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핏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의 거장 퀘이 형제가 우리를 ‘묘소’로 초대한다. 도미토리움은 ‘잠자는 곳’ 또는 ‘묘소’를 의미하는 단어로서 자신들의 퍼핏 애니메이션을 명명한 이들은 1986년에 <악어의 거리>로 명성을 얻었다. 퀘이 형제는 스티븐 퀘이(Stephen Quay)와 티모시 퀘이(Timothy Quay)로 작품을 공동 제작하는 쌍둥이 형제다. 이들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으며, 필라델피아 예술대학교와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거쳐 1979년 영국에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약 40년간 활동하면서, 당대 영화감독들뿐만 아니라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등 미술과 문학에 걸친 여러 선구자들의 사상을 폭넓게 흡수해 몽환적인 예술관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얀 슈반크마예르의 캐비닛 “프라하의 연금술사”
(The Cabinet of Jan Svankmajer “The Alchemist of Prague”)>
퍼핏 애니메이션은 인형의 자세를 살짝 움직이면서 한 장면씩 촬영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드는 형식으로, 그래픽 이미지에 익숙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두 감독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부조리와 인간의 실존, 에로티시즘과 나르시시즘 같은 존재론적 개념을 담고 있으며, 여러 형식적 변주를 통해 현대미술의 한 영역으로 편입된다. 이번 전시는 애니메이션, 초기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관람객을 퀘이 형제의 괴기스럽고 아름다운 동화적 풍경으로 이끈다. 전시의 구성은 ‘소외에 관한 밑그림’, ‘침묵의 비명’, ‘경이의 방’, ‘고요한 밤 시리즈’, ‘인간의 삶이라 불리는 꿈’, ‘엿보는 즐거움’으로 총 6개의 섹션으로 이뤄져 있고, 각 섹션마다 다른 형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시에서 퀘이 형제뿐만 아니라 팀버튼(Tim Burton) 감독과도 함께 작업해온 김우찬 작가의 작품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니, 늦지 않게 형제의 ‘묘소’를 방문하길 권한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 문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6925-2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