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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57, Oct 2019

박관택
Park Kwantaeck

타자를 향한 상상의 그물망

PUBLIC ART NEW HERO
2019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Ⅳ

‘나’라는 사람을 필터로, 예술가는 세상을 다시 조명한다. 모두 같은 장면을 보고 있어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작업물의 결과가 달라지는데, 박관택 역시 자신을 매개자로 그 역할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작가다. 이야기의 주제는 나 자신이 될 수도, 타자가 될 수도, 역사적 사건이나 현시점의 가장 핫한 사회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인가 바꾸려는 시도라기보다, 자신의 시각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작업 전반에 두드러지는 기조이다.
● 정송 기자 ● 사진 박희자 작가

'여백(Spinoff from the facts)' 2019 투명잉크, UV 라이트 손전등 공간 드로잉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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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어떤 작가인지 먼저 정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박관택은 스스로는 물론 누군가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는 그가 앞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에 울타리를 치게 될 수도, 그래서 그만큼 자신이 가진 생각의 범위 내에만 머무르며 안주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아봤을 때 그는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혹은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를 주로 고민해왔다. 작업의 형태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데, 이는 역시 무엇이라는 핵심에 사람들이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한다. 작가는 일단 자기를 둘러싼 사회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어떠한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떠한 문제점을 헤쳐 나갈지 그 방법과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작가의 위치는 무엇인지 예민하게 살펴보고 이에 대한 그의 반응이 어떠한지 작업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그렇다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박관택은 내용과 형식이 서로 상호 보완할 수 있다 여기고, 작업의 주제(내용)에 따라 형식에 유연하게 변화를 주고 있다.




<도시에서 별을 보는 방법> 2013 

카드 보드지에 드로잉, 나무 120×120×270cm





그를 작업으로 잡아끄는 사건들은 어떻게 보면 현재 활발한 담론 형성하고 얘기하는 주제들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 속에서 점점 흐려지고 얽히고설켜 모호해진 일들의 끄트머리를 잡아 옅어진 부분들을 보완하고,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어 구체화해낸다. 최근 인사미술공간에서 선보인 개인전 <여백>이 대표적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순간 마주한 흰 벽은 이곳이 한창 전시가 진행되는 공간인지, 아니면 단순히 비워진 곳인지 의심하게 만들지만, 순간 눈에 들어오는 UV 라이트 손전등을 통해 작업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작가는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을 시작으로, 사건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를 파헤친다. 처음 이 작업을 기획했던 것은 2018년 두산갤러리 뉴욕에서 열린 그룹전 <깜박일수록 선명한>을 준비하면서다. 이때 함께 한 두 작가(이동근, 염지혜)가 선보인 설치와 평면 작업 중간 여백을 채워 넣었던 작업의 제목은 주변부를 뜻하는 <여백(Periphery of the Fact)>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넘나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공증된 이야기 말고 개인적인 경험담이나 소위 -하더라와 같은 이야기들로 우발적이고 말도 안 되는 정보의 맵을 만들었다. 이를 확장해 실제 사건의 스핀오프(Spin-off) 격 스토리를 다시 만들어낸 것이 바로 2019년 버전 <여백>전인 셈이다.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사실 전시장 전체를 비운다는 모험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Where I cannot go)> 2011

 디지털 프린트, 망원경 가변설치 





그런데 작가는 이렇게 완전한 공간으로써 작업의 50% 이상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설계한 관람 방법(UV 플래시)으로 흰 벽 곳곳에 남겨진 이야기를 전부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괜찮았던 이유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남겨진 관람 방법 선택과 그에 따른 각기 다른 반응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이 여백과 중간중간 생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의 공백으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감상이라는 심리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밖에 <여행(Where I cannot go)>에서는 망원경을 활용해 분명 지구상에 존재하나 우리가 갈 수 없는, 국가적으로 방문이 금지된 나라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게 한다거나, 지구본처럼 만들어진 설치물 안에 들어가 보는 <도시에서 별을 보는 방법>과 종이컵을 이용해 연결된 작품의 소리를 듣는 등 관람객의 다양한 참여를 끌어낸다. 이렇듯 작가는 전시에 일종의 감상 룰을 정해놓는데, 이를 따를지 말지는 전적으로 관람객의 몫이다. 어떠한 보기 방법을 제시했을 때 모든 이들이 이를 완전히 따르게 만드는 것이 그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비언어적인 감각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써 전시 전체를 하나의 작업으로, 그 작업과 관람객 사이의 긴밀한 인터랙션을 만들어낸다.





<나 잡아봐라> 2016 

종이에 드로잉, 선풍기 가변설치 

 




현재 박관택이 선보이고 있는 개인전은 <버퍼링>. 크게 두 가지 맥락의 작업을 구현했는데, 하나는 단일 종이에 드로잉하고, 자르거나 변형 및 훼손한 작업이다. 말 그대로 간단한 드로잉과 의미 없는 텍스트, 가령 , 맞습니다, 아이고, 잘 알죠 따위의 맞장구치는 말들을 종이에 가득 채운 작업이 눈에 띈다. 천이 아닌 종이에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종이만이 가지는 물성, 그리고 뻣뻣하지만 상황에 따라 훼손 정도가 달라지는 유연성에 끌렸기 때문이란다. 두 번째 작업은 플립북이다. 작가가 생각했던 것만큼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지만, 컨트롤할 수 없는 이 작품은 완벽한 스틸도, 완벽한 무빙 이미지도 아닌 중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컨트롤하고 싶지만, 작가도, 관람객도 어찌할 수 없는 이를 마치 버퍼링에 걸린 장면에 빗대 관람객들이 어떤 식으로라도 인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나간다.





<너에게> 2012 

마이크 스탠드, 종이컵, , 흑백 프린트, 나무 가변설치





모든 작업이 작가에겐 특별하겠지만, 그럼에도 박관택은 아직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작업에 큰 애착이 있다고 말한다. 이제 막 뉴욕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이기에 미국에서 참여한 전시를 위해 작업한 작품들을 우리나라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이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텍스트 작업의 경우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에 담긴 유머나 맥락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그는 지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작업에 담긴 유머는 작가도 웃게 하지만 관람객에게도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구상할 때 작가 스스로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작업이 어떤 형태가 되든, 박관택은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상 방법을 작업과 전시에 끌어오고 자신이 의도한 대로만 꼭 이를 읽어내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할 테다.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꼼꼼하고 신중하게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고르고 또 고를 것이다. 그가 무엇을 제시하든, 당신 마음대로 보고 감각하면 된다.

 

 


박관택





작가 박관택은 2008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13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석사를 마쳤다. 2011년 미국 첼시 미술관에서 <이너스페이싱 더 시티>를 시작으로 볼티모어뉴욕서울 등지에서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고국내에서 선뵌 대표적인 개인전으로는 서울 인사미술공간에서의 <여백(Spinoff from the facts)>전이 있다현재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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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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