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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94, Jul 2014

미술관 교육시대

Museum Education

미술관 교육은 대중적 관심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공공미술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필수 사항이 된지 오래고, 사립미술관과 갤러리의 경우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수요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 에듀케이터라는 말도 이제는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말이 됐다. 이런 바뀐 상황은 전문적 지식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장소로서의 미술관에서 더욱 대중지향적인 미술관으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많은 미술관은 전문가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관객층을 염두에 두고 그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계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오늘날의 미술관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되는 것일까? 「퍼블릭아트」는 미술관 교육의 모든 것을 담았다. 미술관 교육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요즘 뜨는 직업인 에듀케이터의 실체를 파헤친다. 그리고 국내 대표적인 미술관 5곳을 선정해 심층 인터뷰를 담았다.
● 기획·진행 안대웅 기자

Giovanni Paolo Pannini 'Gallery of Views of Modern Rome'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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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Ⅰ

미술품의 성지에서 일상의 학습장으로_최기호 


SPECIAL FEATURE 

미술관 에듀케이터, 미술관과 사회를 연결하는 혁신가_양지연 


SPECIAL FEATURE 

1. 백남준아트센터 도슨트 프로그램

2. 고영래 백남준아트센터 도슨트 인터뷰

3. 인사미술공간 신진기획자 인턴십(internship) 프로그램

4. 김미정 고양 창작스튜디오 코디네이터, 인미공 인턴쉽 참가자 인터뷰

5. 경기도미술관 어린이 꿈★틀

6. 안윤희 경기도미술관 <어린이 꿈★틀> 교육매니저 인터뷰

7. 삼성미술관 리움 강좌 프로그램

8. 헬로우뮤지움 체험교육전시





Ole Worm's cabinet of curiosities

 from ''Museum Wormianum'' 1655





Special Feature Ⅰ

미술품의 성지에서 일상의 학습장으로

● 최기호 춘천교육대학교·서울교육대학교 강사



학교 미술교육 이외에 일반 대중들을 위한 미술교육은 많은 경우 미술관과 박물관, 다양한 기관의 문화센터, 그리고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과 연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공공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박물관 교육(museum education)이라 불리는 교육영역은 근대 시민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수립된 공교육 체계와 함께 공공 부문에서 대중교육의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개인이나 민간법인 등이 운영하는 갤러리, 미술관들도 공공미술관과 같이 전시, 미술관의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미술이해를 확장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구에서 발전한 미술관·박물관 제도는 국내에서도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자리를 잡아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한국 대중의 인식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족과 함께 여가생활과 교육의 목적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를 찾고 전시뿐만 아니라 학생과 성인들의 미술관·박물관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왔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여 민간부문의 갤러리를 포함하여 여러 유형의 미술관 교육은 수치뿐 아니라 그 다양성과 질적인 면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러한 미술관과 미술관 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미술관이 갖고 있는 교육적 기능과 현재 미술관 교육의 취지, 발전방향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인식을 갖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고대로부터 과거의 기록과 유물로부터 해석된 인류의 역사는 후손들을 일깨우고 가르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왔고 이러한 기록의 보존과 복원, 해석과 고증은 당대 지식인들의 중요한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술관과 박물관의 본질적인 역할은 중요한 유물을 복원하고 보존·전시하고 관람객들을 수용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치열한 삶의 흔적들로부터 우리 자신들을 이해하기 위한 총체적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한다면 현대에 우리가 미술관과 미술관 교육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많은 대중들도 인식하고 있다시피 미술관 교육의 핵심인 미적 경험은 갤러리와 미술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마주치고 실현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치몬드 어린이 미술관  




무세이온으로부터 근대 미술관으로


박물관의 기원이 된 고대 그리스의 무세이온(Mouseion)은 문학과 예술의 여신인 뮤즈 여신을 위한 신전으로 유물전시의 기능을 수행했지만 정작 전시보다는 철학자들의 논의와 교육이 중심이 되었던 기관으로 기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무세이온의 이름으로 기록된 기관 중 기원전 280년경 알렉산드리아의 무세이온을 비롯해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립한 여러 교육기관들이 이러한 무세이온의 가장 오랜 예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로마시대에도 그리스의 무세이온의 전통이 무제움(Museum)으로 이어졌으나 로마시대의 무제움에서는 유물의 전시보다는 철학적 토론과 연구의 비중이 높았고 여러 신전들이 유물의 전시기능을 대체적으로 수행했다(서원주, 2010; Silverman, 2010).  


중세시대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전시물 감상을 통한 교육(교화)적 목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 시기에 그리스와 로마의 문물을 이단으로 취급하는 기독교 교리의 영향으로 인해 유물과 과거 기록들을 통해 철학이나 인간의 삶을 논의했던 무세이온이나 무제움의 문예적 전통은 사라졌다. 그러나 교회와 수도원 등에서 포교와 대중교화를 위해 성서의 내용을 그림과 유물로 제작하고 전시하면서 박물관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예술사가인 아놀드 하우저(Hauser, 1999)는 5-6세기 로마 교황인 그레고리오스 1세가 문맹인 대중을 교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교회의 그림과 장식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 바를 예로 들면서 중세시대 교회와 수도원이 이전 시대의 무세이온이나 무제움보다도 그들의 전시품들을 더욱 직접적으로 대중의 도덕적 교화라는 교육적 목적에 의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기부터 귀족과 왕족들에 의해 수집된 그리스와 로마시대의 유물과 르네상스 대가들의 작품은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도 귀족과 왕족, 종교단체에 의해 독점되었지만 이러한 수집품들은 근대 이후 대형박물관이 설립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유물과 수집품들은 18세기까지 귀족이나 부르주아 같은 제한된 계층에게만 접근이 허용되었고 귀족적인 취향과 교양을 교육하는데 활용되었다(서원주, 2010). 그러나 프랑스 혁명과 19세기 산업혁명에 의해 늘어난 도시 빈민계급에 대한 교화와 교육의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러한 유물과 작품의 공공성과 교육의 수단으로서 기능이 주목받게 되었다(Silverman, 2010). 그리고 19세기 중반 이후 시민계급과 도시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유럽 각지에 공공 미술관과 공공 박물관이 설립되어 제도적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이후 급격한 사회의 변화를 겪으며 미술관·박물관의 기능도 다양화하였다(서원주, 2010).   


이 시기의 사회 변화에 따라 미술관·박물관의 기능에 대한 인식은 다음과 같이 변화하였다. 첫 번째로 서구열강의 식민지 개척에 의해 해외의 유물들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서구의 유명 미술관·박물관에서는 이러한 수집품들의 수집과 관리에 비중을 두며 문화재 보존과 관리의 기능이 주목받았다. 두 번째로 토착문화나 원시문화에 대한 관심증대로 민속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이 사회교육차원에서 발전하였고, 세 번째, 박물관의 수집품 가운데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배치한 미술관에서는 절대왕정 시대에 설립된 미술 아카데미의 학생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술 아카데미에서 진행된 교육은 장식미술가와 궁정화가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 일반 대중의 접근이 제한된 것이었다. 


근대 모더니즘 미술의 초석이 된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미술가들은 이러한 아카데미의 교육체계에 반발하고 미술관들이 제한하고 있는 미술작품의 정의를 확장하며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이처럼 근대 시기의 미술관·박물관은 제도로서 성립했을 뿐만 아니라 그 기능적인 측면에서 문화예술기관으로서 문화재를 고증하고 해석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는 미술사/인문학적 관점, 사회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사회교육적 관점과 작품에 대한 미적 감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미학적 관점 등으로 다양하게 그 논의를 확대해나갔다(Zeller, 1989). 




구겐하임미술관은 시지각장애우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 

휴가철 장애우들이 함께 모여 예술 체험을 한 결과물




20세기 이후 미술관 교육에 대한 담론들


공공 미술관과 살롱, 갤러리 등 다양한 유형의 미술관들이 설립된 20세기 이래 미술관 교육에 관한 논의는 특히 관람자의 해석에 중점을 둔 교육적 관점과 미술사와 비평에 기초한 미학적 관점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은 대립적인 관점은 미술관 교육을 미술관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학습경험으로 정의할 것인가 아니면 미술관 내 교육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학습경험으로 제한할 것인가 하는 논의로부터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의 역할정의, 미술관교육에서 작품에 대한 이해, 또는 학습자가 중심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미술관 공간구성에 관한 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들을 형성하였다.  


20세기 초기의 진보주의 교육철학자인 듀이는 미적 경험의 범위를 우리가 미술관이나 콘서트에서 즐기는 고급예술을 넘어서 다양한 일상 경험의 대상과 상태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Dewey, 1934). 이 같은 교육계의 관점은 전통적으로 미술관에 인력을 공급해온 미술사학계와 미학계의 관점과 대립해왔다. 미술사학과 미학에서 접근해온 미술관 교육은 듀이가 말하는 일상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미적 경험보다는 미술관과 같은 특수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작품과의 직접적인 조우를 통한 정서적 감화나 감동에 의한 것이다(Zeller, 1987).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형식주의 비평(김형숙, 2010)또는 스테판 답스나 엘리엇 아이스너가 주장한 DBAE(Disci pline -based Art Education)라 불리는 감식안을 강조하는 미술교육(Dobbs & Eisner, 1986)의 접근을 이러한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모더니즘 미술부터 시작된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이 비평가, 미학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에게 작품해석의 권리를 부여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고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 이르러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일상경험의 대상과 상태를 미적 경험의 범위로 확장해갔고 1970년대 신미술사학(The New Art History)을 지지하는 젊은 미술사학자들과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 아서 단토(A. Danto), 미적 경험의 범위를 확장한 조지 딕키(G. Dickie)등은 미술계 내부로부터 권위를 해체하기 위한 대담한 도전을 선언하기도 했다(김형숙, 2010).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관람자의 관점에서 미술관 교육을 정의한 구성주의적 미술관 교육론이 제기되었다(Hein, 1998; Hooper-Greenhill, 2000).  


이처럼 현대미술과 미술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면서 양식사의 이해나 원전에 대한 해석에 초점을 맞추는 미술관 교육의 전통적인 접근은 상당한 비판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모더니즘 미술관 교육의 원형(archetype)은 지속적으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흔히 미술관 전시에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미술 양식사 중심의 이론 강의나 재료와 기법을 반복하고 모사하는 방식의 교육 내용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편 미술관 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전시의 구성과 미술관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즉 큐레이터나 작가의 관점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획된 전시가 아닌 관람객의 입장에서 자발적인 해석과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는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보다 직접적인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장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Hooper-Greenhill, 2000). 미술관 교육이 이처럼 관람객과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채널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관람객의 인지구성방식에 따른 전시공학과 전시 디자인이 성립하고 지역문화와 주민들과 보다 밀착된 미술관과 작품전시가 발전하게 되었다. 미술관은 더 이상 미술작품이나 유물을 참배하기 위한 성지가 아닌, 일상의 가치를 탐색하고 일상의 경험을 미적 경험으로 변화시키는 학습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Hein, 1998; Hooper-Greenhill, 2000).  




Fritz Haeg <Domestic Integrities> 2012. 

커뮤니티아트는 관객 참여를 통해 

일종의 교육적 효과를 창출한다




일상의 학습장으로서 미술관 


미술관과 미술관 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일상의 학습장으로 미술관의 본질이 변화했다면 이러한 미술관이 학교와 구분되는 점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구분점은 학교가 언어와 지식중심의 처방적인 교육과정에 의해 교육적 성과를 안내하는 체계로서 작용하는 반면에 미술관은 비공식적인 교육과정과 체험의 과정을 통해 참여 학습을 안내하는 유기적인 체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김형숙, 2010). 바꿔 말해 학교가 공식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자격을 얻는 제도의 성격이 두드러진다면 미술관은 비공식적인 방법과 과정을 통해 지혜를 체득하는 문화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 학습을 유발하는 유기적인 체계로서 작용할 수 있는 국내외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과 유사한 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소개된 국내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데이트 프로젝트- 통의동 데이트’를 예로 들 수 있다. 2013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울 통의동의 대림미술관은 지역주민과 연계해 통의동의 역사성과 문화를 반영하는 지역연계 프로그램이자 문화나눔을 위한 ‘데이트 프로젝트-통의동 데이트’를 진행했다. 예술과 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계층의 지역주민들 1,200여명을 모집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경복궁 서촌이라는 지역과 이 지역의 일상에 대해 탐색· 재발견하게 하는 작업으로 서촌 곳곳의 풍경을 사진과 영상, 일러스트와 설치등으로 표현하고 전시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이같은 참여형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쇠퇴해가는 지역사회의 문화활동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예술창작촌과 대안공간들을 통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게티 센터(The Getty Center for Art)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휘트니(Whitney) 미술관, 테이트(TATE) 갤러리등 세계의 유수한 미술관에서 개발된 예술소외계층을 위한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이나 학교교육, 교사교육과 연계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또한 정보매체의 다양화와 발전에 발맞추어 다양한 컨텐츠와 접근방법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적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문화 활성화를 이끈 미술관 교육의 사례가 ‘데이트 프로젝트 - 통의동 데이트’라면 미술관 교육의 대상을 지역사회나 교사와 학생, 예술소외대상으로 확장하면서 다양한 주체에 의해 예술/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여러 미술관의 아웃리치프로그램과 예술창작촌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보스턴 어린이 미술관




한편 체험형 전시를 구성함으로써 전시와 작품 자체가 지각적 체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교육적 경험을 갖도록 구성된 사례들을 많은 현대작가들의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이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은 이에 의미와 해석을 부여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할 책무를 갖도록 하는 것이 이러한 전시의 기본 접근방법이다. 김수자의 <호흡: 거울여인>이나 양혜규의 2010년도 전시 <셋을 위한 목소리>는 이러한 관람객의 참여가 필수적인 전시이다. 이러한 현대작가들이 던지는 일상과 삶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그저 감상하고 지나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관람객은 미술관 의 교육 프로그램과 참여형 전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설치작업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교육적 경험을 갖게 될까?    


관람객으로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지각하곤 한다. 미술관 교육의 참여형 전시와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관람객의 사고방식과 관점을 변화시키고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관람객은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미술관 교육과 미술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생산하는 능동적인 주체로서 태도와 역량을 개발하게 된다(Hooper Greenhill, 2000).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미술관은 때로 미술품의 보존과 관리, 인간 삶에 대한 철학적 논의의 장이자 미적 감상을 통해 교양인을 양성하는 사회교육의 장소로서 미술관의 여러 다른 기능과 목적이 주목받아왔다. 현대 미술관은 사회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술관 교육은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과 지역문화를 변화시키고 변화된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현대미술과 미술관 교육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 사회적 역할과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참고문헌]

김형숙(2010). 『미술교육, 사회와 만나다』. 파주: 교육과학사. 

서원주(2010). 「서구 박물관(미술관)교육의 역사」. 『한국박물관교육학』. 최종호 외 12인. (pp. 51-73) 서울: 문음사. 

Dewey, J. (1934). Art as experience. New York: Capricon. 

Eisner, E., & Dobbs, S. (1986). The uncertain profession: Observations on the state of museum educa-tion in twenty American art museums. Santa Monica, CA: The J. Paul Getty Trust. 

Hein, G. (1998). Learning in art museum. London and New York: Routeldge.    

Hooper-Greenhill, E. (1999). Learning in art museums: Strategies of interpretation. In E. Hooper-Greenhill [Ed.],  The educational role of the museum[pp.44-52]. London: Routledge.

Hooper-Greenhill, E. (2000). Changing values in the art museum: Rethinking communication and learning. Internatioan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6(1), 9-31.  

Houser, A. (저). 백낙청 (역). 1999.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서울: 창작과 비평사 

Silverman, L. H. (2010). The social work of museum. New York: Routledge. 

Zeller, T. (1987). Museums and the goals of art education. Art Education. 40(1), 50-55. 

Zeller, T. (1989). The historical and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art museum education in America. In S. Mayer & N. Berry (Eds.), Museum education: History, theory, and practice (pp. 10-89). Reston, VA: National Art Education Association.



글쓴이 최기호는 덕성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사 졸업후 펜실버니아 주립대학교 미술교육학 석사와 서울대학교 미술교육학 박사를 이수했다. 미술교육학 이론과 연구방법론, 미술사와 미술이론 등 미술교육과 관련된 이론과 실행방법에 대해 연구, 강의해오고 있다. 




김수자 

<호흡: 거울 여인(To Breathe: A Mirror Woman)> 

2006 마드리드의 레이나소피아 박물관에 설치





Special Feature 

미술관 에듀케이터, 

미술관과 사회를 연결하는 혁신가

● 양지연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등장과 역할


에듀케이터(educator)는 미술관의 여러 직종의 하나로, 오늘날 큐레이터(curator, 학예사)와 함께 미술관의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하는 자’란 의미의 에듀케이터가 미술관의 전문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미술관의 공공성과 교육적 기능이 확대되어 온 역사가 있다. 왕가와 특수 계층의 보물 창고가 18세기 이후 ‘뮤지엄(museum)’이란 이름으로 시민사회 대중의 평등한 문화적 접근과 소양을 고취하는 공공재로 자리잡으면서, 지식과 고급 취향을 대중화하는 역할은 미술관의 중요한 임무가 되었다. 특히 민주주의 이념에 바탕을 두고 미술관의 공공성과 대중성을 크게 확대해 온 미국의 미술관들은 미술작품과 일반 대중의 가교 역할을 하는 에듀케이터의 직업적 위상을 수립하는데 선구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1880년 설립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운영 초기부터 에듀케이터를 두고 학교 단체관람을 인솔하고 성인을 위한 미술사 강좌를 운영하였다.


여기서 도슨트(docent)와 에듀케이터의 차이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안내하는 도슨트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도슨트가 미술관의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 직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도슨트는 1900년대 초, 보스턴 미술관(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이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작품을 안내해 주는 사람을 두고, 이들을 처음 ‘도슨트’로 명명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보스톤 미술관의 예를 따라 대부분의 미술관에 도슨트 제도가 자리잡았는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전시 해설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를 일컫는다. 반면, 에듀케이터는 미술관의 교육적 활동을 전반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미술관의 직원이자 전문 직업이다. 에듀케이터가 직접 전시해설을 하기도 하지만, 업무가 전시 해설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전시해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원봉사 도슨트를 모집하여 교육, 관리하는 것도 에듀케이터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면 이 둘의 관계가 설명될 수 있겠다.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 평가하고, 각종 교육 매체를 개발하는 일이다. 교육프로그램의 대상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연령의 구분에 따라 다양하며, 가족, 학교, 직장인, 지역주민 등 미술관 여건에 부합하는 교육의 대상을 설정하여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육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장소 역시 미술관 내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학교 등 외부 기관으로 나가서 시행되기도 한다.  전시가 타킷 관람객 층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더라도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매스 미디어(mass media)라면, 교육프로그램은 보다 세분화된 소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참여자와 직접 대면하여 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다양한 간접 매체를 통해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많은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활동지를 비롯한 인쇄물 자료는 물론, 웹사이트와 앱 등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이 러닝, 스마트 러닝도 미술관 교육의 새로운 창구로 적극 개발되고 있는 추세이다. 에듀케이터는 미술관의 소장품 및 전시, 그리고 정보를 활용하여 일반대중과 사회의 문화적,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고, 이로써 미술과 미술관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고 확대하는 미술관 대중화의 첨병인 것이다. 




양혜규 <셋을 위한 목소리> 

2010 아트선재센터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의 교육 활동을 사례로 미술관 교육의 다양성과 선구적인 실천을 볼 수 있다. 1929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모마로 약칭)이 추구해 온 동시대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모마의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은 근현대 미술을 동시대의 삶과 연결하고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모마의 교육프로그램은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학교단체관람 프로그램, 어린이와 가족 프로그램, 청소년 프로그램,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 지역사회 프로그램, 장애인 프로그램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전문 에듀케이터가 담당하고 있다. 가벼운 점심 식사와 함께 짧은 강연을 들을 수 있는 ‘브라운 백 런치(Brown Bag Lunch)’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술관 에듀케이터와 외부 인사들이 매번 다양한 전문적인 주제를 갖고 전시장에서 작품에 대해 대화하는 갤러리 토크, 유아를 위한 현대미술 감상, 발문과 시각적 사고(visual thinking)를 통한 현대미술 감상 지도법을 알려주는 교사 연수프로그램 등, 모마의 에듀케이터들은 그 내용과 방법에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의 전형이 된 프로그램들을 실험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히 장애인 프로그램은 오랜 역사와 전문적인 내용이 두드러지는 모마 교육프로그램의 또 다른 강점이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지체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에 구애 받지 않고 현대미술에 다가갈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며, 최근에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신규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의 정도에 따라 교육 대상을 더욱 세분화할 정도로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장벽을 두지 않겠다는 미술관의 진정성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다. 최근 모마가 확대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는 소장품과 현대미술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집대성한 일종의 현대미술 교육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마 학습(MoMA Learning)”이라는 브랜드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미술관의 활동을 알려주는 동영상 유료 강좌를 개설하고, 전 세계의 수강생들이 온라인 상에서 질의하고 토론 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유료 강좌 외에도 미술관의 지적 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무료 콘텐츠를 탑재하고 연결하여 디지털,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평생학습의 콘텐츠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물론 모마의 교육적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교육부서에 속한 에듀케이터들 만의 고유 업무는 아니다. 


큐레이터가 기획하고 주재하여 문화의 제 영역을 융복합 관점에서 공개 발표하고 논의하는 ‘모마 연구개발(MoMA R&D)’ 프로그램 등과 같이 미술관의 전 영역에서 사회문화적 의제를 발굴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에듀케이터는 다양한 사회계층에 속한 일반대중의 미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개발하고 촉진하는 연결 고리를 마련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 운영하는 일과 함께, 전시 기획에 참여하고 직접 교육 전시를 기획하는 일도 에듀케이터의 업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시가 큐레이터 고유의 배타적 영역이 아닌 미술관 내외부의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관점이 논의되고 반영되는 플랫폼이 되면서, 에듀케이터가 관람객과 일반대중의 대변인으로서 전시 기획 과정에 처음부터 참여하여 전시의 소통 가능성을 높이고, 전시 기획 의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전시 팀 구성 방식이 많은 미술관에서 도입되고 있다. 또한 어린이나 미술의 초보자 등 특정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전시를 기획하는 것도 에듀케이터의 업무로 확장되고 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하거나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것 자체가 에듀케이터의 전문성 개발의 한 방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모마의 에듀케이터 데보라 호위가 

‘모마 온라인 코스(MoMA Online Courses)’를 

백남준의 작품 앞에서 찍고 있다




에듀케이터의 역량과 정체성


이러한 에듀케이터의 역할과 업무를 볼 때, 이들이 갖추어야 하는 역량을 도출해 볼 수 있다. 먼저 에듀케이터는 내용 지식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경우, 미술사와 미술이론 등 미술에 대한 지식과 이를 조사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학문적 전문성은 대중과의 교육적 매개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대상에 적합한 학습 과정과 교수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교육 활동을 실행하며, 학습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미술관이 차별화된 교육적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력과 홍보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의 교육 활동은 외부 다양한 주체들과의 교류와 협업으로 그 범위와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대학, 도서관, 지역사회 구성원 등과 협업적 관계를 수립하는 능력과 태도는 앞으로 미술관 에듀케이터에게 더욱 중요하게 요구되는 자질이 될 것이다. 내용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술의 지식과 기술을 대중에게 가르치는 것이 이전의 전형적인 에듀케이터의 역할이었다면, 오늘날과 미래의 에듀케이터는 학습과 관람객에 대한 이해, 기획력과 협업능력을 갖추고 사회와 미술관을 잇는 전방위적인 ‘문화 브로커’, ‘실험가’, ‘커뮤니티 연락책’ 등의 정체성을 부여받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Infinite Jest: 

Caricature and Satire from Leonardo to Levine>전 

연계 교육프로그램 ‘토크, 투어, 드로잉’ 클래스 중에서




변화하는 미술관과 에듀케이터의 전망


에듀케이터의 정체성과 위상의 변화는 21세기 미술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상과 맞물린 것이다. 자넷 마스타인(J. Marstine)은 자신의 저서 『새로운 뮤지엄 이론과 실천(New Museum Theory and Practice, 2006)』에서, 현대 사회의 뮤지엄은 다양하고 이율배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새로운 뮤지엄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뮤지엄의 각기 다른 패러다임을 ‘신전’ ‘시장주도 산업’ ‘식민화의 공간’ ‘포스트 뮤지엄(post-museum)’의 은유를 들어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가장 고전적인 패러다임인 신전으로서의 미술관은 사물에 부여된 역사적, 미학적 권위와 내재적 가치를 바탕으로 관람자를 고양하고 감화하는 의식(儀式)의 공간이다. 진귀하고 중요한 명작의 보관소이자 수호자로서 미술관의 전문가는 관람자에게 보여져야 할 것과 보는 방법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위자의 지위를 갖는다. ‘시장주도 산업’은 경제적 요소에 점점 더 종속되어 가는 미술관의 상황과 그로인해 블록버스터 형의 상업적 전시와 감각적 자극의 제공에 경사된 미술관의 모습을 말한다. 미술관이 ‘식민화 공간’이라는 인식은 서구중심적 사고 체계에 의해 사물을 수집하고 해석함으로써 타문화권의 문화유산을 왜곡하고 탈문맥화한다는 관점이다. 


엘리트주의적 권위를 내세운 신전으로서의 미술관은 더 이상 21세기의 문화적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 테마파크와 영화의 스펙터클과 경쟁하려 하는 미술관 역시 상업주의에 빠져 의미를 잃고 표류하기 쉽다. 제국주의적 접근은 원래의 커뮤니티 안에서 사물이 지닌 의미를 분리함으로써 미술관이 생명력을 잃고 윤리적 문제에 봉착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포스트 뮤지엄(post museum)’은 위와 같은 뮤지엄 패러다임이 지닌 한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바탕으로 대두된 21세기 미술관의 새로운 개념이다. ‘포스트 뮤지엄’은 뮤지엄 연구자인 후퍼 그린힐이 저서 『뮤지엄과 시각문화의 해석(Museums and the interpretation of visual culture, 2001)』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그린힐은 포스트 뮤지엄이 ‘뮤지엄’과 관계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다른, 새롭게 재발명된(reinvented) 기관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뮤지엄의 패러다임 재편을 강조하였다.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가치에 바탕을 두고,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다양한 외부 주체와의 협업을 통해 고유의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미술관, 문화다양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지는 개방적인 플랫폼으로서의 미술관이 포스트 뮤지엄의 모습이다.  


이제 미술관의 위상이 관람객의 수나 미술관과 전시의 규모로 설정되는 산업사회 패러다임은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인식된다. 미래지향적인 미술관 상(像)은 규모에 관계 없이 자신의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의 협업과 교류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적 공간이다. 이러한 미술관의 변화된 패러다임에서 에듀케이터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가르치는 역할에서 나아가 공공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미술관의 접근성과 개방성, 문화다양성을 확대하는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미술관 에듀케이터라는 직업에 주어지는 새로운 도전이자 비전이다. 변화하는 미술관에서 에듀케이터의 역할과 위상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의 미술관 에듀케이터들이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미술관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술관 교육과 에듀케이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뒷받침 될 때, 에듀케이터의 업무가 단순히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것으로 한정되거나 교육 강사의 영역으로 축소되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에듀케이터는 21세기 미술관에 부합한 공공성과 교육적 기능을 구현하는 혁신가가 되어야 한다.  



글쓴이 양지연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경영학 석사, 플로리다주립대학에서 예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술관 경영과 미술관의 교육적 역할, 미술관 전문인력에 대한 연구와 정책에 참여해 왔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브루클린 어린이 미술관




Special Feature 



1. 백남준아트센터 

    도슨트 프로그램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전시작품과 관람객들을 최대한 가깝게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도슨트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일 년에 두 차례 모집을 하며, 보통 20명 정도를 선발한다. 대상은 만 23세 이상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은 대졸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하지만, 최근에는 미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대학생들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어 사실상 대학생들의 지원도 가능하다. 미술이나 건축, 음악, 공연 계열의 학과와 외국어 능통자를 우대하고 있지만, 현대미술과 백남준의 작품을 좋아하는 참가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보통 한 차례에 20명 이내로 모집을 한 다음, 10주간의 교육을 통해 백남준의 작품세계와 현대미술 일반에 관한 지식과 진행되는 전시에 대한 스터디를 하게 된다. 이후에는 참가자들의 발성연습과 설명 스트립트 작성 시간을 갖는다. 10주간의 교육에는 백남준의 삶과 예술, 미술관의 교육프로그램과 도슨트의 역할, 미디어 아트 전시기획, 비디오 아트와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특강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백남준에 관련된 강의들은 아트센터의 학예사와 큐레이터가 담당하고, 그 외 다른 강의들은 외부강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더불어 전문 도슨트의 특강을 통해 구체적인 발성테크닉 연습과 같이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강을 들은 이후에는 직접 자신만의 설명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내용들은 학예실에서 제공하지만, 도슨트 자유자재로 자신의 말투나 개인적인 경험을 넣는 등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작성된 스크립트는 미술관에 제출된 후 첨삭을 통해 수정과 수정을 거쳐 암기를 한 후 실전연습에 들어가게 된다.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실전 연습하는 부분이 프로그램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 담당자와 학예사, 전문 도슨트가 모두 참여하여 지켜본다. 10주의 교육 후에는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한 명씩 진행되는 최종리허설을 통과해야만 도슨트 교육 수료증을 발부 받아 실제 현장의 도슨트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자원봉사 참가자들에게는 몇 가지 다양한 혜택이 있는데, 특히 백남준 라이브러리의 도서대출증을 지급받으며 센터의 다른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매력적이다.


6개월간의 활동 종료 후에는 원하는 사람에 따라 기간을 연장해서 더 활동할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매년 두 차례 도슨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지만, 최근 들어 자원봉사 기간을 연장하는 참여자가 늘어서 올해는 더 이상 모집하지 않았다. 때문에 최근 백남준아트센터 도슨트 프로그램의 최대 이슈는 기존 참가자의 재교육이다. 6개월 활동 후 기간을 연장하는 도슨트 자원봉사자들은 점점 더 새로운 정보를 얻고 더 깊게 공부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기존의 백남준의 기본적인 일대기나 주요작품 스터디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다른 미술관과는 다르게 백남준을 항상 공부하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한 참가자들은 백남준에 대해서만큼은 학예사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백남준아트센터는 지속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전시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게 될 때에도 예전과 달리 이제는 작품을 같이 놓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백남준 전문가들을 양성시키는 과정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들어오는 참가자들과 기간을 연장한 참가자의 교육 프로그램이 구별되어 달라진다. 


이외에도 17-19세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방학 중에만 운영되는 ‘도전! NJP 도슨트’ 프로그램도 있다. 청소년에게 참여와 봉사의 기회를 부여하고, 문화예술 경험을 확장시키기 프로그램으로 전시작품을 청소년의 언어와 감성으로 재해석하여 관람객에게 설명하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총 6주 동안 미술에 대한 교육과 도슨트 발성연습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교육이 끝나면 마찬가지로 실전연습을 통해 1일 자원봉사를 하게 된다. 성인 도슨트와 달리 청소년만의 새로운 시선을 접할 수 있어 앞으로 더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전 전경




2. 고영래 

    백남준아트센터 도슨트 [인터뷰]


Q: 도슨트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러가면 늘 도슨트 설명을 듣는 편인데, 백남준아트센터의 도슨트 설명이 굉장히 좋구나라고 느꼈었고, 그래서 자원봉사에 지원하게 됐다. 물론, 백남준에 대해 오랜 시간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내게 큰 메리트였다.


Q: 프로그램 시작 전에 어떤 것들을 기대했고, 현재 얼마나 만족하고 있나


A: 기대한 것보다 200%이상이라고 생각한다. 10주 동안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어렵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다. 워낙 교육이 철저했기 때문에 미술 비전공자였지만 활동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나 불편함은 없었다. 특히 백남준아트센터의 경우 신도시에 있다보니 보통 어린이, 청소년, 성인이 모두 함께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다. 도슨트들은 매번 설명을 듣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살펴 설명의 수준이나 호흡의 길이, 눈높이 등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그런 세세한 도슨트 테크닉들이 10주 교육에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 체계적으로 많이 배워간다는 느낌이다. 도슨트 업무를 위한 테크닉이었지만 실생활에 있어서도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고 경청을 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Q: 다른 참여자들과의 교류는 많은 편인가


A: 공식적으로 새로운 스터디를 할 때에는 못 만났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기도 한다. 그렇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대가 있는 분들도 있어서 같이 미술관에 가거나 밥을 먹을 때도 있다. 이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도슨트 일에 흥미가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러더니 점점 다른 미술관의 도슨트들은 어떻게 설명을 하는지 같은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다양한 미술관에 자원봉사자들과 스스로 탐방을 가기도 한다. 이 활동을 하면서 제일 큰 기쁨이 사실 그런 것들이다. 대학교 동아리의 느낌과는 또 다르게 친밀한 가운데 공부를 같이 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나눌 수 있어 좋다. 다른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백남준아트센터가 도슨트들의 교육에 확실히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나만의 스크립트를 만들에 내 말투나 경험을 포함해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Q: 도슨트 자원봉사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굉장히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이 전시를 보러 온 적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단 둘이 산책하듯이 전시장을 거닐면서 설명을 해드렸던 적이 있다. 단순히 미술이 좋아 전시를 보러 다니시는 할머님이었는데 내 설명을 하나하나 끝까지 잘 들어주셨다. 끝나고나서 전시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씀하시길래 다음에 다른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러 또 한 번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바로 따님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딸에게 전시를 보러오라며 추천하셨다.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내 설명을 듣고 나서 다시 방문해주시는 관람객들이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 




<달의 변주곡>전 전경




3. 인사미술공간 

    신진기획자 인턴십(internship) 프로그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은 신진기획자의 인큐베이팅과 재교육을 위해 ‘아르코 신진기획자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전시기획과 주제연구, 작가연구, 미술현장 외부 전문가 특강을 비롯해 직접 현장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의 역사을 짧게 서술하자면 이렇다. 2009년 아르코 미술관의 ‘전문가성장프로그램 독립큐레이터 워크숍’으로 출발하여 2012년까지 ‘신진기획자 워크숍’으로 운영되다가, 2013년부터는 ‘아르코 신진기획자 인턴십 프로그램’이 그 명맥을 이어받았다. 이번 해에는 ‘신진기획자 인턴십’과 ‘큐레이터 워크숍’이 따로 또 같이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작가 워크숍’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인미공의 3가지 교육 프로그램이 상호 컨텐츠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사실 2011년과 2012년에는 아르코 미술관 인턴으로 통합 선발한 후 교육, 아카이브, 운영, 전시 등의 부서에서 3개월씩 근무하여 여러 가지 일을 배우는 구조였다. 그러나 3개월간의 근무기간동안 업무의 전문적인 부분에 접근하지 못해 배우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대다수의 의견 때문에 지난 해 그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처음 선발하는 과정에서부터 희망근무 부서를 조사하여 각자 하고 싶은 분야에서 1년간 일을 배우고 자기성장을 할 수 있도록 효율성과 집중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인미공 인턴쉽은 참여자들이 더욱 밀도있는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었다. 인턴십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업을 충분히 마치고 현장경험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다. 예전보다 미술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늘어났지만, 그것보다 미술계에 진입하려는 인구가 훨씬 더 증가했기 때문에 여전히 이러한 인턴십이 그들에게는 기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인미공 인턴십 지원자들의 경우, 전시기획이라는 뚜렷한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더 추구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사실 ‘인턴’이라는 용어 자체가 교육적 대상이 아니라 업무의 일환으로 더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미공에서는 최종적으로 큐레이팅에 관심이 있는 지원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현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면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고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근무시간 외에는 워크숍이 진행되는데,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 등을 강사로 초빙해 강의를 듣고, 참가자들끼리 스스로 스터디를 만들어 주제연구를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는 큐레이터의 롤 모델과 큐레이팅의 다양한 방식에 대한 특강보다는 스스로 주제를 정한 워크숍을 통해 현재 자신들 앞에 놓인 조건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입장을 표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기존 사원들 역시 인턴을 교육한다는 것이 정말 ‘가르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들끼리의 장을 만들 수 있도록 방향만 제시를 해줘야 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고, 매번의 새로운 시도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워크숍과 스터디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는 인턴십 프로그램의 ‘성과보고전’ 형식으로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작년에 진행된 2013년 아르코 신진기획자 인턴십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활동했던 4명의 참가자(김미정, 이설, 이수민, 주현서)는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린 <미쓰-플레이(mis-play)>전을 기획했다. 지난 해 3월 참가자들이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받은 키워드는 ‘교육’이었다. 각자 처음에 이 프로그램에 기대했던 부분이 기본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라는 것이었는데, 이 교육이 현장으로의 진입을 위한 선배의 가르침을 기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 스스로 도전하여 깨달아가는 자가발전을 기대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 주제를 받은 3월부터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틈이 날 때마다 끊임없는 대화와 연구를 진행했고, 기획안을 작성했던 9월에는 전시기획 주제에 대한 입장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입장 차이를 통합해내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이제 갓 미술현장에 발을 내딛는 인턴들은 ‘전시’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수많은 오차와 마찰과 맞부딪쳤고, 이 과정에서 쌓아놓은 오차의 과정을 바탕으로 전시가 기획되었다. 오히려 이들이 기획한 전시는 스스로가 겪은 불통의 과정들을 전면에 내세워 대화의 ‘오차'를 재조명하고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대화 혹은 결과물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장을 설정해 나온 결과물이다. 현재 2014년 신진기획자 성과보고전은 5명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와 외부에서 지원을 받은 5명의 기획자이 함께 모여서 전시를 계획할 예정이다. 올해의 특강 강사로는 양혜규, 정현, 노충현, 김구림 등과 큐레이터 김현진, 김해주, 김희진이 참여한다. 5월 기획팀 구성을 시작으로 전문가들의 특강과 그룹 스터디, 작가연구, 주제연구를 바탕으로 9월부터는 기획안 작성을 시작하게 된다.  




인사미술공간 1층 <미쓰-플레이>전 

전경 ; 작가 강문식




4. 김미정 고양 창작스튜디오 코디네이터, 

    인미공 인턴쉽 참가자 [인터뷰]


Q: 인턴십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나


A: 2013 아르코 큐레이터 인턴십 프로그램의 경우, 아르코미술관과 인미공 인턴들에게 1년 동안 인턴 업무를 마친 후 인미공에서의 전시 기획 기회를 준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그래서 아르코미술관 인턴에 지원하게 되었다. 인턴 업무와 함께 동반되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보고, 그 과정에 동반되는 글쓰기, 보도자료 작성 등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점이 기대가 되었다.


Q: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로 워크숍을 하면서 느낀 다른 점은


A: 일반적으로 큐레이터 워크숍이라고 하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 큐레이터에게 다양한 강의를 듣는 것을 기대한다. 2013 아르코 큐레이터 인턴십은 전시 기획과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교육과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인턴과 담당자가 한 자리에 규칙적으로 모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참여했을 당시에는 상반기에 ‘교육’이라는 전시 주제가 미리 나와 있었고(폭넓은 주제였기에 이 주제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었다) 워크샵의 형식도 비평가나 큐레이터를 불러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토론을 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다소 낯선 방법이었지만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인턴십 수료 후 전시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한달에 한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담당 선생님의 피드백을 듣는 것도 재미있고 큰 자극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말고 다른 이들의 의견들이 필요했던 부분이 많았기에, 현장에 있는 전문가 분들을 만난 횟수가 적은 것은 조금 아쉬움이 있다. 올해부터는 이런 부분이 많이 바뀌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참가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일 또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그리고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A: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인턴 경험 등을 통해 전시를 만드는 것을 곁눈질로만 봐 왔었다. 전시 주제를 만들어내고, 작가를 리서치하고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다. 어쩌면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직접 전시를 만드는 데 개입하고 보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먼저 참가자들과 끝없이 많은 의견을 교환해야 했고, 의견을 나누려면 많은 공부와 자료가 필요했다. 남의 의견이 아닌 ‘나만의 시각'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 시각을 작가들에게도 설득력있게 전달해야 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나이대는 비슷했지만 관심사, 좋아하는 전시 스타일도 달라서 절충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미쓰-플레이>전시의 경우 기획단계에서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끝없이 의견이 어긋나기도 하고 무거운 침묵이 동반하기도 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우리가 겪은 이 경험 자체가 전시의 주제가 되었다. 전시 주제는 잘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힘든 점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에게도, 작가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정말 많이 배웠다. 이 때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편협하게 예술계를 보는 방법론을 고수했을 것이다. 후에도 참가자들이 예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워크숍 진행 광경 




5. 경기도미술관 

    어린이 꿈★틀


경기도미술관은 지난해 7월부터 현대미술 감상과 체험요소로 이루어진 어린이 전용 복합 공간으로 ‘어린이 꿈★틀’이란 전시관을 운영 중에 있다. “어린이들의 꿈을 담아내는 틀”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공간은 4년째 경기도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최효준 관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미술관 관람 체험이 없는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미술관 방문을 즐겨하는 이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미술관을 즐겨 찾게 하는 과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이가 내방하면 가족인 성인이 동행하게 된다. 가족이 미술관에서 함께 즐기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느끼게 판을 만들어줄 필요를 느꼈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가 주체가 되는, 늘 존재하며 정기적으로 바뀌는, 준상설 공간을 치밀하게 프로그래밍하여 짜임새 있게 만드는 것이 효과적인 대중 소통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최관장이 설명하는 설립 취지다. 


어린이 꿈★틀은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시실 총 4곳 중 마지막 전시실을 리모델링했다. 야외 테라스가 위치해있어 가장 채광이 많이 들어오는 공간이다. 모든 공간은 현대미술의 감상·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린이 꿈★틀은 미술작품을 자유롭게 보고, 만지며 상상할 수 있는 어린이 전용 현대미술체험공간이다. 구성은 ‘주전시실’과 어린이 관람객이 함께 또 같이 참여해 보는 참여미술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별별교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야외테라스에는 화랑유원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쉼터’, 자연미술 심화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배움터’, 수유실 등이 위치해 있는 ‘꿈★마루’가 있고, 꿈★마루와 연결된 내부에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면서 지식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과 어린이 꿈★틀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포토존, 스마트폰·노트북 충전도 가능한 ‘꿈★충전소’가 있다.


어린이 꿈★틀에 전시된 작품과 연계하여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표현활동을 함께 접목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단체 관람객을 위한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 자연물을 이용한 자연 친화적 예술 활동을 통해 미적 감수성 및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자연미술 심화프로그램, 작가의 작품의 일부를 만들어보고, 만든 체험물을 작가의 작품 속으로 참여되는 참여미술 교육프로그램,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아이의 신체적인 기능 활동에 도움을 주는 작품을 제작해보고, 그것을 놀이로 활용하는 영유아신체발달 체험프로그램, 이밖에도 공공미술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현대미술의 조형언어와 작가의 세계관을 탐험해보는 주말 가족체험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 중 특별히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는 자연미술 심화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환경적 장점을 살려 미술관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자연을 활용한 자연미술 심화프로그램을 시리즈로 구성,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연을 느끼며 진행할 수 있는 배움터에서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지난 5월 초부터 네 번째 자연미술 심화프로그램이 행되고 있는데, 프로그램명은 “꿈을 담은 그릇”이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아이들이 미술관을 오며 보았던 ‘자연 친구들’(교육프로그램에서는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을 친구들로 지칭한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며,  나무 친구는 어디서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는지, 또 자연은 무엇인지, 계절에 따라 자연이 무엇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질문을 아이들로부터 던지게 한다. 


그리고 어린이 꿈★틀에 전시된 김수진 작가의 ‘그릇’ 작품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작가가 자연물을 이용하여 무슨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여러 가지 퀴즈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답을 찾아갈 수 있게 한다. 이후 야외테라스로 이동하여 가까이에 있는 꽃친구들에게 또 멀리 있는 나무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배움터로 돌아와 미리 마련되어 있는 키트를 활용하여 자연미술 작품을 만든다. 작품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고, 작품과 연계된 교육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린이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현대미술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볼 수 있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 어른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진실 경기도미술관 학예사는 “무엇보다 교육적 메시지를 놀이와 체험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생활 예술과 삶의 실천적 요소를 조화롭게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대미술 작품과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면서 자연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기에 부모님들 혹은 선생님들에게도 호응도가 높다”고 밝혔다. 어린이 꿈★틀은 준상설공간으로 1년에 한번 전시가 교체된다. 올해 5월 1일 리뉴얼 전시 오픈을 마친 상태다. 이진실 학예사는 “어린이 꿈★틀은 전시+교육+체험을 함께하는 특화된 교육프로그램과 미술을 매개로 한 창의력·상상력을 개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또한 창의적 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경기도 최고의 어린이 교육기관으로써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어린이 꿈★틀의 참가 연령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며, 관람료는 48개월 이상 미취학 아동은 1,000원(할인 제외), 초등학생 2,000원, 성인 4,000원이고 신분증을 지참한 경기도민은 50% 할인해준다. 경기도 미술관은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하며, 지하철 4호선 초지역, 버스는 단원구청 정거장에서 5분 거리이다. 주차장도 무료로 제공된다. 미술관 관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경기도 미술관 홈페이지(www. gmoma. or.kr)를 참고하거나 경기도 미술관 학예팀(031-481-7033, 7035)으로 문의하면 된다.  




어린이 꿈★틀 야외 테라스 전시장 광경




6. 안윤희 경기도미술관 

    <어린이 꿈★틀> 교육매니저 [인터뷰]



Q: 주로 누구를 가르치나


A: 학교연계 교육프로그램 담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Q: 무엇을 가르치나


A: 경기도미술관은 현대미술을 다루는 곳이기에 이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 미술시간에 책으로만 볼 수 있었던 현대미술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미술관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니다. 따라서 경기도미술관의 모든 교육은 미술관의 작품을 심도 있게 관찰하고 이해한 후 이와 관련된 조형 활동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Q: 가장 최근 진행했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면


A: 현재 진행 중인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찾아가는 미술관>이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수업은 미술관과 에듀케이터 소개, 현대미술이론 수업, 경기도미술관 <어린이 꿈★틀> 작품 소개 그리고 조형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Q: 앞으로 계속 에듀케이터로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A: 그렇다. 현장에서 일을 할수록 어린 시절의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미술관의 교육을 통해 많은 이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현대미술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만족하는 편인가


A: 미술관 교육을 처음 접하시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수업 초반에 많이 긴장한다. 왜냐하면 현대미술이 어렵기 때문에 수업도 어려울 것이라 짐작하신다. 하지만 미술관의 수업은 대상을 세분화하여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수업을 선택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미술관의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마도 ‘왜 이것이 미술인가?!’에 대한 설명인 것 같다.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현대미술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궁금증이 해결됐을 때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Q: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나


A: 매 수업시간이 보람되다. 특히 수업이 끝날 때 ‘선생님 덕분에 미술과 더 친해졌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Q: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


A: 미술관 교육이 왜 필요한지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줄 때가 가장 힘이 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의 주된 역할이 ‘전시’이고 ‘교육’은 있어도 없어도 무방한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전시라 할지라도 관람객들이 이해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전시와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교육이다. 사람들이 좀 더 미술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주었으면 한다.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전경




7. 삼성미술관 리움 

    강좌 프로그램


삼성미술관 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고미술과 현대미술 소장품이 건축계의 거장 3인이 지은 건축물 안에서 공존한다는 점이다. 그에 걸맞게 교육 프로그램도 한국 전통미술 그리고 한국과 외국의 근현대미술, 건축을 모두 아우르고 그 밖에 음악, 영화, 사진,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와 현대미술 담론, 미디어 아트 등 심도 깊은 주제까지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리움은 문화예술 저변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관람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열린미술관’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리움강좌는 도자기, 고서화, 금속공예, 불교미술 등 고미술 소장품과 연계한 ‘고미술 미술사 강좌’와 한국근현대, 외국근현대, 동시대미술과 연계한 ‘현대미술 미술사 강좌’를 주축으로 구성된다. 미술사 강좌는 연 2개 과정으로, 1개 과정당 8-12회로 2005년부터 꾸준히 운영되어 리움 교육프로그램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 밖에도 전통건축사, 현대건축사, 음악, 사진, 영화, 패션, 무용, 음식, 전통생활사 등 미술 외 주제의 특별강좌를 역시 1년에 2-4개 과정을 운영해왔고 강좌에 따라서는 국내외 현장학습과 실습을 포함했다.


리움 강좌의 가장 큰 장점은 각 강의마다 해당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의 학자를 강사로 섭외하여 운영한다는 점이다. 리움 강좌를 통해 수강생들은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분야별 최고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리움 강당 무대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퍼포먼스 강좌나 음악 강좌들을 보다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미술사 강좌를 비롯하여 오페라 강좌를 비롯한 음악 강좌와 현대건축사 강좌가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리움 강좌 수강생은 주로 50-60대 중장년 주부가 대부분이며 리움 회원이 되면 강좌 수강료에 할인혜택이 있어 수강생 중 60-80%가량이 리움 회원이다. 강좌가 대부분 평일 오전에 진행되므로 주부층이 주요 대상이다. 강좌에 따라 수강인원은 다르나 미술사 강좌의 경우 100명, 체험강좌의 경우 인원이 조정될 수 있다.  


대부분 상설 소장품으로 이루어지는 미술사 강좌 외에도, 매 기획전마다 특별 강연회, 작가와의 만남, 체험공간, 가족워크샵, 각종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며 소장품 교육으로는 강좌 외에도 초등학생 대상의 리움키즈와 청소년 대상의 리움틴즈 등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리움의 도슨트 프로그램은 체계적인 교육으로 타미술관과 차별화된 높은 설명 수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미술 관련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턴십 프로그램 또한 학생들에게 미술관 실무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고 관련 세미나를 통해 진로 탐색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06년부터 리움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해오고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교육 담당 선임연구원 김민선씨는 “미술과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를 융합한 강좌라든지, 문화예술 분야의 해외 거장을 초청한 특별 강연회, 그리고 청소년 대상의 비평워크숍, 미술 애호가 대상의 답사 프로그램들을 리움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리움이 융합미술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할 계획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리움 강좌는 유료로 진행되며, 멤버쉽에게 할인혜택이 있지만 일반 회원도 신청가능하다. 리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http://leeum.samsungfoundation.org  




<청자상감 운학문 병> 리움 키즈 중에서




8. 헬로우뮤지움 

    체험교육전시


역삼동에 위치한 헬로우뮤지움은 2007년 개관한 국내 최초 어린이 미술관이다. 시각적 사고 전략(VTS) , OBL(실물기반학습), MI(다중지능 이론) 등 실질적인 이론뿐만 아니라, 교육사상가이기도 했던 존 듀이의 ‘Learning by Doing’을 교육철학의 기조로 삼고 있다. 어린이 교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 에듀케이터가 ‘놀이’의 방식으로 예술교육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Don’t touch’가 아니라 ‘Please touch’라는 미술관의 구호가 잘 말해주듯, 이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감동하고, 사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당탕 넘어지는 소리, 고함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헬로우뮤지움이 이제는 전국의 어린이들의 ‘잇플레이스’라고 한다. 헬로우뮤지움의 김이삭 관장은 2004년 홍지동에서 ‘헬로우미술교육연구소’란 이름으로 교육 프로그램 다수의 컨설팅을 진행해온 교육 전문가로 업계에선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김종영미술관부터 백남준아트센터까지 많은 미술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헬로우뮤지움은 김관장 이런 전문성이 집약된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김이삭 관장의 교육에 대한 비전은 남다르다. 미국 미술관에서 인턴생활을 할 때 어린이박물관의 휴머니즘, 따뜻함, 환영하는 분위기에 매료됐다는 그는 어린이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생각과 정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감동하고, 사고할 수 있는 존재가 어린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입시의 영향력이 적은 시기여서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예술교육이 가능한 시기가 유아기에요.” 한국의 많은 예술 교육이 기능의 표현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는 반면, 헬로우뮤지움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연령별로 세분화, 전문화 하는 보통의 커리큘럼과는 달리 헬로우뮤지움에서는 다양한 연령이 함께하고 소통한다. 만약 소통이 안된다면 그것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작품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주는 것, 미술을 자연스럽게 포용하는 방법에 관한 것, 다양한 시각이미지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론적으로 ‘인터제너레이션’, 즉 다양한 세대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김관장은 이것이 ‘학교 밖 교육’이라는 장소가 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자신한다. 예술 관람과 체험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을 배양한다는 것이 큰 틀에서의 교육 철학이다.


기획되는 전시는 대부분 현대미술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미술 작가가 참여한다. 아이들이 보는 전시라고 해서 전시의 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미술과 시각성을 아이들과 어떻게 공유할지가 에듀케이터들의 고민이다. 전시를 연 후 아이들이 흥미로운 반응을 보이는 분야를 사전 조사해 키워드를 뽑고, 사전 연구를 통해 체험 프로그램을 매 전시마다 선보인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다음 전시에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갖춰 전문성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평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 비싼 입장료와 체험관람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의 반응은 뜨겁다. 미술관의 취지와 전시 목적이 분명한 만큼, 관람객의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다. 김인구 에듀케이터는 “한 번 왔던 가족은 꼭 또 다시 찾는다”라고 밝혔다. 헬로우뮤지움의 전시는 15명 이내의 소수정원제로, 50-70분 간 전문 에듀케이터의 작품설명과 함께 작품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부분의 전시체험관람은 예약제로 홈페이지를 통한 예매로 운영되고 체험교육 후 단체 사진을 촬영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http:// www.hellomuseum.com을 참고하면 된다.  




헬로우뮤지움 전시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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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호 춘천교육대학교·서울교육대학교 강사,양지연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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