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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1, Oct 2021

미술 경매의 세계

Art Auction

‘불 마켓(Bull Market)’이란 황소가 뿔을 들어 올려 상대를 제압하듯 오랜 기간 상승세인 장을 일컫는 용어다. 현재 국내 미술 경매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단어를 사용해야 할 듯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 매출 규모는 1,48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거래액 490억 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상반기 826억 원, 2018년 상반기 1,030억 원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연말까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는 비평과 기획을 넘어 미술계 그리고 미술사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미술품 경매를 살피고자 한다. 이 특집은 먼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특성과 매력, 경매 참여 시 유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경매시장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와 현황, 그 구조를 톺는다. 그와 함께 옥션사에 종사하는 각 분야 스페셜리스트와 경매사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현장 이야기도 듣는다. 이제 경매의 매력으로 함께 빠져들어 보자.
● 기획 · 진행 편집부 ●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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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No. 1 

미술 경매, 미술의 가치는 누가 만드는가_최고운  


SPECIAL FEATURE No. 2 

미술 경매 구조 그리고 현황_조상인   


SPECIAL FEATURE No. 3 인터뷰

김현희 수석경매사

고영란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정태희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이은주 해외미술 스페셜리스트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Special Feature No. 1

미술 경매, 미술의 가치는 누가 만드는가

● 최고운 큐레이터



경제학자이자 현대미술품 컬렉터인 도널드 톰슨(Donald Thompson)은 “경매장의 망치가 두드려지는 순간, 그 가격은 작품의 실체 가치가 되고, 이는 미술사의 기록이 된다”고 했다. 미술 경매가 현대 미술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는 표현이다. 미술시장에서 작품은 가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경매가 그 경제적 가치를 형성하는 공신력 있는 주체임은 이미 미술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수 세기에 걸쳐 예술 창작과 그에 따른 유통은 시장의 다양한 메커니즘에 의존하며 향상되어 왔다. 그리고 미술품 경매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확산에 기여했다. 경매로 인해 미술품 거래는 과거에 비밀스럽고 비표준화적인 특성을 지닌 유통 방식에서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환됐으며, 작품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고 시장을 주도해왔다. 미술품 경매는 최초설립(로마 시대로 추정) 이래 20세기까지 매개로서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 


미술시장에는 비교적 긴 주기를 걸쳐 형성되는 작품의 창조와 비교적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판매가 동시에 발생한다. 여기에 일반적인 상품의 판단 기준을 적용하기란 불가능하고, 새로움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일어나는 현대 미술계에서 작품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 역시 어렵다. 오늘날 미술 경매는 단순히 작품의 소비와 공급을 주관하는 기구로서의 기능을 넘어 평가하는 중심에 존재하기 때문에 예술가의 명성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미술시장은 예술과 경영이 융합된 새로운 분야다. 따라서 역사적 관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경매시장에 대한 기여도를 파악하는 것은 미술사와 미술시장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국내 미술 옥션, 미술시장 호황기를 중점으로


국내 미술품 경매는 독특한 체계를 형성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해왔다. 1979년 신세계미술관이 개최한 경매를 최초로 1984년 송원화랑 경매 등이 있지만, 대표적 기점은 1988년 가나화랑 주최의 ‘아트마켓 경매’라 할 수 있다. 이후 2001년 서울옥션으로 상호를 변경해 지금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술 경매회사 설립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의 가격과 정보 등 자료가 공개적이지 않아 그 규모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경매를 통해 미술품 낙찰액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불투명했던 한국 미술시장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홍보 활동으로 국내 미술시장 대중화에 기여하고 활성화하는 촉진제가 되어 문화예술 선진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2004년, 서울옥션은 ‘커팅 에지(Cutting Edge)’를 통해 원로 및 중견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낮고 개성 있는 20-30대 작가들 작품을 ‘블루칩 작가’로 형성하고 새로운 장르로 소개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경매 출품작들은 추정가의 약 두 배가량 오른 가격에 낙찰됐고, 100% 낙찰률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또한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에게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일반인들에게는 비교적 작품을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며 수요자층을 확대했다. 이런 접근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했다. 2004년 10월 홍콩 크리스티(Christie’s) 가을 경매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 8점이 약 1억 4,000만 원가량에 거래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근대미술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기 전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다소 낮은 가격대로 소개한 젊은 작가 작품들이 국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도 거래액은 계속 올라 2007년에는 약 6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미술시장에도 활기를 가져왔다. 


2005년, 부동산 억제 정책과 저금리 등의 원인으로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미술품이 투자대상으로 떠올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술품은 실제 사용하는 상품이 아닌 부동산, 주식과 비슷한 자산으로 볼 수 있어 금융과 경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또한 미술시장은 자체적으로 호황과 침체, 회복을 겪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의 영향을 받고 변화를 보인다. 여기에 더욱 불을 붙인 건 2000년대 중반 중소 옥션들의 출범이다. 서울옥션 단독 체제에서 경쟁 체제로의 전환과 급격한 활성화를 맞은 경매시장에 낙찰 신기록 언론 보도까지 잦아지며, 미술품 경매시장은 과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거래량 역시 압도적으로 큰 규모로 성장했다. 


2007년에는 미술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해외 미술품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러한 미술시장 호황기에 맞춰 국내 경매회사는 온라인 미술품 경매까지 활성화한다. 첫해 연간 거래 낙찰률은 약 69%, 8억 3,078만 원의 거래액을 보였다. 온라인 미술품 경매는 서울에 집중적으로 형성된 시장을 전국구로 확산시켰고 중저가 미술품 공급과 유통의 방법을 넓혀 그 보급을 확장했다. 이와 함께 미술시장에서 가격의 공개화와 유통의 투명화가 점차 확대되어 갔다. 


2008년, 서올옥션은 홍콩에 새로운 법인을 세워 서구권 유명 작가들과 아시아권 작품들을 함께 출품하며 크리스티, 소더비(Sotheby’s)와 같은 세계적 경매회사와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꾀했다. 서양 근대미술 거장 작품과 나란히 나열해 세계 컬렉터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세계무대에서 한국미술을 성공적으로 소개하고 국제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8년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증시, 부동산 시장 등 모든 투자시장과 미술시장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고가 미술품 거래가 부진하기 시작했고, 급격히 성장했던 경매시장의 과열로 인한 거품도 가라앉았다. 고가의 미술품을 다루기에 부담을 가지는 화랑 및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저가 미술품 시장에 관심이 증가하면서 신진작가의 작품과 다소 저렴한 판화와 드로잉 시장이 확대되기도 했다. 이렇듯 미술 경매는 시장의 반복되는 호황과 불황 속 국내 미술계의 유통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스스로 역기능을 극복하며 확장 및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서울옥션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국내 미술 경매 유의사항


미술시장의 중심, 경매에 참여하고 싶다면 이것만은 기억하는 것이 좋다. 먼저 미술 경매에서 추정가는 추정가일 뿐, 작품 낙찰가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유의해야 한다. 미술품 경매는 뜨겁고 치열한 경합이 붙어 초고가에 낙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 추정가에 맞춰 거래 액수를 산정하지 않아야 하며 본인 스스로가 구매 가능한 작품의 최대액을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가격대를 정할 때는 개인의 생각과 이전 경매 기록에 의존하기보다는 미술 전문가와 함께 의논해야 한다. 시장은 과거 기록에 상관없이 매우 냉정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2년 10억 원에 거래됐던 작품이 2007년에 20억 원에 낙찰, 2009년에 20억 원에 출품했지만 유찰됐던 경우가 있다.


또한 미술 경매 ‘프리뷰(preview)’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미술품 경매 2-3주 전에 경매 출품작들이 전시되는 프리뷰는 경매에 대한 분위기를 예측하고 작품에 대한 중요한 정보(실제 작품의 크기, 질감과 색감, 작품 컨디션 체크, 시장 동향 등)를 얻을 수 있어 경매 참여자라면 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직접 가볼 시간이 안 된다면 온라인 홈페이지나 경매회사에서 발행하는 도록을 활용해볼 수 있지만, 작품은 실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안목과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에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안목 있는 미술 전문가와 함께한다면 파급력이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단순히 작품 설명을 듣는다기보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미술적 안목을 자기화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의 위력과 매력


모든 예술은 자연의 영역이 아닌 문화적 구조물이기에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구조화된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부분인 시장에 대한 연구는 작가와 작품세계, 미술 양식, 미술의 역사, 시대 상황과 소비, 경제적 가치, 수집가 등 당시 미술계 주요 인물의 역할까지 포함하고 있어 미술사 연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술품 경매는 미술시장은 물론이고 미술 생태계, 나아가 미술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21세기 세계 미술시장에서 미술품 경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유통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고급화된 경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장의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며 미술시장의 발전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가의 지위 향상에 기여하고 대중과 미술의 거리감을 좁히는 등 당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끊임없는 시도들이 그 저변을 확대하고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의 입지를 형성했다. 미술품 경매는 역사적으로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로 발전했고 미술시장의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진화해왔다. 그러므로 경매회사와 미술관, 작가, 화랑, 아트페어, 컬렉터가 협력해 미술품 경매를 통한 전략적인 마케팅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특정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역사적 양식과 국가적 문화예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PA



글쓴이 최고운은 권진규미술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 등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체성 재조명을 전시기획하며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했고 박여숙화랑, (재)한원미술관, 종이나라박물관, 학고재에서 재직했다. 현재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방송, 강의를 하며 미술 칼럼니스트,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옥션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Special Feature No. 2

미술 경매 구조 그리고 현황

● 조상인 『서울경제』 미술전문기자



#1998년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제5회 아트마켓 경매. 이날 최고가 낙찰작은 오지호가 1970년에 경복궁 향원정 풍경을 그린 20호 크기의 <향원정>으로 3,5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총 61점이 경매에 올랐고 26점이 낙찰돼 낙찰률은 42.6%였다. 낙찰총액은 1억 4,845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6월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제161회 미술품 경매.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작품은 30억 5,000만 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오색 점화 <27-XI-71 #211>(1971)이었다. 총 204점이 경매에 올라 177점이 팔렸고 낙찰률은 87%였다. 낙찰총액은 약 243억 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기록, 하루 치 경매 결과로 국내 최대 규모였다.


23년의 간극을 두고 출품작 수는 3.3배, 낙찰률은 2배 이상 올랐다. 경매 낙찰총액은 164배나 커졌다. 최고가 낙찰작은 오지호에서 김환기로, 즉 구상회화에서 추상화로의 경향 변화를 보여준다. 90배 가까운 가격차는 20여 년의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나다.




이배 <무제> 2004

 캔버스에 아크릴 미디움, 채색 

45.5×37.5cm(8)




한국 미술시장의 역사는 ‘경매’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쓰일 듯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서울옥션이 있다. 서울옥션이 1998년 10월 처음 연 ‘제1회 아트마켓 경매’가 완전 공개 형태의 첫 정기 미술 경매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로 미술시장이 침체에 빠져있던 때다. 기업이 도산하고 실직자가 늘면서 경제 불황이 깊어졌고 급기야 ‘귀한 작품’이 매물로 나오는 일이 잦았다. 팔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전통적 갤러리 비즈니스로는 신작 판매도, 구작 거래도 쉽지 않았다. 일부 화랑들이 ‘싼값’을 강조해 이벤트성 프라이빗 경매를 시도했다. 가장 적극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나선 이가 가나아트의 이호재 회장이었다. 가나아트의 멤버십 회원 1,000명을 대상으로 격주로 1회씩 ‘아트마켓 경매’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수요자 저변을 확대하고 미술품 거래의 투명성과 작품가격의 유연성을 통해 IMF 체제로 경직된 미술품 유통구조에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고 말했다. 승산이 보였다. 앞서 짚어본 1998년 12월의 경매가 분수령이 됐다. 이듬해 2월 가나아트에서 분리된 독립법인체로 서울옥션의 전신인 주식회사 ‘서울경매’가 설립됐다. 2000년에는 보석경매, 와인경매 등으로 외연을 넓혔고, 2001년 서울옥션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서울옥션이 평창동 센터를 중심으로 강남점·부산점 등을 열며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자, 2005년 9월 대항마를 자처하며 케이옥션이 문을 열었다. 바야흐로 한국의 미술 경매시장의 ‘양강구도’가 꾸려졌다.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이자 양대 옥션하우스로 불리는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도 양강체제를 이루고 있다. 소더비는 1744년 런던에서 서적 전문 경매회사로 출발한 최초의 근대 경매사다. 1766년 설립된 크리스티는 세계 최초의 ‘미술품 전문’ 경매사다. 그렇게 18세기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중추가 된 두 회사는 2010년 이후 경제성장을 뒷배로 둔 중국이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의 최대 점유국으로 올라서기 전까지 전 세계 미술 경매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지난 2017년 11월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작품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1500년대)가 4억 5,031만 2,500달러(한화 약 5,156억 원)에 팔린 곳은 크리스티 뉴욕 경매였다. 



Beijing Auction Room Phillips and Poly 

20th Century Contemporary Art and Design 

Hong Kong-Beijing Dual-Location Sales © Phillips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최고가 낙찰작인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1955)은 2015년 5월 크리스티 뉴욕에서 1억 7,936만 5,000달러(한화 약 1,968억 원)에 거래됐다. 동시대 미술의 최고가 기록은 소더비가 갖고 있다.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무제(Untitled)>(1982)가 2017년 5월 소더비 뉴욕 이브닝세일에서 1억 1,048만 7,500달러(한화 약 1,265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런던 기반의 소더비는 1955년 뉴욕으로 옮겨갔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던 상장기업이었으나 지난 2019년 6월 프랑스의 미디어 재벌이자 다국적 통신회사 알티스의 설립자인 미술품 애호가 패트릭 드라히(Patrick Drahi) 회장에 의해 37억 달러(한화 약 4조 4,000억 원)에 인수되면서 상장 폐지의 수순을 밟았다. 참고로 크리스티의 최대 주주는 구찌·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 등 명품브랜드를 이끄는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PPR 그룹 회장이며, 몇 해 전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들 외에 1793년 설립된 본햄스(Bonhams)와 1796년 세워진 필립스(Phillips)까지를 세계 4대 미술 경매회사로 칭한다. 


하지만 이를 국내 경매회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들 경매사에서 거래되는 미술품 한 점 가격이 국내 경매회사의 연 매출 혹은 한국 미술시장 전체 규모(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전체 규모는 평균 4,000억 원 정도)와 맞먹는 수준이니, 체급 차가 현격하다. 다만 김환기와 함께 박서보, 정상화 등 소위 ‘단색화’라 불리는 19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약진에 힘입어 ‘동시대 미술’로만 한정 지을 경우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세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프랑스의 미술전문 매체 『아트프라이스(Artprice)』가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 집계한 세계 경매사별 동시대 미술 낙찰총액 순위에서 서울옥션이 14위, 케이옥션이 16위를 차지했다.


경매에 오르는 작품은 경매사가 소장자로부터 팔아 달라고 ‘위탁’ 받은 것들이다. 따끈따끈한 작품을 작가로부터 건네받아 전시를 통해 대중에 소개하는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1차 시장(primary market)이라고 한다면, 한 번 거래됐던 작품을 다시 중개하는 경매는 2차 시장(secondary market)이 된다. 작품이 경매에 오를 때, 소장자와 낙찰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인적 정보를 제외한 작품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자유 경쟁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위탁자가 일정 기간 작품을 소장한 후 되판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경매 거래기록이 쌓이면서 미술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됐고, 투자 동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고서 발간이 가능해졌다.




29회 서울옥션 홍콩세일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미술 경매는 2차 시장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1차 시장 활성화까지 견인했다. 경매사의 낙찰총액 추이는 미술시장 전체의 경기 변동과 거의 일치하는 양상을 보였다.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는 작품은 당대 미술 소비의 경향도 보여줬다. 처음 정기 경매가 열렸던 1998년의 최고가 낙찰작은 오지호의 <향원정>(3,500만 원)이었고, 이듬해 최고가 작품은 박수근의 <집골목>(1960) 1억 9,800만 원이었다. 한동안 고미술의 인기가 치솟았다. 2001년 7억 원에 낙찰된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를 시작으로 조선 시대 도자기인 <청화백자파초국화분재문호>(2002년 서울옥션 5억 1,000만 원 낙찰), <청화백자진사채난국초문편병>(2003년 서울옥션 5억 원 낙찰), <청화백자괴석화조문호>(2004년 서울옥션 5억 3,000만 원 낙찰)로 이어지며 매년 그해 최고가 기록을 차지했다. 2006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철화백자운룡문호>는 경합 끝에 16억 2,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고, 조선백자 거래가격의 ‘자릿수’를 바꿔놓았다. 고미술 시장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위작 거래로 인한 불신 풍조가 만연했는데, 경매회사가 출품작의 소장 내역과 진위 검증을 전제로 신뢰도를 확보해 주었기에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었다.


서울옥션의 독주체제에 케이옥션이 가세한 2006-2007년 미술 경매시장의 뜨거운 양상은 소위 ‘불 마켓’이라 불리는 올해 상황과도 흡사하다. 주식과 부동산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미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점이 그렇다. 오갈 데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몰렸다. 낙찰률과 낙찰총액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아트펀드도 생겨났다. 당시 최대 수혜주는 박수근이다. 2005년 서울옥션에서 9억 원에 팔린 박수근의 <시장과 여인>(1960년대), 케이옥션에서 7억 1,000만 원에 낙찰된 <나무와 사람들>(1965)이 각각 그해 가장 비싸게 거래된 미술품 1·2위를 기록했다. 이제야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증을 통해 공개적으로 확인됐지만 이건희·홍라희 부부가 박수근 작품에 관심을 갖고 사 모은다는 얘기가 당시 미술계에 퍼져 많은 이들의 구매 경쟁을 견인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당시 60대 전후의 경제 주역들이 어린 시절의 향수, 가난한 시절의 온기를 떠올리며 박수근 그림에 몰입한 것도 사실이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 2,000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1950년대)는 신문 1면을 장식하며 호황기 미술시장의 절정을 보여줬고 이후 8년간 한국 경매 사상 최고가 자리를 지켰다.




김환기 <3-II-72 #220> 1972 

천에 유채 254×202cm 

25회 서울옥션 홍콩 경매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술시장이 반 토막 났을 때, 서울옥션은 아시아 미술 업계 최초로 홍콩 진출을 선언했고 7월 1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려 한 전략이 또 한 번 통했다. 2008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오른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Still Life with Stretcher, Mirror, Bowl of Fruit)>(1972)는 6,200만 홍콩달러, 당시 환율로 한화 약 100억 7,000만 원에 팔렸다. 이것은 국내 경매회사가 성사시킨 역대 최고가 낙찰기록으로 지금까지 유효하다. 경기 불황의 시기에 환금성이 확보된 미술품은 금(金)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높아진다는 점을 정확히 파악했고, 결과는 ‘명중’이었다. 영국 출신 데미안 허스트(Demien Hirst)의 <천국(The Importance of Elsewhere-The Kingdom of Heaven)>(2006)이 약 26억 원, 중국 근대미술가 산유(Sanyu)의 <하얀 꽃병의 꽃(Flowers in a white vase)>(1930년대)이 약 25억 원으로 2009년 경매 성과의 1·2위를 채웠다. 2010년에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동물들과 음악(Bestiary and Music)>(1969)이 약 47억 원, 2011년에는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14세의 작은 무용수(Little Dancer of Fourteen Years)>(1878-1881)가 약 20억 원으로 각각 그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모두가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팔렸다.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 같던 한국 미술시장에 해외 미술이 적극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경기가 요동쳐도 꿈쩍 않는 해외 거장의 작품처럼, 우리 미술에서도 거장을 발굴해야 한다며 미술시장 플레이어들이 반성적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1차 시장인 갤러리뿐만 아니라 2차 시장인 경매회사도 ‘기획경매’로 힘을 보탰다. 1970년대 한국 단색조 추상회화 경향을 일컫는 ‘단색화’에 대한 재조명이 전개됐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를 비롯해 박서보, 정상화, 권영우, 하종현 등의 작품에 국내는 물론 해외 수요까지 늘어났다. 김환기의 잇따른 기록경신이 이어졌고, 단색화 작가들은 2014년 이후 3년간 경매 낙찰가가 평균 10배 상승하는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 결과 양대 미술경매사들은 2015년에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이며 호황의 축포를 터뜨렸다. 서울옥션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낙찰총액 1,000억 원을 넘기며 연간 1,078억 원어치를 낙찰시켰다. 이 중 절반 이상인 60%가 홍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서울옥션블루 해외경매대행 

“미술을 직구하다”




김환기의 <19-Ⅶ-71 #209>(1971)가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100만 홍콩달러(한화 약 47억 2,000만 원)에 팔리며 박수근의 최고가 기록을 깼고, 그때부터 기록경신의 행진이 이어졌다. 54억, 63억, 65억, 85억 원의 신고가를 적으며 ‘김환기의 경쟁자는 김환기뿐’이라는 얘기가 경매를 통해 확인됐다. 2018년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200만 홍콩달러(한화 약 85억 3,000만 원)에 팔린 김환기의 <3-II-72 #220>(1972)은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한국 작가의 최고가 기록이다. 2018년의 서울옥션 연간 낙찰총액은 1,285억 원으로 창사 20주년에 최대 실적을 찍었다. 이처럼 미술시장에서 경매의 강세는 해를 거듭할수록 두드러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전수조사를 기반으로 집계하는 「미술시장 실태조사」에서 전체 미술시장 규모는 4,000억 원대 수준인데, 이중 경매 비중은 꾸준히 상승해 2010년 13%이던 것이 2016년에는 30%를 넘겨 2018년에는 33.7%까지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술 경매는 활로를 모색했다. 서울옥션의 경우 홍콩 경매 개최의 길이 막히자 글로벌 미술전문 포털 ‘아트시(Artsy)’와 손잡는 등 온라인경매를 강화했다.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 경매, 미술품 분할 및 공동구매 플랫폼인 ‘소투(SOTWO)’ 런칭 등으로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축적한 노력이 올해 미술 경매의 르네상스를 맞아 빛을 발하는 중이다.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백신 개발이 이뤄지고, 그간 누적된 문화 소비의 욕구가 보복 소비(Revenge Shopping)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올 초부터 경매시장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서울옥션은 지난 3월 열린 제159회 경매에서 95%라는 사상 최고 낙찰률을 세웠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제한 관람 상황임에도 경매장은 북적이고, 방문객은 젊어졌다.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 ‘아트바젤(Art Basel)’이 금융기업 UBS와 함께 발간한 「2020 세계미술시장 보고서」에서 고액 자산가 컬렉터의 49%를 2030세대가 차지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IT와 금융업 종사자, 온라인 이커머스 기반의 고소득자 혹은 연예인을 포함한 인플루언서들의 미술 소비 및 미술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23년 전 서울옥션의 탄생 이후 함께 성장한 그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날이 온 것이다.PA



글쓴이 조상인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학사, 미술대학 미술경영 석사를 졸업했다. 2008년부터 14년째 『서울경제』에서 미술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근대미술가 37명의 일대기와 예술관을 다룬 『살아남은 그림들』(2020)이 있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 전경 

이미지 제공: 서울옥션




Special Feature No. 3-1 인터뷰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 




Q: 경매사의 업무 루틴이 궁금하다. 주 업무는 무엇이며 스페셜리스트와 어떻게 다른가.


A: 경매사는 경매 당일 진행을 총괄한다. 회의를 통해 영업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진행 스텝들과 리허설을 통해 세팅 상황을 체크한다. 150여 점 정도 되는 경매 작품들에 대한 조건이 변동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므로, 이를 사전에 확인한다. 경매 시작 시 진행하는 안내 멘트, 각 작품의 시작가와 호가 등을 확인하고 단상에 올라 작품 하나하나를 경매로 진행하고 매매를 중개하는 일을 맡는다. 반면 스페셜리스트는 경매 준비 및 진행에 있어 특화된 직무로, 작품을 미술사적, 시장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감가하고 출품될 작품을 선별하고 경매를 조직한다. 두 업무가 완전히 다르지만, 서울옥션은 스페셜리스트 출신이 경매사를 겸하고 있어 작품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보다 전문적으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다.



Q: 미술품 경매사가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직업인 듯하다. 국내 현재 몇 명의 경매사가 활동하나. 덧붙여 어떻게 경매사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A: 국내에 미술품 경매회사가 많지 않고, 한 회사에 1-3명 정도의 경매사가 있으니 다 합쳐도 30명이 채 안 될 것이다. 미술품 경매는 회사를 대표하는 업무고, 경매에 관한 주요 내용을 숙지하고 임해야 하므로 보통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 경매사가 된다. 서울옥션도 사내에서 경매사를 양성한다. 2005년 말 당시 경매사가 1명만 있던 상태에서 테스트를 통해 선발됐고, 선임 경매사와 함께 2006년부터 시작된 미술시장의 호황을 직접 경험하며 많은 경매를 진행했다. 홍콩 법인 설립 초기에는 홍콩 경매도 약 1년간  진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Q: 경매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이벤트의 과정과 풍경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신다면.


A: 경매는 무엇보다 굉장히 스릴 있고 재미있다. 출품작이 확정되면 도록을 만들고, 부산과 서울에서 전 작품을 전시한다. 고객들은 전시에 와서 실제 작품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경매 당일 작품들을 경매사의 지휘하에 경매로 진행한다. 경매장 앞쪽 중앙에 단상이 만들어지고, 중앙에는 고객들이 앉아 패들을 들어 응찰한다. 현장에 오지 못하는 고객들이 서류로 원하는 작품의 금액을 미리 적어 제출하는 서면 응찰과 전화로 연결해 직원들이 대신 패들을 드는 전화 응찰, 홈페이지에서 직접 클릭해 응찰하는 온라인 응찰도 있다. 경매사가 가격을 부르며 진행할 때 원하는 작품에 패들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고, 작품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땐 경합이 이루어지며, 예상했던 추정가보다 더 높은 금액에 낙찰되는 경우엔 박수가 터지기도 한다. 경매는 얼마에 낙찰될지 알 수 없는 생방송의 현장이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Q: 경매의 최초 시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가.


A: 모든 경매 작품에는 추정가가 있다. 낮은 추정가와 높은 추정가가 매겨지는데, 이는 이 정도 금액에 작품을 구매하면 좋다는 가이드라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낮은 추정가다. 실제 고객에게 판매가 시작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은 경매가 이뤄지는 시점에 다시 가격이 책정된다. 같은 작가여도 제작 시기, 재질, 크기, 작품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수요와 변동되는 전시가, 해외 거래가도 고려한다. 단 한 점도 쉽게 가격을 매길 수 없어 감가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Q: 작품 낙찰의 순간이 많은 매체에서 그려진다. 추가 금액이 가늠되지 않는 그 순간을 어떻게 잡아내는가.


A: 경매사는 손님의 심리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 고객의 표정, 눈빛, 몸짓으로 이를 판단한다. 전화로 대리응찰을 하는 경우엔 직원이 통화하면서 나오는 반응을 통해 유추하고, 이때 전체 상황을 확인하며 한 작품을 마무리하는 낙찰을 결정짓는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응찰이 활성화되면서 보이지도 읽을 수도 없는 고객의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졌다.



Q: 본인이 경험한 가장 뜨거웠던 경매이벤트를 꼽는다면.


A: 가장 잊지 못할 작품은 이중섭의 <소>다. 2010년 서울옥션은 이 작품으로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때 작품이 경매에 출품되는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2018년엔 이중섭의 또 다른 <소>가 출품됐는데, 20억 원에 시작한 경매가 패들을 한 번 들 때마다 1억씩 호가가 올라갔다. 36억 원이 되는 순간, 최고가가 경신됐고 이후 패들이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기록이 쓰였다. 높은 계단을 하나하나 천천히 오르듯 신중히 경매를 진행했고, 결국 작품은 47억 원에 낙찰됐다. 우리 미술사의 한 획을 긋는 작가의 대표작을 경매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장을 직접 진행할 수 있어 무척 영광이었다.



Q: 동향에 대한 지식, 쇼를 이끄는 카리스마와 발성, 순발력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될 것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경매사의 주요 덕목은 무엇인가.


A: 오랫동안 경매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순간적인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황, 특히 팬데믹으로 변화된 환경에선 더 많은, 빠른 판단이 필요해졌다. 경매는 작품을 위탁하고 구매한 사람을 연결하는 중개 역할이다. 자산이 매매되는 현장이므로 경매사의 신중함과 판단력에 따라 그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작품에 관한 내용과 이것이 어느 정도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적당한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품과 시장에 대해 잘 알고 확신이 있으면 경매사는 단상에서 자신감이 있다. 이외에 많은 사람을 집중시키고 2-3시간 동안 경매를 이끌어야 하므로 카리스마도 필요하다. 



Q: 최근 온라인 뷰잉룸이나 로봇 등 다양한 기술과 프로그램의 발전에 따라 경매사의 불확실한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경매사는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A: 경매사는 단순히 가격을 말하는 호가인이 아닌, 작품이 미술사적, 시장적 가치를 제대로 부여받고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작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직업이다. 그 과정엔 고객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 경매 비중이 늘어났지만, 4차 산업사회에서도 결국 고가의 미술품 시장은 AI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매사는 미래에 더 유망한 직업이 되리라는 것이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나의 생각이다. PA



김현희는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했다. 2005년 서울옥션에 입사해 수석경매사로 16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제6회 열린경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50여 회가 넘는 경매를 진행해왔다. 2011년에는 한국 경매사 최초로 해외 경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겸재 정선 <동작진(銅雀津)> 

실크에 수묵담채 32.3×21.8cm 

161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Special Feature No. 3-2 인터뷰

고영란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고영란 서울옥션 고미술 스페셜리스트 




Q: 근현대미술, 고미술, 해외미술로 나눌 때 어떠한 기준이 적용되며, 고미술은 어떤 영역을 아우르는가.


A: 쉽게 말하면 고미술은 오래된 한국의 물건을 다루는 영역이다. ‘오래되었다’는 말이 주관적이긴 하지만 대체로 100년 이상의 것들을 이른다. 회화, 서예, 도자기, 목기, 불교공예, 서적, 석조 등 정말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시기를 나누기 모호하다고 말하는 지점들도 있다. 예를 들어 회화의 경우 화가들이 일본 유학을 떠나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근현대와 고미술을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붓과 먹을 사용하던 이들이 유화라는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로 일컬어지는 춘곡 고희동의 작품들은 종이에 먹과 채색을 사용한 것과 유화물감을 사용한 것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춘곡이 서양화가로 분류됨에도 그가 종이에 먹, 채색으로 그린 것은 고미술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이런 경우엔 근현대 미술과 고미술을 나누는 지점은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가 크게 작용한다 할 수 있다.



Q: 고미술은 그것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가 깊고 넓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올해 낙찰된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흥미로운 작품을 소개해주신다면.


A: 아무래도 겸재 정선의 실경 두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앞으로 겸재 실경 작품을 또 그런 구성으로 소개할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다. 그 두 작품이 전시장 가운데 가벽에 설치되어 있었고 전시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그 앞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생각난다. 어떤 고객들은 어떤 게 더 좋은지 꼽으며 열띤 토론을 했고, 또 어떤 고객은 조용히 혼자 그 앞에 서서 오래도록 감상했다. 좋은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에너지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구나 싶었다. 



Q: 문화재 반환 의미에서도 고미술은 주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단원의 <공원춘효도>가 68년 만에 국내로 환수된 것도 그 중 한 예이고, 국외 환수 작품을 모아 ‘귀환’이라는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옥션이 이에 관해 어떠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외국에 있는 소장자가 한국 작품을 우리나라에 판매하고 싶을 때 어떻게 중계할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적, 시간적 한계 때문에 작품의 실물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작품 위탁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 기준이 엄격해 국내로 들어오면 다시 재반출이 어려운 탓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정보를 동원해서 2차, 3차 검토를 충분히 거쳐야만 한다. 단원의 <공원춘효도>는 다행히 정병모 교수가 실물 조사를 했던 작품이었고, 안산시를 비롯한 사랑의종신기부운동본부의 협력이 있어 더욱 확신을 갖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2018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재단 후원 경매를 열어 다방면으로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고 있다.



Q: 2030 젊은 수요층 사이에 ‘뉴트로(New+Retro)’ 열풍이 불고 있다. 미술 경매시장, 특히 고미술 영역에도 이들이 미치는 영향이 있나.


A: 아쉽게도 고미술 시장에 2030 젊은 고객층이 많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고리타분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워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래된 것이 주는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미술이 새롭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장르가 어떻게 하면 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모색해 나가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뉴트로’의 열풍이 고미술 영역에도 불어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Q: 스페셜리스트는 경매의 어떠한 과정을 담당하는가. 또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위작 검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A: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는 작품의 위탁부터 판매 그리고 배송까지를 포함한 경매 진행 전반을 맡고 있다. 경매에 출품될 작품들을 선정한 다음, 기획하고 작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도록을 제작하는 업무가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도록에 실리게 될 작품 사진 촬영, 캡션 제작과 원고 작성도 한다. 정말 A부터 Z까지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다. 위작 검증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감정을 진행한다. 워낙 분야가 다양해 한 번의 경매를 위해 최대 12번의 감정을 진행한 적도 있다. 스페셜리스트도 이 과정에 참여하며 감정위원들과 꼼꼼히 크로스체크를 한다. 이런 수많은 과정이 서울옥션을 믿고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Q: 고미술 스페셜리스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떤 공부와 연구가 필요한가.


A: 고미술 전반을 한 사람이 깊이 있게 알기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국내 예술에 대한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고미술 분야 스페셜리스트는 책임감이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는데, 내가 다루고 있는 작품이 우리나라의 보물이거나 지정문화재인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미술 영역으로 진입하고 싶다면 국립박물관을 자주 방문하고 그곳에서 전시되는 유물과 특별 기획전을 보며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고미술 관련 전시들이 어떤 흐름과 방향으로 가는지 체험해볼 수 있고, 그곳의 유물들이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시간이 흘러 근현대미술 역시 자연스레 고미술로 편입되고 그 영역은 확장을 거듭하게 된다. 고미술만이 가지는 매력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A: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이 과연 어떤 이유에서 그 수많은 시간의 풍파를 이겨내고 지금 내 앞에 존재하고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고미술을 바라보면 재미있다. 작품을 대면해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어떤 지점에서 예술적 감동을 느끼고 한 마음으로 이를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을지 상상해보면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고미술은 사람들이 예술적 감동을 느끼는 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며, 그 사람들의 마음이 시간이 흘러 퇴적되고 축적되는 만큼 그 가치를 더해갈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고미술의 비전 아닐까.  PA고영란은 수원대학교 영여영문학·언론정보학을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2017년 서울옥션에 입사해 현재 미술품 경매팀에서 고미술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와 ZEROBASE 경매 전반을 진행하고 있다. 





겸재 정선 <월송정(越松亭)> 실크에 수묵 

29.7×25.5cm 161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Special Feature No. 3-3 인터뷰

정태희 서울옥션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정태희 서울옥션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Q: 미술품 경매에 대해 익숙하지 않을 독자들을 위해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 업무엔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있고 또 고미술, 해외미술과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 부탁드린다.


A: 현재 메이저 경매를 담당하는 미술품 경매팀에 속해있으며 근현대미술을 다루는 포지션을 맡고 있다. 메이저 경매라 하면 서울옥션이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회차별 미술품 경매를 의미하고, 세부적으로는 근대기 이후 국내외 서양화, 조각, 사진 작업 등을 기반 하는 작품을 경매로 다루는 파트를 일컫는다. 메이저 경매는 서울옥션에서 진행되는 경매들 중 가장 큰 규모로 연 4-6회 가량 진행되는데 그러다 보니 한 경매를 준비하기 위해 2-3개월 동안 기획 콘셉트를 수립하고, 해당 경매에 필요한 작품들의 수급을 영업 스페셜리스트들에게 요청하는 일을 한다. 수급된 작품을 중심으로 주요 출품작을 선별하고, 작품의 감정을 진행한다. 


특히 메이저 경매 근현대 파트에는 다양한 해외미술품들도 출품되지만 1930-1940년대 근대 서양화부터 1950-1970년대 추상 작품, 1990-2000년대 현대 미술작품까지 한국 미술사와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 근현대기 미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시장에 선보일 수 없는 가격이라면 다시 소장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각 위탁 고객을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들에게 출품 가능한 가격을 알려 출품될 수 있도록 금액 제안을 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갤러리, 화랑, 아트페어 등 1차 시장 가격 움직임과 국내외 경매회사들의 출품작 가격이나 전시 흐름도 수시로 체크한다. 미술사적 지식과 작품의 해석 능력, 국내 근대기 서양화 작품부터 해외 현대 미술품까지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박서보 <묘법 No.030530> 2003

 캔버스에 한지와 혼합재료 

200.3×259.8cm 161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Q: 미술품 경매 시장이 계속 달아오르고 있다. 미술시장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데, 현재 근현대미술 경매신의 동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지난해 코로나 이슈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위축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 미술 경매 시장은 저점의 변곡점을 지나 상승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서울옥션의 경우 홍콩 경매가 팬데믹 이후 진행이 어려워져 해외 세일을 염두에 뒀던 작품을 국내로 흡수해 다양성을 확충했고, 온라인 접속을 통한 실시간 응찰이나 VR 뷰잉룸 등의 시스템도 구축했다. 따라서 과거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천경자 등 한국 근대기 화단의 고가로 여겨지던 작가들뿐 아니라 주로 홍콩 세일을 통해 소개됐던 김환기의 1970년대 뉴욕 시기 대형 점화 작품 등도 국내 메이저 근현대 미술품 경매로 선보이고 낙찰되고 있다. 더불어 해외 컬렉터들에게 인지도와 수요가 높은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윤형근, 이배 등 단색조 회화 추상 작품들도 시기와 크기가 다양해졌고, 아시아 현대 미술작가들 작품도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메이저 경매에서 경합해 팔리는 모양새다. 한국 현대 실험미술 태동기 선두에 있던 이건용, 김구림 등의 작품도 주목받으면서 컬렉터들의 한 차원 깊어진 눈에 한국 현대미술품이 포함되며 시각적 확장을 이끌고 있다.



Q: 근현대미술은 젊은 작가를 발굴해 미술계와 미술시장에 기여하는데, 최근 우국원, 문형태, 김선우 등 상대적으로 젊은 작가들 작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 미술시장의 참여자들이 다양해지고 시장의 확대가 일어나며 20-30대 컬렉터층 활동이 늘어났다. 이들은 기존의 거래가 활발하던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있지만, 해외 경험과 SNS를 통해 인지한 다양한 해외 작품과 시장 흐름을 파악해 새로운 작가층에 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2019년 11월 서울옥션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발맞춰 경매 시장인 2차 시장에서 그동안 잘 선보이지 않았던 신진 작가들이나 아직 메이저 화랑, 기관 등에서 전시하지 못한 작가를 조명하고 미술계에 알리기 위해 ‘ZEROBASE’ 온라인 경매를 선보였다. 새로운 컬렉터들이 자신들의 주관과 안목을 통해 젊은 작가들 작품을 0원부터 응찰해 낙찰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시작가를 이처럼 낮게 책정한 데는 이유가 있는데, 2차 시장 가격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고 연배에 따라 유사하게 규정된 한국 젊은 작가들 판매 가격에서 탈피해보고자 함이었다. 작품성과 시장성이 좋은 작품으로 경매를 구성하고 컬렉터들이 자신의 안목과 기준을 갖고 허용되는 금액까지 응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온라인 경매 플랫폼이다. 




이건용 <Bodyscape 76-1-2019>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45.5×53cm 160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Q: 현대미술 또한 옥션 거래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회화 위주다. 영상, 퍼포먼스 등도 국내 옥션에서 거래된 예도 있는지 혹은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한국 미술시장이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해외 유수 갤러리들이 분점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다수의 전시 작품들 또는 경매 출품작이 평면 회화 작품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조각 작품 등이 거래되고 있지만, 대다수가 순수 회화 위주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아직 미술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가의 수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백남준, 박현기 등의 작품이 종종 경매를 통해 선보이는 것이 고무적이며, 한국 현대미술작가 중 해외 활동 폭이 넓은 이불, 양혜규, 서도호, 이수경 등의 작품들도 경매를 통해 출품되는 숫자가 늘고 있어 한국 근현대 미술시장의 다양성 확보의 가능성을 기대케 한다.        



Q: 최근 많은 갤러리와 페어에서 온라인 뷰잉룸 등의 기술이 활용된다. 서울옥션도 보이거나 소개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꿈꾸고 있나. 미래의 옥션 형태와 그 흐름을 가늠해본다면.


A: 코로나19 이후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고 다양한 온라인 시스템이 개척됐지만, 신규 컬렉터와 같이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VR 이미지만으로 작품이 주는 감정과 아우라 그리고 표면의 세밀한 질감까지 사실적으로 전달하기란 한계가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응찰 결정은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실물을 보지 않고도 그 감격을 느껴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향후 여러 옥션하우스의 고민거리일 것이다. 최근 서울옥션은 온라인 뷰잉룸을 제공해 한국 미술시장에 목말라 있는 해외 컬렉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원활하게 작품을 즐기고 출품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E-BOOK을 적극 활용해 실물 도록을 받지 못하더라도 깊이 있게 출품작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 스페셜리스트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콘텐츠들을 업로드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기반으로 진행되는 메이저 경매의 경우 응찰자가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경매 진행과 동시간에 응찰 버튼을 클릭해 진행하는 ‘온라인 실시간 응찰’도 구축했다. 이처럼 IT 신기술을 어떻게 경매와 전시에 빠르게 접목하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미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PA



정태희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팀 근현대미술품 스페셜리스트 및 경매사로 일하고 있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을 수료했다. 미술시장과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주제로 서울옥션 아카데미 및 여러 기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 <Jazz> 2019 

캔버스에 혼합재료 60×60cm 162회 
서울옥션 미술품경매





Special Feature No. 3-4 인터뷰

이은주 서울옥션 해외미술 스페셜리스트




이은주 서울옥션 해외미술 스페셜리스트




Q: 미술 경매시장 돌풍이다. 당초 3달에 한 번 열리던 경매가 올해는 매달 열리고 있고 200-300억 원 규모, 낙찰률도 90%를 넘나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A: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 확산 여파로 아시아 미술시장을 대표했던 홍콩이 주춤하는 사이, 서울이 국제 미술시장으로 떠올랐다. 미술품을 통한 재테크 열풍과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활성화되면서 신규 컬렉터의 유입이 더해졌고, 국내 미술시장은 폭발적으로 급부상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층도 생겨났다. 이 결과로 국내 미술시장에서 해외 작가들의 작품까지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옥션 대구 경매에서 시작가 15억 원에 출품된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작품 <Infinity-Nets (WFTO)>는 치열한 경쟁 끝에 31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해외미술품 최고 낙찰가 1위였던 <Infinity-Nets (OWTTY)>가 14억 5,000만 원에 낙찰된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결과다.


Q: 실제 경매에서 해외미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또 과거와 비교해 현재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한 경매에서 해외 작품이 차지하는 수량은 근현대미술 전체의 25-30% 정도다. 하지만 작품의 금액을 비교해 보았을 때 그 비중은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 경매 최고 낙찰가 1위부터 5위까지의 집계를 살펴보면 2위인 김환기를 제외한 모든 순위가 마르크 샤갈(Marc Chagall)과 야요이의 작품으로 채워졌고 금액의 합은 무려 100억 원이 넘는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국내로 작품을 위탁하려는 해외 컬렉터들의 문의가 늘어나면서 해외미술품 비중과 품목의 범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잘 알려진 해외 작가들 작품만이 안정적으로 거래가 지속되었다면, 현재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신고가를 경신하는 추세다. 이런 시장의 변화에 따라 국제 미술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 경매에 적극적으로 선보이려 한다.



요시모토 나라(Yoshitomo Nara)

 <123 Drumming Girls>

 플라스틱 피규어 15×6×5cm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




QMZ컬렉터들의 유입도 두드러진다. 연일 최고 낙찰액 기록과 시장 저변 확대에는 이들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한가. 기존 컬렉터들에 비해 그들만의 특성이 있다면.

A: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미술품 수요층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는 것이다. 재테크를 목적으로 한 자금의 유동성이 미술시장으로 몰리면서 미술품 투자에 관심이 높은 젊은 구매층이 급증했고, 전반적으로 응찰자들의 평균 연령대도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 미술품 구매자의 세대별 비중을 따져보았을 때 젊은 세대들이 52%를 차지했고 구매 예산도 상승했다. 이들은 해외 경험과 글로벌한 정보력을 갖춘 세대이자 문화 소비에 익숙하고 또 취향을 반영하여 구매하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미술품의 거래 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Q: 해외미술 영역은 그 영역과 분야가 광범위하다. 올해 거래된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흥미로운 작품들을 소개하신다면.

A: 요즘 미술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30-40대 작가들의 고공 행진이다. 가장 기억이 남는 경매 작품을 꼽자면 스페인 화가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의 작품이다. 지난 8월 162회 경매에서 선보였던 원화 캔버스 작품이 3,500만 원에서 시작해 뜨거운 경합 끝에 1억 7,000만 원에 낙찰됐다. 시작가 대비 약 5배가 넘는 놀라운 가격이다. 이로 인해 드로잉부터 피규어까지 위탁을 원하는 문의가 쇄도했고 해외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실제로 한 달 뒤 라이브 경매에 에디션 피규어가 출품됐고 시작가 200만 원에서 또 한 번 5배가 뛴 1,000만 원에 낙찰됐다. 작품으로 인정되기 어려웠던 아트상품도 그 퀄리티가 높아지고 희소성이 인정되어 최근 경매시장에서 상당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Q: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미술을 직구하는 해외경매대행 서비스 등 다양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A: 온라인 미술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서울옥션도 이에 따라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 주요 경매사의 오프라인 경매 응찰을 대행해 주는 해외경매대행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1년 만에 작품 누적 금액 200억 이상을 달성했다. 또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현장, 서면, 전화로만 응찰이 가능했던 참여 방식에 라이브 비딩을 도입해 해외 고객들까지 실시간 온라인 응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미술품 거래 장벽을 낮추고 나아가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유통구조를 더 강화하고 확대할 예정이다.


Q: NFT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최근 ‘UDC 2021’에서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가 직접 그 현황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A: 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군 디지털 아트 트렌드가 국내에서도 큰 화두다. 작품의 진위,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는 NFT는 디지털 예술품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미술시장에 그 영향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과 수집하고 구매하려는 수요가 활성화되면서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창작에 나서게 하는 촉매가 되고 있다. 서울옥션은 시장의 범위를 넓혀 새로운 컬렉터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신진 아티스트들까지 발굴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미술시장을 개척하려 한다.


Q: 마지막으로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이들에게, 특히 해외미술 영역에 관심 둔 이들에게 중점적으로 살펴야 할 내용과 주의사항에 관해 조언 부탁드린다.

A: 해외미술품에 관심이 있다면, 전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첫 번째다.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해외 주요 갤러리들과 소속 작가 그리고 아트페어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작가를 발견한다면 해당 작가의 작품이 안정적으로 수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매시장이다. 안정적으로 거래되는 작가들의 작품은 경매 출품 빈도가 높고 응찰자들의 경쟁률이 높다. 시장 분위기를 판단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들의 원화 작품은 가격대가 상당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드로잉이나 에디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해외 에디션 작품을 구매할 때에는 발행 수, 기법, 작가의 친필 서명이 있는지 혹은 재단 인증 도장이나 보증서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하도록 하자. PA


이은주는 온타리오 예술대학(OCAD University)을 졸업하고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展>, <대영박물관, 영원한 인간展> 등 해외 유수 기관과 협력한 대형 미술 전시회를 기획했다. 서울옥션블루에서 근현대미술 파트장으로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으며, 현재 서울옥션 글로벌 사업팀에서 홍콩 현지 경매 기획 및 해외미술품 거래를 맡고 있다.


국내 디지털 아트 콘텐츠 발굴 및 신진 

아티스트 육성을 위해 
서울옥션블루와 두나무(업비트)가 협력한
 ‘XXBLUE NFT 아티스트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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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최고운 큐레이터,조상인 『서울경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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