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 | Art in Post |
---|---|
Origin | Made in Korea |
SIK-ISEA(Schweizerisches Institut für Kunstwissens chaft)는 스위스 안의 미술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사적 기록과 미술 기술 연구를 동시에 담당하는 공공 기관이다. 기존의 인문학적 연구뿐 아니라 현대 과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미술작품들의 자료 분석을 통해 작품들의 복원, 보관 문제뿐 아니라 진품과 모조품의 분별 또는 작품의 연대기적 구분까지 도와주는 기관이다. 19 세기 후반에 지어진 아름다운 정원 속에 있는 빌라 블로일러 건물에 있는 스위스 미술학 협회의 중요 업무 분야는 기록, 출판, 복원, 감정, 사진과 기록,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쿤스트아키브(Kunstarchive)는 연구팀과 협력해 스위스 미술의 중요한 문서들은 보관하고 목록 작성을 통해 데이터들을 분류하고 있는 부서다. 일반인들도 사전 예약을 통해 스위스 작가들이나 박물관 관장들의 개인적 편지나 전시기획록 등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1만 9,000명의 작가와 기관 등을 리서치할 수 있고 작가나 기관들의 유산 200여 개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파울 클레(Paul Klee), 페르디낭 호들러(Ferdinand Hodler), 메레 오펜하임(Meret Oppenheim), 한스 아르프(Hans Arp),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편지 등은 대표적 유산으로 보관되고 있다.
View of SIK-ISEA
이외에도 디터 로스(Dieter Roth), 다니엘 스푀리(Daniel Spoerri) 같은 현대 작가들의 개인적 기록들도 연구 자료로 열람할 수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필자도 예를 들어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아미엣(Cuno Amiet), 호들러 등의 편지, 일지, 스케치 기록을 직접 장갑을 끼고 만져볼 수 있었다. 대표적 기관의 업적으로는 1998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사전 ‘SIKART’을 들 수 있겠는데, 인터넷상으로 작가의 작업에 대한 기본정보, 또 작업의 모든 사진 이미지뿐 아니라 출판된 자료들의 조사에도 도움이 되는 사이트다. 최근 시작한 작가들의 인터뷰들을 기록한 구술사 프로젝트도 현대미술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관은 1951년 당시 유명한 작가이자 스위스 미술인 협회 회장이었던 아우구스토 자코메티(Augusto Giacometti), 취리히 대학 미술사 교수 고타드 예들리카(Gotthard Jedlicka), 취리히 공학대학 교수 리누스 비르힐러(Linus Birchler)와 공동취지를 통해 미술사연구원 협회장인 마르셀 피셔(Marcel Fischer)가 설립했다. SIK-ISEA는 1992년 스위스 국가 연구법 아래 지정되었으며 1998년 대학연구기관들과 협조, 국제적 미술연구 기관(RIHA)과의 연계를 통해 명실공히 스위스 내 중요한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업적으로는 1998년 호들러를 시작으로 한 작품 카탈로그 작업으로 2006년 쿠노 아미에트, 2016년 니클라우스 마누엘(Niklaus Manuel)로 지속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박사연구원들을 키워내고 있으며, 2012년에는 그동안 지속된 아카이브 작업을 세분화한 쿤스트아키브를 설립하게 되었다.
Exterior view of SIK-ISEA
2차 대전 후 파기된 문화재의 문제점을 통해 스위스 내의 문화재의 기록, 보관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초기의 설립자 피셔 개인의 아이디어도 정보들을 수집하고 목록화하는 아카이브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쿤스트아키브의 시발점이자 중요문서는 20세기 초반에 이미 빌헬름 바르트만(Wilhelm Wartmann)이라는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관장이 시작한 스위스 작가 사전 자료로 작가들과의 질의를 통해 개인 정보부터 간단한 작업정보까지를 직적 손으로 기록한 자료다. 재정적 문제로 중단된 작가 대사전 작업은 막스 후글러가 67년 출판했다. 이 출판에 이용된 자료들은 SIK-ISEA에 보관됐고, 계속된 작가 사전 구축사업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 온라인상으로도 이용 가능한 스위스 작가 사전의 기반이 되었다. 이 사전 작업은 쿤스트아키브의 주요 자료로 90년대 이후 디지털화되어 인터넷상으로 작가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있다. 이러한 사전 자료 외에 SIK-ISEA의 중요한 보관 자료는 위에서 이야기한 클레, 아르프 등과 연관된 편지, 스케치, 일지 등의 유산들이다. SIK-ISEA 쿤스트아키브 관장 미카엘 슈미트(Michael Schmid)는 롤모델로 1954년 설립한 미국 스미스소미언 재단의 미국미술아카이브(Archives of American Art, AAA)와 독일 쿤스트아키브( Deutsches Kunstarchiv)를 손꼽았다.
SIK-ISEA
2,000만 개의 자료를 구축하고 전 세계적으로 역사 구두 인터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미술 아카이브와 1964년 뉘른베르크 독일 국립 박물관에서 시작해 현재 1,400개가 넘는 문화, 미술 관련 개인 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독일 쿤스트아키브는 현대 미술 연구에 기본을 마련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스위스 쿤스트아키브는 규모 면에서 이들보다는 작지만, 국제기관들과 연계를 통해 자료들의 공유, 교류해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슈미트는 아카이브에서의 일의 과정을 수집, 해석, 보관, 중개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집은 아카이브가 가치 판단을 통해 어떤 것을 모으나 하는 질문과 연관된 것으로 아카이브 규정(스위스 내에서 활동하는 작가)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풀앤푸쉬(Pull and Push)’ 프로세스를 통해 의뢰하고 정보기관이나 작가들에게 정보를 받는 수집의 방식을 따른다.
해석은 자료가 어떻게 아카이브 내 정보로 활용되는가의 문제로 여러 단계의 카테고리의 구축을 통해 기존 자료와의 연계성을 만들어 목록화하는 일이다. 출처와 소속의 원리에 따라 도큐먼트의 개별성을 인정하면서 기존의 작가, 전시와의 역사적 맥락을 짓는 작업과정이다. 보존은 습기와 온도조절을 통해 일부는 쿤스트아키브 내부에 대부분은 아카이브 저장고에 보관하는 과정을 통틀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아카이브들에서 대단히 중시되고 있는 수집한 자료의 전달, 중개 단계를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SIK-ISEA 쿤스트아키브에서는 2008년 이후 가상의 진열장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 전시를 통해 자료의 공개를 시도하고 있다.
SIK-ISEA
제목이나 키워드뿐 아닌 자료 내용 또한 검토할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다. 또한, 7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구술사 아카이브 자료도 온라인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외에도 규칙적인 세미나와 가이드를 통해 쿤스트아키브는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하나 ‘Archivist’s Choice’라는 연재로 아키브 내의 주요 자료들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Archives on Stage’라는 이벤트를 통해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된 미술사적 논문들을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스위스 쿤스트아키브의 두 가지 특성을 매우 높이 평가 하고 싶다. 첫째는 기록을 그저 저장고에서 기다리는 수동적 자료가 아닌 미술사적 연구와 연계를 통해 가치를 재창조하는 적극적 아카이브의 역할이고, 둘째는 아카이브가 자료의 매입이 아닌 작가 인터뷰나 비공개였던 미술과 관련된 유산을 상속자에 설득을 통해 규모와 질을 높여가는 방법이다. 한국에도 지난 10년간 아르코 아카이브나 한국미술정보센터 등 전문화된 미술 아카이브들이 작가와의 대화, 전시와의 연결, 온라인상의 정보 전달들 등으로 열린 공간 아카이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학술적 연구와의 연계를 기반으로 새워진 스위스 쿤스트아키브의 길은 아카이브의 중개자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현재의 미술 아카이브들에게 좋은 예를 시사하고 있다.
글쓴이 김유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 현재 스위스 취리히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다.