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Artist

윤상렬
Yoon Sangyuel

a

매끄러운 표면을 활주하는 선들

2019년 데이트 갤러리에서 전시된 윤상렬의 작품들은 ‘보이지 않는…(Invisible…)’이라는 개인전 제목처럼 가늘게 그어진 선들로 가득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한 시각예술의 방식은 무엇일까
● 이선영 미술평론가 ● 이미지 작가 제공

'침묵'(부분) 2018 종이에 샤프심, 아크릴에 디지털 프린트 121.5×91.5cm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Buy NowRESERVE
상품 옵션
배송
Artist
down up
상품 목록
TOTAL 0
Buy NowRESERVE
관념으로의 해소, 즉 개념미술일까. 윤상렬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대개 수직선으로 이루어진, 지극히 단순한 형식이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신기함을 선사한다. 특정 개념으로의 환원보다는 예술품은 정교하게 제작된 특별한 대상에 가깝다. 그의 작품에서 수직, 또는 수평의 선들은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절제된 화면을 만든다. 어두운 바탕을 주행하는 듯한 당겨진 선은 긴장감을 준다. 정사각형 화면의 경우 가로로 배치되기도 하는데, 그때도 긴장감은 여전하다. 긴 화면에 그은 수직선의 경우 더 속도감 있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수직/수평의 극적 차이마저도 무화시킨다. 종이뿐 아니라 아크릴판이나 라이트 패널같이 단단하고 매끄러운 표면을 활주하는 선들은 일상의 묵직함이나 끈적끈적함을 뒤로 한 채 질주한다.

수직선이라는 비슷한 방식 때문에 작품들을 한데 놓고 보면 잠재적 움직임이 있다. 아크릴과 혼합재료가 사용되지만, 다양한 굵기의 미세한 선은 주로 샤프펜슬로 그어진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고 싶다. 번뜩이는 섬광처럼…”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최대한 가늘게 그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샤프펜슬이다. 필기구로서가 아닌 조형적 도구로서의 샤프펜슬은 도드라진 형태/배경을 만들기 위해서 수공이 많이 드는 섬세한 매체다. 얇은 선으로 화면을 채우려면 얼마나 그어야 하겠는가. 그어진 선들은 바코드처럼 무한대로 생성 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기계적 과정이 아니다. 얇은 줄이 계속 추가되는 매번의 과정에 선택과 조율이 요구된다. 제작 방식은 비슷하지만, 어느 작품도 같을 수 없는 그때그때의 직관과 조율, 밀도와 색조, 굵기와 간격으로 배치된 선들로 이루어진 조형적 스펙트럼이다. 액정판 위에 작업하여 격자무늬 선들의 명암에 따른 효과를 준 ‘다중징표(Optical Evidence)’ 시리즈, 아날로그 방식에 디지털 방식도 가세한 ‘침묵(Silence)’ 시리즈 외에, 최근 작업에서는 긁혀진 아크릴 패널에 채색한 작품까지 다양한 형식을 실험해왔다.



<침묵> 2020 종이에 샤프심, 
아크릴에 디지털 프린트 121.5×91.5cm



2000년대 이후의 작품에 대해 작가가 분류한 것을 참고하면, ‘자연스레 긁적거린 흔적 또는 잔상을 표현’한 ‘먼지’ 시리즈, ‘집중적으로 붙여 형상화’된 ‘다중징표(Optical Evidence)’ 시리즈 그리고 ‘반복적 긋기로 쌓여진 겹’인 ‘침묵’ 시리즈로 이어진다. 그의 작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등 여러 방식이 복합되어 만들어진 환영이다. 밝은 선은 앞에 어두운 선은 뒤에 있어 보이는 추상적 원근감이 있다. 활주하는 선들 때문에 밑바탕이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 그의 작품은 어두운 화면 깊숙이에도 선들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암시다. 시각 예술가들은 보이는 것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진다. 궁극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가령 그의 ‘다중징표’는 요즘 같은 전염병 시기에 진단 테스트기에 뜨는 직선을 떠올리기도 한다. 과학적 실험처럼, 그 또한 여러 겹의 매개를 거쳐야만 비로소 드러나는 과정이다.

2020년 갤러리 소소에서 열린 개인전 제목은 ‘조금 낮게 조금 높게’였다. 이 전시에서는 입체 구조물이나 사선의 등장 등, 좀 더 다양한 형식이었으나 미세한 선의 관계망이 핵심인 기하 추상 작품이라는 연속성은 유지된다. 밝은 색 선들이 가까이 모여 있으며 형태감이 있고, 펴져 있으면 화면의 평면성은 강화된다. 색이 들어간 수직선들은 깊이감이 있다. 많이 사용한 색에 따라 전체 색감이 결정된다. 어두운 기조에 밝은 선은 한줄기 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빛줄기는 밤하늘의 별의 궤적처럼 여러 굵기와 간격으로 배치될 수 있을 것이다. 저 뒤쪽에서도 출발하는 빛도 관람객의 망막에 닿는 것이다. 우주에 비한다면 한없이 작은 화면에 압축된 상징이지만 시간차가 공간 차를 암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잠재적인 깊이감 때문에 선들은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각자의 길을 갈 뿐, 엉키지도 않고 끊어지지도 않는 듯이 보인다. 제각각 자기만의 속도로 주행하는 선들은 밀도가 높아도 서로를 방해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다중징표> 2005 라이트 패널에 샤프심, 
혼합재료 60×50×10cm



작업은 그렇게 내부의 밀도를 더해 가는 과정이다. 하나의 선은 또 다른 선을 부르고 선들은 그렇게 숲을 이루어간다. 손으로 당겨진 선들을 헤치고 나가도 그 안에도 계속될 것 같은. 표면 위에 그은 선들만으로 깊이감이 표현되는 윤상렬의 작품은 얇고 날렵하면서도 묵직하다. 마치 능숙한 서예가가 그어 내린 필획처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실행된 듯한 질서감 있는 작품들이 불안의 산물이라는 것이 역설적이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두려움에 대해 말한다. “나에게 있어서 두려움(fear)이란 오래된 공생자이자 내 자신이 극복해야만 할 대상이다” 작업하는 삶에 내재된 사회적 갈등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고, “그것들을 부인하기보다 동고동락 즉 공생의 관계로 인정하기로 한 시점에서 나의 작업들은 시작이 된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추상의 기원에 있는 심리적 가설을 생각하게 된다. 20세기 초에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한 추상미술에 영향을 준 빌헬름 보링거(Wilhelm Worringer)의 『추상과 감정이입(Abstraktion und Einfühlung)』(1907)에 의하면, 추상은 우호적이지 않은 세계로부터의 물러남이다.

반면 감정이입은 외부 세계와의 행복한 범신론적 조화의 산물이다. 감정이입과 달리 추상은 자신을 투사할 만한 외부 세계를 찾지 못한 것이다. 감정이입은 사실적인 형식을 추상은 기하학적 형식을 자신에게 적당한 짝으로 삼는다. 외부에 대한 내적 불안이 추상의 충동으로 나타난다는 요지다. 미술사적으로 보자면 추상미술의 발생기가 묵시록을 연상시키는 세계 대전 전야였다는 점, 추상미술을 추동한 전위예술가들이 대부분 젊은 남자였다는 점이 시대 의식을 첨예하게 반영했을 것이다. 보링거의 ‘유형론’은 후에 비판을 받았지만, 보이는 세계로부터 물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현대예술의 근본적 충동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공해왔다. 미술사적으로 보링거의 이론은 조형적인 조화로 귀결된 추상미술보다는 독일 표현주의의 불안한 고딕적 선들을 해석하는데 적절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윤상렬의 선은 적어도 감정이입이 아니라 감정 배제, 또는 말소다. ‘Work 일련번호’로 건조하게 매겨진 작품 제목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다.



<조금 어둡게 조금 밝게> 전시 전경 2021 
데이트 갤러리 사진: 박명래



빛을 제외하곤 자연에는 없는 직선이라는 가장 인공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진 화면은 식물적이거나 동물적이거나 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광물적(鑛物的)이다. 광물적 시간은 인간의 시간에 비한다면 거의 무한으로 다가온다. 개념뿐 아니라 수행적 태도까지 요구되는 그의 작품은 암흑 속에서 켜지거나 꺼지는 빛줄기다. 시리즈처럼 제작된 여러 작품을 통해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의식의 흐름을 표현한다. 현처럼 당겨진 선들은 닿는 시선에 따라 다른 울림을 줄 것이다. 작품 속 반복되는 요소는 또 다른 심리학적 해석도 가능하다. 그의 작품에서 선의 밀도는 각기 다르지만 반복적 행위의 결과다. 심리학에서 불안과 반복은 연관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억압, 증후 그리고 불안(Meine Ansichten uber die Rolle der Sexualitat in der Atiologie der Neurosen)』(1905)에서 불안을 애매모호하고 대상이 없다고 보면서, 대상을 찾은 경우 공포라고 구별한다. 윤상렬의 작품에 특정 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프로이트적 분류로 보자면 불안의 징후다.

그의 작품 속 촘촘한 선들은 자신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흔적도 없이 삭제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또는 줄 긋듯이 빠르게 스쳐 가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불안은 완화된 형태로 이루어지는 외상의 반복이다. 프로이트는 반복을 죽음과도 비유했지만, 후기에는 쾌락적 측면을 강조했다. 종교적 의식은 반복적 행위에 내재된 쾌락을 활용한다.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반복적으로 실행함으로써 낯설어진 세상에 대응하는 것이다. 일종의 도피지만, 일관되고 확장적인 실행은 수세적 상황에서 역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현실로부터 승화된다기보다는 현실과 평행한 또 다른 세계의 구성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보통 선은 형태를 향하지만, 윤상렬의 작품에서 모든 형태는 말소된다. 형태는 의미와 연관된다. 의미는 삭제되거나 무수한 반복으로 분열한다. 색도 선으로 해소된다. 작가는 선들을 그으면서 그 안으로 들어간다. 화면은 우주적 심연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다. 무수한 선들 간의 관계만이 있는 그의 작품은 간극과 균열 자체가 본질이다. 예술에도 자연처럼 실재감을 부여하기 위해 겹과 결이라는 방법론이 쓰이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다층적이면서도 날렵하다.PA



윤상렬



작가 윤상렬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년 갤러리2에서의 <두려움>을 시작으로 관훈갤러리, 데이트 갤러리, 갤러리소소, 이탈리아 밀라노 렌조 코티나(Renzo Coritina)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경기도미술관, 소마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박여숙 화랑 등 국내는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7년 파리국제예술공동체를 거쳤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대구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