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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76, May 2021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2021.4.1 - 2021.5.9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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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이미지 백과사전



올해로 제13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두 차례 개막이 연기된 후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번 비엔날레는 지난 제11회 예술 감독 마리아 린드(Maria Lind) 이후로 오랜만에 다중의 큐레이터가 각자의 세션을 꾸리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공동의 예술 감독을 선정해 전체 비엔날레를 아우르도록 한 점에서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유럽권 출신의 두 큐레이터- 다프네 아야스(Da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 -의 조합이 다른 유럽 출신의 큐레이터들과의 어떤 차별점을 두고 광주의 맥락을 깊이 있게 읽어내 전시로 풀어낼지에 관심이 증폭됐다. 


그리하여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태도’를 응집한 듯한 매우 추상적인 제목하에, 여러 소주제를 설정했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는 전시장별로 ‘함께 떠오르기’, ‘산, 들, 강의 동류의식’, ‘욕망 어린 신체’, ‘분과적 경계 너머’, ‘돌연변이에 관해’, ‘행동하는 모계문화’를 소주제로,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사방천지, 온전히 죽지 못한 존재들’, 광주극장에서는 ‘자주적 이미지의 세계들’, 양림산/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에서는 ‘깊은 기억, 다종의 시대’를 소주제로 전시를 꾸렸다. 


두 감독은 “요즘과 같은 지능 폭발(intelligence explosion) 시대에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의 드넓은 세계를 예술적, 학술적 관점에서 살피고 이를 우주론, 퀴어 테크놀로지, 공동체적 생존 방식 등과 이어 공동체 정신(communal mind)으로서의 지성의 확산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혔고, 비엔날레 전반은 이 비전을 잘 실현해내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대거 유입되고, 해당 주제들과 접촉지를 지닌 국제적 작가들의 작업이 이와 병치되는 양상을 보였다.




테오 에쉐투 <고스트댄스> 2020 

싱글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에디발도 에르네스토, 

유코 카세키 합작 사무엘레 말파티, 케이어 프레이저 협업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ifa 후원





각 전시장에서 내세운 분할된 소주제가 해당 전시장의 개별 작품 모음과 명확하게 매치되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전시장마다 소주제를 내세울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유물과 현대미술을 병렬하는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전시장을 둘러본 이후 두 예술 감독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큰 그림 정도는 어렴풋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문에서도 잘 구분되지 않는 ‘정신’과 ‘마음’, ‘영혼’의 경계는 영문 ‘mind’가 ‘마음’, ‘생각’, ‘사고’ 등 다양한 단어로 번역되는 경계에서 만나고, ‘신체(身體)’의 개념을 통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지 않던 시기의 경험을 반영한 유물들은 정신과 마음을 ‘지성적 차원’에서 파악하려는 현대미술 작업들과 만나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 넓게 보면 이번 비엔날레는 “유물론과 관념론 사이에서 다양한 역사의 갈래를 통해 인간이 그려온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행위의 궤적을 펼쳐 보여주는 이미지의 백과사전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 흐름은 곧 인간이 구성해온 공동체에 대한 탐구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예술계 전반이 나와 타자를 구분함으로써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 역시 분리시키는 서구 근대의 이분법적 구조를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구조 안에 들어맞지 않는 마음, 영혼과 같은 주제를 여러 공동체의 역사와 이어 다루려한 주제의식은 꽤나 시의적절했다.


전시에는 참여 작가 69팀과 30여 명의 사상가, 시인, 과학자, 언론인이 함께했다. 줄어든 예산 탓인지 일명 ‘빅네임’ 작가가 많지 않았고, 참여 작가 100여 팀 이상을 자랑하던 이전 비엔날레들에 비해 다소 규모가 작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점은 다중성을 모색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흐름과 외려 잘 맞아떨어졌다. 몇몇 유명 작업에 치중하기보다 전시의 주제와 맥락에 맞는 좋은 작업을 선정, 집중해 선보이고 유물들로 빈자리를 채워 전체적인 흐름의 완성도를 높인 점에서 예술 감독들의 기획력이 엿보였다. 




나사4나사 <서약 b2b>

 2021 온라인 영상 시리즈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비엔날레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단연 디오고 파사리뇨 스튜디오(Diogo Passarinho Studio)에서 진행한 공간 디자인이었다.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는 유물들을 전체적인 통일성 안에서 현대미술 작업들과 어우러지도록 리듬 있게 배치하고, 전체 기물들을 알맞게 디자인하여 전시에 대한 집중도와 흐름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작업처럼 구현해냈는데, 기둥까지 절묘하게 도색한 지점에서는 완벽주의마저 엿보일 정도였다. 다만, 전체적인 전시의 흐름과 통일성에 지나치게 집중해서인지 영상 작업들의 경우 일괄된 형식으로 선보이거나 영상 간에 빛과 소리 간섭이 심하게 일어나 작업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첫째는 텍스트다. 주제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충분한 텍스트를 통해 보완되어야 함에도, 사건별 텍스트만으로 도록이 구성되어 이 갈래들을 엮어주는 텍스트가 충분하지 않았다. 예술 감독의 서문 또한 추상적이고 화두를 던지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여서 전시에 비해 담론의 깊이감이 떨어져 보였다. 더군다나 현실적인 차원에서 가이드북은 온라인상에만 존재하고 소개글은 전시장에서 누락되어있어 관람객에겐 틀림없이 불친절한 비엔날레였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다수의 관람객이 비엔날레의 총체적 느낌만 가져가거나, 특정 유물이나 작업에 대한 인상만을 지닌 채 되돌아갔으리라 추정됐다.


또, ‘광주비엔날레’가 다른 비엔날레들에 비해 항상 한국 작가 커미션 비중이 낮다는 점은 여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로는 곽덕준, 김상돈, 김실비, 문경원, 문경원&전준호, 민정기, 이갑철, 이강승, 이상호, 정관, 조현택 총 11팀이 참여했는데, 이중 커미션은 6팀(김상돈, 김실비, 문경원, 민정기, 이강승, 정관)으로, 그중에서도 정관 스님의 오프닝 퍼포먼스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반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없었다. 또한 다양한 활동들이 진행됐던 ‘라이브 오르간’ 섹션 역시 몇몇 온라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비공개로 진행되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존 제라드 <옥수수 작업(코리브)> 

2020, 1년간 이루어지는 시뮬레이션, 컬러, 무음, 

1년의 시간; 유광 알루미늄 정육면체 ‘2020 골웨이국제예술제’ 

커미션 후원: 오스트리아 연방 수상관저 필레아스 현대미술기금, 

컬처 아일랜드 제작 파트너: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





‘광주비엔날레’를 다녀올 때마다 광주에는 무엇이 남았는가를 곱씹게 된다. 1995년 첫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이제 ‘광주비엔날레’는 13회차, 연수로는 27살을 맞이했다. 1회차부터 큐레이터를 키웠으면 한국이 국제적인 큐레이터를 배출하고도 남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예사말이 아니다. 연차가 쌓인 만큼, 광주나 한국의 맥락을 잘 모르는 해외 큐레이터들을 예술 감독으로 초대해 그들의 맥락에 맞는 광주나 한국의 콘텐츠를 일부 보여주는 임시 섬을 세웠다가 철거해버리고 마는 일시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해선 안 된다. 최소한 그들이 광주에 씨앗을 심어 그것이 꽃을 피울 수 있는 환경적인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가 아니라 광주‘비엔날레’에 그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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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문선아 컨트리뷰터·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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