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Issue 88, Jan 2014

85 그리고 예술학부

China

‘85 & an Art Academy

1980년대 중국은 문학, 음악, 영화, 무용, 그리고 시각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예술 분야가 활기차게 움직이며 소위 현대 예술로의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이다. 문화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 정책으로 서양의 철학과 문학 서적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고, 대학가 안팎에서 관련 심포지엄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985년에서 1987년까지 전국적으로 87개가 넘는 비공식 시각예술 그룹들이 조직되었고, 약 150여 차례의 퍼포먼스, 이벤트 등이 선보였으며, 여기에 참여한 작가 수만 최소 2,25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들은 공산주의 체제 문화에 대한 비판의식을 탑재하고, 개인주의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미학을 온몸으로 탐구하고 옹호했다. 당시 그들의 작품에서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팝 아트, 개념미술 등 서양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베이징, 상하이, 항조우, 쿤밍, 난징 등 중국 전역을 강타한 이러한 움직임을 “85 미술 운동”(혹은 “85 신조”)이라고 부른다. 이는 1989년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297명의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중국현대예술>전으로 일단락되었고, 중국 동시대 미술의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 권은영 중국통신원

'자오우지 유화 강습반 재현' 전시 전경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개혁과 개방의 산물로서, “85 미술운동”은 현대화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서양 모더니즘에 대한 지향과 포용이 가시화 된 것으로, 당시까지의 중국 미술계 본연의 형식을 파괴하고 중국 예술계에 큰 동요를 낳은 전국적인 규모의 첫 아방가르드 운동이다. 올해 중국 미술관은 ‘국가 근·현대미술연구센터’, ‘중국미술학원’(구저장미술학원)과 함께 ‘저장미술학원’(현 중국미술학원)을 중심으로 항조우 지역에서 나타난 “85 미술 운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를 기획한 ‘국가 근·현대미술 연구센터’는 ‘국가 당대예술 연구센터’와 함께 2012년 중국 미술관에 설립된 문화부 산하 기관이며, <설리반과 20세기 중국미술>, <중국현대미술의 길>에 이어지는 세 번째 학술 연구 전시이다. 


<85 그리고 예술학부> 전시는 약 반세기에 걸친 저장미술학원의 교육·연구 방식과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 흐름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특히 “85 미술 운동”으로 점철된 중국 현대미술의 특징을 보여주고자, 작품은 물론이고 당시 작가들에게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풍부한 사료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는 당시 저장미술학원이 위치한 항조우 지역의 역사적 배경 및 문맥을 다각도 로 재현하여, 20세기 중국 미술계가 구가한 모더니즘 맥락에서 “85 미술 운동”의 역사성과 사회적 의미를 심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저장미술학원의 전통과 교육 철학을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예술을 혁신하는데 일조한 동력으로 이해하고, 오늘날 중국 미술 교육의 성과를 가늠하려는 의도도 찾아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시간의 흐름과 주제에 따라 ‘역정’, ‘논쟁’, ‘돌파’, ‘신조’ 총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황용핑 <바퀴 4개 달린 회전판> 

1987 설치 122×93×160cm 




첫 번째 파트인 ‘역정’은 저장미술학원의 전신인 국립예술원이 항조우에 둥지를 튼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한다. 당시 국립예술원(현 중국미술학원)에선 개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굵직한 두 개의 예술 운동이 발발한다. 하나는 초대 원장이었던 린펑앤(1900-1991)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예술운동사”로, 1929년부터 1934년까지 상하이, 난징, 일본 등지에서 전시를 조직하고, 『아폴로』, 『아단나』, 『신차』, 『예술순간』 등 잡지를 발간하며 당시 현대 예술 창작과 사회 계몽을 적극적으로 촉진했다. 다른 하나는 1929년 국립예술원 학생들로 조성된 ‘일팔예사’ 그룹으로, 구국 운동과 혁명 운동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신흥목각운동’의 초석이된다. 두 예술 운동 모두 예술가로 하여금 당시 정치 혁명이 낳은 격변의 사회 현실을 직면케 했으며, 1980년대 그 절정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논쟁’파트부터 1980년대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예술계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논하고 있다. 1980년대 경합을 벌인 전통적인 예술관과 현대적인 새로운 현실관을 1985년 저장미술학원 졸업 작품 답변회 기록과 이를 종합한 『미술』 잡지에 실린 ‘저장미술학원의 변론 ’기사와『중국미술보』 신문에 실린 ‘저장미술학원 졸업 작품이 불러온 논쟁’ 등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전시장에 실제로 당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졸업 작품인 천런의 <바다의 끝없는 상상>과 장커두안의 <겨울 초원> 등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직접 기사와 작품을 보며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돌파’파트에서는 1985년 전후 저장미술학원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탐구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통해 ‘개방’과 ‘규제철폐’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중국 예술의 운명을 갈라놓았으며, 당시 학생들이 어떻게 답습된 과거 규율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예술 공간을 열어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붉은 유머 <75% 홍, 20% 흑, 5% 백> 

1986 행위예술, 설치 




저장미술학원에 개설된 수업 중 특히 두 개의 수업을 전시실 좌우의 중앙에 재현하여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자오우지 유화 강습반’과 ‘완만 타피스트리 운동’이다. 여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두 교수가 있다. 한 명은 지난 11월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소더비 베이징’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 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항조우 예술전문학교’(현 중국미술학원) 출신 재불작가 자오 우지(프랑스 이름 Zao Wou-ki, 1921-2013)로, 작가의 개성을 존중하고 강조하며 작가들이 창의적인 작업을 하도록 독려한 인물이다. 다른 한 명은 불가리아 출신 완만(본명 Maryn Varbanov, 1932-1989)으로 1953년 중국에 유학을 와서 중앙 미술학원, 중앙공예예술학원(현 청화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수학 후, 작가 활동을 하다가 1986년 저장미술학원에 ‘완만 타피스트리 연구소’를 설립하고 중국에서의 교육 활동을 시작한 외국인이다. 그가 이끈 ‘완만 타피스트리 운동’은 벽걸이 공예품에 지나지 않았던 중국의 타피스트리 분야를 재료와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현대미술로 발전시켰다. 


또한 그는 연구소에 나오던 구원다 등 4명의 젊은 작가와 함께 1987년 스위스 로잔의 ‘제13회 국제 타피스트리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중국 작가들을 현대 미술계로 이끌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신조’파트에서는 저장미술학원에서의 움직임이 전국적인 규모의“85 미술 운동”의 중요 기점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장미술학원의 ‘자오우지 유화 강습반’, ‘완만 타피스트리 운동’이 불씨가 되어 저장성 일대에 출현한 ‘85신공간·지사-’85’, ‘샤먼 다다’, ‘붉은 유머’, ‘최후의 전시’ 등의 예술 단체에 대해 작품, 문헌 자료, 영상 자료, 그리고 생존 작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장성을 벗어나 동북 3성에서 일어났던 주요 “85 미술 운동” 중 하나인 ‘북방예술단체’의 창단 멤버인 저장미술학원 출신 왕광이의 작품을 비롯하여, 장페이리(지사), 황용핑(샤먼 다다), 우샨주완(붉은 유머), 손바오궈(최후의 전시) 등의 회화, 영상, 설치 작품이 단연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85 미술 운동”과 관련하여 중국은 물론 홍콩, 미국 등지에서 출판된 주요 서적들로 반세기에 걸친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 하고 있다.




장커두안 <겨울 초원> 

1985 조각 210×50×120cm 

중국미술학원 미술관 소장 중국미술관 제공




중국에서 “85”는 이미 하나의 고유 명사가 되어, “85 미술운동”을 대표함과 동시에 1985년 이후 중국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역사적 특징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획자는 전시 서문에서 저장미술학원이 1980년대 중국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두 가지 특징을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국립예술원이 본래 가지고 있던 ‘예술 운동’의 전통을 전승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1980년대 저장미술학원의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조성된 국제적 시각과 비판정신이 당시 교육 철학과 맞물려 실험 정신이라는 하나의 학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85 그리고 예술학부>는 주제와 목적이 지극히 뚜렷한 학술 전시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기획자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치밀하게 구성된 전시이다. 전시장 안에 빼곡히 정렬된 각 파트 설명과 주요 예술 단체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교육적인 전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교적 다양한 작품 및 사료들 그리고 생존작가 인터뷰, 중국미술학원 판화과 학생들이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전시 설명판 등은 전시를 더욱 빛나게 했다. 하지만 너무나 풍부한 내용물을 담기에 전시 공간이 협소하여, 관람의 동선이 엉키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점 등이 조금은 아쉽다.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전시 구성을 쫓아가다 보면 자칫 “85 미술 운동”을 항조우 지역에 치우친 중국미술학원 중심의 흐름으로 한정하여 정의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더욱이 중국미술학원의 전신인 국립예술원의 초대 원장인 린펑앤 선생의 탄생 113주년 기념 사업과 함께 하여, 그의 생일인 11월 22일 전시를 개막했는데, 이와 동시에 중국 청년 출판사에서 <린펑앤, 예술을 논하다>과 <린펑앤 장단록> 출간되어 동문들의 축제로 오해할 요소들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85 미술 운동”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와 그 배경을 예술과 사회의 상호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고 한 알찬 학술 전시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한 상 거하게 차려져 있다. 앞으로 “85 미술 운동”에 대한 연구와 평가는 젓가락을 든 우리들의 몫인가 보다.




황용핑 <차간> 1981 캔버스에 유채 

196×150cm 중국미술학원 미술관 소장




글쓴이 권은영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및 회화과 학사, 동 대학원 예술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정부 장학생으로 베이징에 소재한 중앙미술학원 인문학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한국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문화정체성에 대한 미술사적 고찰’(미술사학보, 2009), 중국에서는 ‘한국 동시대 설치예술의 문화정체성’(중국국가미술, 2012) 등을 발표한 바 있으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현대미술에 주목하고 있다.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권은영 중국통신원

Tags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