeter)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올라온 관람객의 문장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전시에 관한 체계적 기록과 분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은 틈만 나면 각종 파일을 주문한다. 전시가 끝나는 순간을 위해 주인이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전시가 열리기 직전(오프닝 날의 오후) 전시 설치하는 이른 아침에 잊지 않고 전시에 관해 메모하는 것이다. 






2010 7 지금은 사라진 공간 해밀톤에서 열린 

<지휘부여 각성하라> 2 전경 사진제공: 현시원  




전시장 쓰레기통 



나는 전시장에 있는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이라고 나를 부르면 너무 쓸모없는 물체들을 담는 공간 같기 때문에, 나는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쓰임새가 사라진 것들을 잠시 저장하는 사물함이라고 생각한다. 사물함으로서 전시 철수가 진행되는 나에게 오는 사물들은 때로 너무 많은 사건을 간직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서영 전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걸었던 노끈은 주인이 교보문고에 가서 사온 것이고, 유토로 만든 조각품을 1 포장하기 위해 주인의 남편이 구입한 유산지는 호미화방에서 6,000원에 구입한 것이다. 투명 테이프는 전시 공간 건너편 편의점으로 후다닥 달려가 급하게 구입한 것이고, 사물들을 고정했다가 다시 풀어헤치는 필요한 이름을 없는 자잘한 사물들이 여기 사물함 안으로 한꺼번에 들어온다. 이런 날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모두가 굉장한 일을 하는 듯이 한껏 긴장한 보이는데 포장된 작품들을 성인 남성 셋이 우르르 몰려와 어딘가로 싣고 떠나면, 전시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진공의 상태가 된다


이런 화이트큐브를 브라이언 오도허티(Brian Odoherty)라는 평론가는 뭐라고 적절하게 표현했다더라? 물론 사물함인 내가 있는 곳은 가정집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는 다소 변칙적인 곳이다. 마당이 있는 곳이라 먼지는 많이 쌓이는데 전시가 끝난 다음 숨어있던 먼지들이 한꺼번에 도망치듯 밖으로 나오는 같다. 다음번 전시를 위해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것은 일단 치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전시라는 것은 수많은 물질을 동원하며 물질이 작가가 선택한 방식으로 특정 시공간에 있다가 사라지는 상태를 말하는 같다. 이곳을 지켜보며 가장 신기한 점은 전시가 끝나는 날이면 마치 개벽이 일어나듯 사물의 지위가 바뀐다는 점이다. 정서영의 개인전을 하며 유난히 전시장 관리와 청결에 신경을 쓰던 주인은 그다음 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다시 공간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다음번 전시를 위해 남은 시간은 3 정도인데, 다음번 전시에서 김동희는 공간 창고에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동희와 전시장 공동 운영자 안인용은 창고에 있던, 강의 사용하는 의자(이곳에서 열린 강의는 비평가 윤원화의 강의였고 후에는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글쓰기 퍼포먼스가 열렸다. 의자로는 낚시 의자가 준비되었다. 아쉽게도 몇몇 관객들이 낚시 의자에 앉자마자 의자는 부서졌고 파국을 맞은 의자는 모두 사물함으로 들어왔다) 바깥으로 빼냈고 어딘가 숨어있던 포장된 작품들을 전시장에 쌓아두었다.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 villegas)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 자가해체8: 신병> 

아트선재센터 설치전경 2015 사진: 김태동  




크레이트



나는 5 무진동차에 들어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크레이트(crate). 경기도 양평 창고에 7개월간 보관되어있던 나는 작가의 작업으로, 어떤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예민한 재료들로 가득하다. 값비싼 작업이라서 귀하게 다뤄야 한다는 저렴한 말은 하지 않겠다. 크레이트를 짜는 여러 가지를 고려했고 안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 나는 없어서는 된다. 따라서 크레이트는 작품 자체 이상으로 조심스럽게 다뤄줘야 한다. 전시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보험 계약에 의해 보호된다. 이동 시에는 특수하게 제작된 무진동차를 통해서만 운반되어야 한다. 크레이트는 전시가 끝나는 양평 창고가 아니라 H 시작하는 다른 지명으로 옮겨졌다. 창고에 이상은 나를 보관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작가는 H 시작하는, 누구에게도 쉽게 알릴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로 창고를 옮기기로 했고 나는 다른 주소로 배달되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라는 이는 크레이트를 두고 이토록 예민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사실에 적잖게 당황한 같았는데, 그건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컨디션 체크를 전시 시작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아니 미래 시제까지 계속 생각해야 하는 것이 기획자의 임무 아니겠는가? 크레이트로서 이해할 없는 것은 대부분의 큐레이터들이 전시가 마치고 나면 나에 대해서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레이트가 적당한 습기, 온도, 바람의 상태 안에 놓일 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궁금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물론 전시를 무사히 마무리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있다





곽이브 <면대면> 갤러리 조선 전시전경

 2015 인쇄(A1, A2, A3 규격)




그러나 전시가 끝났다 개념은 미술관이나 갤러리, 전시공간이 만들어낸 개념이지 작품 자체에게 해당되는 개념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크레이트로서 나는 만들어진 순간부터 전시가 끝난 순간, 그리고 앞으로 내가 무진동차를 타고 다른 전시장소로 이동해가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귀중하다. 귀중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전시가 끝나는 이후에도 살아있고 창고 안에서도 맹렬하게 작품을 보호한다. 크레이트인 내가 번도 작품에 부속되거나, 작품을 서포트하기만 하는 기능형 사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전시장 사진 기록에 담기지 않으며 기획자의 글에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도록에 어떤 형태로든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손님이 오면 뒤로 숨는 이미 있던 비밀스러운 손님 같은 존재를 떠올려보자. 전시가 요이 하는 순간에 뒤로 숨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전시가 끝나는 날의 다음 날은 어떨까? 글쎄. 모든 것이 제자리로 오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제자리였던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특정 상태로 기억하고 생각을 이어나가는 일은 어렵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글쓴이 현시원은 큐레이터로 이미지와 미술에 관한 글을 쓴다. 학부에서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뮤지엄 루트>(2016,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Move & Scale>(2015, 시청각),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2014,일민미술관, 공동기획) 등을 기획했다. 2013 11 서울에 전시 공간 시청각(audiovisualpavilion.org) 열어 안인용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 『사물 유람』 등이 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