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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7, Aug 2015

한국전

Germany

Exhibiting Korea
2015.6.25-2015.10.18 베를린, 험볼트 랩 달렘 동아시아박물관

지난 6월, 베를린 험볼트 랩 달렘 동아시아박물관(Humboldt Lab Dahlem, Museum für Asiatische Kunst)에서 오인환, 이재용, 성민화, 신미경, 최재은 등 한국 작가 5인을 초청한 [한국전]이 막을 올렸다. 고미술을 다루는 박물관이 어쩐 일로 다양한 분야의 현대미술가들을 소개한 것일까?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 우타 레이먼-스테이너(Uta Rahman-Steinert)와 5명의 참여작가들 간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미술을 다루는 박물관 공간이 통상적인 민속, 전통문화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면서 전통 고유의 색을 여전히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활용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 수 있을까?”
● 손성옥 미술사

최재은(Jaeeun Choi) 'Woman by a Lotus Pond' ⓒ Humboldt Lab Dahlem. Photo: Uwe Wa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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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내에는 미술관들이 군집해 미술관 섬(Museum islands)’으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 동아시아박물관은2019년 바로 이 곳, 미테 지역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그에 앞서 박물관의 한국소장품을 활용해 색다른 시각의 전시를 만들고자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을 초청한 것이다. 이 개념을 토대로 현대 작가들의 자유로운 작업방식과 표현에 초점을 두고 발전된 이 전시는 참여작가들에게 작가이면서 동시에 큐레이터로서의 해석을 요구한 특이한 프로젝트다. 2014년 가을, 박물관 세미나실에 모여 처음으로 논의되었던 전시개념에 대한 작가들의 제안이 몇 개월의 기간을 거쳐 현실화된 이 전시는 사진, 영상설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새로운 발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박물관 1층 전시장을 가로질러 2층으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한국전>이 열리는 전시장이 나온다. 세 개의 갤러리로 나뉜 전시관의 첫 번째 공간에는 성민화의 드로잉 <회전목마 (Carousel)>와 이재용의 사진 연작 시선의 기억: 유물이 관람객과 마주하고 있다. 베를린에 기반을 둔 성민화의 작업은 사람들이 생활하거나 일하는 건축적인 공간을 인물을 배제한 채 표현한 것으로 전시장 우측 진열장에 길게 전시돼 있다. 작가의 감독 아래 특수 제작한 5미터 이상의 긴 한지에 동양화의 간결한 선을 따라 펜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의 작업 속 요소들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현대적인 방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고전적인 작품이 걸려야 할 곳에 어째서 이렇게 현대적인 그림이 걸린 것인가 하는 의아함을 갖게 만든다. 





성민화(MinHwa Sung) <Carousel> 

ⓒ Humboldt Lab Dahlem. Photo: Uwe Walter





동양화의 스크롤 회화를 연상시키는 긴 종이에 표현된 헤드폰 등 지극히 현대적인 사물들이 전통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의 전시의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호기심을 품고 자세히 그려진 오브제들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책거리나 고전적인 정물화와 같은 전통적 요소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온다. 전통 한지에 동양화 풍의 간결한 선으로 그린 다양한 요소들은 현재에 잔재한 과거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수년 후, 성민화의 스크롤 드로잉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모습이 지난 과거의 한 순간으로 수세기에 걸친 역사적인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성민화의 현대판 족자 작품에서 눈을 돌리면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고려청자 4점이 시리즈로 걸려있고, 다른 한 벽에는 고려불상 사진이 위엄을 뽐내고 있다. 변화가 많은 건물, 풍경, 오브제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 중첩시켜 하나의 이미지로 재현하는 시공간적인 작업을 지속해온 이재용은 자신의 연작 시선의 기억의 일환으로 고려시대의 유물에 그 시선을 맞춰 제작한 시선의 기억: 유물 시리즈를 선보인다. 지난 2014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세미나 당시 고려시대 청자에 관심을 두게 된 작가는 아시아박물관의 열악한 한국 유물 소장품에 제한을 두지 않고, 확장된 의미에서의 고려시대 유물이라는 소재에 대한 기억과 각 유물이 가진 가치를 떠나 오브제 자체의 현재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재용(JaeYong Rhee) <Memories of the Gaze: Relics> 

ⓒ Humboldt Lab Dahlem. Photo: Uwe Walter 





그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고려청자와 천으로 만들어져 그 디테일이 더 풍성한 칠포보살좌상을 주요 소재로 작업했다. 고려에서 동시대에 비슷한 성향으로 제작되었던 오브제들이 오늘날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또 그 역사를 상징하는 주요 역사적 유물이 되어 베를린과 서울이라는 지역적으로 거리가 먼 곳의 진열장에 전시되어있다. 현재의 시각으로 바라본 과거의 흔적이 담긴 오브제들을 여러 각도에서 사진기에 담는 과정은 그 즉시 또 하나의 과거를 양상하며 과거, 현재 또 미래가 하나의 프레임 속에 중첩되어 재탄생 된 것이다. 이재용은 이러한 작업과정을 통해 시간, 장소 그리고 배경의 다른 점을 배제한 체 같은 근원을 공유하는 오브제들 그 자체에 대한 의미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고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연결된 방에 설치된 오인환의 비디오 <여정>은 작가의 현대적인 해석이 잘 반영된 작업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오인환 작업의 주 소재인 동아시아박물관 소장품 <금강산 산수화>의 사본들과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글이 사면으로 된 유리 진열장에 설치돼 있고, 그 옆으로 바닥에는 커다란 모니터 2개가 서로 어긋나게 놓여 있다. 그 화면에는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정리된 금강산을 오르는 안내 여정이 한글 그리고 영문으로 천천히 나타난다. 모니터에 연결된 헤드폰으로는 정리된 안내문을 낭독한 안내문도 함께 준비되어 눈과 귀로 그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영상,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오인환은 베를린 동아시아박물관 한국관의 소장품을 감상하면서 이동이라는 개념을 계속 떠올렸다고 한다. 


한국에서 제작된 문화유산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 곳의 소장품들은 어느 시점에 각기 다른 이동경로로 새로운 장소인 베를린에 정착하면서 과거의 정보를 현재의 관점에 맞춰 해석해내는 또 다른 공통분모를 생산한 것이다. 이 번 전시에서는 실행되지 않았으나, 작가는 녹음된 안내문이 지시하는 내용을 따라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하는 작업도 생각했다고 한다. 이 마지막 단계의 작업이 장소에 따라 안내문의 내용을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상황도 야기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다른 장소에서의 퍼포먼스를 다시 영상작업으로 재구성해 베를린 동아시아박물관의 한국관이 과거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해내는 미래의 공간이라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 





오인환(Inhwan Oh) <Passages> 

ⓒ Humboldt Lab Dahlem. Photo: Uwe Walter





한편 전시장 입구부터 들리던 여인의 절절한 소리는 전시장의 가장 안 쪽 갤러리 공간에서 나오는 가수 정마리의 정가(아정한 노래) 소리였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소리 중 하나였던 정가의 청량한 여인네 소리가 배경에 깔린 어두운 갤러리 공간에 보석처럼 반짝이듯 작은 사이즈의 그림이 설치되어 빛을 발하고 있다. 기생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연꽃이 가득한 연못이 내다보이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한 손에는 담뱃대를 다른 한 손에는 악기(하모니카)를 들고 있다. 이 그림은 18세기 조선시대 서민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화가 신윤복의 <연당여인>을 복제한 작품이다. 최재은은 이번 전시의 주 소재를 한국적인 으로 잡아 이를 전통음악과 회화에서 찾아 선보였다. 정갈한 소리와 서민들의 삶을 표현한 작품 속에서 작가는 유교적 사상 아래 우아하고 절제된 미를 발견했다고 한다. 신윤복의 <연당여인> 속 화폭에 사용된 색은 고려청자를 생각하게 하는 비색(푸르른 녹색)과 백자의 흰색이다. 이러한 색은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사용된 것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 작업이다. 작가의 주 소재처럼 전시된 그의 작품은 간결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며, 시각과 청각을 두루 자극하는 설치이다. 





신미경(Meekyoung Shin) <Translation> 

ⓒ Humboldt Lab Dahlem. Photo: Uwe Walter





신윤복의 복제화에서 눈을 돌리면 그 안 쪽으로 섬세하고 우아하게 제작된 아름다운 자기들이 진열장 속에 전시되어 있다. 동아시아박물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인데, 진열장 가까이 서니 어디선가 향기가 품어 나오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오브제들은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유난히 매끈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데, 그 매끈함의 이유는 만들어진 재료인 비누에 있었다. 이는 런던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신미경의 작품이다. 자신이 겪어온 문화적 오해 혹은 차이에 근거해 과거와 현재, 다른 문화와 대륙 간의 긴장감에 대해 탐구해온 그의 비누조각 <번역> 역시 그 맥락 선상에 있다. 작가는 이에 더해 박물관의 기본 기능의 하나인 작품보존에 대한 점을 내세워 보여준다. 


박물관에서 보존되어야 하는 오랜 유물들이 비누라는 재료로 다시 재해석되어 제작되면서, 이 유물들의 원작자에 대한 권리, 독창성, 복제판 그리고 위조품에 대한 끈임 없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동아시아박물관 고려시대 청자 소장품과 함께 진열된 신미경의 진짜 같은 가짜 유물들의 진품과 다를 바 없는 아름다움에서 관객들은 여러 시대와 지역을 거쳐 움직여온 박물관 속 보물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신미경(Meekyoung Shin) <Translation> 

ⓒ Humboldt Lab Dahlem. Photo: Uwe Walter





이 전시는 고미술 일색의 획일화된 공간에 다양한 현대미술 매체의 가세로 조화를 꾀한 신선한 일탈이다. 베를린에 정착한 한국유물을 바라보는 각 작가의 시선을 통해 구성된 본 전시는 다양한 개념 도출과 여러 장르의 작업들이 어우러지는 독창적이고 참신한 기획전이라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속 많은 이동과 변화를 겪어온 유물이 보여주는 한국적인 전통과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현재의 시선에서 고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글쓴이 손성옥은 뉴욕 파슨스에서 장식미술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제갤러리에서 갤러리스트로 경력을 쌓은 후, 2007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갤러리엠을 오픈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파이든 아트북 시리즈의 첫번째 권인 『패션 북(The Fashion Book)』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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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옥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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