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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5, Dec 2022

도시의 높이

U.S.A.

Edward Hopper’s New York
10.19-2023.3.5 뉴욕, 휘트니 미술관

● 권자현 미국통신원 ● 이미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제공

'The Sheridan Theatre' 1937 Oil on canvas 43.5×64.1cm Newark Museum of Art, NJ; Felix Fuld Bequest Fund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Image courtesy Art Re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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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가 그린 뉴욕이 지금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 펼쳐져 있다. ‘인쇄된 도시(The City in Print)’, ‘창문(The Window)’, ‘수평의 도시(The Horizontal City)’, ‘워싱턴 광장(Washington Square)’, ‘극장(Theater)’으로 구성된 전시는 작가가 뉴욕에서 거주하며 그린 약 60년의 시공간과 맞물린다. 뉴욕을 주제로 호퍼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은 호퍼에 대해, 호퍼는 뉴욕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둘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휘트니 미술관이 엮어내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Early Sunday Morning> 1930

Oil on canvas 89.4×153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purchase with funds from Gertrude Vanderbilt

Whitney 31.426 © 2019 Heirs of Josephine

N. Hopper / 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도시의 일상을 관찰한 화가’, ‘고독과 외로움을 그린 화가’, ‘사실주의 화가’. 모두 호퍼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호퍼는 1882년 뉴욕에서 태어나 미술을 공부했다. 당시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 예술 기행을 떠났지만 그는 한창 ‘핫한’ 사조였던 아방가르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호퍼가 크게 매료되고 그의 붓질, 색채, 회화 스타일에 영향을 준 화가들은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n), 에드가 드가(Edgar De Gas),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폴 세잔(Paul Cezanne)과 같은 초기 세대의 유럽 화가들이었다. 유럽에서는 아방가르드가 폭발적으로 성행하고 미국 또한 모더니즘이 잇따라 유행하던 시기에 꿋꿋하게 사실주의 기법을 고수한 화가. 많은 뉴욕 예술가들이 추상화를 그리던 시기에 식당, 극장, 사무실, 아파트 침실을 그리던 화가. 그의 시선이 ‘보존’한 뉴욕의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New York Movie> 1939 Oil on canvas

81.9×101.9cm The Museum of Modern Art;

given anonymously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Image courtesy Art Resource




호퍼는 1908년부터 1967년까지 약 60년 동안 뉴욕에 살면서 도시 풍경을 그렸다. 전시는 그가 도시 산책자로서 그린 뉴욕이 20세기 뉴욕의 정확한 초상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당시 뉴욕은 엄청난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크라이슬러 빌딩(Chrysler Building),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이 각각 1930년과 1931년에 완공되면서 세계 최고층 빌딩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도시 전체가 빠르게 개발되고 있었으며, 인구가 급증하면서 인종 다양성도 증가했다. 하지만 호퍼가 그린 뉴욕은 인구 밀도가 높고 건설 현장의 굉음이 나는 대도시가 아니다. 그의 그림 속 거리, 식당, 극장에는 혼자인 사람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그림을 소리로 묘사할 것 같으면 어색할 정도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늘 도시의 마천루 대신 이름 없고 실용적인 건축물, 길가의 모퉁이, 미용실 회전 간판과 같은 것들을 그렸다. 이처럼 호퍼가 그린 뉴욕은 도시의 기록인 만큼이나 도시 비전을 통한 그 자신의 표현이었다.


이런 호퍼의 시선과 결부되어있는 것은 그것의 높이다. 고층 빌딩의 높이도 아니고, 지상 도보의 높이도 아니고, ‘도시인이 살아가는 삶의 높이’에 그는 종종 서 있다. 즉 그가 타고 다녔던 고가 철도의 높이, 워싱턴 광장에 있는 자신의 4층 아파트 높이, 극장의 메자닌(mezzanine)과 발코니 높이, 건물이 밀집된 구역에서 건너편 건물의 방을 내려다볼 수 있는 방의 높이, 그런 중간적인 높이로 호퍼는 우리를 초대한다. 전시장 초입에서 미술관 역시 우리에게 이 초대를 건넨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머리 높이 위에 걸린 1916년 맨해튼 고가 철도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호퍼가 타고 다니며 창문 너머 아래로 뉴욕의 거리를 관찰했을 바로 그 고가 철도다. 전시장 중간 높이에 걸려 있는 이 영상은 호퍼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가 몸담았던 세계와 그 높이를 아주 영민하게 보여준다.




<Room in Brooklyn> 1932 Oil on canvas

74×86.4cm Museum of Fine Arts, Boston;

The Hayden Collection-Charles Henry Hayden Fund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Photo: Museum of Fine Arts, Boston




호퍼의 특징적 시선은 경력 초기의 스케치에서 말기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바로 옆 파빌리온으로 들어가면 호퍼의 초기 스케치, 삽화, 에칭을 전시한 ‘인쇄된 도시’ 섹션을 만나게 된다. 호퍼는 훗날 그의 작품의 주요한 특징이 된 빛의 극적인 사용을 미리 보여주는 <East Side Interior>(1922), <The Open Window>(ca. 1918-1919), <Night Shadows>(1921)와 같은 에칭을 그렸다. 이 중 <Night Shadows>는 2층 정도 되는 건물, 혹은 고가 철도 정도의 높이에서 도시의 거리를 내려다보는 특징적인 구도를 가졌다. 그림자만 보이는 가로등, 돌아서면 뭐가 있을지 모르는 모퉁이 그리고 그것을 한층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이 어우러져 호퍼 스타일의 극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창문’을 주제로 한 전시 구역에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호퍼의 작품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New York Interior>(ca. 1921), <Room in New York>(1932), <New York Restaurant>(1922), <Tables for Ladies>(1930), <Automat>(1927) 등이 있다. 호퍼는 도시의 공적인 공간과 사적 공간을 투명하게 구분하는 창문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창문이 창밖 풍경을 실내에 제공하기도 하지만 실내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에서 양방성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렸다. 낮에는 햇볕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밤에는 형광 불빛이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빛의 역학을 중심으로 도시를 하나의 극장으로 연출하는 것이 그의 잘 알려진 특기다.




<Morning Sun> 1952 Oil on canvas

71.4×101.9cm Columbus Museum of Art, Ohio:

Museum Purchase, Howald Fund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우리는 호퍼의 초대로 이 도시 극장의 관객이 된다. 전시된 작품 중에 어두운 밤에 실내를 들여다보는 그림으로 <New York Interior>, <Room in New York> 그리고 <Night Windows>(1928)가 있었는데 (이런 설정으로 유명한 <Nighthawks>(1942)는 아쉽게도 시카고 미술관에서 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Night Windows>는 방 안의 사람보다 한 층 높은 곳에서 방 안을 내려다보는 구도가 특징적이다. 높은 곳에 살면 사생활 침해의 걱정이 별로 없지만 낮은 곳에 살면 밤에 커튼 치고 살아야 하는 것은 도시 상식이 아닌가. 그렇다고 엄청 높은 것도 아니고 불 켜져 있는 방보다 한 층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전망이다. 이처럼 도시인들이 살아가는 생활 공간의 높이를 호퍼는 뉴욕이라는 무대의 특징으로 그려냈다.





<Blackwell’s Island> 1911

Oil on canvas 61.9×74.5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osephine N. Hopper Bequest 70.1188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수평의 도시’는 호퍼가 도시의 높이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무엇보다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1928년에서 1935년 사이에 그린 다섯 점의 그림 <Manhattan Bridge Loop>(1928), <Blackwell’s Island>(1928), <Macomb’s Dam Bridge>(1935), <Apartment Houses, East River>(ca. 1930) 그리고 <Early Sunday Morning>(1930)은 모두 동일한 파노라마 형식을 가졌다. 도시의 다리, 산업 단지의 풍경, 낮은 건물에 대한 그의 묘사는 상징적인 것보다 일상적인 것을 강조하고, 뉴욕의 ‘높은’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수평적인 풍경을 좋아했던 그의 도시 비전을 보여준다. 건축에 막대한 관심을 갖고서도 수평을 강조한 그의 시선이 얼마나 특이한지는 <Manhattan Bridge Loop>나 <From Williamsburg Bridge>(1928)를 보면 알 수 있다. 맨해튼 브릿지, 윌리엄스버그 브릿지 위 보행자 통로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린 이 두 작품에는 다리의 애매한 높이 때문에 반쯤 잘려 윗부분만 보이는 주변 건물들이 그려져 있다. 건물을 그린 게 아니라 건물을 바라보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도시 산책자의 시선을 그린 것이라고 말해야 할 지도 모른다.




<Sunlight in a Cafeteria> 1958 Oil on canvas

102.1×152.7cm Yale University Art Gallery,

New Haven;bequest of Stephen Carlton Clark,

B.A. 1903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또 다른 파빌리온에는 ‘극장’을 주제로 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실 극장이 전시 주제 중 하나가 아니었더라도 이쯤 되면 호퍼가 극장을 사랑했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극적인 화면 구성과 빛의 사용 속에서 뉴욕이 하나의 극장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전시 구역 중앙에 호퍼와 그의 아내 조세핀(Josephine)이 자주 다녔던 셰리던 극장과 타임스퀘어 지역 극장의 티켓이 꼼꼼하게 진열되어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티켓이 메자닌과 발코니 좌석이다. 극장에서도 호퍼는 자신의 높이를 찾은 셈이다. 극장 뒤편에 홀로 있는 관객을 그린 그림 <The Sheridan Theatre>(1937)에 바로 이 셰리던 극장의 로비와 메자닌이 그려져 있다.




<New York Interior> ca. 1921 Oil on canvas

61.8×74.6cm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Josephine N. Hopper Bequest 70.1200     
© 2022 Heirs of Josephine N. Hopper/Licensed

by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끝으로 ‘워싱턴 광장’엔 호퍼가 워싱턴 광장 4층 아파트에 살면서 창문과 옥상에서 내려다본 도시 경관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한다. <Morning Sun>(1952) 속 창문 너머로 워싱턴 광장의 붉은 벽돌 연립 주택이 내려다보일 정도의 높이, <The City>(1927)에서 주변의 나지막한 건물은 아래가 잘려 윗부분만 보이지만 새로 지어진 높은 건물은 윗부분이 잘려 보이지 않는 높이가 마찬가지로 그의 그림에 있다. 전시 구역의 한 벽면은 사이사이로 틈이 나 있어 휘트니 미술관의 창문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허드슨강이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휘트니 미술관, 벽면에 걸린 호퍼의 뉴욕 사이사이로 휘트니 미술관 창문이 품은 뉴욕을 감상하자니 우리가 있는 곳의 높이가 새삼 실감된다. PA



글쓴이 권자현은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뉴욕시립대학교(City University of New York) 영문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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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권자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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