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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8, Jul 2016

컬랩스

2016.6.3 – 2016.6.25 합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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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지형도



언제부턴가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하룻밤 사이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해있다. 그렇게 하나의사건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애도하기도 전에 재난은 매일매일 새롭게 갱신된다.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1970)에서부터 삼풍백화점 붕괴(1995), 세월호 참사(2014) 최근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붕괴 사고까지 대한민국 근현대사는일일이  열거할  없는 재난의 연속이었다. 독립기획자 심소미는 붕괴 혹은 몰락 뜻하는 컬랩스(collapse)’라는 단어의 어원으로부터 현시대 상황을 함께 완전히 넘어진 상태 진단하고, ‘붕괴라는 사건 이면의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는 6명의 작가로 구성된 전시를 통해 파국의 지형도를 그려낸다. 크리스토프  비항(Christophe Le Bihan) 건강보험공단에서  우편물 봉투에 휘갈겨 , 출처를 정확히   없는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문구처럼 자본주의는 노동자와 자연을 고갈시킬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상적으로 여겨졌던 4 가족 개념마저 무너뜨린다. 


이충열의 <마트>(2009) 거대 마트의 무빙워크를 따라 차례대로 카트를 끌고 가던 4 가족이 종국에는 미끄러져 서로 뒤엉켜있는 모습을 도식화한 드로잉이다. 카트와 유모차 끝을 붙잡고 위태롭게 매달린 이들은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4 가족 신화가 애초부터 허구였으며, 가족 구성원들의 희생을 전제했음을 드러낸다신문의 전면을 장식하는 헤드라인과 적절하게 배치된 사진들은 바로 지금이 최대 위기이자 최악의 상황임을 강조한다. ‘위험’, ‘재앙’, ‘위기 같은 텍스트와파국의 이미지만 남고 시공간이 검게 지워진 연미의 신문 연작은 바로 오늘 혹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재난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미디어의 속성을 배가시킨다. 재난에 대한 불안감이 어떻게 자본주의와 결합하는지를 보여주는 플로리안 골드만(Florian Goldmann) 영상 <Tokyo Will Occur Someday>(2016) 속에는 지진이나 해일  각종 자연재해 시뮬레이션을 선보이는 일본 재난 박람회 풍경이 펼쳐진다. 2011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에서 재난은 하나의 산업이자 상품이다. 





성유삼 <버섯구름> 2015 

스폰지 , 유리병, 가죽 33×18×18cm

 




고도의 첨단 기술을 동원한 온갖 시뮬레이션과 모델에도 불구하고,  예측이 정확했는지 아닌지는 실제로 재난이 닥쳐봐야   있다는역설. 오히려 민간 신앙대로 육지 아래에 지진을 일으키는 거대한 나마즈(메기) 있다고 믿어버리고 재난을 인간 통제 너머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 다가올 재앙을 받아들이는  도움이  것이다. 바로 옆에 놓인 설치 작업인 <Damage Control-Risk Assessment>(2016) 사용된 문콕 방지용 파란색 스펀지가암시하듯이 어쩌면 우리가 예측할  있는 범위의 재난은 겨우  차가 찌그러지는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닐까? 한순간에 다리가 내려앉고 백화점이 주저앉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흑백 항공사진으로 냉전시대의 상징이  익숙한 버섯구름 이미지에 스펀지라는 물성을 입힌 성유삼의 <버섯구름>(2011-2015)에서 원자폭탄의 비극은 눈으로 지각할  있는 수준의 스케일로 축소·환원되어 진열장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똑같은 15초짜리 영상이 반복되는 강신대의 <파국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2016) 스마트폰  파국의 타임라인을 빠르게 훑고 넘기는 우리의 제스처를 닮았다. 허물어져 가는 판자촌을 집어삼킬  같은 검은 먼지 구름이 멀리서 몰려오는 가운데 흐르는 의미심장한 음악은 우리를 지구의 종말로 안내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음악은 거기서 끊겨버리고 끝은 끊임없이 유예된다. <컬랩스>전은 어디서 무엇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재난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면서 현재 진행형의 파국에 동참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때가 되면 알아서 날아올 청구서를 기다리듯 가만히 앉아서  다음 파국을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는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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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희정 창동레지던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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