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현재 위치
  1. Exhibitions
현재 위치
  1. Exhibitions
현재 위치
  1. Exhibitions
Issue 177, Jun 2021

강현욱_After City 후-도시

2021.4.20 - 2021.5.7 박연문화관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도시가 끝난 후



2021년 신작 중심으로 구성된 강현욱의 개인전은 작가의 작품에 늘 존재했던 디스토피아에 사회에 대한 블랙유머가 로우-파이(Lo-Fi)적 감수성을 타고 씁쓸히 배어나온다. ‘후 도시’ 또는 ‘애프터 시티’라는 전시명이 드러내는 것처럼 작가의 개념 속에 존재하는 도시는 이미 지나가 버린, 혹은 이미 벌어져 수습할 수 없는 파국과도 같다. 동시대 문제들을 심각히 다루면서도 그 무거움을 경쾌하게 다루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마치 블랙 코미디와 같다. 유머와 조롱으로 무장한 냉소적 태도는 로우-파이 음악처럼 잡음, 오작동, 결함의 형식을 끌어들여 전시의 의미와 형식을 완성한다. 과거 망가진 로봇 강아지의 조악한 기계적 결함을 현실 비판의 우화처럼 활용한 것처럼 작가는 ‘후 도시’의 고장 난 이면을 로우-테크놀로지 장치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전시장 내 회화,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작품들은 저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일견 서로 관련없는 듯 보이지만 각 작품들이 던지고 있는 질문들을 엮어보면 ‘후 도시’의 전체 스토리가 완성된 퍼즐처럼 드러난다. 


수공예적 로우-테크놀로지는 전시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등장한다. 전시장 바닥을 돌아다니는 ‘싸구려’ 로봇 청소기 위에는 빈티지 카세트 라디오가 얹혀있다. 청소기는 애플의 인공지능 시리가 낭독하는 인권선언문을 등에 얹고 전시장을 휘젓고 다니며 홍콩 시위가 한창이었던 2020년 홍콩을 여행하는 작가의 영상과 오버랩 된다. 어쩌면 홍콩이라는 도시는 ‘애프터 시티’의 어두운 도시상과 잘 매칭되는 도시일런지도 모른다. 2020년 반중국 민주화 시위와 코로나19 발생 초기 위기를 겪고 있던 홍콩을 스케치하듯 영상은 인권과 자유에 관한 암울한 전망 그대로이다. 바로 그 옆에는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빈티지 CD 플레이어가 항공모함, 핵잠수함, 망가진 탱크와 함께 놓여있다. 미국이라는 일그러진 영웅의 이미지가 홍콩의 희망 없는 미래와 맞물려 복잡한 정치적 긴장을 자아내는 광경이다.  




<현상은 복잡하나 본질은 단순하다> 

2021 50×50cm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도시를 맴도는 긴장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상은 복잡하나 본질은 단순하다> (2021)는 “백신을 주세요”라고 적힌 작은 깃발을 연신 돌려대는 기계 모터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언뜻 복잡한 장치처럼 보이나 수공예적 소박함이 가득한 이 모터장치가 주장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백신을 달라”. 복잡한 현상 속 단순한 본질을 간단한 기계장치와 짧은 문구로 찌르듯 전달한다. 촐랑대며 펄럭이는 깃발의 움직임은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오히려 과장되고 우스꽝스럽다. 이러한 B급 감수성은 작가의 대다수의 작품 속에서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강현욱이 취하고 있는 형식은 얼핏 결함이나 오작동, 무성의한 듯 보이지만 작가는 허허실실의 형식까지 의미 전달방식으로 취해 예술적 전략을 짜고 있다. 그런 형식은 고장난 사회를 묘사할 때 더 강력한 수사를 발휘한다. 


망가진 장난감 <탱크>(2021), 스마트폰으로 편집한 <구의 지역>(2021), 손으로 빚어낸 <귀한 보석>(2021), 몇 번의 붓질로 마무리된 <그 파랑새(2021) 등 강현욱의 작품들은 대상물에 대해 ‘저해상도’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런 태도 자체가 현실에 대한 냉소적 메시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의 붓과 카메라는 스치듯 대상물을 스캔하지만 재현된 풍경들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의 직설적 태도를 드러내며, 스마트폰 다큐멘터리 영상은 세련된 마감보다도 거친 현장감과 리얼리티가 더 강조되었다. 이렇듯 일부러 연출된 조악한 듯 무심의 ‘형식’은 아이러니하게도 호소력 넘치는 ‘내용’이 된다. 하이 테크놀로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공예적 기품과 B급 감성을 어우르는 위트가 작가의 무기인 셈이다. 




<그 강아지> 2021 70×58cm




디스토피아의 씁쓸한 골목길을 배회하다 마주친 귀여운 강아지의 초상. 그것은 아마도 이 전시에서 가장 고해상도로 재현된 애정의 대상일 것이다. <그 강아지> (2021)는 싱글라이프가 대세가 된 시대, 고독한 우리와 함께 하는 영원한 반려자의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모나리자 혹은 러시아의 이콘처럼 캔버스에 위에 성스러이 재현된 강아지의 모습은 파국의 ‘애프터 시티’에 거주하는 자들의 고독한 자화상이자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이다.   



* 전시 전경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김상호 큐레이터

Tags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