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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1, Oct 2016

광주비엔날레

2016.9.2 – 2016.11.6 비엔날레전시관, 아시아문화의전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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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후대: 한국에 생긴 유럽중심의 



스웨덴 출신의 큐레이터 마리아 린드(Maria Lind) 수장으로  11 광주비엔날레 9 1 개막했다. 35개국 99팀의 작가(121), 국내 작가 9(10) 참여한 이번 전시 타이틀은 12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철학자 소흐라바르디(Sohrevardi) 착안하고,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앙리 코르뱅(Henri Corbin) 발전시킨 개념인 8기후대.’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들이 찾아낸 지구상 일곱 개의 물리적 기후대에서  단계  나가고자   개념은물질과 정신, 역사와 신화라는 이분법에 근간하지 않고 상상의 속성과 잠재력에 기반 하면서도 실제적이며 구체적인 효과를 담보한단다. 린드는  점에서8기후대 개념이 현대미술이 작동하는 방식과 통한다고 판단,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복수의 타이틀로 연결 지었다. 예술의 잠재력, 미래에 대한 투시와상상력을 끌어내겠단 의지다.



7기후대: 7개의 키워드


전시는 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모호하고도 광범위한 흐름을 타고 전개되는데, 린드는 전시의 키워드를  7가지-‘분자와 우주 사이’, ‘ 위와 ’, ‘노동의 관점에서’, ‘반항에 대해’, ‘불투명할 권리’, ‘이미지의 사람들’, ‘새로운 주체성들’- 제시해 타이틀을 구체화한다. 그리고 이를 따른 듯한 참여작가 선정은  성공적이다. 예컨대 최소단위의 요소들이 어떻게 광범위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지를 살피고자한 분자와 우주 사이라는 키워드에서 아르제니 질리아에브(Arseny Zhilyayev),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 변화하는 작업 조건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예술가들의 면모를 제시하고자  노동의 관점에서 아네 요트 구투(Ane Hjort Guttu) 다이수케 코수기(Daisuke Kosugi), 박보나, 차재민을, 신기술에 영향을 받은 이미지의 의미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이미지의 사람들에서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나 앤드류 노먼 윌슨(Andrew Norman Wilson)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소 단순하게 키워드의 범위를 한정하거나 작업선정을   느껴지는 부분들은 아쉽다


새로운 주체성들 조금  다각적으로 조명될  있음에도불구하고  개념을 퀴어 문화 한정, 작가들의 기존 활동배경에 연관하여 에밀리 로이스든(Emily Roysdon), 폴린 부드리(Pauline Boudry) 레나테로렌스(Renate Lorenz) 등만을 한데 묶은 점이 대표적이다린드의 키워드들은 특정한 기준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다분히 작위적인 선정에 기반 한다. 넓은 의미에서 키워드들은 그가 평소 강조해오던 예술이 매개하는사회정치학적 현장을 지향하지만, 동시에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한데 모아 뭉뚱그려놓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구성은 체계적이라기보다 분열적이고 파편적이다. 이는 디스플레이 방식에도 다시   드러난다.



고의적으로 흩트린 궤적


린드는 단일하고 모호함이 없는 궤적으로 구성된 전시가 아니라 다수의 공간적 시점과 움직임의 옵션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개성과 접촉지대를 강조하기 위해 가벽을 최소화하고 전시실별로 각기 다른 디스플레이 방식을 취한다.  다섯 전시실로 나뉘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실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장르 작품들을 밀집시켜 만화경·카오스적인 풍경을 형성한 반면,  3전시실과  5전시실에는 작품들마다 비교적으로 독립적 영역을 구축했다. 디스플레이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2전시실과 4전시실은 각각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를 그리려한 것처럼 보인다.  2전시실은조명과 가벽을 없애고 규모 있는 영상 프로젝션을 통해 암실에 걸린 사진들을 보는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4전시실에는 추상 작품들을 한꺼번에 배치해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추상화처럼 만들었다.형식주의에 기반  수행성을 가미한 듯한 배치 방식은 유사 매체별로 작업을 한데 몰아 전시한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면서도, 인접한 작업들과의 구분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전시 전경




예를 들어  4전시실 전시장 중앙에 놓인 강서경의 작품군은 형태적 유사성으로 인해 바로 옆에 배치한 호세 리옹 세릴요(José León Cerrillo) 작품과 크게 구분되지 않았으며,  2전시실은 영상의 이미지성을 강조해 시각적 파격을 선사했지만 디스플레이   영상과 사운드가 간섭을 일으켜 호불호가 나뉘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의 작업을 분산시켜 다른 작가의 작업과 뒤섞어 배치하는 방식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비판이 대상이 됐다. 전시의 얼개를 짜고 있는 키워드들을 전시를 읽는 하나의 방식으로서만 제시하여 비중 있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일차적으로 디스플레이로서만 전시의 내러티브를 경험하게 되는데, 숨겨진 키워드 선정과 분열적이고 파편화된 디스플레이의 이중구조는 랜덤으로 작품들을 흩뿌려놓은 듯한 인상과 당혹감을 선사한다. 혹여 키워드를 안다고 할지라도 구성과 배치 방식이 명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다보니 전반적으로 전체적인 전시의 밀도는 떨어져 보인다. 



매개·과정으로서의 비엔날레


린드는 다양한 종류의 연결지점을 제시하며 전시 공간 안팎에서 작품과 관람객사이에 감상을 넘어선 접촉과 충돌의 장을 구현하고자 했는데, 이에 따라2016 1월부터 지역 큐레토리얼 협의회 미테-우그로(mitte-ugro)’ 협력한 월례회나 광주와 서울의 기존 교육기관들과 연계한 인프라스쿨 등의 프로그램들이 광주에 기반  시도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가는 의문이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특성  연속성·지속성이 담보될 때에만  의미를 발현할  있기 때문에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씨앗을 심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들은 비엔날레 참여자가 해당 기관을 투어하며 일회적으로 토론이나 특강을 하는 방식으로, 그마저도 포럼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적극적으로 홍보되지 않은  폐쇄적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월례회에는 큐레이터, 참여 작가, 지역민을 포함해 10명이   되는 인원이 참여했고, 인프라스쿨의  교육기관에서는 특강 시스템에 필요한 강사들을 어렵지 않게 채워내는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11 비엔날레가 종료되고 나면 지역사회가 이를 얼마나 자생적으로 이어갈  있을지는 다시 오롯이 지역사회만의 과제로 남았다.



한국에 생긴 유럽중심의 


과정 중심의 비엔날레 표방하며 전시장 역시 비엔날레전시관에서 벗어나 광주시내 곳곳으로 확장했으며, 작가 28 팀은 단순한 장소 특정성과 맥락 민감성을 넘어 소재, 기술, 기법 등의 차원에서 광주의 지역성을 반영한 신작 제작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린드의 과정 중시 미학에는 아시아와 3세계가 대거 축소되거나 생략되어 있다. 신작 제작 상황을 살펴보면,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4, 멕시코시티와 브리즈번, 홍콩, 상해, 자카르타,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  1팀을 제외하고, 19팀의 신작 제작 작가들은 모두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율은 전시 전체 참여 작가에서 유럽작가가 차지하는 비율과 유사한데, 심지어 미대륙 작가들조차 꽤나 배제되었음을   있다. 그렇다면 커미션을 받은 다수의 유럽 작가들은 한국에서 어떤 신작들을 해냈을까. 광주를 수회 방문하여 창작했다는 작품들은 아쉽게도 문화·역사·정치적 표피만을 떠낸 것들이 태반이다. 감독이 이번 비엔날레의 대표작으로 내세운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구닐라 클링버그(Gunilla Klingberg) 경우가대표적으로,  작가는 각각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전통 풍수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소환하려는 시도를 보였지만 형식적 차원에서 그것들을 재연하는데 그쳐 오히려  정신을 박제하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술은 진정 무엇을 하는가


 포스터(Hal Foster) 『실재의 귀환』에서 혁신적인 미술가는 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상실된 문화적 공간을 회복하고 역사적인 대항 기억을 제안하는 미학적, 정치적인 성과를 낳을  있지만, 진정한 역사와 정체성을 향한 동시대의 열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시 타자를 대상화하게 되는 위험,  차이를 식민화하는 위험에 빠질  있다 주의한  있다. 그만큼 섣부르게 지역과 공동체에 다가서서는  된다는 의미다. 올해로 행사 11회를 맞이한 광주비엔날레재단은 7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이후 예술감독으로 해외기반으로 활동하는 외국인 큐레이터들을주로 선임하고 있다. 국제적인 흐름을 따르는 탄탄한 기획을 선보이고 명성을 유지하기위한 전략이자 필요악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비엔날레들은 광주잃은 비엔날레 되고 말았다는 평가를 피할  없었다.  지역의 특성을 이루는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토대는 단시간에 익힐  없을 만큼 방대하고 다각적인 까닭이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과정 중심 내세웠기에 비판을 면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포스터의 경고를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지역과 공동체가 스스로 고유의 언어로 발언을 하는 것이다. ‘광주’, ‘비엔날레 오롯이 가져가고자 한다면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적절한 대안을 선택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을  아는 예술 감독을 다시 선임해볼 수도, ‘리옹비엔날레(Biennale de Lyon)’ 리버풀비엔날레(Liverpool Biennial)’처럼, 전반적인 정체성을 유지할  있는 감독을 장기적으로 선임해볼 수도 있겠다.  적합한 방법이 무엇일지 이제라도 논의를 위한 시간이 마련되어야한다. 예술은 진정 무엇을 하는지, 린드가 던진 질문은 다시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삶에 존재하는 힘을 넘어설  있는 율동적 본능을 가지고> 필라 코리아스 갤러리(Pilar Corrias, London) 설치 전경2014 LED 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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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문선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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