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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1, Jun 2013

이예승
Lee Ye Seung

PUBLIC ART NEW HERO 2013
당신의 불확실한 감각

이예승은 참 흥미로운 작가다. 동양화를 전공했으면서 돌연 미국으로 가서 미디어를 전공하고 돌아왔고, 실을 이용하여 수공예작업을 하는가 싶더니 그림자와 영상을 이용한 설치작업에 열중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의 흐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도대체 이 작가의 흐름을 꿰어 주는 것은 있을까 싶지만, 분명히 있다. 말하자면 감각과 언어, 소통이 그것이다.
● 문선아 기자 ● 사진 서지연

'Reconstructed (2011 태화 국제 설치 미술제)' 빔 프로젝터, 재활용 플라스틱, 거울 테입을 이용한 손짜기(Hand weaving), 폐컨테이너, 8개 디밍 라이트(Dimming light), 고철 300×500×260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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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시(視)·청(聽)·후(嗅)·미(味)·촉(觸)의 오감을 쉽게 믿는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가 어떠한 사물이나 대상을 파악하여 분류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떠한 것에 대해 반응하기 위하여 세상의 수많은 정보들을 분류하고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본능적으로 어떤 것을 더 쉽고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점차적으로 더 확실하게 자신의 감각을 믿게 된다. 작가 이예승은 바로 이 지점에 질문을 던진다. 이예승은 최근 작업 <CAVE into the cave>(2011-)에서 우리가 감각을 통해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구분할 수 있는지 묻는다. <CAVE into the cave>연작에서 작가는 공간을 외부와 내부로 나누어 놓는다.



<CAVE into the cave: Episode 02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detail)
오르골, 스크린, 렌즈, 고철, 플라스틱용기,
 미니어처 가변 설치 2013  



공간의 외부에 있는 관람자는 내부에서 고의적으로 발생하는 분절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소리를 들어야만하거나 장막에 드리워진 점멸하는 색색의 광원과 그에 의해 발생한 그림자를 봐야만 하는 일방적인 수용자의 입장에 있게 된다. 단, 각각의 장막 사이에는 좁은 틈들이 있어 공간의 내부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노출하고 있을 뿐이다. 여러 층으로 겹쳐진 소리와 색색의 광원,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층을 이루면서 복잡하게 교차하기 때문에 일부 관람자들은 작업으로부터 무서움을 느끼고 공간의 외부에 머물기를 희망한다. 이와 반대로 호기심 많은 일부의 관람자들은 장막의 틈들을 통해 관음증적으로 내부를 엿보다가 자연스레 작가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내부로 빨려 들어간다.



<BE LIE F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보자기 위에 손 자수, 마이크로 컨트롤러, 
80개의 터치센서, Processing 
가변 크기 2009-2010



공간의 내부에 들어서면, 자전거 바퀴, 오르골, 거울, 장난감 미니어처 등 작가의 유년의 기억을 담은 소소한 오브제들이 작가만의 방식으로 진열되어 있다. 관람자는 작가의 사적인 오브제들에 공감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유년의 기억을 재조합할 수 있다. 그곳에 조금 머무르다 보면, 관람자는 문득 오브제의 형태와 움직임이 장막에 비치는 그림자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서서히 눈치채게 된다. 하여 광원을 좇아가 보면 장막에 비치는 그림자들은 진짜 그림자가 아니라 오브제의 형태와 유사한 영상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장막에는 내부의 오브제를 비춘 진짜 그림자와 작가가 틀어놓은 영상들이 혼재하는데 그러한 진실은 호기심을 가지고 공간의 내부로 들어간 관람자만이, 그 중에서도 유사성으로 인한 착각을 깨달은 사람만이 알 수 있다.



<CAVE into the cave: Episode 02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오르골, 스크린, 렌즈, 고철, 플라스틱용기, 
미니어처 가변 설치 2013  



이러한 작가의 작업을 동굴 속 그림자를 진짜로 믿었던 죄수는 밖으로 나와도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 구분을 못한다는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The Allegory of the Cave)’에 빗댈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각과 유사성에 익숙해져서 그림자가 가짜 그림자이며 영상이라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인지하는 틀이 붕괴될 때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진실의 방이라고 생각되는 장막의 내부에서도 장막에 비치는 그림자가 나의 그림자인지 아닌지를 확신할 수 없다.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언어의 자의성, 다르게 표현하자면 언어라는 약속된 체계가 갖는 허구성 때문인지 언어는 작가가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다른 소재 중 하나이다. 앞서 묘사한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CAVE into the cave>에서 역시 작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찾아 볼 수 있다. 관람자는 공간의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할 때 통과의례처럼 하나의 벽을 지나야 하는데, 그 벽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리고 가만히 귀를 대고 들어봐도 그 소리의 실체는 명확하지 않다. 작가는 언어를 자음과 모음의 기본적 소리로 해체한 소리를 녹음하여 벽이 진동하도록 장치해 놓았다고 말한다. 이 장치는 작업에서 공간의 내부가 마치 언어가 있기 이전,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시원(始原)의 장소로 인식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CAVE into the cave
(Interactive Media Installation)> 
오르골, 병원스크린, 렌즈, 과학실험도구, 
고철, 플라스틱용기, 미니어처 가변 설치 2012



작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은 예전 작업인 <BE LIE F>(2009-2010)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공간으로 구성된 설치 작업인 <BE LIE F>에서 작가는 언어를 촉각과 연결시킨다. 공간에 마련된 보자기 위에는 영어 단어들이 손 자수로 놓아져 있고 그 손 자수들은 수 십 여개의 터치 센서와 연결되어 있다. 관람자들은 자유롭게 보자기를 만질 수 있는데, 관람자들이 단어를 어떻게 터치하느냐에 따라서 방의 세 면과 내부에 있는 영상의 이미지들이 다르게 변한다. 작가는 글과 말이라는 형태로 주로 시청각과 결합하는 언어를 해체하여 시촉각을 통해 재구성한다. 이렇게 이예승은 감각의 허구성과 언어의 자의성, 소통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작업해나가고 있다. 작가가 작업의 표면, 공간의 외부만을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경험까지도 작업의 의미로 인정하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보이는 대로가 전부인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들은 사실 여러 층위가 겹겹이 쌓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관람자가 관심을 갖고 조금씩 그 층위를 벗겨나갈 때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작가는 묻는 것 같다. 당신은 장막의 외부에 있을 것인가, 내부에 있을 것인가.



이예승



2013 퍼블릭아트 선정작가 이예승은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미디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 34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였으며, 창동창작스튜디오에서 9기 입주작가를 거쳐 현재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다. 금호미술관 외 다수의 갤러리 및 미술관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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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문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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