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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45, Oct 2018

이정우
Lee Jungwoo

조각난 영상의 피부

PUBLIC ART NEW HERO
2018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Ⅴ

이정우는 개인이 위치한 장소의 경험을 몽타주가 덧씌워진 서사로 풀어낸다. 그가 독일 유학 시절 제작한 영상 'My First Hamburger'(2014)에서, 작가는 케첩을 먹지 못해 햄버거를 먹어본 적 없는 남자로 분한다. 반창고로 얼기설기 붙인 가짜 코, 적당한 금발 가발, 종이로 만든 정장을 입고 이정우는 햄버거에 케첩 대신 고추장을 뿌려 먹는다. 이는 요르겐 레스(Jørgen Leth)의 <66 Scene From America>(1981)에서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약 4분 동안 하인즈 케첩을 버거킹 햄버거에 곁들여 먹는 장면을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원작과 다르게 남자는 고추장 묻힌 햄버거를 여러 번 입에 넣어 씹다가 결국 그것을 삼키지 못하고 촬영이 중단된다. 이처럼 'My First Hamburger'는 '66 Scene From America'의 한 장면을 서사 삼아 그 시각적인 외피를 채집하여 작가의 신체에 몽타주한 작업이다. 작가의 신체는 작가로서 개인이 체험한 시간의 증거이고, 개인의 삶이라는 서사의 체현 그 자체일 것이다. 타국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위치한 작가의 신체(실제로 이정우는 케첩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는 성긴 몽타주를 뒤집어써 이행하는 과정에서 오작동을 일으키고, 작가는 이를 그대로 영상으로 남겼다. 'My First Hamburger'는 원작의 서사와 작가 본인의 신체 서사를 충돌시켜 시각적 외피와 실재를 영상으로 기운 짧은 몽타주다.
● 권순우 취미가 디렉터 ● 사진 서지연

'공포탄(Shot Blank)' 2017 단채널 영상, 사운드 19분 3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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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정우는 1981년생으로 상명대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독일 브라운슈바익 국립예술대학에서 비디오아트 디플룸과 마이스터 슐러 과정을 마쳤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베를린, 하노버, 고슬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서울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 뒤, 작가는 장소 경험에 있어 개인에 괄호를 치고, 다시 서사에 괄호를 치는 시도를 한다. 역시 유학 중에 제작한 <My Name Is Red>(2015)에서 작가는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을 섭외한다. 유학, 이민, 직장 등의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에게 작가는 촬영 20분 전 북한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온 사람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내 인터뷰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18개의 국적, 20명의 인터뷰이들은 각자가 만들어낸 가짜 북한사람이 되어 북한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은 미디어에서 노출된 북한의 이미지에 자신을 대입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실제 자신의 고향에서 있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담을 약간 변형시켜 독일까지 오게 된 사연을 얘기하기도 했다. 




<My First Hamburger> 2014 

단채널영상, DV, 사운드 4 14




외지인으로서 개인의 경험은 북한이라는 다른 외지를 매개로 날 것으로 된 허구의 서사가 되어, 남한에서 온 이정우에게 채집되었다. 그리고 작가는 채집한 20개의 인터뷰 영상을 분절하고, 불연속적으로 이어 붙여 5채널 영상으로 편집했다. 5개의 화면에서 인터뷰이들은 짧게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또 교차한다. 18개 언어로 진행된 인터뷰 영상의 번역자막은 종종 선별적으로 분절된 단어, 조사만으로 점멸된다. 관람객은 결국 인터뷰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낸 온전한 서사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 허구와 실재가 뒤섞인 20개의 경험담은 잘게 쪼개지고 북한이란 상상의 공간 속에 뭉뚱그려져 영상으로 몽타주 된다.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주체는 계속해서 다음 인터뷰이로 미끄러지고, 해체된 서사는 영상의 시간 축 위에 뭉개지고, 고장 난 네온사인처럼 뒤죽박죽 팝업하는 번역자막 단어의 표피적 인상으로만 남는다.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동명의 소설에서 서로 다른 화자들을 통해 서사를 쌓아가는 패치워킹과 반대로, 이정우는 영상 속에서 여러 화자의 이야기를 자르고 이어 붙이면서 점점 불투명해지는 주체가 내뱉는 몽타주 된 서사의 껍데기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Open Your Eyes> 2017

 단채널 영상, 사운드 25 29  




유학 생활을 끝내고 고국으로 돌아온 이정우는 국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상차 경험보다 영화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위치 경험에 주목한다.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앞에 마주 앉은 관람객은 영상이 보여주는 시선을 따라가며 서사의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그 시간 동안 특히 대중영화는 영화와 관람객이 1:1로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직접적이고 쉬운 몰입을 추구한다. 이때 흔히1인칭 시점숏(Point of view shot)이 사용된다. 1인칭 시점숏은 관람객의 시야와 영화 서사 속 등장인물, 혹은 카메라의 시야를 일치시켜 영화의 경험을 순간적으로 신체의 경험과 유사하게 포갤 수 있도록 기능한다. 이정우는 <Open Your Eyes>(2017)에서 그러한 1인칭 시점숏을 활용한 영화의 클립들을 모아 붙인다. 하지만 각 영화의 몰입을 위해 공들여 만든 1인칭 시점숏 클립들은 3채널로 분할된 화면 안에서 교차, 반복 등장하면서 관람객이 하나의 화면에 온전히 시야를 일치시킬 수 없도록 한다. 하나의 쇼트마다 각자의 서사 속 공간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며 카메라의 시야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관람객은 순간순간 즉각적 몰입과 거리 두기를 반복하며 스크린 앞에 서 있게 된다. 





<대난굴시대> 2018 

3채널 영상(싱크로나이즈), 사운드  




시각적 몰입이라는 기능에 집중하는 1인칭 시점숏끼리만 이어붙이면서 3단 탑처럼 쌓여 나열되는 시각적 부품 조각들은 자꾸 기능을 잃고 껍데기처럼 관람객들에게 던져진다. 영화 앞에서 즉각적인 몰입을 요청받던 관람객들은 텅 빈 서사 위에 씌워진 1인칭 시점숏의 몽타주 거죽을 작가와 함께 지켜보게 된다. 푸티지 하나하나의 시선 주체보다 그가 만든 시간 축을 잃은, 영화의 동일한 시각적 부품 더미가 쌓여 발생하는 효과는 영화의 경험을 조각내 돌아보게 한다. <공포탄>(2017)은 영화를 마주한 관람객의 청각적 위치로 포커스를 옮긴다. 영화에서 특히 공포영화라는 장르는 사람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일종의 유희 목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를 위해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등장인물의 떨리는 목소리, 비명, 불길한 대사와 같은 청각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작가는 한국영화에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사운드 푸티지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얼기설기 이어 붙여 가짜 공포영화를 만든다. 국내 공포영화를 위한 로케이션에 방문하고 그곳의 일상적 풍경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채집하여, 적당한 만화 대사를 가짜 서사의 내레이션 삼아 영상의 시간 축에 사운드 푸티지를 하나의 영상 <공포탄> 속에 나열한다. 





<Time is Up> 2018 

4채널 영상(싱크로나이즈) 7 7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영화는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내레이션의 서사를 따라 불안하고 귀를 찌르는 청각 샘플들과 결합하여 눈앞에 보이는 스크린의 풍경을 마치 불길한 사건이 일어날 장소처럼 보이도록 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마치 공포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던 것 같은 분위기만 조성하고 영화는 끝난다. 공포탄은 총알이 없는 탄약으로 총이 발사된 듯한 결과적 소리 자체로, 위협만을 목적으로 한다. 공포영화는 실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허구의 서사에 시청각적인 요소를 조합하여 스크린과 스피커만을 활용해 관람객을 위협한다. 이를 위한 즉각적인 위협 수단으로 소리는 위협의 효과를 쉽고 적극적으로 작동시킨다. 작가는 느슨한 몽타주로 만들어낸 가짜영화의 텅 빈 서사에, 공포영화의 기능적 소리 부품을 성기게 얹어 관람객들이 그것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정우는 영상을 매개 삼아 영화 앞에서 허구를 받아들이는 관람객의 신체 경험을 보여준다. 개인의 신체가 놓인 장소에서 경험하는 감각의 효과는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허구의 서사를 텅 빈 몸체 삼아 이정우는 그 효과의 껍데기를 영상으로 기워내 보인다.    

 

 


이정우



작가 이정우는 1981년생으로 상명대학교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독일 브라운 슈바익 국립예술대학에서 비디오아트 디플룸과 마이스터 슐러 과정을 마쳤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베르린, 하노버, 고슬리,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서울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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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권순우 취미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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