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Review
Issue 180, Sep 2021

친애하는 빅 브라더: 다시는 결코 혼자일 수 없음에 대하여

2021.8.13 - 2021.11.14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친애하는 빅 브라더 그리고 K-전체주의



권은영 아시아문화원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 <친애하는 빅 브라더: 다시는 결코 혼자일 수 없음에 대하여>는 2017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ACC 지역 아시아 작가 전시’의 일환으로 ‘지역 문화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역 연계 프로젝트다. 광주와 연고가 있는 이연숙과 임용현을 비롯하여 덩 위펑(Deng Yufeng), 아지아오(aaajiao), 침↑폼(Chim↑Pom), 아이사 혹손(Eisa Jocson), 하산 엘라히(Hasan Elahi)와 정 말러(Zheng Mahler), 총 8팀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전시의 제목 ‘빅 브라더’는 짐작하듯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 처음 등장한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는 대형 포스터가 소설 속 배경인 오세아니아 곳곳에 붙어 있다. 화장실까지도 설치된 텔레스크린(telescreen)은 사람들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는 전체주의가 극도로 전면화된 사회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가 보편적 인간성을 지키려다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과정을 그린다. 윈스턴은 결국 그 누구보다 빅 브라더를 찬양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전시는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중앙 정부의 감시 통제가 당연시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질문한다. 한국 정부는 역학 조사관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이들이 확진자의 위치정보나 신용카드사용 내역을 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러한 침해와 통제를 기반으로 이뤄진 방역 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를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감염병 극복 모범 사례’이며 ‘K-방역’이라고 광고한다. 지금 한국에선 역학 조사가 인권 침해라는 사실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 감시 기술이 어떤 질문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4』에서 오세아니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빅 브라더의 존재를 당연시했듯 말이다.




임용현 <달콤한 트루먼> 2021 

싱글채널 알파 비디오, 웹캠, 컬러, 사운드, 스티로폼, 

우레탄 3분 15초(루프)  200×200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제 정체성을 표현하는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예술가들에게 감시 사회는 예민한 촉을 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 전시 속 예술 작업을 통해 각각의 구체적인 대응법을 살펴보자. 2020년 위펑은 베이징 행복대로 일대의 CCTV 카메라를 조사했는데, 1km 정도 거리에 90개의 CCTV가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CCTV 설치 지역과 그 사각지대를 3D 지도를 만들어 무료로 공개했다. <사라지기 운동>(2020)은 온라인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작가의 가이드로 빅 브라더에 노출되지 않고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촬영한 영상이다.


2018년 중국 신화통신은 남성 앵커 추 하오의 얼굴 모양과 입 모양, 목소리를 합성해 AI 앵커를 만들었다. 기자들이 컴퓨터에 뉴스 기사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앵커의 목소리와 제스처로 똑같이 말한다. 신화통신은 “사람은 하루 최대 8시간 방송할 수 있지만, AI 앵커는 24시간 쉬지 않고 방송이 가능하다. 뉴스 생산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 말러의 <마스터 알고리즘>(2019)은 추 하오 AI 이미지를 홀로그램으로 프로젝션한 설치작업이다. 정 말러는 아티스트인 로이스 잉(Royce Ng)과 인류학자인 데이지 비서넥스(Daisy Bisenieks)로 이루어진 듀오다. 영상에서 AI 앵커는 다음과 같이 미래의 뉴스를 전한다. “2030년 우리는 생각, 사상과 감정을 계량화하여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홍콩 삼수이포에서 판지와 구리, 리튬을 줍고, 맥도널드에서 잠을 자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우리는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과 하수구 기름으로 연명하며, 도시에서 벼를 재배할 수 없다는 문제를 이해했다… 한 여자는 발효된 바나나 껍질로 비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덩 위펑 <사라지기 운동> 

2020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클립, 참여자, 모션 추적 다이어그램, 

가이드 맵, 반사 벨트, 사진 13분 1초, 8분 42초 가변 크기 




필리핀 여성 예술가 혹손은 2019년 자국 여성 이주노동자가 추는 폴 댄스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 작업으로 ‘휴고 보스 아시아 예술상’을 수상한다. 여성이 돈을 벌기 위해 춤을 출 때 그의 몸을 포착하는 방식, 필리핀 이주노동의 현장과 특히 아시아 여성의 신체를 시장화 하는 국제적 상황 등을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팬데믹 시대 고립된 이들에게 자신의 방에서 동물 흉내를 내는 퍼포먼스를 할 것을 요청한다. <동물원>(2020)은 작은 방에 고립된 채 개나 고양이의 동작을 따라하는 인간의 모습을 촬영한 연작으로, 동물원에 갇힌 동물과 팬데믹 시대 고립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이 맞닿아 있다. 


엘라히의 <수천의 리틀 브라더>(2021)는 트래킹 트랜지언스(Tracking Transience)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속 수천 개의 이미지를 작은 사이즈로 출력해 미국 영화 텔레비전 기술자 협회(SMPTE) 컬러바의 색상별로 벽을 채운 설치작업으로 감시의 기록들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펼쳐 놓는다. 이연숙의 <보이는 보이드>(2021)에는 ‘X’자 형태를 한 커튼 벽이 놓여있다. 관람객은 벽 사이 좁은 길을 걸으며 맞은편에 서 있는 누군가를 마주한다. 임용현의 <달콤한 트루먼>(2021)은 자신의 일생이 텔레비전 쇼의 일부였음을 깨닫는 트루먼의 여정을 다룬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1998)를 소재로 한다. 아지아오는 미디어 아티스트, 블로거, 운동가,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중국정부가 세운 거대한 방화벽을 작업에서 비평적으로 다루며, 중국 사회 속 인터넷을 둘러싼 새로운 사고, 논쟁, 현상을 논한다. <URL은 사랑입니다>에서 그는 ‘URL들은 절대 사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침↑폼 <벽으로 이뤄진 세상> 2014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 14초 가변 크기 




2015년 문을 연 광주 아시아문화원이 2021년 문을 닫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이 일원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시아문화원의 사업자등록증이 폐지됨에 따라 250여 명의 직원(2019년 5월 기준) 계약이 파기된다. 2021년 7월 26일 아시아문화원 노조는 ‘전원 고용승계’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으나, 한국 미술계에서조차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 이런 야만적 상황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전체주의는 다수 시민의 안정 추구에 의한 합의 체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지금의 한국 상황은 매우 특이하게 보인다. 


생존이 방치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안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자영업자의 영업시간을 9시로 다시 단축하지만, 이 규제에 반대하는 실제 폭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폭증하고, 아시아문화원 노조처럼 국가 공무원조차 고용 유지가 불확실하다.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보상받지 못하고 서로 연대할 여유조차 없다. 이것을 ‘자본화한 전체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역설적이지만 가장 완성된 형태의 전체주의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산 엘라히 <수천의 리틀 브라더> 2021 

사진이 출력된 벽지 300×1,200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2015년 창조원 2관에서 <플라스틱 신화들>을 기획할 때의 경험이다. 지나치게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과도한 서류 제출 요구 같은 행정 처리 방식이 구태한 관료제로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이 또한 우리가 말하는 현재의 전체주의에서 사용되는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다수의 구성원에게 부과되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업무 처리는 전체주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방법이 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갑의 위치를, 아시아문화원은 을의 위치를, 외부 기획자는 병의 위치를 갖는다. 한국적 국가 행정 시스템, K-전체주의는 모두를 갑을병의 계약관계로 위치하게 하며, 결국 소수의 갑을 위해 다수의 을과 병이 피해를 감수하는 시스템 속에 갇힌다. 여기에는 <친애하는 빅 브라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와 예술가, 우리를 포함한다.  


[각주]

* ‘불안정한(precario)’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와 노동자를 뜻하는 영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저임금·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 노동 무산계급을 지칭한다.




정 말러 <마스터 알고리즘> 2019 3D 애니메이션, 9개의 홀로그램 환풍기, 블루 투스 사운드, 2채널 스피커, 헤드폰 홀로그램 설치 15분 24초 가변 크기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Tags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