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현실을 묘사하는 다섯 작가가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21세기 신자연주의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를 중심으로 문학, 철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준 사상으로, 현실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자연주의(Naturalism)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표현한 자연주의는 인상주의로 향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이 ‘자연주의’를 이어받은 ‘21세기적 신자연주의(Neo-naturalism)’ 관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춘환은 인쇄물을 구기고 변형해 패널에 고정함으로써 복잡한 표면과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며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이미지 포화와 부조리함을 꼬집는다.
이광호 <Cactus No.87> 2015
캔버스에 유채 259.1×387.8cm
이광호는 ‘그리기’라는 행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선인장을 거대하게 확대하기도 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거대해진 선인장은 무수한 기계적 붓질과 물감의 층만이 만들어 내는 추상적인 형태가 되어버린다. 이기봉은 섬세한 서정성과 독특한 개념으로 물, 안개, 나무와 같은 자연의 소재를 담아 자연을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인 풍경을 탄생시킨다. 붉은 산수화의 이세현은 유화로 동양화적 풍경을 재현한다. 그는 분단된 한국과 무분별한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자연과 현실을 붉은 빛으로 담아 강렬한 인상을 준다. 끝으로 강인구는 일상적인 소재에 엄청난 노동력을 투여한다. 돌과 이쑤시개라는 사소한 것을 합쳐 인간의 가능성에 감탄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사실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경험 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월 5일부터 2월 2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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