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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2, Jan 2016

오완석
Oh Wan Seok

있음과 없음이 공존하는 그 너머의 공간

PUBLIC ART NEW HERO
2015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Ⅶ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내거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숫자 ‘0’. 오완석은 그 앞에 마이너스를 붙여 상황을 달리 만든다. 세상에 없는 숫자 ‘-0’은 0을 넘어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나아가 존재의 유무를 확장한다. 작가는 있음과 없음의 발현점을 공간으로 택했고 그의 공간은 한 장의 종이에서 출발했다. 잘려진 숫자 1과 1이 오려진 공간이 남아있는 종이 '제로베이스'(2011)는 평면 공간에서 유와 무의 생성, 여기에 전시장이라는 외부 환경의 관계까지 더한다. 이 작품은 그의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기반이 되어 오완석은 한 장의 종이를 넘어 더 넓은 장소로 개념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0’은 오완석의 사인이기도 하다. 개인을 가장 간단한 기호로 나타내는 사인을 ‘-0’이라 지칭하는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을 정의할 뿐 아니라 공간에 공존하는 있음과 없음을 간단히 설명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공간 속 ‘-0’,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 이효정 기자 ● 사진 서지연

'Underpainting' 2014 유리 위에 페인트 각 150×1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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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__(이)가 작품을 만든다면 그 크기는 __x__x__cm이다.” 오완석은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이 이 문장에 답하게 한다. 사람은 질문을 받으면 무엇을 적을까 고민하고 생각의 결과물을 응답으로 표출하는 성질이 있는데, 오완석은 이를 이용한다. 설문지 속 질문을 받아든 관람객은 그 순간 자기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해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이를 통해 관람객이 스스로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그로부터 나온 응답은 그의 아카이브로 쌓인다. 한 문항의 설문으로 시작하는 <Case>(2011-)는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작가가 네모 상자를 만드는 행위로 이어진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수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막상 그가 받아본 설문지 속 응답은 너무나 다양했다. 


“우주”, “인생” 등 철학적인 대답부터 “모르겠다”란 자포자기까지. 아무래도 텍스트로 상자를 만들기엔 무리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오완석에게 설문지 응답이 상자로 나타나느냐 마느냐는 중요치 않다. 큐브들은 설문지로부터 파생한 ‘보이는 이미지’일 뿐, <Case>의 진짜 주인공은 관람객이 설문지에 적은 ‘텍스트’ 아카이브 자체다. 시각적 이미지 네모는 속이 텅 빈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네모는 한 개인의 수치화 된 숫자로 발현된 것으로,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개인의 생각이 담겨있어 있음과 없음이 공존하는 ‘비물질적 실체’가 된다. 그가 작품에서 네모라는 형태를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시각적인 효과를 주고 싶은 욕심에 좀 더 기하학적인 형태를 도모할 수 있었으나 그것은 그가 추구하는 작품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았다. 작가는 군더더기를 과감히 제거해 최대한 표정이 없는 가장 기본형태 ‘네모’를 만들어, 다른 빌미를 줄 수 있는 요지를 최소화시켰다. 결론적으로 네모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공간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 형태로 재탄생한 것이다. 





<-0+sound> 설치전경 2015 초음파센서, 나무




네모는 좀 더 ‘중요한 생각’을 건드리기에 이른다. 대안공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바닥에 실을 쳐놓고 “이곳은 중요한 생각만 하는 네모다”라 정의 내린 후, 지인들을 모아 한 사람씩 들어가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 시작이었다. 사실 그 네모는 여타 다른 공간의 바닥과 다르지 않다. 단지 네모만 그어져 있을 뿐 옆 공간과 분리되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선을 그었다고 해서 네모 공간에 내려진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떤 이는 불편하다며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으며, 어떤 이는 들어가서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집중해 중요한 생각을 한다. 이것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보았는데,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관람객에게 이곳을 특별한 공간이라 생각해달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스스로 장소성을 만들어내는 묘한 광경을 펼쳤다. ‘중요하다’는 주관적인 단어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가? 


나에겐 A라는 것이 중요할 수 있지만, 타인에게 그것은 쓸모없는 물질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처럼 중요함은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그래서 작가는 관람객이 주관적인 중요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하나의 공간 <중요한 생각만 하는 네모>(2014)을 만들어 공간 속에서 사람들을 콕 찔러본 것이다. 현재 <프로젝트리뷰 2015: 아티스트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0+sound>(2015) 또한 앞선 작업들의 연장선이었다. 과학자와 예술가의 만남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에서, 그가 선택한 과학자는 초음파를 연구하는 박사였다. 작업의 모토인 네모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고민하다, 네모틀 대신에 네모 같은 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특정 지점에서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음파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0+sound>의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시작과 끝이 같을 순 없다. 현실적 문제로 초기에 기획한 중요한 생각을 하는 공간과 거리가 멀어지며 네모는 사라졌다. 






<Case> 2011-2015 가변크기




하지만 있음과 없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 오완석의 공간에서, 관람객은 어느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초음파 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를 발산하는 물체가 없기 때문에 이곳은 시각적으로 무의 공간이다. 하지만 무의 공간에는 우리가 듣기 어려울 뿐 끊임없이 초음파가 플러스를 생성하고 있다. 소리가 있다 없어지고, 그 생성지점과 소멸지점을 알 수 없는 새로운 공간 또한 그가 말하는 ‘비물질적 실체’의 또 다른 형태다. 오완석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이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전시에 맞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미션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전시를 만나면 어떤 새로운 것을 할까 고민하고, 어떻게 자신의 작업을 풀어낼 수 있을지는 그에게 있어 항상 설렘으로 다가온다. 나아가 그의 작업이 전시를 만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정리되어간다. 오완석은 이 모든 것을 성장의 과정이라 여기며 설사 의도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하나의 방향으로만 작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생각하기에, 우연한 결과에서 새로운 소스를 발견해 또 다른 방향으로 방향을 뻗는다. 과학자와의 협업 또한 마찬가지다. 과학과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방향성 ‘초음파’와 ‘스피커’ 발견하게 해주었다. 현재 그가 흥미를 지니는 것은 초음파라 말하지만. 그 새로운 호기심의 결과가 초음파를 이용한 작품인지는 미지수다. 작업을 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흥미점이 생기면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 하는 오완석은 측정할 수 없는 ‘-0’ 그 자체다.   

 

 

 

오완석




작가 오완석은 1983년 생으로 충남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오픈스페이스 배 등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서 작품을 선보인 그는 <CASE-TEMI Monthly>, <동대문 이야기 자전거>, <NET-CO 와따가따 아트 페스티벌> 프로젝트 등에 참가했고, 부산 스페이스씨와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현재 대전시립미술관 <프로젝트리뷰 2015: 아티스트프로젝트>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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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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